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박의 손그림 에세이 (11) “정의”

분명히 초등학생 때부터 배웠다. 정의. 선생님께서 매일같이 말씀하시진 않았어도, 등하굣길에서 매일 보았다. 정의를 말하면 바보취급 받는 가운데에도, 커다란 돌에 ‘정의‘라는 단어가 새겨져 있었다. 지금도 많은 학교에 저 단어가 새겨져 있다. 선생님께서는 어른이 되면 필요 없는 것이라고 말씀해 주시지 않았다. 가끔 어른 흉내를 먼저 낼 줄 아는 녀석이 비웃기는 했어도, 마음속은 알고 있었다. 옳은 것은 정의란

부천에 그들이 있었다. -양귀자, 정지용, 변영로

  [소설가 양귀자] 내가 읽은 양귀자의 소설 속에선 (적어도 내 기억 속에서는 ) 그렇게 날카롭거나 세밀하게 관찰할 줄 아는 관찰자가 아니었다. 도대체가 제멋대로의 필터를 가진 나에게 양귀자는 건망증이 심해서 중요한 자리에 집에 신던 슬리퍼를 신고 서울로 나가는 1호선을 탄 털털한 아줌마였고, 외모만으로 고통받는 험상궂은 사내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통탄하며 이야기로 풀어낸 이야기꾼이었다. 워낙에 활자를 제멋대로 해석하거나(요새는

부천 인문路드에서 만난 양귀자

부천 인문로드를 걸었다. 양귀자 소설가의 ‘원미동사람들’의 주 배경인 원미동을 출발해 원미산 둘레길을 넘어 정지용 시인이 거주했던 소사동으로 넘어가는 코스다. 부천에 살고 있으면서도 7~80년대 문학계를 주름잡던 양귀자의 ‘원미동사람들’을 읽지 않았었다. 그러다 TV 드라마로 방영되고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나서야 책을 사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 후로 그녀가 쓴 소설들을 다 사서 읽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 부천작가회의에서 주최하는

경성현의 재즈 브루잉 (13) – Offramp

1789년 7월 역사적인 프랑스 대혁명 당시 파리 시내 ‘카페 프와’의 탁자 위로 올라간 카미유 데물렝(Camille Desmoulins)은 왕과 귀족들에 대항하여 무장할 것을 촉구하며 혁명가 일행과 함께 바스티유로의 행진을 시작했다. 당시의 카페가 다양한 계층의 모임 장소로 활용되었던 것만큼 계몽사상과 혁명의 장소적 단초가 되었던 것이다. 그런 역사적인 유래가 있어서인지 프랑스 국민들의 카페와 커피 사랑은 더욱 각별하다. 소설가 알베르

김수박의 손그림 에세이 (10) “낙엽”

두 번의 가을이 있다고 생각한다. 단풍의 가을과 낙엽의 가을. 지독한 가을에는 지독하게 외롭겠다. 쓸쓸한 곳으로 걸어가리. 틀림없는 사실은 사그라짐이 있어야 다시 피어난다는 것. 새로움과 기쁨을 위해 필요한 역사이었기를… 저 단풍의 계절이 아름답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었을까? 아마도 ‘내 속엔 내가 너무 많은 것 같아…’^^ 지난 봄의 희망을 떠올려 보아도 그 설렘이 기억나지 않고, 지난 여름의

서블리와 Talk Talk 하루영어-에피소드8 ‘T.M.I’

    hi~ podcastee! how are you? 나른한 오후 잘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 점심은 뭘 드셨는지 궁금합니다~~   자~ 오늘은 인터넷에서 유행하고 있는 유행어를 좀 배워볼까요?   적어도 20대, 아니 30대, 40대, 50대, 60대!! 아니 평생~ 스마트폰하고 동고동락 해야 하는데 인터넷에서 쓰는 영어를 모르면 좀 곤란하잖아요?   자~ JMT 들어보셨나요? 바로 어느 피자집 사장님을 멘붕으로

나만의 바람 이야기

 바람에 대해서 고민했는데 글로는 잘 생각이 안 났다. 그래서 새로 산 아이패드로 짧은 4컷 만화를 그려봤다. 그리고 다른 바람도 있었다. 그리고 비 오기 전의 흐린 날의 바람은 후각에 예민하게 다가온다. 나에게 ‘바람’은 일상에서의 기억을 남긴다.

경성현의 재즈 브루잉 (12) – Lady in Satin

지금 내 방안에는 Sidney Bechet의 Si Tu Ma Mere가 흐느끼듯 흐르고 있다. 곡의 제목이 조금은 낯설어 보일 수도 있지만 영화 Midnight in Paris에서 두 남녀가 비가 후두둑 떨어지는 파리의 거리를 천천히 걷는 마지막 장면 뒤로 흐르던 연주곡이다. 그런데 이 마지막 장면 속 계절이 무엇이었는지는 뚜렷하게 기억나지 않으면서도 왠지 가을일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그만큼 가을이 주는 감정의

살랑살랑 불어오는 가을바람!

그렇게 뜨겁고 무덥던 여름이 하루 아침에 물러나고 어느새 높고 푸른 맑은 하늘과 시원한 바람이 우리들 곁으로 왔다. 완연한 가을이다. 가을 하늘이 얼마나 예쁜지 멍하니 쳐다만 봐도 기분이 좋아진다 . 이대로 멈춰있고만 싶다. 바람은 사계절 내내 불어오지만 각 계절마다 그 느낌은 전혀 다르다. 봄에는 산뜻하고 여름에는 후덥지근하며, 겨울에는 차갑게 온 몸을 움츠리게 하지만, 가을 바람은 시원하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