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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강릉 #20 자연이 주는 평화로움이 있는 앤틱카페, ‘카멜카페’

한참 생각했다.
어감이 예쁘긴 하지만…
왜 이름을 ‘카멜’이라 지었을까…
낙타랑 카페는 그다지 어울려보이지 않는 조합이긴 한데
내가 모르는 무슨 심오한 의미라도 숨겨져 있나 싶어서
그 의도가 참 궁금했었다.

나중에 알고나니
그 의도를 추측하느라 잠시나마 고민했던 시간이 무색할만큼
이유는 단순했다.
정원이 있는 카페이다 보니
카페 이름에 정원을 꼭 넣고 싶었는데
영어는 너무 흔해서 좀 특별해 보이는 다른 나라 말을 찾다가
히브리어로 카멜이라는 단어를 찾으셨다고.
그래서 붙여진 이름,
낙타카페가 아니라 정원카페라는 뜻의 카멜카페.

카멜카페는
나도 그곳에 커피 마시러 가긴 하지만,
찾아가다보면 도대체 누가 여기까지 와서 커피를 마실까 하는 생각이 슬며시 올라오는…
누가 찾아올 줄 알고 여기에다 카페를 차리셨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그런 곳에 위치하고 있다.
새로 포장된 지 얼마되지 않은 듯한 꼬불꼬불 길을 따라가다보면
딱 펜션 입지로 적합하다 싶은 곳에 위치한 카멜카페.

접근성은 떨어지지만
일단 도착하는 순간
탄성이 터져나오는 것은 이곳을 찾는 이들의 대부분에게서 나오는
일관된 반응이다.
그렇게 감탄사부터 나오게 만드는 것은
카페 바로 앞에 펼쳐진 멋진 경관때문인데,
먼길 수고롭지만 정말 이곳에 오길 잘했구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드는
아름다운 죽헌저수지가
나지막한 산자락을 배경으로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나도 모르게 커피를 마시러 왔다는 원래의 목적은 잊은채
한참을 넋놓고 보고 있게 된다.
생각지도 못한 자연이 주는 선물앞에
접근성의 불편함은 도착한 순간 이내 잊고 만다.
커피도 마셔보기 전에 이 카페에 반한게 만든 멋진 뷰를
눈에 담아두고
안에서 바라보면 어떨까 하는 기대감을 가득안고 카페로 들어가면,
높은 천장과 벽돌로 마감된 내부가
이국적인 느낌으로 먼저 다가온다.

들어가자마자 바로 나오는 카운터에서 커피를 주문하고
테이블이 있는 곳으로 가니…
바닥에서 천장까지 닿는 아치형의 큰 창으로 햇살이 쏟아져 들어온다.
입구의 어둑어둑한 분위기로는 미처 기대하지 못했던
멋진 채광이다.
하긴 이렇게 멋진 뷰를 갖고 있는 카페에서
창을 평범하게 낼 수는 없을 터였다.

햇살이 카페 안으로 쑥 들어와 이 곳의 빈티지한 테이블 위로 내리쬔다.
추운 날씨에 첫 방문을 했었는데
천장이 높아서 다소 썰렁했을지도 모를 공간이
햇살 때문에 참 따뜻하게 느껴졌다.

커피를 기다리는 동안 찬찬히 둘러보니 이 분위기엔 꼭 있어야될듯한,
숨길 수 없는 멋진 존재감이 느껴지는 벽난로도 있고
이곳저곳의 빈티지한 소품들이 눈길을 끈다.
빈티지나 앤틱 취향의 컨셉의 카페들이 많긴 하나
아무런 질서나 맥락없이 빈티지다 싶으면 죄다 모아놓은 것 같은
카페들이 있는 반면
이곳은 과하거나 복잡한 느낌없이
앤틱조명이나 빈티지한 테이블과 소품들이 전체적으로 잘 어우러져
감각적면서도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이 든다.

무엇보다 마음에 든건 곳곳에 있는 빈티지 소품들과 어우러진 화초들인데,
내가 좋아하는 식물만 골라 갖다놓은듯하다.
햇살아래 놓여진 꽃들을 보니 미소가 저절로 지어진다.

이곳의 커피는 맛있었다.
멋진 뷰를 감상하며 햇살아래 마시는 커피라 그런지 더 특별하고 맛있게 느껴진다.
갈때마다 손님이 많지 않은 시간에 가서
거의 전세내듯 이 공간을 누려왔었는데…
사람들이 많이 찾은 시간에 가니
높은 천장때문인지 주변손님들의 소리가 에코까지 더해져 크게 들리는 기분이라
다소 시끄럽게 느껴지는 그런 아쉬움을 빼고는
이곳의 커피,
이곳의 브런치,
무엇보다 이곳의 아름다운 뷰는
또 다시 이곳으로 오게할만큼 충분히 매력적이다.

조용히 차분하게 창밖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에너지를 얻어갈 수 있는 곳,카멜카페.

잔디밭으로 사장님이 꾸며 놓은 그 정원만이 아니라,
어쩌면 저 아름다운 저수지의 풍광까지도
이 카페의 정원처럼 느껴지게 하는 곳, 카멜카페.
지나가다 우연히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작정하고 가야 갈 수 있는 곳이다보니
첫 방문자라도 어느정도 팬심과 기대감은 갖고 가게 마련인데,
그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뀐 경우는 거의 없을 듯하다.

찾아가는 잠깐의 수고로움을 감수하면
단방에 소풍이라도 떠나온것처럼 기분전환이 되는 이곳.
자연이 주는 평화로움과 커피의 그윽함을
반짝이는 햇살아래서 느껴보고 싶은 분들에게
이 카페를 권한다.

이 현정카페인강릉 #20 자연이 주는 평화로움이 있는 앤틱카페, ‘카멜카페’

카페인 강릉 #18 바다와 하늘이 그림처럼 걸려있는 곳,’키크러스’

키크러스.
처음엔 내가 모르는 그리스신화의 나오는 신의 이름인가 했다.
입안에서 맴도는 소리가 재밌어서 나도 모르게 한번 더 발음해보게 만드는 독특한 이름.
키크러스.
키큰 자작나무를 연상하며 떠오르는 소리로 만들어낸 이름이라 한다.
그래서인지
3층으로 된 카페인데 정면이 키큰 자작나무처럼..2층높이까지 길쭉한 창문으로 되어있다.
길쭉한 통창문 덕분에
카페안에서 밖을 보면 바다와 하늘이 한눈에 담긴다.
그 바다와 하늘이 이 카페만의 인테리어라도 되는 것처럼.
통창문의 프레임안에 그림처럼 바다와 하늘이 담겨있다.
커피까지 마시지 않아도
앉아서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냥 좋다..좋다..너무 좋다…라는 말을 수십번은 하게되는 곳.
어색한 사이끼리 와서 앉아있다가도
뷰 때문에 그 어색함이 한결 진척이 될 것만 같은.
정말이지 괜찮은 그 곳.
뷰만으로도 기대이상인데,
아메리카노마저 맛있다.
기본이 투샷이어서 진하다.
강릉은 어딜 가나 커피맛은 웬만큼은 기본이상은 되기 때문에
카페마다 차별화된 무언가가 있어야 하는데
이곳은 연탄빵을 비롯한 직접 만든 빵들과 샌드위치 등 디저트로 유명하다.
내가 이곳에서 즐겨먹는 것은
에그베이컨 샌드위치.
잉글리쉬 머핀의 그 쫀득한 식감에
훈제향 가득한 베이컨,신선한 채소들,
바질향이 살짝 느껴지는
과하지 않은 드레싱이 들어간
너무나도 고급스러운 맛의 샌드위치.
11시 이전에 가면 투샷아메리카노와 함께 이 멋진 샌드위치를 브런치 할인으로
6,500원에 먹을수 있다.
바다보며, 하늘보며…게다가 너무나 고급진 브런치를 그토록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사장님 덕분에
이곳은 나의 페이보릿 카페 중 하나가 되었다.
비가 오는 날엔 잿빛하늘, 잿빛 바다를 그윽한 커피향과 함께 코앞에서 느끼게 되니 좋고
햇빛 쨍한 날엔 코발트빛 바다…바다와의 경계가 모호하게 그라데이션 된 하늘빛을 시간가는 줄 모르고 바라볼 수 있어 너무 좋은 이곳.
저절로 그림 그리고 싶게 만드는 곳.

강릉에 산다는 것…
때론 살짝 아쉬울때도 있지만,
힘들이지 않고…굳이 맘먹지 않고도
생각나면 아무 때나
이런 곳에서 커피 한 잔 할 수 있다는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모든 아쉬움들을 다 덮고도 남는다.
고맙다. 강릉.
고맙다. 키크러스.

 

****정정할 부분들이 있어 덧붙입니다.

지난주에 오랜만에 키크러스에 가보니 브런치 세트 할인은 메뉴자체가 없어진지 몇달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분위기나 커피맛이나 나오는 음식들이 휴가시즌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제가 출근도장을 찍다시피 할때와는 많이 달라져있어서 많이…아주 많이 아쉬웠습니다.

지난번 어슬렁강릉때 브런치 드시라고 추천까지 해드렸었는데

추천한게 후회될 만큼이었어요.^^;

더 디테일하게 말씀안드려도 충분히 잘 전달되었으리라 믿구요…

정확한 정보 전해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이 현정카페인 강릉 #18 바다와 하늘이 그림처럼 걸려있는 곳,’키크러스’

카페인 강릉 #10 커피향만큼 진한 정이 머무는 곳, ‘커피벨트’

라임색 지붕위로 내리쬐는 햇살이 눈부시다.
보는 순간, ‘와! 예쁘다!’ 하는 탄성이 저절로 나오는 싱그러운 라임색의 기와로 된 이 카페는
조금만 더 가면 내로라하는 카페들로 즐비한 안목항을 코앞에 둔
바로 그 길목에 위치해있다.
나지막한 기와집을 리모델링한 카페다 보니 라임색지붕이 아니었으면 눈에도 잘 띄기 힘들었을 것같은데, 라임색 지붕은 정말이지 감각있는 사장님의 탁월한 선택인 듯하다.

이곳에 처음 오게 된 건,
카페인데 특이하게 런치에만 운영되는 가정식 세미 뷔페가 넘 괜찮다고 소문이 나서 식사를 목적으로 왔었다.
신선한 식재료들로 재료의 맛을 살려 양념을 과하게 하지 않고,
맛깔나게 요리한 이곳의 음식들.
다이어트에도 너무 좋은 식단이어서 사장님도 실제로 본인이 식사하시는 스타일대로
요리들을 내놓으시는데 이 식단으로 체중감량 효과를 꽤 보셨다고.
먹으러왔는데 다이어트까지 된다니 뭔가 아이러니하면서도 생각지도 못한 소득까지 있는,
이 특별한 카페.

그리고 그 프레시하고 건강한 식사 후 마시는 더 프레시한 핸드드립 커피.
이 모든 것의 가격이 만원도 되지않는 저렴한 가격이어서
거스름돈 받기가 미안할 정도다.
핸드드립 커피 한잔 가격만 해도 얼마인데
식사까지 해서 팔천원이라니.
입소문이 안날래야 안날수가 없어서
런치뷔페를 시작하시던 초창기와 달리
지금은 점심시간엔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빈다.

포남동에서 다양하고 퀄리티있는 원두로 이름을 날리던 커피밸트 창업자가 군산으로 터전을 옮기시고
지금의 사장님이 커피벨트를 인수받아
이곳으로 이전한 게 작년 1월이다.
처음 한 두달은 도닦는 심정으로 가게를 꾸려나갔었다고 말씀하시는데
맘고생이 심하셨던지 이내 눈시울이 붉어지신다.
그러실만하다.
기라성같은 카페들이 바다를 끼고 근처에서 성업중인데
그 목전에서 이 작은 카페가 살아남기가 녹록할 리 없었다.
살아남기 위한 치열했던 발버둥 중의 하나가 런치뷔페였던 듯 하고
다행히 그 발버둥은 제대로 통한 것 같다.

사장님이 워낙 감각이 있으신 분이시라
이전에 하시던 가게들은 간판부터 시작해서 모든 비주얼적인 부분은
일관성과 통일감있게 하나하나 신경쓰셨다고 하는데
지금 이 카페는 아직 본인의 성에 찰만큼 꾸며놓칠 못해 아쉬움이 많다 하시지만,
내 눈엔 구석구석 참 예쁘고 감각이 돋보이는 인테리어들이 많이 있다.
기와집을 개조한 카페이다보니
기와집 자체가 주는 그 특별한 운치가 있고,
천장에 그대로 살려놓은 서까래들도 고풍스럽고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무엇보다 지붕의 라임색과 그라데이션되어 너무나 잘 어울리는
널찍한 앞마당의 초록초록한 잔디들.
시선을 저절로 머물게 만드는 담장 한 켠에 피어있는 한 아름의 세이지.
카페 뒤쪽으로 가는 길에 아른아른 유약한 가는 줄기에서 무슨 힘으로 서있는지
볼때마다 늘 대견한 소담한 얼굴의 마가렛.
뒤쪽 담벼락 한 켠에 내츄럴한 선반에 무심한듯, 그러나 꽤나 신경써서 올려놓은,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제라늄.
딱 있어야 할 곳에 걸린 손뜨개 소품들…
그리고, 예쁜 조명들….
참 예뻐서 사진찍고 싶은 곳이 너무 많다.

그리고 무엇보다 카페의 본질인 커피.
커피가 맛있다.
신선하다.
후식으로 나오는 커피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퀄리티이다.
커피를 맛본 후에야
아…이곳이 식당이 아니라, 카페가 맞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식사뿐 아니라 커피맛만 가지고도 충분히 올만한 곳이구나 싶다.
매일매일 로스팅해서 커피맛이 깔끔하다.
그래서인지 이곳 커피 맛을 본 손님들 중엔 원두도 사가시는 분들이 많고,
일부러 원두만 따로 사러오시는 분들도 많다고 한다.

나도 첫 방문때 마셨던 커피가 너무나 인상적이어서
원두만 사러 다시 갔었는데,
그 때의 짧은 방문이 내게 더 기억에 남는 것은
점심시간에 왔다고 밥먹고 가라고 몇 번이고 내게 권유하시던 사장님의 그 훈훈한 정이
내겐 너무 특별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친절도에 예민한 편이라
아무리 맛집이라하더라도, 혹은 유명하다하더라도…
불친절하다 싶으면
다신 가지 않는 편인데,
친절함을 넘어선 ‘정’이 느껴지는 곳을 만나는 건 참 드문 일이었다.
이곳 사장님은 고작 두 번 본 내게도 그 정을 나눠주셨다.
당시를 생각해보면 사장님도 카페 운영상 어려움이 많은 시기였을텐데도
어디서 그런 여유가 나왔는지 모를 일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본디 갖고 있는 품성은 그렇게 오롯이 드러나 빛이 나는가보다.
그래서인지 업종변경을 여러번 하셨는데
이 분이 뭘 하시든 가시는 곳마다 따라다니는 단골손님들도 꽤 많으시다한다.
그럴만하다 싶다.

라임색 지붕아래 넓고 푸른 잔디밭에서
품격있는 가든파티를 열어주는 서비스도 하신다고 하는데,
이 역시도 기대가 된다.
이런 곳에서 작은 결혼식이나 특별한 모임을 갖는 다면 아마도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듯하다.

안와본 사람은 많아도
한 번 오면 누구라도 금새 입소문 내는 팬이 되는 이 곳.
부디 잘 되시길 바란다.
너무너무 잘되서, 갔는데 앉을 자리 없어 되돌아오더라도
흐뭇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만큼…
사장님이 내게 나눠준 정만큼이나
나도 이곳에 이젠 정이 들었다.
팬이 되었다.
친구가 되었다.

 

이 현정카페인 강릉 #10 커피향만큼 진한 정이 머무는 곳, ‘커피벨트’

카페인 강릉 #9 익숙한 쉼이 있는 모던한 카페, ‘남문동’

<남문동>.

이름부터 맘에 쏙 든다.
어쩜 이렇게 네이밍을 잘했나싶어 볼때마다 감탄한다.

드라마에서 부자 동네 사모님들이
네~평창동입니다. 하며 전화를 받을때 느껴지는…
그 세글자에 꽉꽉 채워 넘치도록 들어간 자부심과 과시욕과는
많이 비켜가있으나,
이 세글자에도 그에 못지 않은 자부심은 느껴지고
거기에 소박함과 정감까지도 묻어난다.

행정상 분류로는 현재 중앙동인데다
옛 명칭으로도 남문동이아니라 이곳은 명주동에 위치해있으나,
비슷한 상호 때문에
길 건너편 동네 이름 남문동을 카페 이름으로 지었다.

몇년전 대한민국을 강타했던
‘일루수가 누구야?’
개그콘티가 이름만 바꿔 저절로 구현되게 만드는
카페 <남문동>.
커피는 남문동에서 마시자 하면
그러니까 남문동 어디?
라고 백발백중 되묻게 되는
그래서 한 번 들으면 잊어버리는 법이 없는 카페이름, 남문동.

이곳에 오면 난 항상 같은 자리에 앉는다.
생각보다 꽤 넓고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매우 듬성듬성 위치한 테이블들 때문에
어디에 앉아야 할지 금새 상황판단이 안되서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는 불안한 시선을 단번에 잡아주는,
여기쯤이 가운데라고 알려주는 이정표 역할이라도 되는 양
중앙에 떡하니 놓여있는,
사장님이 손수 만든, 멋스런 양방향 책꽂이,
바로 그 오른쪽 4인용 테이블이
내가 항상 앉는 자리이다.

혼자 가든 다른 이와 함께 가든 항상 그 자리에 앉는다.
레트로한 디자인의 블랙 가죽 소파,
원목으로 된 프레임에
딱떨어지는 심플한 느낌의 가죽소파가
집에 갖다놓고 싶을 만큼 내가 넘 좋아하는 디자인인데다
앉아보면 생각보다 너무 편해서 좀처럼 일어나기 싫어지는 곳.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카페 안에 손님이 제법 있을 때도
그 자리만큼은 용케도 떡하니 비어있어서
어떻게 사람들이 이 좋은 자리를 남겨두었을까 의아해하면서도
이 자리가 뺏겼으면 어찌할 뻔 했나 하는 안도감을 느끼며
누가 또 금새 들어올까 싶어
털썩 가방부터 던져놓고 카운터로 주문하러 가곤 한다.

사실 오늘은 다른 카페에 취재차 갔다가
기대보다 너무 아니다 싶어 다소 실망한 마음을 안고
기분전환겸 들른
익숙한 이 카페.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여전히 비어있는 내 자리와
늘 같은 모습 사장님.
익숙한 카페 분위기와 음악이 들려온다.
한순간에 맘이 편해진다.
꽤 좋은 여행이었음에도
며칠만에 집으로 돌아오면
그래도 우리집이 제일 좋다며
나도 모르게 우리집을 향한 때아닌 사랑고백이 냉큼 튀어나오는 것처럼
이곳에서도 딱 그 마음이었다.

한번도 날 실망시킨적 없는 이곳의 아이스아메리카노와
곁들여내주시는,
그닥 먹고싶지 않은데도 자꾸 당기는, 적당한 짠맛의 프레즐과
신선한 맛이 나는 고소한 아몬드를 씹으며
좀 전에 다녀온 카페에서 느낀 실망감을 떨궈냈다.

이곳의 사장님은 손님들과는 딱 필요한 말씀만 하시는 스타일이어서…
선뜻 용기를 내고 있지 못하다가…
오늘은 어쩐지 사장님께 말을 붙여도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손님들이 거의 다 가시고 나서야 용기내어 말을 건냈다.

다행히 조금은 쑥쓰러워하시면서도 흔쾌히 이런 저런 이야기들 풀어내주신다.
누가봐도 태생이 바리스타였을것같은 비주얼이신데
원래는 이 자리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시다가
카페를 한 번 해볼까 하고 오년 전에 시작하시게 된거라고.
그러고보니 나도 오픈하던 그 해부터 이곳에 다닌듯하다.
암튼 이십년 이상 바리스타 한길을 걸어온 장인의 냄새가 나는데 참 의외다 싶었다.
더 놀라웠던 건
콧수염도 기르고 머리도 길러 질끈 뒤로 묶어 헤어밴드까지 한
아티스트 냄새 많이 나는 지금의 이 모습이
원래는 전혀 다른 스타일이셨는데,
카페를 하면서 바리스타 이미지를 극대화하기위해
본인이 그렇게 보이도록 이미지메이킹한거라고.
이 분 프로구나.
싶었다.
카페를 하기전 시장조사나 준비과정들을 들어봐도 예사롭지 않다.
카페 인테리어나 구석구석 사장님의 손이 가지 않은 곳이 없고
굉장한 감각의 소유자라는 느낌.
유난히 테이블간의 공간이 넓은 것도 시장조사를 바탕으로 나온 결과물인데
그 점이 이 카페의 특징이 되기도 하고
나도 정말 마음에 드는 부분이기도 하다.
다닥다닥 붙어있어 한두시간 앉아있다보면
궁금하지도 않은 옆 테이블의 속사정까지 알게 되는
카페들에 비하면
이곳은 정말이지 클라스가 남다른 곳이다.
공간이 넓다보니
그 여유있는 공간을 문화공간으로 사용하면 좋겠다고 판단하셔서
꽤 넓은 실내의 벽면은 갤러리로 사용하고 있고
카페 한쪽엔 피아노와 음향시설을 갖춰두고
한달에 한번 시낭송회를 열고
가끔씩 버스킹 공연도 하고 있다.
강릉 지역에서 활동하시는 작가분들이 주로 전시회를 많이 하고 있고
가끔씩 꽤 유명한 작품들도 전시했었다고.
특별히 기억에 남는건 이년전쯤 한 외국작가의 사진전이었는데
인화지가 아니라 창호지에 인화한 방식이 너무나 특이해서
그 전시를 많이 알리고 싶어 맘을 많이 쓰셨다하시는데
정작 나도 모르고 지나가버린 아까운 사진전이 되버렸다.

강릉엔 유난히 카페를 문화공간으로 겸해 활용하는 곳이 많고
이곳도 그런 공간으로 많이 알려져있는데,
이름있는 작가 아니라도 누구라도 원하면 전시가능한데다
비용도 따로 받지 않으신다.
나에게도 그림 그리시는 분이니 작품 가져와서 전시하시라고
수줍게 미소지으시며 권해주시는데
예술을 사랑하는 그 마음이 참 고맙고 따뜻했다.

이런 저런 얘기들
하시고 싶은 말씀도 많으시고
나도 궁금한게 많았는데
다른 카페에서 소진해버린 시간 때문에
아쉬운 마음으로 짧은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사람과 사람과의 만남.
찰나같은 짧은 시간에도
금새 의기소침해질수도 있고
때론 꼭꼭 닫혀있던 실내에 창문을 활짝열었을때
순식간에 밀려들어오는 신선한 공기처럼
단번에 행복해질수도 있는…
참 신비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
난 오늘 그림덕분에
또 그런 귀한 만남을 경험했다.

언젠가 이 카페에
내 그림이 걸리게 된다면,
그 때 걸린 내 그림들이
이곳을 찾은 이들에게
행복한 만남으로 느껴지게 하는
그런 그림을 그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런 마음 들게 해주는
이곳 남문동 같은 카페들이
많지는 않아도
강릉에 몇 개쯤 더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지친 이들에게
털썩 가서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쉼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게…내가 누리고 있는 이 행복을
다른 이들도 함께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 그림에서
조금이라도 그런 느낌이 전달 될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다.

이 현정카페인 강릉 #9 익숙한 쉼이 있는 모던한 카페, ‘남문동’

카페인 강릉 #8. 싱그러운 초록빛의 풍경과 눈부신 채광이 아름다운 카페, ‘엉클밥Uncle Bob’

아주 잠시 망설인 것 같다.

Hello~라고 할것인가,안녕하세요~라고 인사 할 것인가를…
찰나같은 순간이었지만 치열한 갈등 끝에 용기내어 헬로우~ 라고 인사했더니
벽안의 사장님이 내게
네~안녕하세요~ 라고 화답해주신다.
그 억양이나 발음이 보통의 외국인들의 한국어와는 상당한 차이가 느껴져서
흠칫 놀랐다.

-한국말 잘하시네요~
-네 그럼요. 한국인이니까요~
-네? 귀화하신거예요?

하며…우린 대화의 물꼬를 텄었고…
밥 사장님의 유창한 한국어덕분에
<엉클 밥>을 처음 간 그 날…꽤 많은 대화를 했던 기억이 난다.

백발에 참 사람좋아보이는 얼굴을 한, 미.드.나 헐리웃 영화 어디선가 본듯한 인상의 밥 삼촌.
미국인이었으나 8년전부터 한국인으로 살고 있다.
주중엔 대전에 있는 한 대학에서 회계학을 가르치고, 주말엔 카페를 지키고 계신다.
평소엔 아내분이 카페에 계시는데 이분은 오리지널 한국인이다.
국제 결혼이 흔치않던 시절에 특별한 선택을 하신 두 분이
참 멋져보이기도 하고 로맨틱하게 느껴진다.

<엉클 밥>은…주말에 바다보러 가는 길에 지나가면서 늘 유심히 보곤 했던 카페다.
건물 자체도 워낙에 눈에 띄는 외관을 하고 있지만
주변에 카페 몇 채를 제외하곤 온통 논 뿐이라 더더욱 눈에 잘 들어왔다.
사방이 확트인 논 앞에 덩그러니, 예쁘게 지어진…
미국식 주택같기도 하고 산토리니 느낌도 물씬 나는 카페 엉클밥.
국경일에도 미처 게양하는 걸 잊기 십상인 태극기가
엉클밥이라는 지극히 미국적인 영어이름을 지닌 카페 외부에
마치 건물의 일부인 것처럼 늘 걸려있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기도 하고 궁금해서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었는데…
커피 한잔 테이크아웃하러 어느 날 들어가봤더니…
그렇게 카페 간판에 그려진 캐리커쳐와 똑같이 생기신 서양인 노신사가 나를 맞이해주었었다.

일단 들어와보면
이곳은 밖에서 볼 때 느껴지던 이미지와 사뭇 다르다.
우선 천장이 꽤 높고 사방이 창으로 나있어서 채광이 때론 눈부시다 싶을만큼 너무나 좋다.
그리고 카페 한 쪽 창을 가득 채운 초록빛의 논을 보노라면,
눈이 시원해진다.
마음은 더 없이 편안해진다.
한번도 같은 색깔인 적 없던 바다도 내겐 매력적이지만,
초록색이 사람에게 주는 안정감과 싱그러운 이 느낌도 참 그에 못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느 자리에 앉아도 창문으로 저마다의 예쁜 뷰가 보이기 때문에
어디 앉을지가 늘 고민되는 곳.

그래도 내 자리다 싶은 곳은 늘 있는 법인지,
혼자 갈 때면 늘 해가 가장 잘 들어오는 쪽 8인용 긴 원목테이블에 앉곤 한다.
바닷가나 관광지에 위치한 게 아니기에 동네 카페처럼 여유있는 분위기일 때가 많아서
그런 민폐스런 행동을 감행해도 크게 눈치보이진 않는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면 연한거? 진한거? 어떤거 좋아하냐고 꼭 물어봐주시는데
진한거 달라고 하면 투샷으로 주시는데 추가비용이 따로 없다.
심지어 요즘은 정말 어느 카페에서도 거의 해 주지 않는 무료리필까지도 가능하다.

카페 창문에 크게 사장님이 직접 적어놓은
It’s not the coffee,It’s the People!
이 문구가 바로 이 카페가 지향하는 바인데…
손님들을 대하는 두 분의 모습을 보면,
커피로 돈을 벌겠다는 것 보다는
사람이 좋아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는 그 진심이
정말로 느껴진다.

사람.
카페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사람을 만나게 되고 알아가는 것이라고.
누구나 편견없이 대하면서 그 사람만의 특별함을 알게되는 것이 참 즐겁다고 하신다.

카페 공간이 자기 집 거실같다는 밥 사장님.
커피마시러 오시는 분들을 자기 집에 온 손님처럼 생각한다고.
실제로 카페에서 쓰는 물건들도 본인 집에서 쓰던 것들이 많아 남다른 애착이 있어보였다.
내가 즐겨앉는 긴 테이블도 집에서 쓰시던 거라 하시며 애정가득 담은 눈빛으로
손으로 테이블을 한번 쓸어보는 모습에서
얼마나 아끼는 가구를 손님들과 셰어하고 있는지가 느껴진다.

젊은 시절 미팔군으로 잠시 다녀갔던 한국에 대한 기억이 너무 좋았던 나머지
미국으로 돌아가서는 한국으로 다시 올 수 있을 만한 직업이 뭐가 있을까를 고민하다
회계사로 진로를 정하고, 결국 그 일 덕분에 한국에 올 수 있게 된 밥 사장님.
워낙에 일을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한국식 직장문화도 너무나 잘 맞아서
치열하게 일에 파묻혀 지내다
은퇴 후 아내분의 고향인 이곳 강릉에 터를 잡게 되었다.

남들은 여유롭게 쉴만한 나이인데도,
대학 강단에도 서며 여전히 젊은 시절 못지않는 열정으로 살고 계신 밥 사장님.
잠시만 대화를 나눠보아도 그 열정적인 에너지가 전해지는 듯하다.

사방에서 쏟아져들어오는 환한 햇살만큼이나
눈부신 그 열정,
참 멋진 삶을 살고계시는 것 같다고 말씀드렸더니
본인도 그렇게 생각한다며 맞장구치신다.
그리고 이렇게 살아 갈 수 있는 현재의 삶이 너무나 감사하다고.

혼자 조용히 한참을 이곳에 있어도
울적해지거나, 센치해지는 게 아니라,
자연이 선사해주는 초록 빛깔의 싱그러움과 밝은 햇살로
왠지 기분이 좋아지는… 그러면서도 마음이 차분해지는 이곳.
처음 간 손님에게도 늘 오던 단골인 것처럼 친근하게 대해주시는
사장님 부부 덕분에 슬쩍 에너지도 생기고
무언가 힐링이 되는 것 같은 이곳.

기분전환이 필요할 때…
너무 과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몇 번이고 원한다면 리필해줄꺼라는
넉넉한 사장님의 인심가득 담긴
이곳의 커피.
한번 꼭 드셔보시길 권한다.
덤으로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주시는
밥 사장님의 넘치는 열정도
느낄 수 있으니.
무엇보다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두 분의 꽤 괜찮은 삶의 철학도 맛볼 수 있으니.

 

 

이 현정카페인 강릉 #8. 싱그러운 초록빛의 풍경과 눈부신 채광이 아름다운 카페, ‘엉클밥Uncle Bob’

카페인 강릉 #7 행복의,행복을 위한,행복에 의한 베이커리 카페 ‘앤ANNE’

행복이란 단어만큼..
설명하기 다소 막연하고,
애매한.
길가는 열 명에게 물어보면 열 명 다 대답이 다를 것 같은 단어가 또 있을까.
사랑보다 오히려 더 정의가 어려워 보이는 이 단어, 행복.
타인의 삶에는 쉽게 그 단어로 수식할 수 있어도
내 삶을 수식하거나 정의할 때
사용하기에는 어딘가 모르게 쑥스럽고 멋쩍은…
어른이 되어갈수록 왠지 잘 안쓰게 되는 것 같은 이 단어를…
난 오늘 모처럼
정말 많이…들었다.
그것도 타인에게
자신의 삶을 설명하는데 사용된 수식어로.

베이커리 카페 <앤>의 사장님.
그는 지금 현재의 삶이 너무 행복하다 했다.
지금이 너무 좋다고 한다.
행복하다. 행복하다. 행복하다.
아무리 말해도 그가 느끼는 행복감을 다 표현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는지…
정말이지 수십번 그 단어를 반복해 말했다.
그가 그 ‘행복’을 위해 지불한 그 모든 기회비용들이
남들 눈엔 하나같이 아까워보일만한 것들인데도
정작 그 자신에겐 하나도 아까워보이지 않았다.

청담동 프리마호텔 베이커리파트 총책임자.
전(前)대통령들의 생일파티나 각종행사들…집권정당의 중요한 행사들마다 들어가던,
행사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는 삼단케잌들 대부분이
다 그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베이커리 출신으로 총조리장을 하는 예는 거의 드물기에
사실상 더 이상은 올라갈 곳 없는 최고의 자리에 있던 베이커리 총책임자.
이제 갓 파티시에의 길을 걷고 있는 이들에겐
롤모델이자 꿈의 자리로 보일만한
그 화려해보이는 이력을 뒤로 하고
아무도 알아주는 이 없는, 강릉에 온지는 이제 일 년 남짓.

내가 자주 걸어다니는 동선에 위치해있던 까닭에
카페가 오픈하기 전 인테리어 할 때부터 내 관심을 끌고 있던 이 카페.
서서히 오픈날짜가 다가오면서 외관에서도 뭔가
아기자기하고 예쁜 느낌이 전해지면서 기대감이 증폭되고 있던 차에
그저 카페였으면 아…또 생겼나부다 그 정도였을텐데…
베이커리 카페라는 간판이 달린 걸 보는 순간!
빵순이 취향 저격.
이보단 더 기쁜 소식은 없었다.

몇해 전 강릉으로 이사 와서 바로 그 다음날인가… 이 곳 지리도 전혀 모를 때,
빵사러 나갔다가 빵집을 못 찾아서 급실망하고 빈손으로 집으로 돌아오던 그 날의 기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집을 나서면 바로 시야에 들어오는 베이커리만 해도 여러개여서
어디서 살지를 고민하던 서울과 달리
한참을 돌아다녀도 빵집하나 없는 이 곳 환경은 내게 너무 낯설었고,
빵순이인 내겐 꽤나 충격적이고, 암울했던지라…
유난히 빵집간판만 보면 남다른 애착같은 게 생기는데..
베이커리와 커피의 조합인 베이커리카페 앤은..
내겐 정말 취향저격이었다.

데생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자주 앤에 들러
주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켜 마셨다.
빵을 노래를 부르더니 커피만 주로 시킨 까닭은
아메리카노 한잔에도
너무너무너무 맛있는 갓 구워낸 쿠키를 곁들여서 내주셨기 때문에
이것이 진정 베이커리 카페의 극장점이로구나 하며…
굳이 따로 뭔가를 주문한 필요성을 못느꼈었다.
달지 않고 건강한 느낌의 딱 홈메이드 쿠키맛.
그러나 내가 구운 것과는 차원이 많이 다른…비교도 안되게 맛있었던 쿠키.
그리고 또 워낙 유행이어서 집에서도 사용하던 아이템이었지만,
막상 또 다른 곳에서 만나게 되면
감탄부터 하게 되는 손잡이 달린 예쁜 유리병.
거기에 한가득 채워 나오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그 둘의 조합은 판타스틱했고,
맛도 훌륭했지만,비주얼도 꽤나 그럴듯해서
갈때마다 사진부터 찍어댔었다.
초여름 더운날
머리가 멍해질정도로 그림그리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들러서 누리는 그 짧게만 느껴지는 그 힐링 타임은
여전히 아련하게 생각날만큼 내겐 참 소중했다.

넓지 않은 카페이지만 혼자 앉아서 그림그리고 책읽고 있어도
별로 눈치보이지 않고, 어색하지 않아서 참 좋아하고 편안했던 곳인데.
수업 종료와 더불어 그리고 걷기보다 차로 이동할 일이 많아지면서
통 발걸음을 못하다가
<카페인 강릉> 작업을 위한 실로 모처럼만의 방문이었다.
그리고 듣게 된 사장님의 라이프스토리.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에서 처럼…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임을…
그와
그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함께 오는…
한 사람의 일생이 온다는

시인의 그 표현이
딱 공감되는…

그런 시간이었다.

성실하고 부지런한 가장이셨던 아버지.
지금은 일하느라 바쁘게 살지만
은퇴하면 여유있게 많이 누리며 살꺼라고 늘 말씀하시던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앞에서
삶의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었다는 사장님.

남들이 보기엔 이루고 싶고 올라가고 싶은 자리에 있었고,
자신도 나름 즐기며 최선을 다해 그 일을 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은 이대로 살면 안되겠다고 결심했다고.

정말 자기가 원하는 삶이 뭘까를 고민하다
자신이 일에 끌려다니는 삶이 아니라,
본인이 컨트롤 할 수 있는 삶.
일도 자기가 원하는 만큼, 즐거울 수 있을 만큼,
본인의 행복에 손상을 주지 않을 만큼만 하고.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내 삶의 여유와 행복을 저당잡히지 않고,
조금 덜 벌더라도
삶의 소소한 즐거움들을 누리고, 여유를 즐기며
살기로 결정한 뒤,
그동안의 모든 삶을 뒤로하고 작년 오월,
한적한 지방 소도시 강릉에 내려와
베이커리 카페를 오픈했다.

그리고 지금,
이 세상 누구보다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누리며 살고 계신다.

어떻게 하면 돈을 더 잘 벌수 있고, 어떻게 살면 더 사람들 앞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그이지만,
굳이 그런 선택을 하지 않는다.
행복은 이미
돈에 있지 않음을.. 유명세에 있지 않음을…
누구라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긴 하지만
막상 현실앞에선 돈이나 명예에 끌려다니는 삶을 선택하기 십상인데…
흔들림없이 본인의 결정대로 지금까지 잘 지내올만큼.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그의 삶 가운데 던져준 파장은 꽤나 컸고,
본인이 원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의지는 더욱 확고했다.

어떤 빵이 잘 팔리는 아이템이 되는지도 너무나 잘 알지만
그만큼 일이 많아지면
그만큼 자신이 누릴 수 있는 여유도 줄어들게 되고
그러면 자신이 지켜오고 있는 이 소중한 행복감에
조금이라도 손상이 갈까봐
예민하리만큼 조심하는 모양새다.

화려했던 이력만큼
호텔 베이커리샵에서 흔히 보게 되는
이름도 생소한 특별한 빵들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생길 법 한데도
보편적인 맛을 내는 빵들을 만드는게 원칙이라 말씀하시는 사장님.
그리고 당일생산 당일판매에다
조금씩만 만들어내기 때문에
단체주문도 많아지고
입소문도 많이 타고 있어
다소 바빠지는 듯한 느낌이라,
또 다시 삶이 원치않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을 피하기 위해
필요이상의 주문은 받지 않으며 끊임없이 상황을 컨드롤해가고 있었다.

사업자본 백프로를 본인이 투자한 카페이지만
함께 일하는 직원과 수익을 똑같이 절반으로 나눠갖는다는 사장님.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된다하더라도
본인이 가진 상식으로는 그래야만 맞다 했다.
이 카페에 대한 주인 의식이 있어야
직원도 자신처럼 행복하게 일하면서 돈을 벌 수 있으므로
과감하게 그런 원칙하에 수익을 분배하고 있다고.

참 멋있다.
자신의 행복만큼이나 타인의 행복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 마음.
손님들에게도 그러한 마음으로 대하는 것인지…
오가는 손님들과 대화나누는 폼이
옆집 형같고, 동생같고, 친구같다는 생각이 들만큼
참 친근하고 진실하게 느껴진다.

그런 작은 누림이 행복하다 했다.
손님들과 알아가고… 함께 식사도 하기도 하고…
바르셀로나에서 온, 지금은 친구가 된 손님이 고향의 빵 맛을 그리워하자
바르셀로나식 브런치를 만들어 대접하기도 하고…
텃밭에서 나는 채소들을 이웃과 함께 나누어 먹고
옆집에서 분양해준 식물들이 자라는 것을 보고 기뻐하며
그렇게 소소한 즐거움을 귀하며 여기며 살아가는 삶.

행복하지 않을 수 없어보였다.

행복을 잡으려하고, 쫓아가려하면
오히려 잡히지 않을 것 같은데,
그저 이렇게 행복을 소중하게 여기고 가꾸고 누리는 사람에겐
그 행복이란 것이…
늘 곁에 함께 있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을 곁에 두고 사는 삶.
그 곁에 있으니
나도 덩달아 행복해지는 듯했다.

이 세상 그 누구보다 행복한 파티시에가 만드는 빵이 있는 카페.
그 특별한 맛은 아마도…
먹어본 사람만이 알듯하다.
많이 팔아 많이 벌려고 만든 빵이 아니라,
내가 행복하기 위해 만들어가고 있는 빵이 아니던가.
출발부터가 아예 다른 이 베이커리 카페.
그동안 삶이 너무 분주했다면…
꼭 한번 들러보시길 권한다.
빵과 커피뿐만 아니라
이곳엔 우리가 그토록 갈망하지만 쉽게 쟁취하지 못하는
그 ‘행복’이라는 것을
이미 누리고 있는 자의 여유가 있다.

이 현정카페인 강릉 #7 행복의,행복을 위한,행복에 의한 베이커리 카페 ‘앤ANNE’

카페인강릉#5 우리 동네 숨은 보석같은…진짜 스페셜한 스페셜티 카페.’GAEROCK게락’

<게락>

솔직히 별로였다,
겉모습은.
꽤 올드한 느낌으로 지어진 상가건물에다
이곳이 카페인지 술집인지 정체성을 모호하게 만드는 <GAEROCK 게락>이라는 뜻모를 상호까지 더해져
선뜻 들어가기는 쉽지 않았던 이 곳.
실제로 상호에서 느껴지는 뉘앙스 때문에
들어오셔서 술을 주문하시는 손님들도 아직 계시다고 하는
이 독특한 이름의 카페.

그래서 처음 가게 된 것도 가고 싶어서 갔다기 보다는
좀 늦은 시간에 옆 카페에 커피사러 갔다가
이미 마감했단 말에 어쩔 수 없이 들어간 곳이었는데
겉보기와 달리 카페 내부는 생각보다 아늑하고 따뜻한 분위기에
무엇보다 손님들이 테이블마다 앉아있어서 무척 놀랐던 기억이 난다.
옆 카페에 갈 손님들이 다 여기로 온건가 하고 내심 놀라워하고 있었는데
커피를 마셔보니…
그냥 아메리카노였는데도
좀 남다른 맛이 있었다.
프레시하고 맛이 좀 다채롭다고 해야하나?
암튼 생각보다 꽤 괜찮았었다.

집근처에 있는 카페이다보니 가끔씩 테이크아웃해서 먹곤했는데
갈때마다 참 친절한 매너의 사장님과
다양한 종류의 커피와 음료들~~
늘 기대이상의 신선한 느낌이 드는 커피맛에
꽤나 만족도가 높았었는데…
이번 인터뷰를 계기로 나는 이곳의 모든 것들…
창업 비용을 줄이기 위해 사장님이 직접 인테리어 했다는 카페 내부나,
생소한 카페 이름…등등이 다 새롭게 보이고 의미가 부여될 만큼…
더더욱 만족도가 높아졌다.

<게락> 그리 넓지 않은 공간의 카페이지만 직원도 두명이나 둔
서글서글한 인상의 풋풋한 젊은 사장님이 운영하고 계신다.
카페 한 켠에 로스팅공간이 마련되어있어서 직접 로스팅하시는 줄은 알았지만,
생두를 수입하는 일까지 직접 하고 계시다는 말에 적잖이 놀랐다.
매년 최소 세 번 정도는 커피 산지로 가서 길조차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커피생산국에
현지 코디네이터도 없이 혼자 가서 생두를 고르고 계약하고 온다고.

그는 애초에 그냥 커피만 파는 보통의 카페를 차리려는 게 아니었다.
카페를 시작할 때의 청사진이 분명했다.
스케일이 남달랐다.
사장님의 표현에 따라
이 곳 <게락>은
다양하고 퀄리티 있는 원두를 저렴하게 판매하는
그 유명한 강릉의 <테라로사>의 축소판이라 생각하면 될 듯 싶다.

이런 저런 대화들을 나누며 알게 된 게락의 이 젊은 사장님은
사업가로서의 혜안, 그리고 커피에 대한 분명한 철학과 소신과 더불어
커피생두의 품질을 평가하는 ‘컵 오브 액설런스 C.O.E.’ 와 ‘베스트 파나마’ 같은 자리에
심사위원으로 위촉될만큼의
어마어마한 실력자였는데.
믿기지 않을 만큼 화려한 이력과 사업 범위에
미처 못알아본 게 미안할 정도였다.

무엇보다 풋풋한 젊음까지 지닌 청년인데,
나라면 꽤나 기고만장했을 것 같은…그토록 탁월한 실력에
그렇게 겸손할 수 있다니..그저 놀랍기만 하다.

직접 생두를 수입해서 쓰기 때문에
굉장히 퀄리티 있는 원두임에도 가격이 저렴하다.
이곳은 매장에서 커피를 마시는 손님들도 많은 편이긴 하나
한번 이곳 원두를 맛 본 손님들이 지속적으로 재방문하기 때문에
원두를 사가시는 손님들의 비율이 많고
꾸준히 그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고 하신다.
애초에 구상했던 카페의 모델이
원두 판매를 통한 수익이 주를 이루는 카페였는데
차츰차츰 처음에 그려본 청사진대로 모습이 갖추어져가고 있다고.

지금은 터미널 인근에 위치해있는데,
다음주면 내곡동에도 2호점도 오픈할 예정이다.
(현재 2호점뿐 아니라, 3호점까지도 오픈한 상태입니다.)
특이한 건 로스팅도 2호점 따로 별도로 하게 된다고 하는데,
그게 사장님의 원칙이라 하신다.
앞으로도 본인이 커버 가능할 만큼만 강릉의 동네마다
로스터리 카페를 내는 게 목표라고 하시는데,
원두는 각 카페마다 로스팅기계를 두고 자체적으로 로스팅하게 하게 할 예정이라고.
왜 그러시냐고 했더니
그래야 가장 신선한 품질의 원두를 손님들에게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라 한다.
카페에서 커피를 판매하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집근처 카페에서 언제든 신선한 원두를 사갈 수 있게끔
그래서 집에서도
질 좋은 신선한 커피를 즐기게 하는 것에 더 목표를 삼고 있다고 하시는 사장님.

알고보니 엄친아 중의 엄친아였는데
강릉이 고향인 그는 공부도 꽤 잘하는 학생이었고
또 번듯한 대기업을 거쳐 공공기관에서도 일한,
지금까지 속한번 썪이지 않던 아들이
좋은 직장까지 그만두고
호주에서 카페에서 잠시 일했을 때의 그 즐거움을 잊지 못해,
그 잘난 아들이 아버지 표현에 의하면 ‘남들 커피타주는’ 일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처음엔 완강히 반대하셨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엔 자식이기는 부모 없는 법인지
‘풍년’ 혹은 ‘많다’라는 정도의 뉘앙스를 지닌 강릉사투리 라고 하는 이 카페의 이름 ‘게락’
을 아버지께서 직장동료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투표를 거쳐 지어줄 만큼
결국은 아들의 사업을 지지해주셨고,
지금은 너무나 아들을 자랑스러워하고 뿌듯해하는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주신다고.
잠깐 대화를 나눈 나조차도
우리 집 근처에
이런 어마어마한 실력자가 있다는 게 자랑스럽게 느껴지는데
하물며 혈육은 오죽할까싶다.

함께 줄곧 카페에 앉아있던 사장님 후배에게
사장님은 어떤 사람이냐고 물어봤다.
일밖에 몰라서 온 에너지를 다 쏟아 일하고 퇴근후엔 시체처럼 지낸다고.
늘 가까이서 보는 후배가 혀를 내두를 만큼
초인적으로 커피에만 올인해서 에너지를 쏟고 있는 이 젊고, 냉철하면서도, 열정많은 사장님.

매주 추천하는 핸드드립커피가 대여섯가지 새로 리스트업되는 걸 보면
괜찮은 커피 한잔을 손님에게 내놓기 위해
얼마나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는지 느껴진다.

다른 카페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특이한 맛을 가진, 생소한 원두들도 있고
메뉴판에 원두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덧붙여져 있어
낯선 이름의 원두라도
금새 취향대로 선택할 수 있는 이 곳.

이날 마셔본 커피는
차게 마실 때 맛있는 커피로 권해달라고 했더니
망설이지 않고 바로 권해주셔서 마시게된,
케냐 아이멘티 AA TOP 였는데…
아….뭐라고 해야하나.
그 다채로운 커피맛을.
아이스 커피가 그저 시원한 커피가 아니라,
커피의 다양한 풍미를 그렇게 느끼게 해준 아이스 핸드드립 커피는
처음 마셔본 듯 했다.
그 고급스러운 맛에 비해
가격도 저렴하고…
내가 여길 왜 그동안 자주 못왔을까 싶은
아쉬움이 물밀듯이 밀려오는…그런 느낌의 커피.
그리고 직접 구웠다는 적당한 단맛의 브라우니.
환상의 조합이었다.

게락.
커피가 풍년이라는…
카페 <게락>.
살짝 설레고 두근두근 할만큼
이 카페의 앞날이 나는 참 기대가 된다.

커피맛은 생두가 8 로스팅이 1 바리스타가 1 이라는 사장님의 소신에 의해
수입까지 직접하시는 사장님이 골라온 고품질에 원두에다
커피는 과학이라는 신념으로
정확한 측정과 숫자에 의해서 로스팅하고
일정 이상의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직접 수입하는 덕분에 저렴하게 공급하는
이곳의 원두를
한번 마셔본 이상 다시 안오긴 힘들다는 건 내가 느껴봤기 때문에
커피애호가들이라면…누구나 팬이 될 것 같다.

아마 머지 않아 이 동네에서 나던 신선한 커피향이
강릉의 다른 동네 곳곳에서도 나게 될 것이다.
풍년이라는…넘치도록 많다는
카페 이름
<게락> 이
강릉 곳곳에…더 나아가 다른 도시에서도 정말 게락이 되는
그런 기대도 한 번 해본다.

‘작가와의 만남’을 위해 원두를 사러갔을때 맛보라며 주신 콜롬비아. 이런 콜롬비아 맛은 처음이다 싶을만큼 다채롭고 맛있었어요….^^

*덧붙임.
기쁜 소식 한 가지 전해드립니다.
저의 기대가 현실이 되어… <게락>만의 스페셜하고도 유니크한 원두를 구매하실수 있는 온라인스토어가 다음달에 오픈될 예정입니다.
주문당일 로스팅해서 익일배송되는 시스템을 추구하는 온라인 매장이 오픈되면
우리동네의 보석같은 카페 <게락>의 어메이징한 커피맛을
타지에 계신 분들도 드디어 맛보실 길이 열리게 되었네요!

이 현정카페인강릉#5 우리 동네 숨은 보석같은…진짜 스페셜한 스페셜티 카페.’GAEROCK게락’

강릉에서 독일정통카페를 만나다. ‘유디트의 정원’

이곳에 오면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그런 착각이 들게 하는 것은
독일 전통 가옥을 본따 만든 카페 외관에서 느껴지는 이국적인 분위기나
정원에 내츄럴하게 심겨져 있는 야생화들.
그리고 카페 내부의 그 많은 앤틱가구들과 앤틱소품들이
만들어내는
차분하면서도 묵직한 분위기가
모든 바쁜 일상도 잠시 잊게 할만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기 때문인 것 같다.
좀 더 느리게…천천히…가도 된다고…
그렇게 말을 건네는 듯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년만의 방문이었다.
이 매력적인 카페를 다시 찾아오는데
이년이라는 꽤 긴 텀이 생긴 까닭은
그저 집에서 좀 멀다는 거리상의 이유뿐이긴 했는데…
어찌보면…
거리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접근성의 불리함을 채우고도 남을 어마어마한 메리트가 있는,
이 독보적인 아름다운 지닌 카페를 외면하고 살았던 이유치고는
꽤 궁색한 변명같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오랜만에 이곳을 찾아왔을 때
이 카페의 아름다운 전경이 내 눈에 담겨지는 그 순간.
나는 바로 후회했다.
‘그동안 왜 안 왔지?’
‘이렇게 좋은 데를 내가 왜 잊고 있었을까..?’

그것은 마치
평소 좋아하던 연주자가 강릉에서 무료공연하는데
몰라서 놓쳐버렸을때의 그런 아쉬움 같기도 하고..
남들 손에 다 들려있는 인기있는 대박 세일 아이템을
간발의 차로 나만 놓친듯한 억울함 같기도 한…
후회가
마음 속에서 올라왔다.

독일카페,<유디트의 정원>
이 카페의 주인은 독일에서 온 유디트 씨이다.
독일 유학생이었던 한국인 남편과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고…남편을 따라서
멀고도 낯선 이 땅에 온지는
올해로 벌써 18년째.

한국어로 인터뷰를 진행해도 아무런 막힘이 없을 만큼 한국어는 능숙하다.

한국으로 시집와서 처음엔 서울에서 독문과 교수로 일하다
삭막하고 바쁘기만한 도시의 삶이 너무 싫어서,
그리고 한국의 교수 사회에 환멸을 느껴
남편의 고향인 강원도로 왔다.
삼척을 거쳐
강릉에서 카페를 시작한지는 올해로 사년째.

시내쪽도 아니고, 주택가도 아니고, 바닷가도 아닌,
관광지에서조차도 살짝 벗어나 있는 이곳은
지역주민들도 잘 몰라서 못가고,
카페 좋아하는 사람들 정도에게만 알음알음 알려져 있는 곳이다.
그래서 주중엔 손님들이 많지가 않고,
주말에 서울에서 오시는 손님들 덕분에
빠듯하게 카페를 운영해가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한적한 곳에 자리하고 있어도 좋은 카페가 있음 당연히 찾아오리라 예상하고 문을 열었다고 하시는데, 지금 생각하면 좀 순진한 생각이었던 것 같다는 유디트씨.
그럼에도 자연으로 둘러싸인 조용한 그 곳이 너무 좋아서
떠나고 싶지는 않다고.
이 카페 유지에 도움을 주기 위해 얼마전에 원주에 2호점을 내고 운영중이신데,
다행히 수익률이 강릉보다는 좋은 편이어서 그나마 이곳 카페 운영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하신다.

여러 가지 힘든 상황인데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페를 계속 운영해가시는 이유가 뭐냐고 여쭤봤더니
패스트 푸드점 같은 끊임없이 손님들이 오가는 시끌벅적한 카페 아니라,
천천히… 느리게 커피를 즐기며 휴식을 갖는 독일의 정통 카페를
강릉 사람들에게도 알려드리고
그 문화를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하신다.

오시는 손님들이 좀 더 편안하게 다른 사람들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프라이빗하게 천천히 커피를 즐길 수 있게끔
모든 테이블들마다 주변엔 앤틱가구들이 파티션처럼 배치되어 있다.
대부분의 가구들은 독일에서 배타고 건너온 것들인데
묵직하고 중후한 느낌이
카페내부에 클래식한 분위기를 짙게 자아낸다.

묵직한 파티션들 덕분에 어느 좌석에 앉아도 아늑하고 분리된 공간이라는 느낌을 준다.
이런 장소이면 하루종일 앉아서 커피마시며 그림만 그려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고요하고 차분하다.

문득, 카페도 주인의 성격을 닮는구나 하는 당연한 생각을 다시 한번 해본다.
고요히 그림처럼 앉아서 책을 읽다가
손님들이 오시면 소란스럽지 않게 주문을 받고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커피잔에 커피와 쿠키를 내오시는 유디트 씨.
이곳은 그릇들도 모두 독일에서 만들어진 것들, 그리고 앤틱그릇들만 사용하고 있어서
여느 카페에나 있는 계피맛 쿠키 하나도
금테두리로 둘러진, 세월은 느껴지나 여전히 예쁘고 고급스러운 접시에
내어오는 까닭에
흔한 쿠키에서조차도 주인장의 품위와 정성이 가득 느껴진다.
그 계피맛쿠키도 독일산인데 맛은 한국제품과 거의 흡사한 맛이다.
맛의 차이가 없는데도 기어이 고국의 제품들을 고집하고 있는 것을 보면,
고국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지기도 하고
그리움도 느껴져서 살짝 애잔해지기도 한다.
이 그림에 사용한 펜도 독일제품 이라는 것을 알려드리면
어쩐지 흐뭇해하실 듯하다.

묵직하고 품격있는 실내와는 다르게
정원은 자유로운 분위기다.
야생화로 가꾸어지고 있는 정원이어서
봄이 몇 번 더 지나고 나면 뿌려진 씨앗들이 제대로 꽃을 피워
지금보다 더 생동감 있고 화려한 정원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넓은 정원이 소박하면서도 화려한 야생화들로 가득찰 때까지
이 카페가 잘 지켜졌음 좋겠다.
그 때까지는 유디트씨가 힘들더라도 부디 잘 꾸려나가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

독일 정통 카페를 느끼고 싶다면,
혹은 삶에 지쳐 몸과 마음이 좀 쉴 시간이 필요하다면,
강릉까지 왔지만 바다 보이는 카페가 혹시 식상하다면,
꼭 한 번 방문해보시길.

한 번만 와보면
그 다음부터는 아무리 멀더라도
또 오고 싶어지게 될 것이다.
유디트의 정원.
이름만큼이나 특별한 곳.
늘 있던 자리에서 어김없이 피어나는 야생화처럼…
오래도록 이곳에서 커피향이 피어나게 해주기를.

*덧붙임.
아쉽다는 말로 표현하기에는 참 많이 부족하지만…
유디트의 정원 본점이 결국엔 운영상의 어려움으로 인해
주중에는 문을 닫고 주말에만 영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대신 접근성이 훨씬 좋아진 곳에 유디트의 정원 택지점이 오픈했구요…
본점 만큼은 아니어도 묵직하고 중후한 내부 분위기는 이곳에서도 거의 흡사하게 느껴집니다.
다만 건물 외관부터 이국적 느낌 강렬했던 본점의 분위기와는 괴리감이 상당히 느껴지긴 합니다만…동일한 내부 컨셉과 커피맛 덕분에 카페 안에 머물러 있다보면 본점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택지점은 본점이 주는 아우라를 따라가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주중에 독일정통카페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택지점으로 방문하시면 되고
주말엔 가신다면, 저라면 무조건…본점입니다.

이 현정강릉에서 독일정통카페를 만나다. ‘유디트의 정원’

카페인강릉#2 ‘커피내리는 버스정류장’에는 오늘도 커피가 내린다.

흔치 않은 일이었다.

누군가가 목소리로 나를 기억해주는 것은.

더군다나 몇달만에 찾아간 카페의 사장님으로부터

목소리를 들으니 전에 왔었던 손님이란걸 알겠다는 얘기를 듣는 것은 더욱 그랬다.

 

매니아들에겐 ‘커.버.정’ 이라 불리우는

로스터리 카페 <커피내리는 버스 정류장>.

일본에서 커피를 공부한 사장님이 배워온 것은

커피에 대한 지식과 기술 뿐만이 아니라,

손님을 대하는 그런 마인드였고,

한 번 온 손님도 기억해내는 그곳에서의 훈련들이 몸속 깊이 체화되어

꽤나 고되었을 법한 훈련의 흔적들을 그렇게 보여주고 있었다.

 

커.버.정.의 첫방문은 추운 겨울 아침, 따뜻한 커피로 몸을 녹이려고 문열린 카페를 찾던 중에 우연히 들르면서였다.

바닷가도 아닌, 다른 볼 거리가 많은 곳도 아닌, 그저 동네 한 켠에 자그맣게 있던 카페에

몸만 녹이려고 갔다가

생각지도 않게 상당히 고급스러운 맛을 내는 커피에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딱히 위치가 메리트가 있던 곳이 아닌 까닭에

커피맛이 훌륭했음에도 한참만에 재방문을 하게 되었었는데,

사장님은 그렇게 내 목소리로 나를 기억하고 반겨주셨다.
알고보니 카페옆에 로스팅 공방도 같이 운영하면서

COE 커피와 스페셜티를 취급하는,

고급 원두를 쓰는데도 일일이 핸드픽으로 다시 한번 결점두를 골라내는

사장님의 집요한 장인정신으로 꾸려져가고 있는 카페였다.

커피도시, 강릉이라는 그럴듯한 네임밸류 때문에 물밀듯이 밀려들어온 대기업과 자본에 의해 만들어진 카페가 아니라,

강릉에 더 좋은 커피맛을 맛보여주기위해서

커피를 제대로 즐기는 문화을 같이 나누고자하는 마음에서 문을 열게된 카페.

커.버.정.

선한 의도로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생각만큼 쉽지는 않은, 맘처럼 잘 되지 않는 전쟁터같은 곳에서

6여년이 넘는 시간동안, 우아해보이지만 발버둥치고있는 백조처럼

고군분투하며 한결같이 이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고수가 고수를 알아보는 법인건지.. 일반인들보다는 커피전문가들에게 인정받는 곳.

커피도시 강릉이라는 네임밸류가 무색하게 아직은 진정한 커피애호가들의 저변이 약해서인지

이 곳 강릉보다는 오히려 서울이나 다른 도시에서

혹은 다른 나라에서 더 인정받고 있다는 커.버.정.

주말이나 연휴때는 주로 손님들도 외지인들이 많은 편이라고 한다.

 

커피맛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 마셔보면

한번만 오고 안 올수는 없는 곳.

어떻게든 다시 오고 싶어지는 이 곳.

 

비단 커피맛이 훌륭해서 뿐만이 아니라,

사장님의 커피에 대한 열정과 그것을 같이 사람들과 나누고싶어하는 그 마음,

그 진정성을 느끼는 순간,누구나 이곳이 매니아가 되는 듯하다.

 

사장님의 처음에 가지고 있던 이상과

뜻대로 되어지지 않는 현실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아야만 했기 때문에

처음에 갔을 땐 메뉴판의 여러장을 차지하고 있던

꽤 다양했던 커피의 종류들이 지금은 커피의 종류가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많지 않은 종류의 커피이기에 더 최선을 다해 변함없는 최고의 퀄리티를 유지하고 있고,

본인이 추구하는 최선은 아니어도 어느 정도 타협점을 찾은 지금의 차선속에서

집요한 장인정신으로

커피 한잔,한 잔에 정성을 다하고 있는 이 곳, 커.버.정.

 

아메리카노밖에 모르던 내게

카페라떼가 이렇게 맛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해준 곳.

우유맛이 진하고 고소하다며 말씀드렸더니

한국에서 생산되는 제품중에서는 자신의 기준에 부합하는 우유를 찾을 수가 없어서

결국 수입우유를 사용하신다는 사장님.

그렇게 최적의 재료를 선택했으면 더 이상의 고민 없이 계속 그 재료를 쓰면 될 법한테도

끊임없이 보다 나은 재료들을 찾아 다양하게 시도해보면서 음료에 따라 최선의 재료를 찾아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신다.

운영하는 입장에선 적당한 가격에 적당한 맛만 낸다면 아무 재료라도 쓰고 싶은 마음이 생길 법도 한데도,

직접 맛보고 발품을 팔아서 최상의 재료만을 사용하는,사장님의 커피 한잔에 대한 이 집요한 완벽주의를 보며 장인의 면모까지도 느끼게 된다.

 

카페라떼를 한 모금 마시는데, 미지근하다 느낄만큼 생각보다 온도가 높지 않아서

맛은 카페라떼로 워낙 유명한 이곳의 명성답게 정말 탁월한데, 왜 이렇게 식었을까 하며 살짝 의아해하던 내 속내를 눈치채셨는지…

친절하게 설명을 덧붙여 주셨다.

우유가 60도 이상되면 영양소가 파괴되기 때문에 뜨거운 카페라떼를 기대하셨다면 실망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이 온도가 카페라떼의 우유를 제대로 먹는 최적의 온도라고 하신다.

 

뭐하나 결코 대충하는 법이 없이, 끊임없이 공부하며…

이 작은 커피 한잔에 본인의 철학,고집,마인드를 흐트러짐없이 담아내는 그 한결같은 태도와 열정이

멀리 타도시에서도 이곳 커피를 마시기 위해 일부러 올 수 있게 만드는

오늘의 커.버.정. 이 있게 한 원동력인듯 하다.

 

커피매니아라면 한번쯤 들르고 싶어하는 진짜 고수, 숨은 실력자가 운영하는 보석같은 카페, 커.버.정.

사실은 전국방송도 여러 번 탔다고 슬쩍 귀뜸해주시는 사장님.

그런데 덧붙여서 하시는 말씀…그렇게 방송타고도 이렇게 방송효과 없는 가게는 처음봤다는

방송국 관계자 분들의 이야기를 웃으며 전해주시는데

그래도 그 얼굴이 참 편안해 보딘다.

주변의 상황과 평가와 인정과는 상관없이 자신만의 꼿꼿한 철학을 가지고

본인이 가고자 하는 길을 흐트러집없이 가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여유랄까…

 

알만한 사람은 알고 있다 하더라도…

그래도 여전히 그 진가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진흙속에서 파묻혀 있는 진주같은 이 곳.

머지 않아 강릉의 꽤 유명한 카페들 만큼이나…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으며, 그 영롱한 자태를 드러내게 될 날이 올 것을 어렵지않게  예감해본다.

 

아직 봄을 떠나보낼 마음의 준비조차 되어있지 않았었는데 어느샌가 찾아온 여름같은 요즘 날씨에 간절히 생각나는…

비주얼만으로도 탄성을 자아내는 이곳의 아이스 카페라떼나 플랫화이트.

오늘은 꼭 마시러 가봐야겠다.

 

 

 

 

<카페인강릉 cafe in gangneung>

‘카페인‘처럼 중독성있는 도시,강릉.
바다와 커피.
이 낭만적인 조합엔
언제나 그곳으로 가고 싶게 만드는
강한 중독성이 있다.

인구 20만의 작은 도시에 카페만 360여개인 이곳은
주택가 후미진… 전혀 의외의 장소에서도
고퀄리티의 커피를 내놓는 소박한 커피숍 하나쯤은 어렵지않게 만날 수 있는 매력적인 곳이다.

강릉으로 이사온지 오래이지만,
여전히 바다를 보면 탄성부터 터져나오는 관광객마인드로,
카페거리로 너무나도 유명한 안목부터 시작해 주택가 한구석에 자리한 카페까지
작가의 지극히 주관적인 취향에 의해 찾아가게 된 카페들의 이야기.
그곳의 커피와 디저트 그리고 단상들을
그림과 글로 담아낸 스토리.
카페인강릉.

 

이 현정카페인강릉#2 ‘커피내리는 버스정류장’에는 오늘도 커피가 내린다.

카페인 강릉 #1 느림을 담아내다,핸드드립 커피가 있는 문화공간<봉봉방앗간>

콘트라베이스의 음색이 느껴진다.
보통 사람보다 3도 쯤은 낮은 목소리로
카페에 낮게 깔린 소프트한 감성의 배경음악과 조화를 이루며
오는 손님들에게 예외없이
엄숙한 통과의례처럼
낮은 톤으로 취향을 물어본다.
‘진한 커피 좋아하세요?’
라고.

손님들의 대답에 따라
그에 맞춰 드리기도 하고
또 다른 적당한 원두를 권해주기도 한다.

그리고 그 낮은 목소리에 걸맞는 조용한 움직임으로
핸드드립하며
천천히
천천히…
커피가 내려오는 속도만큼이나
천천히 그렇게 사람들을 대한다.
그는 지금껏 그렇게 이 공간을 꾸려오고 있었다.

봉봉방앗간.
통통튀는 이 카페의 이름과
이 시종일관 진중하며
목소리의 톤만큼이나 어마어마한 깊이가 느껴지는…
자신만의 견고한 세계가 있는
이 곳 사장님과의
연결고리는 도대체 어디쯤인걸까.

차라리 커피 원산지 이름이거나
영어가 좀 들어간 카페 이름에
어울릴법한 아우라를 지닌 사장님이신데…
쌩뚱맞게도 봉봉방앗간이라니…

대화를 나누다보니
그가 추구하는 세계가
이 카페 이름에
어찌보면 참 잘 담겨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꾸밈없는 진솔한 그의 내면을 그대로 담고 있는 카페이름,
봉봉방앗간.

방앗간을 문화공간으로 바꾼,
이미 출발부터 남달랐던 이 곳을
세상이 몰라볼 리 없었다.
여기저기서 취재해가고
이름이 알려지고
소문을 듣고 호기심에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여러 매체들에 소개되고
많은 인터뷰들을 해 온 그였으나,
필요이상의 의미를 부여해대는
소위 ‘허명’을 그는 단호하게 거부하고 있었다.

강릉에 있는 카페에 커피를 마시러 왔는데
줄서서 마셔야만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그는 문을 닫아버리겠다 말한다.
시종일관 톤의 변화없이 낮고 조용하고 천천히 이어가는 그의 목소리이건만
단호함이 묻어난다.
정말로 그럴 것 같다.

세상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대박 카페를 그는 꿈꾸지 않는다.
이 작은 도시에 그것도 뒷골목에 자그맣게 숨겨진 이 곳에
사람들이 물밀듯이 밀려와 북적대며 커피를 먹겠다고 장사진을 치는 꼴을…
세상은 그런 성공신화를 기대할지는 모르겠으나,
그는 철저하게 거부한다.

그저 지금처럼
커피 믹스에 길들여진 동네 할머니들이 와서
이 집 커피를 맛있다하시며 단골이 되어갈 때…
한적한 뒷골목에 위치한 이 카페가 과연 얼마나 버틸런지 너무나 염려되어
수시로 들락거리며 안부를 묻는 이웃사촌들을 대할 때…
카페 초창기부터 오시던 손님들이
그날 그날 원두의 로스팅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해주며 한 마디씩 던질때…
멀리 떠나있던 오랜 만에 찾아온 단골손님에게
안부를 묻고,
오늘의 추천커피를 권해드리고
그 맛을 함께 공유할 때..
그저 그러한 소소한 기쁨들이
어우러져 있는 이 공간 속에서의 느린 질서를 그는 참으로 사랑하는 듯 했다.
그 질서와 균형을 깨뜨리지 않기 위해
더 부지런히 로스팅을 해서 수익을 창출해야 하고
그러나 또 그것이 너무 과하지 않도록
그 최적의 균형을 찾아내는 것이
그에게 남은 유일한 숙제인듯 보인다.

마침 진행중인
전시 <연(然)>은
일제강점기 치하에서 서양유화를 하셨던 1세대 화가들 중
북한으로 간 화가들의 우리의 산하를 그린 작품들이었는데
그 작품들이 면면을 자세히는 못봤어도,
화려하지 않으나…
정갈하며,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 있는 그 그림들이
그와 참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전시를 기획하고 추진하는 그의 안목과 취향이
돈 잘 버는 대박집이 되기 위해 아등바등하고
성공을 위해서라면 물불안가리고 덤벼대는 세상의 흐름과 반하여
오히려 절제하고
자신이 지닌 가치가 그런 물질주의와 성공주의에 물들지 않도록 경계하고 조심하면서
봉봉방앗간의 여유로움과 느림의 미학을 지속시켜나가려 하는
그 기본 원칙들과
어딘가 모르게 맞닿아있음을 느낀다.

직원이 가져온
그 날 로스팅한 원두의 맛을 테스트하며
원두의 생사?를 심판하는 엄정한 그 표정앞에서,
로스팅이 잘못된 원두는 꽤 좋은 생두였어도 비용생각하지 않고 과감하게 쓰지않는다는
그 견고한 원칙을 들으며
이 봉봉방앗간이 지금까지 꾸준하게 사람들에게
인정받아온 이유를 다시 한번 찾게 된다.

좋은 생두의 맛을 쓴맛으로 다 뒤덮어버릴수가 없어
주로 약하게 로스팅하다보니, 산미나는 커피가 주를 이루는 이곳의 커피들.
오늘 먹은 자바는
최근에 먹은 커피들 중에 단연 최고였다.

많고 많은 깊은 대화들이 오갔지만
오늘 얻은 단순한 결론이 있다면
굳이 내 취향 따지지 말고
카페 주인이 오늘의 커피라고 내놓은 것들은 일단 먹고보는 것이 좋겠다는 것.

긴긴 시간.
난생 처음보는 사람앞에서
그토록 진지하게 본인의 생각,고민,철학들을
나누어주신 것이 난 그저 감사했다.
주변의 소리와 흐름에 상관없이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카페를 운영하는 분을
강릉에서 이렇게 또 만나서 알게 된 것이
난 참 놀랍고 감사할 뿐이다.
그 덕에 나는 오늘
유명새에도 불구하고 크게 북적이지 않고,
어디서도 쉽게 볼 수 없는 그림이 전시된
독특한 그 공간에서
조용히 자바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부디 이 모습 그대로
본인의 고백처럼
십년뒤에도 뭐 그닥 크게 바뀌지 않은 모습으로
그 잘난 대박신화따윈 없어도
이 모습 이대로
느리게…주변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며
조용히 배경처럼 한결같이 자리를 지키는
봉봉방앗간이 되기를
바래본다.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re.illust/

그라폴리오 http://www.grafolio.com/rosemonde

 

 

 

<카페인강릉 cafe in gangneung>

‘카페인‘처럼 중독성있는 도시,강릉.
바다와 커피.
이 낭만적인 조합엔
언제나 그곳으로 가고 싶게 만드는
강한 중독성이 있다.인구 20만의 작은 도시에 카페만 700개가 넘는다는 이곳은
주택가 후미진… 전혀 의외의 장소에서도
소박한 커피숍 하나쯤은 어렵지않게 만날 수 있는 매력적인 곳이다.강릉으로 이사온지 오래이지만,
여전히 바다를 보면 탄성부터 터져나오는 관광객마인드로,
카페거리로 너무나도 유명한 안목부터 시작해 주택가 한구석에 자리한 카페까지
작가의 지극히 주관적인 취향에 의해 찾아가게 된 카페들의 이야기.
그곳의 커피와 디저트 그리고 단상들을
그림과 글로 담아낸 스토리.
카페인강릉.

이 현정카페인 강릉 #1 느림을 담아내다,핸드드립 커피가 있는 문화공간<봉봉방앗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