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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의 만남 – 박비나 작가의 ‘비나의 봄’

‘비나의 봄’은 시민 카페 채움에서 열린 두번째 전시회이자 박비나 작가의 첫 개인전이다.

지난 4월 26일 채움에서는 박비나 작가와의 만남이 있었다. 박비나 작가는 올해 1월, 전시작 중 하나인 ‘더러운 잠’이 전국적으로 크게 회자되며 논란과 화제를 동시에 불러 일으킨 <곧, 바이 전>에 함께 참여한 프리랜서 일러스트 작가이자 카툰 작가다. 카툰계에서 여성 카투니스트들은 드문 편인데, 박비나 작가는 그 중에서도 꾸준히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일구고 있는 드문 작가다.

이 땅의 워킹맘들의 어깨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짐들이 지워져 있다. 누군가의 엄마와 아내로 규정되는 관계의 타이틀과 함께 많은 이들이 자신의 꿈과 현실 사이 그 어딘가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박비나 작가를 처음 만났을 때 화려한 미모와 젊은 작가의 외모에서 그의 실제 작품 세계를 상상하기는 쉽지 않았다. 다만 국회의원들과 대통령도 읽는다는 82년생 김지영의 주인공, 다른 이름으로는 경단녀라 한다면 작가를 이해하는 한 꼭지 정도는 될 수 있을까?

박비나 작가의 작가명 비나는 만화를 그리고 전문 산악인이기도 한 아버지가 붙여 주신 이름이라 한다. 아들에게는 산을 타는 로프인 ‘자일’로, 딸은 카라비나에서 카라를 빼고 비나로 지었다는 유머러스한 배경을 설명해 주었다. 작가의 아버지는 딸에게 비나라는 이름을 지어주면서 이미 유머와 해학을 담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미래를 보았는지도 모르겠다.

비나 작가의 작품 세계에서 두가지 키워드는 관찰과 감상이라고 한다. 작가의 말처럼 작품 곳곳에 관찰과 감상에서 우러나온 경험의 형상화가 공감을 일으킨다.

이번 전시 작품들은 미혼으로 직장생활을 하던 시절부터 결혼을 하고 직장맘으로 육아와 일을 병행하며 시간에 쫓기던 시기를 거쳐 두 아이의 엄마로 살면서 꿈을 놓지 않고 끊임없이 그리고 또 그려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만들어가는 작가의 치열한 시간들이 오롯이 녹아있다. 카툰을 시처럼 봐달라는 작가의 말처럼 그의 작품들에는 함축적인 의미가 여기저기 번뜩인다. 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하는 그림 속에는 우리 모두 고개를 끄덕이곤 하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이유 ⓒ박비나

아이가 코드를 뽑아서 생각이 나지 않는 상태를 표현한 유쾌한 작품이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아니 어린 아이를 돌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 맞아 맞아 할 수 있으리라.

첫 그림은 놀랍게도 그녀가 미혼일 때 상상하여 그림이다. 아이를 갖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표현하였다. 한참의 세월이 흐른 후 엄마가 된 작가는 아이와 함께 서서 거울을 바라보는 그림을 그린다. 미지의 상태에 대한 두려움을 가졌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아이와 함께 성장해 가는 모습을 담았다고 한다.  더 많은 시간이 흐르면 또 다른 관점의 아이와 함께 하는 작품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숨은그림찾기 ⓒ박비나

제자리로 놓으라는 잔소리에도 치우지 않는 아이의 가방이 놓인 소파 그림. 이 작품을 보는 아이와 씨름하는 엄마들의 입가에 미소가 떠오를 듯 하다.

괜찮아 ⓒ박비나

슬픔이지만 같이 위로해 주는 마음을 상상하며 그림.

악동 ⓒ박비나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익살스런 그림이 미소를 불러일으킨다. 어릴적 누구나 한번쯤은 동물의 꼬리를 잡고 흔들어 보고픈 때가 있었다.

낚시 ⓒ박비나

미혼시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받았다고 고백한 작가의 작품. 원화는 앞으로 또다른 대상의 꿈이 이뤄지기를 응원한다.

세월호를 주제로 한 다양한 작품들

작가이기에 앞서 엄마이기에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사건이 세월호의 아픔이다. 작가는 함께 공감하고 위로하고픈 간절한 마음을 그림 하나하나에 담았다.

그리는 행위와 과정이 치유가 된다고 말하는 박비나 작가의 얼굴 표정은 유난히 밝고 확신에 차 있었다. 직장과 가정사이에서 고군분투 끝에 프리랜서의 길을 택하게 되었지만,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열심히 달리는 모습이 이 땅의 또다른 김지영들에게 위로가 되길 바란다.

후니작가와의 만남 – 박비나 작가의 ‘비나의 봄’

블랙 리스트와 제임스 달턴 트럼보(James Dalton Trumbo)

1993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하일랜드 극장(지금의 돌비 극장)에서는 매우 특별한 시상식이 열렸다.

바로 40년 전 이뤄졌었던 제26회 아카데미 각본상에 대한 시상식이 다시 진행되었고 1954년 당시 수상자였었던 이안 맥켈란 헌터에서 각본의 진짜 작가인 달튼 트롬보에게 재수상하는 행사였다.

작품은 우리도 익히 알고 있는 오드리헵번,그레고리펙 주연의 “로마의 휴일” 이었고 달튼 트롬보는 이미 1976년에 사망하였기 때문에 그의 아내 클레오 트롬보가 대리로 수상했다.

흔히 매카시즘 시대라 불리는 1950년부터 1954년의 기간 동안 미국을 휩쓴 공산주의자 색출 열풍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블랙리스트에 오르거나 직업을 잃었다.

특히 영화 산업에서는 300여 명이 넘는 배우 및 작가, 감독들이 비공식적인 할리우드 블랙리스트에 오르며 해고당하였다.

제임스 달턴 트럼보(James Dalton Trumbo)는 바로 이 시기 반미활동 조사 위원회 (HUAC) 주도의 적색 공포에 맞서 끝까지 저항한 인물 중에 한 명이다.

그와 그의 동료들은 결국 의회 모독죄로 기소되었고 1년간(1950년) 실형을 선고받게 되며 영화계에서 퇴출되는데 그들이 이른바 ‘할리우드 10인'(Hollywood Ten)이다.

알마 베시, 새뮤얼 오니츠, 애드리언 스콧, 달턴 트롬보, 레스터 콜, 링 라드너 주니어, 존 하워드 로슨, 앨버트 몰츠 그리고 감독 겸 작가였던 허버트 비어먼과 감독인 에드워드 드미트릭.

그런데.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진짜 스토리텔링은 달튼 트롬보가 감옥에서 출소한 바로 그해부터 시작된다.

트롬보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삼류 영화사인 “킹브라더스” 의 시나리오를 차명(借名)으로 작업하게 되는데 이때 사용한 이름이 에드먼드 H. 노스, 이안 맥켈란 헌터, 휴고 버틀러, 펠릭스 루츠켄돌프, 존 애봇, 로버트 리치등 무려 11개에 이른다.

그리고 이중에서 놀랍게도 두개의 작품이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하게 되는데 로마의 휴일(이안 맥켈란 헌터로 차명),브레이브 원(로버트 리치로 차명)이 바로 그의 작품이며 이외에도 스파르타쿠스,빠삐용,영광의 탈출,호스맨 등 무수한 히트작이 그의 손을 거쳐갔다.


드디어 1960년 그는,케네디 대통령의 집권과 배우 커크 더글라스(스파르타쿠스),오토 프레민저 감독(영광의 탈출) 그리고 수많은 헐리우드 영화인들의 양심적 지지를 다시 이끌어내면서 무려 10년만에 달튼 트롬보라는 이름을 되찾기에 이른다.

달튼 트롬보의 공산주의 이념에 대한 신념은 무척이나 심플하였는데 한때 아버지가 공산주의자로 지목되자 자기도 공산주의자냐는 딸의 물음에 트럼보는 이렇게 말한다.
“도시락을 싸왔는데 점심을 안 갖고 온 친구가 있다면 나눠 주겠지. 친구에게 일자리를 구하라고 충고하거나 그를 외면하지 않겠지. 그럼 너도 공산주의자야.”

2017년의 대한민국에서 우리도 우리의 아이들에게 저렇듯 담백하게 얘기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매… 씁쓸하기 그지없다.

(2016년 10월30일 런던에서 입국하는 최순실 – 카투니스트 박비나)

누구는 유럽과 청와대를 제집 드나들듯이 드나들고,이념도 신념도 뭣도 아닌 주체할 수 없는 욕망 덩어리를 끌고 다니는데..우리는 그들을 대리해 광야에 서 있는듯하다.

하지만 우리…쓸쓸해하진 말자.
달튼 트롬보처럼 우리 나름의 욕조에 몸 담그고 언제나 그랬듯 그냥 우리의 길을 가자.

요즈음 헐리우드에서는 영화화 되지 않았었지만 호평받는 작품들을 지칭하는 명칭으로도 ‘블랙리스트’가 사용된다고 한다. 실제로 그 블랙리스트 작품들중에는 뒤늦게 재평가되어 발굴된 슬럼독 밀리네어, 킹스스피치, 소셜네트워크 ,스토커등이 있다.

이렇듯 어찌보면 우리의 일상이 블랙리스트려니…언젠가 찾아올 반전을 기대해본다.

이 원영블랙 리스트와 제임스 달턴 트럼보(James Dalton Trumbo)

극(劇)만화는 허기를 채워주지만 카툰은 가슴을 따뜻하게 해준다.

중국 청나라의 문인 오교(吳喬)는 산문(散文)은 쌀로 밥을 짓는 것이요,시(詩)는 쌀로 술을 빚는 것이라 비유했다.

밥은 먹으면 배가 부르고 술은 마시면 취하게 되니,무릇 풍류와 미학의 정서적 본향(本鄕)은 시가 더 으뜸이라 하신듯하다.

만화 예술 장르에 있어서 카툰과 극(劇) 만화도 오교 선생의 말씀으로 비유할 수 있겠다.



(카투니스트 박비나 – 낮잠)

극만화는 허기를 채워주지만 카툰은 가슴을 따뜻하게 해준다.

작품을 빚는 카투니스트에 따라서 잘 익은 술 냄새가 나기도 하고 코를 찌르는 독취가 올라오기도 한다.

똑같은 카툰 작품으로부터도 어떤 독자는 일본 나가타 지역의 간빠레 오또상 같은 사케를 맛보고 어떤 이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지역의 밸런타인을 맛볼 수 있다.


(카투니스트 박비나 – 휴식)
그만큼 만드는 이도 음미하는 이도 식탐이 아닌 미식(味食)의 철학을 갖추어야 제대로 볼 수 있다는 얘기이다.

사석에서 “꼬집히면 벙어리도 운다”라고 표현한 소설가 김동리 선생의 경상도식 발음을 “꽃이 피면 벙어리도 운다”로 잘못(?) 알아듣고 동료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는 서정주 시인의 일화처럼 카투니스트의 오감(五感)은 늘 외계로 열려있다.

만화가 산업적 소재로만 평가받고 더 이상 미학적 담론을 이끌어낼 수 있는 예술 장르로써의 역할과 지위를 잃어버린 쓸쓸한 지금.

카투니스트 - 홍승우
(카투니스트 홍승우 – 뜨거우니까 조심하세요)
2016년을 아쉽게 보내며 술 한잔 청하는 마음으로 비주류 장르를 보듬고 있는 모든 카투니스트들에게 글로나마 위로를 보낸다.

이 원영극(劇)만화는 허기를 채워주지만 카툰은 가슴을 따뜻하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