끄적끄적

팥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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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심심치 않게 의정부 여동생네로 놀러가셨다.

별말씀도 없이 가서 밥한끼먹고 올 뿐이었는데 그랬다.

어린나는 아빠의 외출에 늘 동행하곤 했는데 그날도 어김없이 버스를 타고 누런 비포장의 황토길을 걷게되었다.

그날따라 날씨는 정말 더웠고 매미소리만이 이글거리는 땅을 달래고 있었다.

늘 직진으로 동생네로 갔던 아빠는 웬일인지 늘 가던 길에서 옆으로 비켜서 어느 가게에 들어갔다.

제과점이었다.

‘제과점? 더운데 왜?’

어린 나는 느닷없는 아빠의 행동에 당황했다. 아빠는 제과점에 마련된 구석 테이블 의자를 가리켰다.

‘ 앉아’

나는 영문을 모르는 체 앉았다.

삐걱거리는 선풍기가 더운 바람을 내뿜을 뿐이었다.

‘ 팥빙수 주세요’

아빠의 능숙한 주문에 아주머니는 네에 하고 상냥하게 대답했다.

나는 영문을 모른 체 제과점에서 다리가 닿지 않는 의자에 앉아 다리를 앞뒤로 흔들었다.

엄마가 입혀준 하얀 원피스의 촉감과 내 때꾸정이 까만 무릎에 발목까지 오는 양말과 구두.

그리고 제과점 아주머니가 커다란 컵을 쟁반에 담아서 주었다.

그것은 태어나서 처음 보는 신기한 것이었다.

묵직한 컵보다 큰 화분같은 반투명의 유리에 얼음은 가득 탑을 쌓여있고. 태어나서 처음보는 체리와 아이스크림이 위태롭게 얹어져있었고

윤기나는 팥과 모래같이 수북히 담긴 미숫가루의 화려한 자태에 나는 목구멍에서 ‘와아~’ 하는 감탄을 지르려다가 아빠 눈치를 봤다.

아빠는 피식 웃는 것 같았지만 이내 ‘먹어’ 라고 무뚝뚝하게 말씀하셨다.

나는 어쩌지 못해 티스푼보다 크게 와앙 입을 벌리고 입에 그것을 쑤욱 넣었다.

시원달콤고소!

입안에서 폭죽이 터졌고 나는 정신없이 눈같이 생긴 얼음을 퍼서 입에 담았다.

아빠는 잠깐 내 숟가락질을 멈추고는 능숙하게 아이스크림과 팥과 미숫가루를 서걱서걱 비비셨다.

그리곤 당신이 한입 맛보시곤 너무 달다는듯 입을 찡그리고는 숟가락을 놓았다.

아빠의 단것을 싫어하시는 입맛이 너무 감사해서 나는 눈물이 날 뻔하였다.

그것이 내 팥빙수와의 첫 만남이다.

그것은 환희 ….

뜻하지 않은 여름의 기막힌 충격이었다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