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저널세상을봐

2018년 즐겁게 걸었던 어슬렁 만저봐路드 (성북동, 청계천, 강릉, 부천)

즐겁게 걸었던 어슬렁 만저봐路드 (성북동, 청계천, 강릉, 부천)

시민만화기자단 수업을 받고 매주 수요일 모임을 가지기 시작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년이 지났습니다. 처음 1년은 로드맵도 정하지 못한 채 어설프게 지나가버렸습니다.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마음만 앞섰지 눈에 확 잡히는 게 없어 무척 마음 졸였습니다. 그래도 참 열심히 모였지요. 웃고 떠들고 얼렁뚱땅 시간만 죽인 것 같았는데도 뭔가 틀이 잡히기 시작했습니다. 카툰 작가들을 초대해 작품을 전시하고 이야기도 나누고, 그런 만남들을 모아 ‘만저봐’ 창간호를 만들게 되고부터 한 달에 한 권씩 ‘만저봐’가 탄생했습니다. 열한권의 ‘만저봐’를 쭉 늘어놓고 바라봅니다. 참 감개무량합니다. 매 호마다 주제를 정해 그 주제에 맞게 열심히 집필하신 만저봐 기자님들의 열정적인 모습들이 떠오릅니다.

특히 이원영 이사님이 기획하신 ‘만저봐路드’ ‘어슬렁 성북동’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요. ‘걷는다는 것은 침묵을 횡단하는 것이다’ 하~ 역시 기획의 천재셨습니다.

광화문에서 만나 경복궁, 청와대를 지나 북악산 동쪽 고갯마루 한양도성을 넘어 심우장, 북정마을, 수연산방, 길상사를 둘러보고 다시 안국동으로 내려오는 코스였지요. 우리는 그 길에서 민비의 죽음과 조선 말기의 슬픈 역사를 바라보고 만해 한용운과 상허 이태준, 백석과 자야, 시인 정지용, 김광섭, 소설가 김유정 박태원 등 우리나라 근 현대사에서 불꽃처럼 살다 간 예술인들과 만났습니다. 어슬렁어슬렁, 알맞게 기분 좋은 정말 멋진 로드였습니다. 성북동의 성공에 힘입어 이사님은 이번엔 청계천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어슬렁 청계천은 왕십리에서 출발해 청계천을 통해 중명전까지 가는 코스입니다. 상왕십리에서 만나 청계천 박물관과 동대문 역사공원, 광장시장, 광통교, 배재학당에 중명전까지….

그날따라 날씨가 우리를 너무 반겨주었습니다. 햇빛 쨍쨍, 그늘도 없는 청계천변을 현기증이 날 만큼 많이 걸었지요. 청계천 박물관에서 50년대 청계천의 역사와 복원까지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소설가 박경리 선생님의 청계천 이야기까지요. 더위에 지쳐 있을 땐 뭐니 뭐니 해도 먹는 게 최고지요. 광장시장에 들러 육회와 낙지 탕탕이로 맛난 점심을 먹었습니다. 먹고 나니 힘이 나 광화문을 지나 덕수궁 뒤편에 있는 중명전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어슬렁 청계천은 5-60년대 대한민국이 헤쳐 나온 역사만큼이나 복잡하고 힘들었지만 오랫동안 가슴에 남을 소중한 추억이었습니다.

세 번째 路드는 카페인 강릉입니다. 강릉은 카페 테라로사와 함께 커피로 유명해졌지요. 만저봐 강릉 지부장이신 카투니스트 이현정 작가가 계시는 곳이죠. 현정 작가가 보내오는 그림과 카페이야기에 푹 빠져 강릉 갈 날만 고대했습니다. 현정 작가의 카페 그림을 보고 있으면 그곳에서 전해지는 커피 향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몽환적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그런 아련한 카페들을 다 가보고 싶었습니다.

역시 현정작가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카페 <게락>에서 이제까지 맛보지 못했던 커피 최고의 풍미를 느꼈습니다. 밤에 잠을 못 자든 말든, 속이 쓰려 아프든 말든 종류별로 다 마셔봤습니다. 그리고 카페인에 취해 명주동 골목투어를 하고 청탑 다방과 봉봉 방앗간을 기분 좋게 둘러보았습니다. 오후엔 카페 <웨이브라운지>에서 경성현 선생님의 커피강의를 들으며 커피를 또 마셨지요. 밤새 잠 못 이루는 밤이 될 거지만 그 시간만큼은 행복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들린 원주 뮤지엄 산은 또 얼마나 신비롭고 아늑하던지요. 1박 2일이 꿈처럼 지나가버렸습니다.

인문 로드의 대미는 바로 ‘어슬렁 부천’입니다. 이 길을 위해 성북동과 청계천, 강릉을 다녀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알고 보니 부천도 유네스코 문학 창의도시답게 구석구석 다녀볼 길이 많았습니다. 수주 변영로 시인과 양귀자 소설가, 정지용 시인, 펄벅, 아동문학가 목일신 등등….

이런 알짜들을 이원영 이사님과 카툰 식구들이 놓칠 리 없지요. 그분들이 살았던 곳과 걸었던 길을 몇 번이고 답사하며 로드맵과 매핑을 제작했습니다. 이제 그 일부 길을 따라가 봅니다. 오전 10시, 부천시청(현 원미구청)을 출발해 8년 여 동안 원미동에 거주하며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했던 양귀자 소설가의 ‘원미동 사람들’ 배경지에 도착했습니다. 소설의 주 무대였던 원미동 23통의 옛 전경은 사라지고 없었지만, 아귀다툼을 하면서도 서로를 보듬고 살아가던 주민들의 따뜻한 정이 아직도 곳곳에 남아있는듯 했습니다. 소설 속 밤무대 가수 은자가 불렀다는 양희은의 노래 ‘한계령’을 들으면서 원미산 둘레길을 지나 정지용 시인이 3년 동안 살았던 소사동 집터까지 총 3구간을 걸었습니다. 걷는 중간중간 이벤트도 있었지요. 양귀자, 정지용의 시와 소설을 카툰으로 보여주고 시민이 직접 참여해 시와 소설 중 일부를 목소리로 담아 들려주기도 했습니다. 음악과 이야기에 취해 지루할 틈이 없었지요.

2018년은 만저봐路드가 있어 정말 즐거웠던 한 해였습니다. 내년엔 또 다른 볼거리 더 풍성한 프로젝트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겠지요! 기대되는 새해입니다.

한 성희2018년 즐겁게 걸었던 어슬렁 만저봐路드 (성북동, 청계천, 강릉, 부천)

2018 만저봐 총결산-만성 지연증후근자를 위한 변명

 

요즘 즐겨 찾는 사이트가 있다. 그런데 사이트명이 얄궂다. 이름하여 Productive Procrastination. ‘생산적인 늑장’ 정도로 해석하면 될까.

이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일을 앞두고 일에 집중하는 대신 관계 없는 다른 일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시험을 앞두고 하는 책상정리나 청소 같은 것이다. 아마도 전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지금 이순간도 해야할 중요한 일 대신 화장실 청소를 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하다… 공부는 할 때마다 주로 죽을맛이 났었다.

많은 이들이 연말이 되면 늘 그렇듯 못다한 일에 대한 아쉬움을 곱씹고 새로운 다짐을 하곤 한다. 새해 목표를 위한 다짐 목록을 작성하는 것도 전세계적인 공통점일 것이다. 그렇게 2018년은 솔직히 별다르지 않은 시작이었다. 언제나처럼 나름의 기대와 희망에 부풀어 몇 가지 계획과 스스로와의 약속을 다짐했다.

새해의 다짐은 작심삼일…매년 초 다짐하고 연말마다 후회한다. (일러스트레이션=후니)

연초의 계획 중 하나가 ‘만화저널 세상을 봐’에 한 달에 적어도 두 꼭지씩 기사 작성하기로 한 것이다.  한 달에 두 편의 기사는 만저봐 내부 필진간에 기본적으로 약속한 한 기사 분량이기도 하다. 물론, 처음에는 의욕이 넘쳤다. 결단코 미약한 마음이 아니라 창대한 마음으로 한 시작이었다.

Drop the mic On the Global stage라는 신년호 타이틀까지 직접 만들었을 때는 자못 호기로왔다.

개의 해를 맞아 나름 스웩있고 힙하게 아미의 친구답게 제목을 정했었다.

그랬다. ‘생산적인 늑장’이 지난 1 년간 매월 기사 마감을 앞둔 나에게도 닥쳐오리라는 예상은 하지 못했다.  아마도 시작은 3월 성북동을 다녀올 즈음부터였을 것이다. 정신차리고 보니 11월이었고, 눈 감고 뜬 것 같은데 벌써 12월을 맞았다. 이리하여 넘긴 마감과 쌓이고 밀린 약속들의 부끄러움이 잡지 속 드문드문 들어 있는 기사 분량이라는 ‘빼박캔트’로 남았다. 결과에 대해서 유구무언이요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다.

기사를 쓰려면  마감이 있어야 한다고는 한다. 헌데 다가오는 마감이 아무리 절박하게 느껴져도 왜 노트북 앞에만 앉으면 백지 상태가 되곤 했는지. 기사 마감을 앞두고 수없이 책상과 소지품을 정리하고 청소와 빨래를 했다. 정말 ‘생산적인 늑장’이었어야 했는데 청소기와 세탁기를 좀 더 가까이하는 시간이 되고 말았다.

머리로는 이런 것들이 글이 풀리도록 해줄 것이라고 되새겼지만 머리만이 아니라 마음으로도 알고 있었다. 단지, 머릿속은 정리와 거리가 멀었고 다른 일을 하면 할 수록 더 엉켜버렸다는게 진실일 뿐이다.

설상가상으로 만저봐 필진들은 국장님과 부국장님을 필두로 약속을 칼같이 지키는 분이 대부분이라 더욱 염치가 없었다. 새롭게 참여하신 외부 필진들도 모두 다 성실의 아이콘들이시다. 

소재가 없어 골머리였다는 변명도 할 수 없었다. 일 년간 다양한 프로젝트와 작가와의 만남이 있었기에 글 쓸 주제야 넘쳐났다. 생각하건데 점잖게 마감을 독촉하신 편집장님 몸에는 ‘후니’표 사리가 자리잡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염보살이라고 불리는 염실장님. 말안듣는 기자에게 마감 부탁하다 지쳐 수액도 맞으셨다.

 

 

 

 

 

 

 

 

 

 

 

 

 

그나마 개연성 있는 변명이라면, 새롭게 시작한 일로 인해 상당히 바쁜 한 해였다는 점이다. 다만, 이것만으로는 그 모든 실패한 마감을 해명할 수는 없다. 시간 관리에 또다시 실패했다는 자괴감이 수시로 들었다. 

한때 한국에서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일곱가지 습관’이란 자기계발서가 인기를 끌었다. 책의 원제목은 고효율적인 사람들의 일곱가지 습관이다. 효율성보다는 결과가 중요한 사회분위기 때문에 제목이 바뀌었는지도 모르겠다. 여하간에 이 책이 이야기하는 것은 효율성이다. 시간 관리와 계획을 세우는 방법, 그리고 일의 중요도에 따른 순서 등을 안내한다. 글쓰기를 위해서도 이러한 계획이 필요했는데 이 부분에 있어서 또다시 효율적이지 못했나 보다.

일도 계획을 잘 세워서 중요도에 따라 해야 한다.

 

예전에 직장생활과 일상 사이에서 허덕일 때 직장 보스가 알려준 방법이 있었다. 일이 너무 많아  집안이 엉망이 되어 스트레스 받는다고 하자 건넨 말이었다. 그녀는 한 마디로 말했다. 모든 것을 너무 완벽하게 하려는 마음을 버리라고. 그 말에 한순간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았다. 완벽하게 하려다 지쳐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실상이었다. 그녀는 이어서 하루에 15분을 이야기했다. 하루는 이를 닦으며 세면대를 닦고 하루는 이를 닦으며 욕실  바닥을 밀면 된다고. 모든 것을 한 번에 다 할 수는 없으니 포기하고 할 수 있는만큼 하면서 유지하면 된다고. 그 후 한 3년 간 비교적 균형을 이루며 잘 살 수 있었던 것 같다.

몇 년간 느꼈던 시간과 마음의 평화. 그때는 잘..했다.

하지만…누가 그랬던가.  인간은 어리석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고. 시간이 흐르고 또다시 익숙하고 오래된 패턴으로 되돌아갔다. 또다시 시간을 관리하지 못하고 자꾸 쫓기는 그런 일상으로. 뒤늦은 후회와 함께 만저봐와의 약속도 그렇게 되돌아간 셈이다. 개그맨 박명수씨는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는 정말 늦은거라고 했다지만 이제 2019년을 목전에 두고 다시 한번 그때를 떠올려 본다. 하루 15분의 약속을 지키던 시간들을. 12월을 마치며 1월을 기다리는 바로 지금이 그 때인 것 같다. 하루 15분씩 다시 시작하는 시간. 

이제 더 길게 말해 무엇할까. 시원하게 셀프디스 한마당 벌였으니 기해년 한 해는 심기일전하고 힘차게 또다시 한 발 한 발 내디디며 다시 가야겠다.

일단 노트북 켜고 노트 열고 써보련다. 15분간.

 

새해에는 편집장님 몸에 사리를 지난해의 반만 만들겠다고 소심하게 약속해 본다.
자신만만했다가 도로아미타불될까 싶어 완전히 만들지 않겠다고는 자신을 못하겠다.
그리고 꼭 2019년 연말에 다시 한번 이 시간을 뒤돌아보며 정리하겠다.
그때의 시간은 어떤 결과를 마주할까? 약간은 긴장되고 조금은 기대된다.
그래, 다가오라 2019년도의 마감이여!

후니2018 만저봐 총결산-만성 지연증후근자를 위한 변명

정정숙의 씨네뮤직(11), 가난한 예술가들의 아름다운 사랑을 노래하다! 푸치니, ‘라 보엠’ (Puccini, La Bohème)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누구나 함께 있고 싶어하는 소망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 대부분 모두가 함께 하는 것 처럼.

푸치니의 ‘라 보엠’은 전 세계에서 20대의 젊은 관객들과 오페라에 처음 입문하는 관객들이 최고로 뽑는 오페라로서, 연말이 되면 전 세계 오페라 무대에서 가장 사랑받으며 크리스마스 무렵에 단골로 공연되는 오페라이기도 하다. 그건 아마도 내용이 주는 ‘따뜻함’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일까? 국립 오페라단은 매년 12월에 푸치니의 라 보엠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올해에는 국립 오페라단뿐만 아니라 부천 필 오케스트라, 대구 오페라하우스, 수원시립합창단도 12월에 레퍼토리로 푸치니의 ‘라 보엠’을 택했다.

부천시립예술단은 창단 30주년을 맞이하여 부천시민회관에서 푸치니의 라 보엠 오페라를 12월 7-8일에 걸쳐 공연했다. 상임 지휘자 박영민의 지휘아래 부천필하모니오케스트라와 부천시립합창단이 함께 무대를 꾸몄다. 특히 합창단원들과 오페라 오디션에서 선발된 성악가들이 오페라의 주요 배역을 맡았고, 또한 부천시립예술단의 창단 30주년 기념 오페라이기에 더욱 뜻 깊었다. 이렇게 부천시립예술단이 선사하는 아름다운 무대 스타일과 화려한 조명, 영상까지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어서 더욱 행복했다.

‘라 보엠’이 인기를 끄는 이유로는 몇 가지가 있지만, 첫 번째로 텍스트와 음악이 보여주는 완벽한 통일성이 있다. 내용에서 희망(La speranza)이라는 이탈리아어 단어가 남자주인공 로돌프의 아리아 ‘그대의 찬 손’에서만큼 감동적으로 작곡된 예는 오페라 사상 찾아보기 어렵다고 한다.

두 번째로는 가난하고 내세울 것 없는 남녀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시인 로돌포(파바로티, 테너)와 가난한 여직공 미미 (미렐라 프레니, 소프라노)

1896년 토리노 왕립극장에서 초연된 라 보엠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인기를 끌었던 베리스모 시대의 낭만주의 오페라이다. 실제 현실과 다를 바 없는 적나라한 현실을 오페라 무대 위에 펼쳐 보이려 했던 이탈리아 베리스모 오페라의 음악은 노동자, 농민, 사회, 최 하층민들의 비참하고 열악한 삶의 현실을 미화하지 않고 격정, 절망, 분노 등의 감정을 날 것 그대로 표현 했다고 한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시작되는 찬란하고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를 그린 푸치니의 ‘라 보엠’은 예술과 가난한 삶 속에서 온갖 고통을 경험하며 성장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로, 파리 뒷골목 가난한 사람들의 일상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묘사한 프랑스 작가 앙리 뮈르제(1822-1861)의 소설 ‘보헤미안 삶의 정경‘을 토대로 한 오페라이다. ‘보헤미안’이라는 의미는 원래 동유럽 보헤미아 지역에 살던 집시들을 가리키는 말이었지만, 흔히 ‘영혼이 자유로운 예술가적 기질의 인간형’을 뜻하는 단어로 쓰인다.

이탈리아 최후의 벨칸토 작곡가이자 베르디의 후계자라는 평을 받은 ‘자코모 푸치니(Giacomo Puccini, 1858-1924)’는 4대째 오르가니스트인 집안에서 태어나 아버지에게 다섯 살 때 오르간 연주를 배웠다고 한다.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열 살 때부터 산 마리노 성당 소년합창단원으로 활동했으며, 교육열이 남다른 어머니의 노력으로 어려운 환경에서도 장학금을 얻어 밀라노 음악원에 입학했다고 한다. 그 곳에서 폰키엘리에게 작곡을 배우며 마스카니, 레온 카발로 등의 친구들과 함께 보헤미안처럼 가난하고 자유로운 삶을 살았고, 굶주림의 고통을 알게 된 이 때의 경험 덕분에 오페라 ‘라 보엠’을 더욱 생생하고 사실적인 작품으로 만들 수 있었다고 한다. 푸치니는 작곡경연대회에 첫 오페라 ‘레 빌리’를 제출해 상을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오페라 작곡을 시작했고, ‘마농 레스코‘가 대 성공을 거두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는 본능적인 무대 감각으로 관객을 만족시켰던 작곡가로 불리 운다.

‘라 보엠’은 4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1막-사랑

가난한 예술가와 노동으로 근근이 생계를 잇는 젊은이들이 이 모여 사는 1830년의 파리의 라탱 지구가 배경으로, 이곳은 가난하지만 학자와 시인의 편안한 안식처이다. 로돌프가 어둠속에서 미미의 손을 잡으며, ‘그대의 찬 손(Che gelida manina)’ , ‘내 이름은 미미(SI.Mi chiamano Mimi)’ 를 부르는데 이는 푸치니가 지닌 낭만적 서정성의 극치를 보여주는 환상적인 멜로디와 화성을 자랑한다.

2막은 카페 앞 광장

‘내가 혼자 거리를 걸어가며(Quando me’n’vo)’ 오페라가 흘러나오고 정열적인 사랑의 재연으로 사랑을 깨닫게 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3막은 두 달이 지난 이른 새벽의 거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데, 난방비도 못 내는 자신과 함께 살아서 병세가 더욱 악화된 미미를 보며 자신의 괴로운 심경을 토로하는 로돌프가 이젠 어쩔 수 없음을 깨닫고 미미와 조용히 이별의 노래를 부른다. ‘돈 데 리에타’(기쁨은 어디에 있지)가 유명한데, 이는 미미가 로돌프와 이별하기 직전 슬픔에 차서 부르는 아리아다.

4막은 다시 처음처럼 로돌포의 다락방에서 펼쳐진다.

미미의 그리움에 로돌포는 ‘미미는 영영 돌아오지 않아’를 노래한다.

죽어가는 미미와 로돌포 둘만 남겨진 다락방에서 미미는 로돌포와 처음 만났던 날을 기쁘게 회상하는데, 이때 다시 들려오는 1막의 멜로디는 관객들에게 절절한 호소력으로 다가오게 된다.

가난한 생활의 비참함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고, 그 사랑의 힘으로 희망을 잃지 않고 부자보다 더 큰 행복을 느낀다는 내용을 주는 오페라 ‘라 보엠’. 그래서일까? 오페라 주인공들은 ‘지금 당장 사랑하지 않으면 사랑할 수 없다’라는 열정을 공연 내내 불태운다.

4막으로 되어 있는 오페라는 우리들의 귀에 익은 아리아로 가득해서 멜로디만 들어도 가슴이 울렁 거렸다. 짧은 시간에도 그 멜로디를 통하여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그것으로 인해 행복해지는 것, 그것이 오페라의 힘이 아닐까! 한 해를 마무리하는 마음으로 한 편의 오페라를 보고 그것이 나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본다.

 

대표 아리아: Che gelida manina(그대의 찬 손)Ten

Si Mi chiamano Mimi (나의 이름은 미미)sop

Quan do me’nvo (무젯타의 왈츠)SOP

정 정숙정정숙의 씨네뮤직(11), 가난한 예술가들의 아름다운 사랑을 노래하다! 푸치니, ‘라 보엠’ (Puccini, La Bohème)

4차원의 글쓰기 세상, 2018 만저봐

글을 쓴다는 것!

참 행복한 일이다.

쓴 글을 누군가에게 읽히기도 하고 어딘가에 게재한다는 것!

참 감사한 일이다.

내가 그렇다.

글을 쓸 수도 있고, 또 어딘가에 게재할 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게 읽힐 수도 있다.

새로운 사실을 알릴 수도 있고,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만저봐!

만화 저널 세상을 봐!를 통하여 그렇다.

그렇게 할 수 있다.

 

만저봐는,

세상에 관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다.

국경을 뛰어넘어서, 계절을 뛰어넘어서

직업을 뛰어넘어서, 주제와 권력을 뛰어넘어서

무엇이든 어떻게든

전하고 또 듣고 나눌수 있는 곳.

4차원의 글쓰기 세상이 바로 만저봐다!

 

만. 저. 봐!

만화저널 세상을 봐~

나는 지난 한 해 동안 만저봐를 통하여

몇 개의 코너로 글을 썼다.

 

먼저, 오드리의 한술줍쇼!

라는 코너를 통하여 사람냄새나는 100명을 만나봐야지 결심하였다.

물론 1년안에 100명을 만날 생각은 아니었지만

나는 지난 해 고작 10명도 못 만났다.

만나면 소중한 깨달음을 주었고

명확한 진리와 유쾌한 교훈을 주었으며

매우 감동적인 만남이었지만 소중한 시간을 자주 갖기나 쉽지는 않았다.

또, 별주는 오드리 [영화편]을 통하여 내가 좋아하는 영화,

거의 빠짐없이 보는 영화를

한 번 용감하게 맘대로 별을 주기로 했다.

글이 중간에 끊어졌다.

영화를 보는 것은 쉽지만 평가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았다.

평가하는 것은 쉽지만 공평하게 평가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조심스럽기도 했다.

처음에 마음은 그냥 오드리의 입장에서 별을 맘껏 주자였지만

이것 저것 신경쓰이는 부분이 생기기도 했다.

그럼에도 별주는 일은 참 흥미진진하고 놀라운 일이다.

만저봐가 아니면 어디서 별을 줄 수 있으랴!

 

그래서 신나는 오드리의 별주기!

2018년 개봉영화편은 다음과 같다.

오드리의 별주기 2018 개봉영화편 순위

제목 흥미 감동 교훈 배우 기타 총점 별점
1위 그것만이 내 세상 5 5 5 5 5 25 5
2위 리틀 포레스트 5 5 4.5 5 5 24.5 4.9
3위 보헤미안랩소디 5 5 5 5 4.4 24.4 4.88
4위 국가부도의 날 5 5 5 5 4 24 4.8
5위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 5 5 4.5 5 4 23.5 4.7
6위 변산 5 5 4 5 4 23 4.6
7위 맘마미아2 5 5 3 5 4.5 22.5 4.5
8위 명당 5 5 3 5 4.3 22.3 4.46
9위 신과함께 5 4 4 5 4 22 4.4
10위 월요일이 사라졌다 5 4 4 5 3.5 21.5 4.3
11위 서치 5 4 4 4 4 21 4.2
12위 공작 5 4 4 5 2.8 20.8 4.16
13위 성난황소 5 3 3 5 4.5 20.5 4.1
14위 완벽한타인 5 3 3.5 5 3.7 20.2 4.04
15위 쥬만지:새로운세계 5 4 4 4 3.1 20.1 4.02
16위 독전 5 4 3 5 3 20 4
17위 블랙팬서 5 4 3.5 4 3.3 19.8 3.96
18위 조선명탐정:흡혈괴마의 비밀 4 4 4 5 2.5 19.5 3.9
19위 궁합 4 4 3 5 3 19 3.8
20위 지금 만나러 갑니다 4 4 3 5 3 19 3.8
21위 탐정:리턴즈 4 3 3 4 2 16 3.2
21위 어벤져스 :인피니트 워 5 4 3 4 2.9 18.9 3.78
22위 레드풀2 5 3 3 5 2 18 3.6

 

2018년을 보내며 돌아보건데,

만저봐는 과연 행운이다. 힐링이고 치유이다.

공감이고 소통이다. 고급정보마당이면서 공유의 도구이다.

 

결심하기는 2019년에는 좀 더 성실히 글을 쓰고 싶다.

과연! 실천에 옮길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오드리 기자4차원의 글쓰기 세상, 2018 만저봐

김수박의 손그림 에세이 (17) “송년회”

“모였으니, 사진 한 장 찍어야지. 각자 잔을 들고..”
매번 카메라를 들이대면 일관되게 저 포즈들이다.

그래도 오랜만의 얼굴들이라 똑같은 자세도 새롭다.
누구에게 술 한 잔 권하는 걸까?
지난 한 해를 잘 보낸 나에게 한 잔.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할 나에게 한 잔.
돌아오지 못 할 세월에게도 한 잔.
그래도 다시 만나자며 한 잔.
건강하자고, 행복하자고 한 잔!
오랫동안 멀리 떠난다는 친구도 있다.
그 친구를 위해서 송년회는 잠시 송별회.
그래도 꼭 다시 보자며 한 잔 더.

노래방에서는 ‘고장 난 시계’라는 노래를 부르고 싶었다.
‘그럼 내 시계는 망가졌나봐. 자꾸 뒤로만… 거꾸로 흘러만 가네~’

그러나 부르지 못했다. 울까봐…

 

수박 김김수박의 손그림 에세이 (17) “송년회”

경성현의 재즈 브루잉 (23) – ‘Duke Jordan’의 <Flight to Denmark>

겨울이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여 거리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는 것이 있다. 붕어빵이다. 붕어빵은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부터 겨우내 보이다가는 날이 풀리면 언제 있었냐는 듯 자취를 감추어 버린다. 온전히 겨울에만 맛 볼 수 있다가 날이 풀리면 식상해져서 사라지든 말든 관심조차 없다. 그러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또다시 기다리게 된다. 굳이 말하자면 붕어빵은 겨울에만 먹을 수 있다. 특별히 감동을 줄 만한 맛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붕어빵이 없는 겨울 거리는 왠지 상상하기 힘들다.

이맘때가 되면 마치 붕어빵처럼 이런저런 매체에서 어김없이 다루어지는 앨범들이 있다. 말할 필요도 없이 겨울의 낭만을 느끼기에 충분한, 따뜻한 감성을 담고 있는 음반들이다.

그 중에서도 겨울 시즌에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앨범은 ‘Duke Jordan’의 <Flight to Denmark> (SteepleChase)이다. Flight to Denmark는 겨울철이면 세상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앨범일 것이다. 재즈 리스너에게 겨울에 어울리는 음반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이 음반을 선택할지도 모른다. 그 정도로 차가운 겨울 이미지와 정서에 잘 맞는 대중적인 작품이다.

특히 온통 하얀 눈이 덮인 숲 속 빈터에 검정 외투를 입고 서 있는 피아니스트 듀크 조던의 앨범 표지 사진으로도 유명하다. 왠지 모를 신비로운 이미지마저 풍긴다. 그러기에 자켓 사진만으로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한 앨범이다. 하지만 이러한 음악 외적 이미지도 풍부한 서정미로 넘치는 연주의 퀄리티를 희석시키지는 못한다. 종종 ‘또 이 앨범이냐?’ 하고 볼멘소리로 폄하하는 분들이 있기는 하나 그런 소리를 들을 만큼 허술한 앨범이 아니라는 건 분명하다.

앨범의 주인공 듀크 조던은 1940년대에 이미 찰리 파커, 스탄 겟츠, 마일스 데이비스 등과 같이 연주한 관록의 피아니스트다. 그러나 1960년 이후 별다른 빛을 보지 못하고 5년 동안이나 뉴욕에서 택시 운전을 하는 등 혹독한 시절을 보낸다. 결국 1973년에 덴마크를 방문하여 Flight to Denmark를 발표하게 되었고 앨범은 공전의 히트를 치게 된다. 타국의 낯선 곳에서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 셈이다.

근데 하필 왜 덴마크였을까? 어쩌면 택시를 운전할 정도로 어려워진 환경에서 재즈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이어가기에 당시의 유럽을 대체할 만한 곳은 없었을 것이다. 특히 덴마크를 비롯한 북유럽은 새로 발견한 약속의 땅이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이 앨범을 관통하는 정서는 앨범 재킷의 이미지에서도 느껴지는 겨울의 차가움이 주는 고독함이 아니다. 외롭거나 비장미가 흐르기보다는 장작 몇 개가 활활 타고 있는 벽난로를 연상시키는 따뜻함의 여유가 있다. 담백한 여백을 느끼기에도 충분하다. 매년 겨울 여러 매체에서 추천하는 음반이라 식상하다 여길 수도 있으나 그토록 오랫동안 계속해서 언급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연인이 있다면 꼭 곁에 앉혀두고 함께 듣길 바란다. 붕어빵 몇 개라도 먹으면서 듣는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그러면 서로의 온기가 얼마나 소중한지 더욱 느낄 수 있을 테니까. 우리가 혹독한 겨울을 견딜 수 있는 건 결국 이런 타인의 체온 같은 것들이 있기에 가능한 게 아닐까?

역설적이지만 잘 기억해 두었다가 뜨거운 여름에 이 앨범을 꺼내 들어도 좋다. 솔직히 말하면 난 겨울에 듣기보다는 여름에 더 자주 듣는 앨범이다. 생각해 보라. 자켓 사진만 봐도 더위가 싹 가시지 않겠는가.

성현 경경성현의 재즈 브루잉 (23) – ‘Duke Jordan’의 <Flight to Denmark>

김수박의 손그림 에세이 (16) “국밥집”

다른 도시에 가게 되면
혼자서라도 아무런 국밥집에 들러본다.

우리가 둘이거나 여럿이라면
서로의 말을 듣겠지만,
혼자라면 모르는 옆 사람들의 말을 듣게 된다.
다른 도시의 사투리도 실컷 듣는다.
다른 도시의 생활도 엿듣는다.
그렇구나 싶어서 나도 소주 몇 잔 기울이기도 한다.

서로 말을 주고 받기도 한다.
“어디서 왔소?”
“어디서 왔심더.”
우리는 서로 많이 많이 들어야 하는구나 싶다.

혼자라서 느낀 걸까?
말하기 바빠서 듣질 못했구나.

수박 김김수박의 손그림 에세이 (16) “국밥집”

<한성희의 작가 산책> 시인 함민복의『미안한 마음』

     긍정적인 밥 

                                     함민복

시(詩)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덮여 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강화도 시인 함민복. 그의 고향은 강화도가 아니었습니다. 1962년 충북 중원 산골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읽을거리도 마땅치 않은 시골이었기에 문학은 그저 꿈만 꿀뿐이었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4년 동안 발전소에서 근무를 했습니다. 하지만 시에 대한 열정이 그를 가만 두지 않았습니다.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그는 다시 서울예대 문창과에 입학했습니다. 그때부터 가난과의 싸움이 시작되었답니다. 하지만 마음대로 시를 쓸 수 있고, 시가 있어 행복하답니다.

1988년 세계의 문학에 「성선설」로 등단도 했습니다. 마음을 가장 많이 움직이는 순간에 대한 기록이 글쓰기인 것처럼, 시란 ‘자기반성’이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강화도 남쪽 끝자락 동막리에 있는 버려진 농가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가난에 익숙해져 버려 자본주의에 관한 욕망을 잊어버린 지 오래랍니다. 욕심이 없으니 부러운 게 없고 자신이 갖고 있는 것도 많다는 생각을 할 때, 자신의 소유에 대해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도 든답니다.

10년을 계획하고 들어간 강화도에서 그는 석양주 한 잔에 취해 뻘에 발을 담그고 낙지 잡고 망둥어 잡는 재미에 푹 빠져 사는 강화도 어민이 다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가 저절로 그를 찾아왔습니다. 강화도의 삶 자체가 시랍니다. 등단 후, 「우울氏의 一日」,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말랑말랑한 힘」, 「미안한 마음」 등 정말 말랑말랑한 시집과 산문집을 냈습니다. 그로 인해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김수영 문학상>, <박용래 문학상> 등 상복도 터졌지요.

강의가 끝나고 몇몇 열성팬들은 그를 강화도까지 모셔다 드리겠다며 따라나섰답니다. 서툰 강화도 길을 헤매며 더위에 그를 기다리게 했지만 얼굴 한번 찡그리지 않고 기다려준 시인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뿐이었습니다.

강화도 갯벌 어디선가 부르면 돌아볼 것 같은 수줍고 편안했던 함민복 시인.

소박한 그의 삶만큼 소박한 시어로 우리 앞에 또 나타나겠지요.

한 성희<한성희의 작가 산책> 시인 함민복의『미안한 마음』

경성현의 재즈 브루잉 (22) – 녹턴

‘가즈오 이시구로’는 2017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일본계 영국 작가다. 노벨문학상을 받기 이전에 이미 부커상을 받은 세계적인 작가였지만 처음 작품으로 접한 건 몇 해 전 다섯 개의 소설을 모아 펴 낸 소설집 <녹턴>을 통해서다. 개인적 관심사인 재즈가 무수히 언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재즈 스탠더드 넘버와 뮤지션들의 이야기를 작품에 삽입한 기법 때문에 솔직히 처음엔 무라카미 하루키의 아류쯤으로 생각했었다.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접하고 나서부터 비로소 그런 선입견을 버리게 되었고 하루키와는 다른 층위의 작가라는 사실을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 마치 익히 알고는 있었으나 별 관심이 없던 사람의 진면목을 어떤 계기로 인해 새롭게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작품집 <녹턴>은 애초에 ‘음악과 황혼에 대한 다섯 가지 이야기’라는 부제가 주는 뉘앙스처럼 조금은 가볍게 읽어나갈 수 있는 이야기로 생각했다. 예컨대 대표작인 부커상 수상작 ‘남아 있는 나날’ 같은 작품에 비해서 그렇다. 그렇게 생각한 배경에 실패자라는 존재의 무게는 당연히 가벼울 것이라는 생각도 한 몫을 했다. 화자인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이 그저 그렇고 그런, 결코 성공했다고는 볼 수 없는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목과 부제인 녹턴 혹은 황혼이 주는 의미마냥 결코 맥 빠진 인생만을 그린 것만은 아니다. 작품 속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지난 생을 관조하듯 바라보는 능력의 소유자들이다. 그래서 작가가 직접 희망을 말하지는 않지만 읽는 우리는 결국 미세한 긍정의 울림과 몸부림을 찾아내게 된다. 그리고는 안도한다. 그 미세한 울림과 몸부림은 실패하여 나락으로 떨어졌던 지난 시간뿐만 아니라 지금 이 순간도, 앞으로의 시간들도 모두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 주기 때문이다.

특히 재즈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작품마다 등장하는 재즈 스탠더드를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읽기에 아주 그만이다. 작품 속에서의 재즈는 엄청난 위상이다. 재즈가 중요한 서사적 매개체가 되고 있으니 재즈를 빼버리면 그야말로 별 특징이 없는 밋밋한 작품으로 기억될 수도 있다. 그래서 작품에 들어있는 재즈에 대해 조금 더 세밀하게 감상해 보는 건 작품 자체를 이해하는데 매우 큰 도움이 된다.

가령 첫 번째 작품 ‘크루너’를 읽는 중에 크루너(Crooner)란 단어의 의미처럼 저음으로 노래하는 남성 가수들, 예컨대 프랭크 시나트라, 자니 하트만, 냇 킹 콜 등을 들으면 작품에 좀 더 깊게 몰입할 수 있다.

‘비가 오나 해가 뜨나’에서 레이먼드와 에밀리가 춤추며 들었던 곡 April in Paris는 콕 찍어서 사라 본과 클리포드 브라운이 함께 연주한 곡이라고 나온다. 작품 속에서는 두 사람이 54년에 녹음한 연주로서 러닝 타임이 8분간 이어진다고 묘사되고 있지만 내가 가진 54년 앨범에서는 6분이 조금 넘는다. 가즈오 이시구로는 아마도 레이먼드와 에밀리가 미묘한 감정을 주고받으며 춤을 추기 위해서는 좀 더 긴 러닝 타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모양이이다. 어찌 되었든 연주 시간까지 정교하게 계산했을 작가의 섬세함에 감탄하게 된다.

이밖에 네 번째 이야기 ‘녹턴’에서 린디에게 들려주었던 주인공 화자의 색소폰 연주곡 The Nearness Of You는 과연 누구의 연주로 듣는 게 가장 좋을지 궁리하는 따위도 즐거운 일이다. 나는 마이클 브레커가 2007년 팻 메스니와 찰리 헤이든 같은 엄청난 사이드맨들과 함께 발표한 <Nearness Of You : The Ballad Book>에서의 연주도 좋아하고, 브랜포드 마살리스가 팔팔한 20대였던 1988년에 내놓은 앨범 <Trio Jeepy>의 두 번째 트랙 The Nearness Of You도 좋아한다. 특히 브랜포드 마살리스의 연주를 머릿속으로 그려가며 이 대목을 읽으면 주인공과 린디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공기의 흐름까지 느껴질 정도로 좋다. 이 작품에서만큼은 특별히 브랜포드 마살리스의 연주가 더 잘 어울린다는 뜻이다.

종종 소설 속에 묘사된 어떤 장면에 특별하게 잘 어울릴 것 같은 재즈를 고르는 작업을 하곤 하는데 개인적으로 무척 즐거운 취미가 되었다. 그런 면에서 <녹턴>은 힘들여 수고할 필요가 없어서 더욱 좋다. 작품 속 연주를 한 곡 한 곡 천천히 찾아 들으며 책장을 넘기면 마치 작품 속에 나 자신이 들어가 있는 듯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 문학과 재즈의 매력을 동시에 주는 흔치 않으면서도 멋진 작품이다.

성현 경경성현의 재즈 브루잉 (22) – 녹턴

서블리의 만저봐 2018년 연말결산 “콘텐츠 소비자에서 생산자가 된듯한 우쭐함!”

“콘텐츠 소비자에서 생산자가 된듯한 우쭐함!”

-서블리의 만저봐 2018년 연말결산

 

만저봐 플랫폼에 글을 쓰려고 로그인을 해서

숫자를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작년부터 함께 글을 쓰기 시작하고나서

놀랍게도 37편의 글을 쓴 것이다!

1년이 그냥 간 줄 알았는데

그래도 만저봐 덕분에 37편의 글이라도 남겼다는 것에

‘올해, 뭐라도 했구나…’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숫자보다 더 기쁨였던건..

‘아빠를 찾아서’ 기사를 위해 사람들을 인터뷰한 과정,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아빠라는 사람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인터뷰 덕분인지는 모르지만 서로의 의견 차이를 인정하면서

아빠는 나를 밝고 성실한 딸로,

나는 아빠를 든든한 인생의 멘토로

열심히 대화하며 함께 늙어가는(?) 중이다.

 

가까이 있으면서도 심리적 거리는 엄청 멀었다. 

아빠를 조금 이해해보고 싶어,

그러면 더 대화가 잘될까 싶어

인터뷰를 시작했다.

엄마 그리고 고향친구들, 친척, 가족, 직장 동료들을 만났다.

 

 

아빠의 조카 성현오빠와 성현오빠의 예쁜 아내

 

 

아빠의 고향선배 이모부와 이모 

 

아빠의 고향친구 상수아저씨

아빠의 직장후배 성진아저씨와 아빠

 

아빠의 직장후배 성진아저씨

아빠조카 김성현 
아빠의 오랜 친구 중균아저씨

 

 

내가 아빠에 대해 이 것밖에 몰랐었나? 싶었다.

늘 우리 앞에선 슈퍼맨 같은 아빠였지만,

어쩌면 아빠는 딸들에게 늘 좋은 것을 주고 싶어

오래된 것, 찌질한 것, 힘든 것은 잘 얘기하지 않으셨나보다.

 

할아버지를 일찍 여의어서 가난하고 고생스러웠던 어린 시절,

공무원이 되고나서 첫 월급 10만원 받았던 시절,

맘대로 안되던 딸들의 진로,

직장에서 겪었던 민원인들의 고충…

 

 

 

재밌고 순수한 이야기도 많았다.

아빠의 천진한 어린 시절,

물가에서 가재잡고 놀았던 시절,

참새잡아 구워먹던 시절,

농사일하기 싫어 꾀부리던 시절,

경제적으로는 어려웠지만

엄마랑 가정을 일궈 세 딸을 낳아 기른 시절,

30년 이상을 세무 공무원으로 살아온 시절,

명예롭게 퇴직한 작년..

부천에서 만난 친구들과 의지하며 부천에서 뿌리내리며 살아온 시절..

 

고생스런 나날 속에서도

아름다운 시절들이 반짝반짝 금가루처럼 박혀있었다.

 

 

 

 

 

이 인터뷰를 안했더라면,

나는 아빠를 평생 모르고 살았을지도 모른다.

이 인터뷰는 내게 ‘아빠’라는 사람,

그리고 사람이 사는 세상을 알려준 터닝포인트 였다.

 

 

나는 인터뷰를 하면서

너무나 많은 선물을 받았다.

 

아빠 친구 상수아저씨는 인터뷰를 하겠다고

시골까지 내려온 친구 딸이 그렇게 반가웠는지

아빠 고향의 명소들(박범신 생가, 금강이 보이는 언덕…)에 데려가주셨고

강경 시내에서 가장 맛있는 고깃집에서 갈비를 사주셨다.

 

행복한 마음으로 우걱우걱 맛있게 먹었다.

 

 

 

 

아빠 친구 중균아저씨에게도

기특하다고 장어를 얻어먹었다.

아저씨는 나의 든든한 응원군이다. 

친척오빠는 맛있는 뷔페에 데려가줬다.

 

얻어먹으려고 인터뷰 하는 거 아닌데,  긁적긁적 하면서도

사람들이 기분좋게 응해주니까 나도 신바람이 났다.

내 오지랖에게 새삼 고마웠다.

 

 

인터뷰 하고 온 날은

‘아빠 그랬다며? 시골에서 그러고 놀았다며?’

조잘조잘 아빠랑 대화할 주제가 늘어나고

가족들의 맥주타임으로 이어지곤 했다.

그날은 온 가족 대화꽃이 피었다.

 

 

 

처음엔 나 좋자고 시작했는데,

인터뷰에 응해준 인터뷰이들도,

그리고 함께 읽은 부모님과 가족들,

그리고 내 페친들이 함께 즐거워했다.

 

 

감동받았다는 사람도 계셨고,

자신도 인터뷰를 해달라는 분도 계셨고

다른 사람의 말을 대필해보면 어때? 라고

진심어린 조언해주신 분도 계셨다.

 

 

괜히 주위사람 귀찮게 했나? 싶었는데

나름 쓸모있는 인터뷰였다.

인터뷰를 통해 우리 아빠, 아빠이기 전에 한 사람을 다시 볼 수 있어 좋았고

그 관찰이 나와 누군가에게 즐거움이 되어 기쁘다.

 

 

나는 아빠를 통해서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속에서

성장하고 포근하게 둥글둥글하게 커가는 것 같다.

앞으로도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이 생긴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분들게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를 전한다!

 

 

그리고 제일 감사한 것!

이 소중한 인터뷰는 만저봐에서 시작되었다!

염엄마 염실장님과 무서운 이사님의 재촉(?)에 의해

글을 계속 써야만 했던 경험이 생각난다. 

차곡차곡 저장해오던 내 머릿속 서랍을

 

하나하나 열어서 꺼내는 느낌이 들었고

나를 스치는 세상 속 모든 것이

글감이 되고 공부가 되도록 만드는 습관을 기르게 된 것 같다.

 

 

                                    염엄마 염실장님과 어슬렁 청계천에서

 

무서운 대구사람 이원영 이사님

 


 

 

내년엔 내 나이 29살.

이 세상에 왔기에 앞으로도 해결해나가야 할 과업과 과제 앞에..

인터뷰와 만저봐를 통해

마치 든든한 부스터를 얻은 느낌이 든다.

 

아빠, 그리고 아빠 딸. 가족. 삶의 연속. 

나는 부모님이 조언해주신대로

인터뷰에 응한 사람들이 응원해준대로

‘인생’이라는 긴 마라톤에서 마지막에 웃을 수 있는

당당하고 멋진 딸이 되고 싶다.

 

2019년에도 계획은 해놓고 못다한 인터뷰를 이어가고 싶다.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달리기 위하여!

 

 

 

 

 

뼈속까지 문과생인 나는

고등학교 이후에 컴퓨터 관련 지식,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전혀 없어서

너무 슬펐다.

시대는 변하는데 나만 아날로그 시대에 사는 것 같았다.

나만 뒤처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만저봐에서 콘텐츠 생산의 잔기술(?)을 배웠는데

이런 것들이 나의 생활에 적지 않은 도움, 그리고 즐거움을 주고 있다.

글을 포스팅하는 워드프레스도 처음 사용해봤다.

 

특히 월간 만저봐를 발행하기 위해

월별로 주제를 정해 가족, 바람, 책, 봄, 명절 등..

공통주제로 글을 썼는데

한가지의 같은 주제를 두고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을 보고

사람 수 만큼이나 다양한 콘텐츠가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엿보았다.

(만저봐 기자님들, 열심히 생산합시다! ㅎㅎ)

 

 

인터뷰도 해보고, 월간 만저봐의 기자도 되어보고..

쓰고싶은 글을 썼고, 독자들에게 읽히기도 했던.. 그런 한 해였다. 

2018년은 왠지 콘텐츠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도약한 것 같은 우쭐함이 든다.

 

만저봐와 함께 앞으로도 많이 배우고 만나서 글쓰고 싶다.

 

Adieu 만저봐 2018!

Come 만저봐 2019!

 

서보영서블리의 만저봐 2018년 연말결산 “콘텐츠 소비자에서 생산자가 된듯한 우쭐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