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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박의 손그림 에세이 (17) “송년회”

“모였으니, 사진 한 장 찍어야지. 각자 잔을 들고..”
매번 카메라를 들이대면 일관되게 저 포즈들이다.

그래도 오랜만의 얼굴들이라 똑같은 자세도 새롭다.
누구에게 술 한 잔 권하는 걸까?
지난 한 해를 잘 보낸 나에게 한 잔.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할 나에게 한 잔.
돌아오지 못 할 세월에게도 한 잔.
그래도 다시 만나자며 한 잔.
건강하자고, 행복하자고 한 잔!
오랫동안 멀리 떠난다는 친구도 있다.
그 친구를 위해서 송년회는 잠시 송별회.
그래도 꼭 다시 보자며 한 잔 더.

노래방에서는 ‘고장 난 시계’라는 노래를 부르고 싶었다.
‘그럼 내 시계는 망가졌나봐. 자꾸 뒤로만… 거꾸로 흘러만 가네~’

그러나 부르지 못했다. 울까봐…

 

수박 김김수박의 손그림 에세이 (17) “송년회”

김수박의 손그림 에세이 (16) “국밥집”

다른 도시에 가게 되면
혼자서라도 아무런 국밥집에 들러본다.

우리가 둘이거나 여럿이라면
서로의 말을 듣겠지만,
혼자라면 모르는 옆 사람들의 말을 듣게 된다.
다른 도시의 사투리도 실컷 듣는다.
다른 도시의 생활도 엿듣는다.
그렇구나 싶어서 나도 소주 몇 잔 기울이기도 한다.

서로 말을 주고 받기도 한다.
“어디서 왔소?”
“어디서 왔심더.”
우리는 서로 많이 많이 들어야 하는구나 싶다.

혼자라서 느낀 걸까?
말하기 바빠서 듣질 못했구나.

수박 김김수박의 손그림 에세이 (16) “국밥집”

김수박의 손그림 에세이 (15) “내 자리”

저곳은
누구의 자리인가?
청소, 육아…
다른 것은 몰라도
저곳은 내 자리이겠다고 다짐했다.

설겆이는 나의 것!
수세미,
주방세제의 교체도,
음식 쓰레기 처리도 내 몫이리라.

요즘 좀 바쁘다고
나라가 이 꼴이라며
내 자리를 잊고 살았네.
여보, 미안해.
그러나 오늘부터라도
저곳은 내 자리.

수박 김김수박의 손그림 에세이 (15) “내 자리”

김수박의 손그림 에세이 (14) “문방구”

어릴적에, 나는 커서 냉차 파는 아저씨가 되고 싶었고
(냉차를 실컷 마실 수 있을 것 같아서),

엿장수도 되고 싶었다. (같은 이유로).
학교를 다니면서 꿈을 바꿨다.
연필도 공책도 있지만, 신기한 장난감과
(어른들은 싫어하고) 아이들만 좋아하는
‘얄궂은’ 불샹식품이 가득한 보물창고 같은
문방구 주인이 되고 싶었다.

학교를 마치면 와글와글 모여드는
아이들을 보면서 흐믓한 미소를 짓고 싶었다.
(‘뽑기’ 상품을 숨겨놓고서).

어른이 되고 보니 문방구가 사라진다.

수박 김김수박의 손그림 에세이 (14) “문방구”

김수박의 손그림 에세이 (13) “밤 불빛”

이런들 저런들, 서울의 불빛은 아름답다.
특히, 다리를 가로질러 강을 건너는 지하철에서는…
차창에 머리를 기대면 흘러간 사람들이 생각나기도 하고,
이 매력적인 서울을 결코 떠날 수 없을 것만 같다.

한 동안 서울을 미워하기도 했다.
너무 많은 욕망들을 따라가기 숨이 차서.
나중에는, 미워하지만 사랑한다는 걸 깨달았다.
미워도 사랑할 수 있다.
서울은.

수박 김김수박의 손그림 에세이 (13) “밤 불빛”

김수박의 손그림 에세이 (12) “창문”

멋진 경치다.
저 수많은 창문 중의 단 하나도
내 것이 될 수 없다고 결론 내린지 오래다.
당연한 일일까?
뭐가 모자라서 저 수많은 창문 중 하나를
가질 자격을 처음부터 얻지 못했나?

‘자수성가(自手成家)’란 말을 믿고 자랐다.
만약 내가 저 창문 두 칸을 꿈꾼 적이 있다면,
자수성가란 도구로 가능했을까?
이런 방식이라면 자수성가 미신이다.
믿을 게 못된다.
우리나라는 그렇게 되었다.

수박 김김수박의 손그림 에세이 (12) “창문”

김수박의 손그림 에세이 (11) “정의”

분명히 초등학생 때부터 배웠다.
정의.
선생님께서 매일같이 말씀하시진 않았어도,
등하굣길에서 매일 보았다.
정의를 말하면 바보취급 받는 가운데에도,
커다란 돌에 ‘정의‘라는 단어가 새겨져 있었다.

지금도 많은 학교에 저 단어가 새겨져 있다.
선생님께서는 어른이 되면 필요 없는 것이라고
말씀해 주시지 않았다.
가끔 어른 흉내를 먼저 낼 줄 아는 녀석이 비웃기는 했어도,
마음속은 알고 있었다.
옳은 것정의란 것.
그러므로 저것을 비웃는 자를 비웃겠다.

“초등학교 때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았군!”

수박 김김수박의 손그림 에세이 (11) “정의”

김수박의 손그림 에세이 (10) “낙엽”

두 번의 가을이 있다고 생각한다.
단풍의 가을과 낙엽의 가을.
지독한 가을에는 지독하게 외롭겠다.
쓸쓸한 곳으로 걸어가리.
틀림없는 사실은 사그라짐이 있어야 다시 피어난다는 것.
새로움기쁨을 위해 필요한 역사이었기를…

저 단풍의 계절이 아름답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었을까?
아마도 ‘내 속엔 내가 너무 많은 것 같아…’^^
지난 봄의 희망을 떠올려 보아도
그 설렘이 기억나지 않고,
지난 여름의 내달리던 열정도
찬바람과 함께 날아가 버렸다.
작은 저수지를 메원버린 노랑빨강 나뭇잎들은
내 가슴을 뚫어 놓은 것만 같다.

수박 김김수박의 손그림 에세이 (10) “낙엽”

김수박의 손그림 에세이 (9) “철거촌”

재개발을 앞둔 철거촌
한 번 쯤 걸어보았는지…
붉은 색 가위표는 부술 집을 뜻하는가보다.
떠날 수 없어서 버티는 사람들
주장도 적혀 있다.
예전부터 궁금했다.
흔치 않게 보게 되는 저 해골 그림은 뭔지.
버티는 사람들에게 겁을 주는 그림이다.
‘더럽고 치사해서’ 떠나게 만들려는 수많은 수단 중 하나이다.

법과 현실 사이에 공백이 있다는 뜻이다.
그 공백에서 협박과 폭력이 발생하고 있다는 뜻이다.
21세기에 상상치 못할 야만스런 일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와 멀지 않은, 저 건너편 동네에서.

수박 김김수박의 손그림 에세이 (9) “철거촌”

김수박의 손그림 에세이 (8) “골목”

깡그리 부수고 새로운 곳이 되기엔…
저 골목을 따라 남겨진 내 노곤한
귀가길의 추억은 어떡하나?

문득,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버릴까 두려워
눈에 새기고 마음에 새겨본다.
이제는… 지내온 시간들을 귀하게 여기고
기꺼이 담아내는 ‘새로움’도 고려할만하지 않을까?
그 아련한 기억들은 우리 모두 가지고 있잖아.

수박 김김수박의 손그림 에세이 (8) “골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