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posts tagged: 강릉여행

카페인강릉#23 독보적인 고급스러움과 우아함이 있는 플라워 카페,’명주바람’

카페 이름만 되뇌어도
문득 감성에 젖게 되는
특별한 매력이 느껴지는 카페 ‘명주바람’.
가보기 전부터도 바람부는 초록빛 언덕에 덩그러니 지어진 카페가 연상될만큼
이름에서 낭만이 느껴진다.
어떻게 이렇게 서정적이고 감성적으로 네이밍할 수 있었을까 싶다.
무엇보다 카페의 분위기와 이렇게나 잘 맞게 말이다.

‘명주바람’을 알게 된 것은
sns에 올려진 ‘명주바람’의 대표 메뉴 브런치 사진을 보면서였다.
요즘 sns에 올리는 사진들은 웬만하면 다 예쁘고 감각적으로 느껴지기 마련인지라,
음식사진들은 거의 비슷한 느낌으로 보게되는데,
‘명주바람’의 브런치를 찍은 그 사진이
내 눈길을 끌었던 건
음식도 예뻤지만 무엇보다 식기와 커트러리 때문이었다.
좋은 그릇은 손님대접할때만 쓰지 말고 내가 데일리로 쓰자는 주의인데,
이곳의 식기들은 내가 평소 쓰고 싶어했던
금박테두리가 입혀진 멋진 그릇들과 고급 커트러리를 쓰고 있었다.
이 정도 식기들을 손님들께 내놓을 정도의 마인드를 가진 사장님이 운영하는 카페라면
카페의 다른 부분들도 신경을 많이 쓰셨을 것 같아서 너무 궁금하고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사진에 반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이곳을 방문했다.

위촌리 한적한 마을에 펜션처럼 예쁘게 흰색의 서양식 단독 건물로 지어진 ‘명주바람’.
단정한 글씨체과 잘 어울리게 리스문양을 넣어 디자인된 간판이
그냥 간판이 아니라 예술작품처럼
카페 입구에 세워져있다.
그리고 정원과 곳곳에 무심한듯 내츄럴한 감성으로 심겨진 화초들과 데크 위에 놓여진 화분들…
참 내가 좋아하는 취향의 화초들이다.
정원부터 마음에 쏙 들다보니 더 기대감을 갖고서 카페로 들어갔더니,
역시나 들어가는 입구부터가 포토존이다.
이곳은 자매가 운영하고 있는 카페인데
꽃을 공부한 동생의 머릿속에서 이곳의 모든 디자인이 구상된 것이라 한다.
카페의 인테리어나 색감이나 모든 요소들에서
일관되게 느껴지는 고급스러움과 우아함은 두 자매의 모습과도 참 잘 매치가 되는 느낌이다.

정원의 화초들은 그래도 쉽게 볼 수 있던 것들인데
카페 내부의 곳곳에 배치된 식물들은 흔하게 볼 수 없었던 느낌이다.
인테리어잡지에 나올법한 이곳의 인테리어를 보고있으면
동생분의 감각이 보통은 아니구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드는데
일관된 아이덴티티가 흐르면서도 다양한 화초들과 소품 그리고 여러 장식들이 서로 조화를 이룬 모습이 참 세련되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흰색이 기본칼라이나 이곳저곳의 포인트들로인해 전반적으로 과하지 않고 차분한 느낌을 주는 이곳.
2층으로 되어있는 카페인데 1층에서와는 또 다른 분위기가 느껴지는 2층에서는 다락방 보다는 좀 규모가 크지만 다락방 느낌도 나고 빨간머리 앤이 살았던 공간이 연상되는 아담하고 아름다운 곳이다.
2층까지 하나로 이어진 정면의 통유리 창으로 내다보이는 초록초록한 정원과 카페 주변의 자연경관은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너무나 평화로워진다.
1층 중앙에 배치된 길쭉한 메인테이블에는 센터피스로 언제나 멋진 꽃장식이 되어있는데,
이런 꽃도 있었구나 싶은 생각이 드는 독특한 매력의 예쁜 꽃들이 매주 새롭게 바뀌며 장식되고 있다.
메인테이블에 센터피스가 가장 크고 화려해서 시선을 끌긴 하지만,
테이블마다 한두송이씩 무심하게 꽂아놓은 꽃들도 내겐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곳곳에 놓인 식물들과 드라이플라워들도 아름답지만 그것들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소품도
하나하나 고급스럽고 참 예쁘기만 한데,
눈에 띄지 않는 작은 것까지 일일이 섬세하게 신경을 쓴 사장님의 꼼꼼함과 완벽함과 배려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이곳에서 처음 주문해본 메뉴는 커피와 쿠키 그리고 스콘이었는데
사진에서 봤던 대로 이렇게 고급스러워도 되나 싶을 만큼 아름다운 그릇에 하나하나 멋지게 플레이팅 되어 나왔다.
반짝이는 금빛테두리 식기들에 담겨있으니 간단한 디저트인데도 고급요리로 착각할만큼 플레이팅이 남달랐다.
눈으로 먹는다는게 이럴때 쓰는 말이구나 싶었다.
직접 먹어보니 다크한 맛의 커피와 직접 구운 디저트의 조화가 썩 훌륭했다.
야금야금 먹다보니 혼자서 그 많은 디저트들을 다 먹어치울 만큼 맛있었다.
혼자 2층에 앉아서 넓은 긴 창으로 내다보이는 풍경을 흘끔거리며 커피와 쿠키를 함께 하는 그 맛이란.
이런게 바로 소확행이구나 싶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곳은 브런치가 유명한 곳이었는데
먹어보니…보기에만 아름다운 게 아니라, 맛도 너무나 훌륭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에피타이저로 나오는 요거트.
어찌나 예쁘게 장식되어 나오는지 먹기가 아까울 정도였는데
맛은 비쥬얼만큼이나 훌륭해서 별도로 판매하면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우아한 아우라가 가득 느껴지는 두 자매 사장님이
직접 만들어 내오는 이곳의 메뉴들.
하나같이 아름답고 정성이 가득들어있어
커피 한잔 마시는데도 융숭한 대접을 받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렇게 멋진 곳을 오픈한지 일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 알았다는게 좀 억울한 기분인데,
외곽에 떨어져있다보니 아직도 천천히 입소문을 타고 있어, 여전히 많은 이들에겐 숨겨진 보석같은 카페다.

이 카페의 꽃들만 실컷 보고와도
힐링이 될 것 같은 이곳.
시원한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듯한
편안한 쉼과 격식있는 우아함이 공존하는 이곳.
강릉 어느 카페에서도 쉽게 찾아볼수 없는 고급스러움으로 가득한 이곳.

가보지 못한 분들은 이 카페의 존재를 알게 된 이 순간,
당장 가보기를 권한다.
이 카페를 알고서도 방문시기를 늦춘다면
늦춰진 시간만큼
왜 진작 오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만 더 커질 뿐이다.
부디 하루 빨리 마음 속에 감성의 바람이 부는 이곳
‘명주 바람’을 꼭 한번 방문해보시길.

명주바람
강원 강릉시 성산면 소목길 253

이 현정카페인강릉#23 독보적인 고급스러움과 우아함이 있는 플라워 카페,’명주바람’

카페인강릉 #22 인생의 황금기를 보내는 주인장이 만들어내는 파이, ‘테레사‘s 파이’

명주다락 사장님의 소개가 없었다면
아마도 이곳은 영영 몰랐을 곳인지도 모른다.
시내에 나갈 일이 있을 때 늘 지나다니는 동선에 위치한 곳인데도 소개받기 전까진 몰랐었다.
건물 안쪽에 쑥 들어가 있는 곳이라 도로 쪽에 입간판을 따로 세워두긴 했지만
선뜻 들어가기엔 좀 음침해 보이는 곳에 있어 사전 정보 없이는 가기가 쉽지 않다.

디저트 카페인 ‘테레사‘s 파이’는 할머니 사장님이 운영하는 곳이다.
레몬향이 가득 느껴지는 이곳의 마들렌이 너무 맛있다며
명주다락 사장님이 테레사 사장님께 선물 받은 마들렌을 내게 맛보라며 주셨는데 맛이 꽤 괜찮았었다. 이곳의 메뉴들도 아마 다 맛있을 거라며 추천해주셨는데
다만 말씀하시는 걸 아주 많이 좋아하셔서 가게 되면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셔야 할꺼라는 조언도 웃으며 덧붙여주셨다.

카페 사장님이 추천해주신 디저트 카페이니 뭔가 더 기대가 되어
궁금한 마음에 소개받고 며칠 지나지 않아 가보았다.
기대감을 갖고 오긴 했으나, 구석진 곳에 있어서 들어가는 입구부터 문열기가 망설여지긴 했다. 불은 켜져있지만 영업은 하는건지 알 수 없는 인기척도 없는 조용한 분위기에
다시 돌아갈까 하다가 용기내어 들어갔다.

손님은 아무도 없었고, 주방쪽에서는 베이킹 하고 계시는 듯한 소리와 함께 통화하고 계시는 듯한 사장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전동 거품기 소리가 계속 들려서 잠깐이라도 소리가 멎으면 인기척을 내려고 타이밍만 찾고 있던 차에 용케도 사장님이 손님이 왔다는 걸 감지해주셨다.

동화 속에서 수프를 끓이고 있거나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할머니가 연상되는, 첫 인상의 사장님. 나이에도 불구하고 소녀같은 분이셨다.
머랭을 치느라 누가 오는 줄도 몰랐다며 미안해하시며 나를 반겨주었다.

사장님께 파이 하나를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무화과 파이를 권해주셔서 커피와 함께 주문했다.
정성스럽게 담겨나온 따뜻한 무화과 파이.
아…아직도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을만큼…그 파이는 지금껏 먹어보지 못한 맛의 파이였다.
홈메이드 느낌이 나는 그리 달지도 않은 맛에 고소한 버터향에다 오독오독 씹히는 무화과씨가 들어간 필링의 맛이 특별한 매력이 있는 굉장히 고급스러운 맛의 파이였다.
커피와 함께 하면 더 없이 최고의 디저트였던 무화과 파이.
가족들 생일엔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평범한 케익을 사느니 여기서 홀케잌이나 홀파이를 사면 참 근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맛있다며 말씀드렸더니 대화의 물꼬를 틀 타이밍을 기다리고 계셨던 듯
아예 내 곁으로 오셔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꺼내놓으셨다.
이곳의 메뉴들은 미국에서 살던 시절에 집에서 만들어 먹던 미국가정식 파이들인데 최근에야 메뉴들을 다 정리했다며 메뉴판을 넘겨가며 거기에 있는 메뉴 하나하나를 내게 다 설명해주셨다.
이건 우리 아들이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는 파이.
이건 며느리 생일때 늘 선물해주는 케이크. 이건 손주들이 좋아하는 파이 등등…모든 메뉴에 사장님의 추억과 가족에 대한 사랑과 레시피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 담겨 있었다.
유복한 가정의 외동딸로 태어나 아버지의 남다른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라온 사장님. 물질적으로 정서적으로 꽤나 풍요로운 가정에서 자라서 그런지 같은 세대에서 흔치 않은 추억들을 많이 갖고 계셨다. 결혼을 하면서도 변함없이 물질적인 풍요로움은 누리고는 살았지만 그렇게 행복하지는 않았다는 사장님.
순탄치 않은 결혼 생활의 돌파구가 베이킹이셨고 지금 이렇게 자신의 가게를 만들고 이곳에서 요리하며 지내는 지금의 시간들이 당신 인생의 황금기같다고 하셨다.
요리하는 동안만큼은 나 자신을 찾는 것 같아 행복하고, 그렇게 만든 자신의 요리를 가족들이나 지인들이 맛있게 먹어줄 때가 너무나 즐겁다하셨다.
메뉴판에도 일일이 메뉴들에 대한 스토리나 재료들이 다 설명이 되어있는데, 이곳 파이의 특징이자 장점이라면 가족들에게 만들어줄 때와 똑같이 유기농이나 친환경이나 품이 많이 들어가는 원재료를 사용한다는 것.
다소 비싸게 느껴지는 파이의 가격이 재료에 대한 설명이나 과정들을 듣고 보면 금새 수긍이 될만큼 재료에 대한 소신과 원칙이 남다르다.

처음 방문한 그 날 내가 주문한 건 파이 한 조각이었는데, 맛보라며 이것저것 계속 내오시는 바람에 무려 세 조각을 먹었다.
이곳의 파이가 그리 달지는 않아도 그래도 파이다보니 혼자서 세 조각은 상당히 무리였는데, 다 못먹어도 괜찮다고 남기라고 하시며 그래도 맛은 봐야된다고 이것저것 내오시는 사장님의 따뜻한 마음에서 엄마의 마음을 느꼈었다.
그 때먹은 무화과파이, 레몬타르트, 체리파이의 맛이 꽤 오랫동안 생각이 나서
한 번 먹어본 사람은 그 맛을 잊지 못해서 타지에서도 주문에 들어온다는 사장님의 말씀이
이해가 되었다.
이곳 파이가 먹고 싶고 생각날 때가 많았는데, 늘 다른 카페들도 가봐야하니 못가다가
한참만에야 다시 갔다.
그 때도 여전히 가게엔 손님이 없었다.
아직도 이곳은 누군가의 소개가 없으면 가기가 쉽지 않은 곳이란 게 못내 아쉽다.
회전율이 좋지 않다보니 그 날은 냉동실에 보관중이던 파이를 데워서 내주셨는데,
여전히 이곳만의 고급스러운 파이의 맛은 느껴졌지만,
방금 만들어낸 최고의 파이맛을 기억하던 내 미각엔 살짝 충족이 되지 못하는 듯했다.

그래서 사실 이 글을 쓰는 것도 조금은 망설여진다.
내 글을 읽고 잔뜩 기대하고 갔는데 파이 전문점인데 냉동실에서 꺼내오는 파이를 보게 된다면, 아무리 따뜻하게 데워져 나오더라도 좀 실망이 될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이곳의 파이나 케이크를 본연의 맛으로 즐기려면
홀사이즈로 미리 예약주문 하는 것.
생일케이크나 선물용으로 이곳의 파이나 케이크를 가져간다면 아마도 꽤나 특별하고 센스있는 선물이 될 것 같다.

평생의 시간들 중 파이를 굽고 있는 혼자만의 이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인생의 황금기를 보내고 있는 사장님이 만들어내는 이 곳의 특별한 파이들.
이 특별한 맛을 알아줄 사람들이 좀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갈 때마다 사람이 좀 많고 북적여서 언제든 갓 구워낸 파이들을 먹을 수 있는 곳이 된다면 더없이 좋겠다.

강릉에 예쁘고 맛있는 디저트 카페들이 참 많이 있긴 하지만,
젊은 열정과 패기와 자신감으로 만들어낸 그들과는 또 다른 깊이가 느껴지는 열정으로
인생의 황혼기에 새로운 시작을 하신 사장님이 운영하시는 이곳.
오랜 세월과 연륜이 만들어낸 이곳의 홈메이드 디저트 맛은 어디서도 쉽게 만나볼 순 없을 듯하다.
운 좋게 갓 구운 파이를 맛볼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너무 실망하지 말기를.
제대로된 파이 맛은 못봤더라도,
현재의 시간을 인생의 황금기라고 누구에게라도 자신있게 말하는 사장님을 보며
인생의 맛은 이런거구나 싶은 간접경험은 해볼 수 있으니.

이 현정카페인강릉 #22 인생의 황금기를 보내는 주인장이 만들어내는 파이, ‘테레사‘s 파이’

카페인 강릉 #19 우아함의 미학, ‘테라로사커피공장’

테라로사에 대한 글을 쓰려니…
너무 많이 먹어서 체한 것처럼…
인터뷰때 듣게 된 테라로사의 깊고 넓은 수많은 이야기들로 인해
뇌에도 과부하가 걸려
좀처럼 써지지가 않았다.

쓰고 싶은 이야기들은 많은데, 어디서부터 풀어내야할지 모르겠는
그 부담감에…
눈내리던 3월에 간 테라로사 이야기를
이제서야 써내려가고 있다.

붉은 땅이라는 뜻의 테라로사.
커피가 잘 자라는 비옥한 땅을 뜻한다 했다.
붉은 흙의 이미지가 그대로 느껴지는 이곳의 붉은 벽돌들.
붉은 벽을 배경삼아 하얗게 내리는 눈을 보는 것은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던 것 같다.

3월의 그 날과는 상당히 시간차가 있음에도
머릿속에 남아있는 인터뷰 내용들을 곱씹어보노라니
잿빛 하늘이 차분하게 떨구어내던 눈송이를
하나하나 풍경처럼 담아내고 있던
그날의 테라로사가 어쩐지 내 눈앞에 선연히 보이는 듯하다.
카페 창가자리에 앉아 오랫동안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언제나 사람 붐비는 테라로사에서
한적함이라는 흔치 않는 분위기를 느끼며
새로 바뀐 테라로사 커피공장을 처음 누릴 수 있었던 것은
돌이켜보니 정말 행운이었다.

테라로사…
강릉으로 이사와서 처음 가 본 카페가 구정에 있는 테라로사 본점이었다.
바다말고는 딱히 볼 게 없다 생각한 이곳에 와서
탁월한 자연경관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가볼만한 공간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커지던 차에
강릉에서 꽤 유명한 카페라며 남편이 데려가 준 곳.

분명 강릉에 위치해 있지만 강릉과는 다른…
그저 딴세상 같았던 이 곳..
그날의 테라로사의 분위기와 음악과 느낌들이
아직도 고스란히 떠올려질만큼
예전이나 지금이나 테라로사에는 테라로사만의 독보적인 아우라가 있는듯 하다.

테라로사 들어가는 입구에 세워놓은 이정표가 보이는 즈음부터
이미 코끝가득 맴도는 커피 로스팅 향기,
입구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퍼지는 빵굽는 냄새…
그리고 생각보다 무척이나 작고 좁은 출입문을 삐그덕 열자마자
어둑한 조명에 배경처럼 낮게 흐르던 조용한 음악…
고급스럽고 우아한 분위기,
품격있게 손님들을 응대하는 직원들의 태도,
곳곳에 꼭 있어야 할 자리에 놓여진 아름다운 꽃들….
정말 스페셜하게 느껴지던 이곳의 스페셜티커피.
그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한순간에 힐링되던 그 날의 기억이 내 속에 여전히 남아있다.
이젠 그 곳은 추억의 공간이 되었고

본점은 상상 그 이상의 규모로 작년에 새단장을 했는데,
사람 미어터진다는 소리에 가볼 엄두도 못내고 있다가
인터뷰가 잡히고서야 비로소 처음 가보게 되었다.

가히 규모는 듣던대로 어마어마하리만큼 웅장했다.
우와 하고 입이 떡벌어지게 만드는 거대한 공간감.
새로 리뉴얼된 테라로사커피공장의 첫인상은 카페라기보다는
마치 뮤지엄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

카페 안으로 들어서면
그 어마어마한 규모에도 전혀 압도당하지 않을만큼
일층 중앙에 배치되어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고 있는 엄청난 크기의 빈티지한 철제테이블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테라로사의 아이덴티티와 너무나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었는데
고풍스럽고도 굉장히 세련된 느낌에다 이국적 분위기가 물씬 나는
이곳의 가구와 소품들 대부분은
대표님이 직접 해외를 다니며 발품을 팔아 구입한 것이라고 한다.
늘 테라로사의 독특한 소품들의 출처가 궁금했었는데…
역시나 그렇구나 싶었다.

실내이지만 앉아있으면
어떤지 잔잔히 흐르는 강변 둔턱에 앉아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것 같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만들어진 좌석.
테라로사스러운 아이덴티티가 느껴지는 스팟이다 싶었다.
곳곳의 아름다운 소품들과 함께 시선을 끄는 것은
멋스러운 테이블 곳곳에 놓여있는 화병들인데,
사실 테라로사를 테라로사 답게 만들어주는
여러 요소들 가운데 특히나 이 생화장식은
테라로사가 이곳을 찾은 고객들에게 느끼게 해주고 싶은 그 ‘우아함의 미학’이
아주 잘 담겨있는 포인트로 느껴진다.
길어야 일주일 가는 생화장식이 누군가에게는 사치스럽게 보일수도 있고,
생화와는 구별이 안될만큼 조화들도 많지만,
아무리 비슷해도 생화만의 품격있는 아름다움을 구현하기는 어렵기에
굳이 비용을 들여서 매주 새로운 꽃으로 화병을 장식하는 테라로사.
작은 차이에서 이곳을 찾은 이들이 큰 감동을 느낀다는 것을 이미 잘 간파한 듯 했다.

강릉에 있는 테라로사의 모든 꽃장식들은
알고보니 내가 자주 가는 꽃가게에서 제작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테라로사의 디자인실장님이 고른 꽃들을 꽃가게 사장님이 디자인해서 꽃아주신다고 하신다.
손님들에게 눈에 띌 수도 있고 전혀 관심도 받지 못한채 지나칠 수 있는 부분일 수도 있겠지만
아는 사람의 눈엔 그 모든 수고로운 과정들이 참 정성스럽게 느껴지고 남달라보인다.
과하지도 않고 초라하지도 않은 테라로사에 걸맞는 딱 적절한 느낌으로 톤다운된 색감의 조화가 아름다운 이곳의 플라워장식.
일부러 화병이 놓인 곳 근처에 앉고 싶을만큼 어느 테라로사 지점에 가건
나는 참 이 꽃들이 좋다.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테라로사의 창업자 김용덕 대표님은 마침 서울 테라로사포스코점 오픈 준비로 서울에 가 계신 까닭에
이현주 기획팀장님과 긴긴 이야기를 나누었었다.

이분의 이야기를 듣고있자니 테라로사에 대한 모든 질문엔
아주 단순한 질문에도 이미 준비된 답변지가 있는 것마냥 일목요연하고 디테일한 답변을 해주셔서 참 인상깊었다.
그만큼 그녀에겐 이곳이 단순한 일터가 아니라 …테라로사에 뼈를 묻었다고 해도 될 만큼…
테라로사에 대한 모든 마인드와 철학을 대표님과 함께 공유하고 있는 듯 했다.

커피도 산업이 될 수 있다는 소신으로…
강릉..에서도 살짝 중심가와는 동떨어진 구정에 카페를 연 대표님.
구정이 아닌 곳에 위치한 테라로사 커피공장은 어쩐지 상상이 안될만큼
한적한 이곳의 주변환경이
테라로사와 너무나 잘 어울어져서
처음부터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이곳에 자리잡으셨나 했더니
사장님의 집이 이곳이셨다고.
카페 창업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
결국은 최선이 된 듯 하다.
구정이 아닌 다른 곳에 위치한 테라로사 본점은 상상이 되지 않는 걸 보니.

어쨌든 처음부터 커피를 산업으로 만들려는 큰 그림을 그리며 출발부터 남달랐던 그는
스페셜티에 대한 개념조차 없던 시절에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스페셜티를 들여왔다.
우리나라에서보다는 해외에서 진가를 인정받고 계시는 김대표님.
원두 산지에서의 대표님의 아우라는 여기서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이지만,
스페셜티 시장의 물꼬를 트고 고퀄리티의 원두를 저렴한 가격으로 보편화시킨
우리나라 커피 시장의 한 획을 그은 그의 공적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을 터.

팀장님의 표현에 따르면 대표님은 사업가의 기질과 예술가의 기질을 정확히 절반씩 가지고 계신 분이라고 하셨는데
은행원 출신이라 숫자에도 밝으실뿐더러
아버지가 항만설계를 하시던 분이셨는데, 그 아버지와 피를 물려받아 예술적 감각도 갖고 계신 것 같다고 하셨다.
그래서 늘 대표님의 가방안에는 삼각자와 연필 그리고 드로잉북이 들어있다고 하시는데
냉철한 사업가의 면모뒤에 이런 예술적인 감성이 늘 흐르고 있다는 사실이..참 놀랍기만 하다. 더군다나 테라로사의 모든 매장의 설계와 인테리어는 대표님이 일일이 다 직접 하신거라하니…
참 특별한 재능을 가지신 분이구나 싶다.

테라로사의 매장들은 크기도 획일화되어있지 않아서 작은 소규모 매장부터 구정에 있는 커피공장처럼 메가사이즈의 매장도 있는데…어느 곳이나
다 대표님의 머리와 설계되고 직접 발품팔아 구매한 소품들로 채워졌다.
그래서인지 어느 공간에 가든 획일화되진 않았으나 동일한 테라로사만의 아이덴티티가 느껴진다.

테라로사는 모두 직영점으로 운영되고 있고
직원들의 일에 대한 만족감도 꽤 높은 편이라고 한다.
직원 교육이나 대우면에서도 고객들을 대하는 그 마인드만큼이나
테라로사스타일로 대하는 법이 있는 듯해 보였다.

직원들이 가장 일하고 싶어하는 지점은 제주지점이라고 하는데
감귤농장안에 위치하고 있다는 제주지점…
상상만으로도 그림처럼 느껴지고 힐링이 되는 듯한 그 곳…
테라로사 제주지점때문에라도 제주에 꼭 한 번 가보고 싶다는 들 정도인데,
제주라는 관광지 그 자체가 주는 아우라를 뛰어넘는 듯한
테라로사만의 이 특별한 아우라.
공간 그 자체가 주는 매력이 어디까지일지…
그 최고치를 경험할수 있는 곳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처음 테라로사를 시작할 때에 꿈꿔왔던 일들을
대부분 이루신 것 같은데…
아직도 대표님께 하고 싶은 일들이 남아있느냐고 조심스레 여쭤봤더니
프랑스에 지점을 내보는 것이 꿈이라고 하신다.
프랑스라니!
테라로사의 아이덴티티와 느낌만으로도 너무나 잘 어울리는 프랑스에
테라로사가 생긴다면…
상상만해도 넘 멋지고 근사한 일이 될 듯하다.
꿈꾸고 계획한대로 지금까지 차곡차곳 이루어가고 계신 모습을 보니
프랑스에서 테라로사를 만날날도 그리 요원한 일만은 아닐 듯하다.

그곳에서도 깜짝 놀랄만한 테라로사만의 아우라로
많은 이들을 매료시킬 날이 고대한다.
낙엽지는 어느 가을날 샹송과 함께
테라로사 파리지점에서의 커피 한 잔…
아마도 버킷리스트가 될 듯 하다.
나뿐만 아니라 테라로사를 사랑하는 많은 이들에게도.

이 현정카페인 강릉 #19 우아함의 미학, ‘테라로사커피공장’

카페인강릉#15 개성있는 사람이 만든 개성있는 카페, ‘구공커피’

구공커피.
카페이름에서 어딘가모를 고집스러움이 느껴졌었다.
커피가 가장 맛있게 내려진다는
물의 온도 90도.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비교적 커피 입문 초창기에 접하게되는 기본정보이긴 한데,
그 기본과 상식을 전면에 내세운 카페 이름에서
기본에 충실하고자 하는 사장님의 커피철학을..
카페에 가보기 전부터
막연하게나마 짐작하고 있었다.

고집스런 철학이 내비쳐지는 카페 이름때문에
나이가 좀 있으신 분이 운영하는 카페가 아닐까 싶은 편견과 함께
여름 기운이 느껴지는 늦은 봄날
첫 방문을 했었다.

내 짐작과 달리
사장님은 젊은 분이셨다.
실제나이보다 한참 어려보이는 외모를 최대한 감추려고 노력한 흔적인가 싶은
커피장인의 면모를 보여주는듯한 멋지게 기른 콧수염과
어린아이같은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언발란스함이
참 인상적이었던 사장님.

덥게 느껴지던 봄날씨여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었는데,
시각적으로 시원해보이기 짝이 없는,
컵표면에 이슬이 잔뜩 맺힌채 스테인레스잔에 담겨나오는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보면서
커피맛이라는 ‘본질’만큼이나 중요한듯 느껴지는
플레이팅이라는 ‘형식’의 가치를 새삼 깨달으며..
마셔보기도 전에 이 집 커피가 꽤 괜찮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잔 때문에 한층 기대치가 높아진 상태에서 한모금 마셔보니..
역시나…
맛있다는 감탄사가 반사적으로 튀어나왔다.
혼자서 간 까닭에
이 맛있는 맛을 함께 공유할 사람이 없어 아쉽구나 싶을만큼
참 진하고 신선한 커피였다.

게다가 함께 서비스로 곁들여 나오는 미니머핀마저도
따로 주문해서 더먹을까 싶은 생각이 들만큼 꽤 괜찮은 맛이어서
21세기 우리말 중 가장 슬픈 단어라고 누군가가 정의한 ‘가성비’.
로 따지자면 그야말로 최고인듯 싶었다.

가성비 대박인 이 카페를 놓칠 순 없어서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시 재방문한 것 같다.

너무 괜찮았던 첫 방문의 아이스아메리카노의 기억 때문에
그날도 같은 걸로 주문을 하고는,
그림을 그리다보니 너무 일찍 다 마셔버려서
혹시나 싶어 리필이 되냐고 여쭤봤다.
뜬금없는 요청에 사장님의 얼굴에 순간 당황한 기색이 스치는가 싶더니,
무리한 요청을 한 손님의 민망함을 배려하신듯
이내 자연스러운 표정으로
마치 원래 리필이 되는것처럼 리필된다고 말씀해주셨다.
요즘 리필해주는 카페가 어디있다고
어디서도 꺼내보지 않았던 그런 요구를 했는지 나자신도 모를 일이다.
금새 상황파악하고 다소 민망해진 나는
새로 주문하겠다고 말씀드렸는데도
극구 괜찮다고하시며 한잔 가득 아이스아메리카노를 특별히 리필해주셨다.

안그래도 커피값도 다른데보다 싼데
이런 서비스를 받고보니 죄송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론 사장님의 그 서비스마인드와 배려심에
적잖히 감동했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사장님은 이 집 커피를 너무 맛있어하시는 손님들을 만나면
아메리카노를 주문한 손님에게도
핸드드립 커피로 서비스를 더 내주실만큼
자신의 커피에 대한 자부심과 그것을 알아주는 손님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분이셨다.

어쨌든 그날의 기억은 꽤나 강렬하게 내 마음속에 남아있어서
늘 이 카페에 올때마다 뭔가 빚진 마음이 들곤 했었는데…
이렇게 그림 한 장 공들여 그리고 나니
그날 진 마음의 빚을 갚은 듯해서 이제야 좀 홀가분해진 기분이다.

방문할때마다 오는 손님들 한분 한분을 대하는 친절한 응대가 참 인상적이었던 사장님.
포남동 주택가에 위치한 카페인데도 계속 드나드는 손님들이 많아서
통 이야기나눌 시간을 내지 못하다가
최근에야 몇마디 간신히 나눌 기회를 얻었다.

일부러 나이 들어보이게 하려고 수염을 기르시는건가 했더니
그저 개성의 표현이라고 하신다.
개성이 뚜렷한 사람이 자신만의 고유한 색깔이 있는 개성있는 커피를 만들 수 있다는
평소 지론도 덧붙여주시면서.

지금이야…구공커피가 다른 곳에 위치에 있는 모습이 상상이 되지 않지만
처음보면 누가봐도 카페가 있을 자리는 아닌듯해 보이는
포남동 주택가에 카페를 차린 이유가 정말 궁금했다.
의외로 이유는 간단했는데,
그곳이 집이어서 2층은 주거용으로 사용중이고, 1층은 카페로 개조한거라 하신다.
엄밀히 말해 개조라기 보다는 설계와 건축,인테리어,익스테리어 모두다 사장님 손으로 손수 하신거라고 하셨는데
반드시 건축장비가 있어야만 하는 몇몇 과정을 제외하고는
모든 걸 일일이 직접 사장님 손으로 만든 카페라고 하셨다.
심지어 카페 내부의 소품 하나하나까지도 일일이 제작하셨다고.
카페 어느 곳 하나 사장님의 땀과 노력이 들어가지 않은 곳이 없었다.
하나하나 본인의 아이디어와 의도를 담아 만들었기에
소품 하나하나에도 다 저마다의 스토리가 있었다.

덕분에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자신만의 독특한 카페가 만들어지긴 했지만
굳이 뭐하러 그렇게까지 힘들게 오랜 시간 공들여 카페를 만드셨나 싶었는데
본인이 직접 만든 카페를 차리는게 로망이셨다고.

알고보니 동안외모와는 달리
꽤 오랜 시간 서울에서 규모있는 커피업체에 몸담아온 베테랑 중의 베테랑 바리스타이고, 컨설턴트셨다.
또한 각종 대회 수상경력에 꽤 잘나가는 바리스타로 지내시다가
본능적인 고향으로의 회귀본능에 의해 강릉으로 컴백한지 삼년째.
알고보니 루프탑으로 유명한 안목카페거리의 ‘ㅂ’ 카페를 오픈시킨 장본인이셨다.
‘ㅂ’ 카페 외에도 강릉에 있는 여러 카페들의
메뉴컨설팅부터 직원 교육까지 늘 다른 카페를 잘 오픈시키는 일들을 해오다
남의 카페를 차려주는 일만 하지말고
나만의 카페를 해보고 싶은 오랜 꿈을 실현시켜보고 싶어 만들게된 카페, 구공커피.

돈을 벌 목적이었으면 애초에 그 위치에 차리진 않았을거라 했다.
자신만의 공간, 자신만의 그라운드에서
사람들이 오가고 커피를 즐기고
또 그 커피 덕분에 사람들을 만나고, 그 만남들 중에서 또 특별한 관계들을 만들어가는
그 모든 과정들에 더 큰 의미를 두고 계신 듯 했다.
모든 메뉴의 단가들이 다른 카페들의 비해 저렴한 이유도
사장님이 취할 수 있는 수익을 최소한으로 하면서
오시는 손님들과 그 유익을 함께 나누고 싶은 의도에서라고.
자신의 이윤을 조금 줄이는 대신
사람을 좀 더 얻고 싶다고 하신다.
손해보면서 장사할 수는 없는 거겠지만,
이윤은 최소한으로 하면서 자신만의 이 공간,
사장님의 표현에 의하면
자신의 ‘놀이터’에 놀러오는 사람들과 함께 커피를 즐기고 싶어하는 그 마음.
젊은 사장님이 어디서 그런 여유로운 꿈을 꾸게 된건지 모를 일이다.
게다가 막연한 꿈이 아니라, 본인이 바라던 바를 이미 지금 현실에서 실현하고 있으니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쉬는 날도 없이 카페에만 매달려 지내오다
최근에 드디어 휴무일을 정하게 되셨다는 사장님.
그 쉬는 날 마저도 강릉에 있는 카페들 투어다니시느라 바쁜 사장님.
sns에 업로드되는 카페 사진들을 보며
강릉의 핫한 카페들의 정보들을 얻는 재미가 쏠쏠하기까지 하다.

쉬는 날마저도 커피 생각으로 가득한 사장님께
앞으로 어떤 카페로 만들어가고 싶냐고 여쭤보았다.
돌아온 대답은
그저 지금처럼…
사장님만의 공간이자 놀이터인 이 카페에서
커피를 매개체로 사람들을 얻는 지금의 이 모습 그대로
계속 살고 싶다 하신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살고 싶다는 이야기.

현재의 삶에 최선으로 살고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그 고백.
그 고백만으로도
구공커피 사장님의 카페에 대한 진정성을 짐작해본다.

카페가 넘쳐나는 강릉이지만,
이런 남다른 마인드를 가지고 운영하는 카페에 오게 되면
홍수속에서 마실물을 찾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꽤 신선한 물을 찾은 기분이 든다.

그래도 사업하시는 분인데
이렇게 순수해도 될까 싶을만큼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인드로 카페를 운영하고 계신
구공커피 사장님.
주택가에 뜬근없이 등장한 카페이지만
끊임없이 사람들이 드나드는 것을 보니
나만 사장님의 그런 마음을 눈치챈건 아닌듯 싶다.
다행이다.
아직 진심은 통하는 세상이어서.

이곳의 꽤 괜찮은 커피맛 그리고
그보다 더 괜찮은 사장님의 마인드.
이 무더운 여름에 시원하게 쏟아지는 소나기처럼
나누고 베풀 줄 아는 시원시원한 구공커피 사장님의
카페 철학을
부디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기를.

이 현정카페인강릉#15 개성있는 사람이 만든 개성있는 카페, ‘구공커피’

카페인 강릉 #14 티타임의 격이 달라지는 카페, ‘리얼 되고픈 공갈타샤’

순간 일시정지되는듯했다.
카페 외부 출입문을 열고 들어섰는데
눈앞에 나타난 내부 출입문의
멋진 색깔에
나도 모르게
잠시 멈춰섰다.

버건디 색이라니…!
출입문이
내가 좋아하는 버건디로,
게다가 살짝 차가운 빛이 감도는 도도한 색의 버건디로 칠해져있었다.

그 문을 보는 순간,
커피를 마셔보기도 전이었지만
이미 마음은 정했졌었다.
이 카페는 그려야겠다고.

이 문을 이 멋진 색감으로 칠할 정도의 감각있는 사장님이라면
커피맛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을 거라는
다소 개연성없는 논리의, 막연한 기대감과 함께
설레는 마음으로
카페로 들어섰다.

카페 안은 출입문에서 안겨주었던 기대감을 충족시키고도 남을 만큼
기대이상으로 멋졌다.
내부는 버건디만큼이나 내가 좋아하는 톤다운된 블루로 포인트 벽면에 칠해져있었고,
사장님의 취향이 고스란히 반영된,
꽤 오래 시간 컬렉팅했으리라 단박에 짐작되는
아름답고 고급스러운 그릇과 소품들로 카페 곳곳이 장식되어 있었다.

그릇장도 하나하나가 다 고풍스러운 빈티지로 되어있는데다
무엇보다 곳곳에 자리잡은 스테인드글라스 전등갓의 빈티지한 느낌이 너무나 맘에 들었다.

더 마음에 드는 건,
카페의 한쪽뷰는 보통의 도로변 풍경이긴 한데
반대편 뷰로
동네에 위치한 카페에서 보리라고 예상 못한
나지막한 뒷동산 언저리가 보인다.
햇살이 눈부신 날에 갔더니
쨍한 햇살이 만들어낸 나무 그림자의 음영이
지면에 멋진 그림들을 그려내고 있었고,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나뭇잎들과
그 나뭇잎들을 따라다니는 그림자의 움직임을 바라보노라니
마음이 평온해진다.
자연만이 사람에게 줄 수 있는 평온함인 듯하다.

한참을 이곳의 아름다운 그릇과 소품들을 구경하다보니
주문한 브런치가 나왔다.
소문대로 맛은 훌륭했고
무엇보다 비주얼은 최상이었다.
멋진 그릇에 플레이팅되어 나오는 고급스러운 브런치.
무엇보다 나를 감동시킨 것은
커피였는데
두 사람이 커피를 주문하니
고급스러운 도자기로 된 포트에 담아
식지 않게 초로 데워지도록 세팅해주셨는데
세팅이 어떻게 되어지느냐에 따라
티타임이 이렇게 격이 달라질 수도 있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꼈다.

핸드드립 커피들도 있었지만,
로스터리 카페의 하우스블랜딩 커피맛을 보고 싶어서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해봤는데,
초콜릿맛이 감도는 듯한 진한 커피맛이 꽤 근사했다.
양도 많아서 둘이서 찻잔에 두 번정도는 따라서 마실만큼은 되었는데,
식어도 맛있을 것 같은 커피였지만,
끝까지 따뜻하게 티타임을 즐길 수 있게 배려한
이 카페의 컨셉이 너무 맘에 들었다.
이런 근사한 세팅에 아무 특징없는 밍밍한 커피가 나왔더라면
정말이지 얼마나 실망이 컸을까 싶다.

사장님은 꽤 오랫동안 이 카페를 준비해오셨다 했다.
카페를 가득 채우고 있는
오랜 시간 애정을 담아 컬렉팅한 각종 그릇들과 손수 제작한 소품들…
워낙 손재주가 좋으셔서 자수나 인형제작 포크아트 톨페인팅 등 수작업으로 하는
거의 모든 작업들은 다 하시는 것 같았다.
직접 손으로 만들고 꾸미고 가꾸는…이런 라이프스타일을 다른 사람들과도 함께 공유하고 싶어서
이 카페를 시작하셨다고 하는데
처음엔 시행착오도 많으셨다고.
정말 내 집에 손님이 오신 것처럼 최선으로 대접하고 싶은 마음에
최상의 그릇에다 초창기엔 심지어 은수저까지도 쓰셨다고 하는데,
손님 한사람 한사람에 대한 사장님의 진심어린 마음과 다르게
손님들께 내간 작은 그릇이나 소품들이 하나둘씩 없어지는 것을 보면서
마음의 생채기가 많이 나신 듯했다.
다 내 마음같지 않다는 씁쓸한 진리를 몸소 경험하고
이래저래 상황도 여의치 않아지면서
문닫는 날이 더 많은 잠깐의 침체기를 겪다
본격적으로 재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하신다.

강릉 입암동 한켠.
멀리서 봐도 카페다 싶은 예쁜 단독 건물에 엄청난 사이즈의 간판이 제작되어
건물 한쪽 외벽을 장식하고 있어서
어찌보면 눈에 잘 띄기도 하지만
이런 곳에도 카페가 있다니…하는 생각이 드는 장소에 위치해있다보니
애초에 목적지로 정하고 가는 게 아니면
지나가다 들르기는 좀 힘든 곳이라는 게 안타깝긴 하다.

알음알음 차츰 입소문이 나는 것 같긴 했지만,
이 카페가 담고 있는 내공과 퀄리티에 비해
아직은 손님들이 많지는 않은 편이어서
생각보다는 조용하고 한적한 느낌으로
이 카페를 즐길 수 있다.

본인이 추구하는 가치를 고스란히 카페 이름에 담은 ‘리얼되고픈 공갈타샤’.
이 카페 이름의 뜻이 제대로 이해되려면
타샤라는 인물에 대한 사전정보 없이는 불가능하기에
관심사가 같지 않은 이들에겐 한번에 이해되기 어려운 카페이름이긴 하나,
일반적이지 않은 카페 이름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라도
저건 뭐지? 하면서라도
오시는 분들이 좀 더 많아졌음 좋겠다.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는 동화작가이자 자연주의 라이프 스타일로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주고 있는 ‘타샤튜더’처럼
이 곳 강릉에서 그런 자연주의 라이프를 구현하여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픈
꿈을 꾸고 계신 사장님.
아직은 타샤 정도는 아니라는 겸손함의 표현으로 카페이름에 붙여놓은 공갈이라는 말 때문에
가끔씩 손님들로부터 먼지보다 가벼운… 달갑지 않은 농담들도 듣게되다보니
카페이름을 바꿀까도 고민중이라고 하시지만,
이름에 굳이 타샤가 들어가지 않는다 해도
누가봐도 타샤의 라이프 스타일이 녹아있는듯한 이 카페의 아이덴티티는
금새 알아차릴수 있을 듯 하다.

내 가족을 대접하는 마음으로
진정성있게 소품 하나에도, 그릇 하나에도…
최고의 것으로 정성을 담아내는 이 곳에서
잠시 앉아 차 한잔을 마시면
북적대는 프렌차이즈 카페에서 브랜드로고가 찍힌 다 똑같은 머그잔에 커피를 마시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만족감과 기쁨이 있다.

함께 방문한 지인이 사장님께 캘리그라피를 써드렸는데
그에 대한 보답으로 대접해주신
홍차와 디저트.
아무래도 커피보다는 홍차에 더 포커스가 맞춰진 곳이어서 그런지…
홍차의 문외한이 내가 마셔봐도
이곳의 홍차는 참 특별했다.
다음에 가면 홍차를 먼저 주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기억에 남는 맛.
홍차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더더욱 추천하고 싶은 카페다.

커피 한 잔 값으로
이렇게나 가성비 높은 여유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될까 싶다.
강릉에 카페는 정말 많지만…
정말 대접받는다는 느낌으로 커피를 즐길수 있는
몇 안되는 카페라는 생각이 드는 이곳.

조금 여유롭게
조금 더 고급스럽게
조금 더 우아하게
티타임을 갖고 싶은 분들에게
이 카페를 권한다.

이 현정카페인 강릉 #14 티타임의 격이 달라지는 카페, ‘리얼 되고픈 공갈타샤’

뮤지엄 산 따라 걸어보니

‘느린 걸음으로 마음을 따라 산책하십시오.’라고 쓰여있었지만 느리게 걷진 못했다. 1박 2일로 강릉 커피 투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뮤지엄 산에 대해 입소문을 많이 들었다. 다녀온 지인들마다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라 했다. 아침 일찍 강릉을 출발해 시간을 쪼갰지만 둘러볼 수 있는 시간은 2시간뿐이었다. 산속으로 산속으로 이런 산속에 무슨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있을까 싶었다. 입장료도 비쌌다. 한솔 문화재단에서 운영한다 했다. 원래 개인이 하는 갤러리나 박물관은 좀 비싼 편이긴 하다. 비싼 입장료만큼 뭔가 있을 것 같아 은근히 기대는 됐다.

웰컴센터를 나와 오솔길을 따라 올라갔다. 군데군데 특색 있게 만든 조형물 사이에 패랭이꽃과 자작나무 숲이 우거진 플라워 가든이 펼쳐있다.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부가 꽃밭에서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한다. 내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는 되돌릴 수 없는 시간. 다음에 손자가 태어나면 꼭 와야지 생각하며 잰걸음으로 걷다보니 눈앞에 빨간 아치가 나타났다. 꽃잎 왕관 같은 아치 둘레에 맑은 물이 흘렀다. 꼭 야외 결혼식장 같다. 아름다운 한쌍의 신랑 신부가 저 멀리서 걸어올 것 같은 착각에 빠져 한참을 바라봤다. 그렇게 워터 가든을 지나 본관으로 들어서니 안내 표지판을 제대로 보지 않으면 길을 잃기 십상인 미로 같은 공간들이 기다리고 있다.

뮤지엄 산(Museum Space Art Nature)은 미니멀한 건축물의 대가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거였다. 안도 타다오는 이 부지를 보고 아름다운 산과 자연의 아늑함을 느꼈단다. 그리고 그가 받은 인상을 그대로 건축에 반영했다. 대지와 하늘,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본관은 네 개의 윙(wing) 구조물이 사각, 삼각, 원형의 공간들로 연결되어있었다. 그동안 잊고 지낸 삶의 여유와 자연과 예술 속에서 휴식을 선물하고 싶은 건축가의 마음이 담겨있단다. 그래서일까? 단순하면서도 이 미로 같은 공간을 돌아보는데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편했다. 2시간이라는 시간이 속절없이 흘러도 아무 걱정 없이 시간을 잊어버렸다. 그렇게 종이박물관과 미술관, 박남준 전시관과 트라이앵글 코트를 둘러보고 야외에 있는 스톤 가든으로 나갔다. 설치예술가 제임스 터렐의 작품을 보려면 뜨겁게 달구어진 돌무덤들을 지나야 만 했다.

쨍쨍한 햇빛이 내리 꽂히는 한 낯, 신라의 고분을 모티브로 만들었다는 스톤 가든을 걸으며 잠깐 생각에 잠겼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빛으로의 여정’을 경험하기 위해선 불편과 수고로움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을….

제임스 테렐의 작품들은 감상이라기보다 체험이었다. 독실한 퀘이커교도였던 부모님에게 받은 정신적 수련과 엄격한 교육, 거기다 천문학과 심리학, 미술, 수학을 심도 있게 연구한 그의 열정이 작품세계를 완성하는 자양분이 되었단다.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그의 작품에 빠져들었다. 하늘을 향해 열려있는 스카이 페이스(Skypace), 천국의 계단 너머 이상 세계를 꿈꾸게 하는 호라이즌룸(Horizon Room), 어두운 통로를 지나 마주하게 되는, 빛이 만들어낸 모호한 경계 웨지워크( WedgeWork)와 시시각각 다양한 색으로 변하는 스크린과 그 스크린 속으로 들어가 바라보는 빛의 향연 간츠펠트(Gazfeld). 하늘과 빛과 어둠속에서 마치 우주 공간을 여행하는 자유로운 영혼이 되는 순간들이었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처럼 헤어 나올 수 없는 오묘한 세계 빠져 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세상 밖으로 나왔다. 우리가 약속한 시간은 훌쩍 지나버렸다. 다녀온 지인들마다 이구동성 다시 와보고 싶다는 말을 나도 중얼거리고 있었다. 다음엔 시간을 많이 가지고 느린 걸음으로 천천히 마음을 따라 산책해야겠다고…….

 

 

한 성희뮤지엄 산 따라 걸어보니

방앗간에 참새가 없고 다방에 커피가 없지만 동네엔 사람이 있다

내 기억 속의 강릉은 이별의 장소다.

특히 경포대의 밤바다는 이별을 더욱 참담하게 짓눌렀던 칠흑과 다르지 않았다. 군입대를 며칠 앞두고 친구들과 찾았던 강릉 경포대 밤바다를 바라보며 느꼈던 감정들이 지금도 생생하다. 두려움, 아쉬움. 그리고 이별의 고통. 나와 내 사랑하는 친구들에게 눈알을 부라리고 있는 입대 영장만 없었다면 얼마나 낭만적이었을 것이며, 얼마나 뜨거웠을 바다란 말인가.

1988년의 기억에 존재하는 강릉과 경포대는 그렇다. 정확히 30년이 지났다. 이젠 그 기억을 완전히 지워버려도 좋을 만큼 아름답고 명징한 기억을 담아 왔기에 강릉에 대한 편견을 버릴 것이다.

꽤 오랜만에 찾은 강릉은 품격이 있었다. 암담한 이별을 앞둔 바다에 불과했고, 까짓거 좀더 쳐주면 오죽헌과 선교장이 유명하다. 그리고 해송이 그럭저럭 펼쳐져 있던 바다 뒤편에서 입에 넣던 순두부의 슴슴한 맛밖에 떠올릴 게 없는 곳. 보잘 것 없는 기억만 가졌던 내게 오래된 동네, 명주동이 품격을 선물했다. 덕분에 다시 찾을 땐 더 즐거울 것 같다.

강릉의 오래된 동네 명주동.

과거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고, 다가올 미래의 풍파에 의연하게 대치하고 있는 동네다.

명주동의 과거를 버티고 있는 몇 군데 포인트가 있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곳이 봉봉방앗간이다. 견뎌온 세월을 짐작할 수 있는 겉모습과 달리 명주동을 찾는 이들에게 가장 힙한 공간이다.

*홍상수의 고해성사적(?) 영화라고 오해 받는 <밤의 해변에서 혼자>. 배경 중 하나였던 강릉 명주동의 봉봉방앗간 앞에서 영희가 불륜의 무용함과 부끄러움을 되새기며 담배 연기를 내뿜고 있다. 그들의 사랑이 한 가치의 연기만큼 가벼운 것은 아니었을 텐데.

아주 오래 전엔 참새가 때마다 들러서 배를 채우고 가던 진짜 방앗간이었고, 지금은 커피를 팔고 여러가지 다양한 전시와 문화를 지역 주민과 관광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방앗간의 자격을 잃고 나서 10여년 동안 방치되었던 건물은 누군가에 의해 새생명과 새 임무를 부여 받았다. 이런 스토리텔링만으로도 봉봉방앗간은 유명해지기에 충분한 자격을 얻었다.

커피의 도시로 급부상한 강릉. 사람들이 몰려드는 곳마다 생겨나는 수많은 강릉의 카페들이 있다. 그러나 분명 봉봉방앗간은 그것들과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

근대건축물의 외형을 훼손하지 않고 가지고 있는 것도 좋고, 원래 방앗간이었던 곳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카페 이름을 지은 것도 좋고, 문화와 예술을 품고 있는 것도 좋다. 핸드드립 커피만을 고집하는 덕분에 당연히 커피맛도 좋지 않을까.

그래서 다르다.

*홍상수의 영화에서 그랬듯 봉봉방앗간 앞에는 자전거가 딱 1대 필요하다. 그래야 봉봉방앗간스럽다. 그 오래 전 참새들이 들르던 곳에 이젠 자전거가 들러준다.

18세기 유럽. 그 무렵부터 유행이 시작됐던 유럽의 카페는 남자들만 이용할 수 있었다. 금녀의 구역이다. 여자들도 사교를 위해 이야기를 나누고 남자들의 험담을 늘어놓을 공간이 필요했을 텐데. 그러면 어디서 모였을까? 당시의 여자들은 집에서 모일 수밖에 없었다.

이 모습은 유교의 생활 관습이 지배하던 우리의 과거의 장면들과 겹친다. 우리 조상, 선비 사대부들이 얼마나 여인들을 하찮게 여겨 왔는가. 정겨운 느낌을 떠올릴 법한 우리네 ‘사랑방’도 담론을 즐기는 장소였지만 실상은 여자들에겐 절대 금지 구역이었다.

명주동엔 봉봉방앗관과 더불어 또 하나의 인상적인 곳이 있다. 1959년부터 영업을 시작했다는 청탑다방이다.

청탑다방. 어디에서 유래된 것인지 유추해볼 수 있는 단서가 있다.

앞서 언급한 18세기 카페의 이야기로 잠깐 다녀와보자. 카페에 출입이 금지된 여자들은 끼리끼리집에서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차를 나눴다. 그 자리에서 문학과 예술을 논하고 미술 작품을 보고 품평을 했을 것이다. 이런 모임을 싸롱이라고 했다. 대개의 여자들은 이런 모임에 참석할 때 주로 검은 양말을 신었는데, 일부 리더적 경향이 강하거나 개성이 짙은 여자들은 푸른 양말을 즐겨 신었다고 한다. 이들을 블루 스타킹 소사이어티(Blue Stocking Society) 라고 불렀다. 카페에서 향 좋은 커피를 나누며 자기들만의 리그를 향유했던 반페미니스트적 심성의 남성들은 이런 여자들이 당연히 못마땅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들을 비아냥거리며 부르는 말로 이 푸른 양말(blue stocking)’을 갖다 붙였다.  ‘지식과 문화 예술을 탐미하는 여성’을 비하하는 말로 쓴 것이다. 얼마나 옹졸한가. 그리고 푸른 양말은 동양에서 한자어로 ‘청탑(靑鞜)’이라는 말이 대치됐다. ‘푸른 양말’을 한자어(語)로 만들었음을 미루어 짐작해볼 만하다.

명주동의 청탑다방의 가게 작명도 이 단서와 왠지 연관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여기 강릉 명주동에도 청탑다방이 있고, 서울 명동의 한복판에도 일제 시대의 경성 멋쟁이들이 드나들던 청탑다방도 있었다.

지금은 세월의 무게와 현실의 회계장부를 견디다 못해 2011년부터 영업을 종료한 상태다. 이렇게 매력적인 근현대 건축물이 아무 기능도 못하고 있다니 애석하다. 후문에 의하면 영업부진으로 폐업을 한 것은 맞는데, 건물에 대한 권리 관계가 너무 복잡해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라 한다.

몇몇 초로의 신사들이 청탑다방의 문을 열고 들어선다. 함경도에서 피난와 자수성가한 박갑철 씨도 있고 다음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을 할 지역 유지 오만득 씨도 보인다. 또 강릉에서 한가락 필명을 날리고 있는 시인 고구만 선생도 보인다.
저녁 식사겸 거나하게 한잔 걸치고 나서 커피를 마시고 한바탕 썰들을 풀려고 모여든 것이다. 과연 강릉의 정치 1번지다운 모습이다. 다방 안 난로 옆의 따뜻한 자리들은 이미 먼저 온 신사들과 노인들에 의해 점령당했지만 뭐 어떠랴. 단아하게 늙어가고 있는 청탑다방의 여사장님이 이들을 반갑게 맞으며 자리를 안내한다.

그런데 이젠 청탑다방에서 커피를 마실 수 없다. 다방에 커피가 없으니 이젠 무어라 불러야 하나.

*이 낡은 건물이 한때 강릉의 유명정치인들과 유력 인사들, 문화, 언론계 명망가들이 모여 앉아 커피를 마셨던 청탑다방이다. 이곳이 청탑다방임을 알리는 간판이 두 개 있는데, 파란색 간판은 청탑다방이라서 너무 자연스러운데, 출입구 위에 있는 빨간색 바탕의 간판은 어색하다. 왜 이렇게 배치를 했을까. 빨간 알약, 파란 알약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영화 <매트릭스>의 주인공인 네오의 운명과 맞닿은 것은 아닐까?

강릉 명주동의 골목길. 야트막한 담장 너머로 동네 주민들의 사는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군데군데 아직 형체를 보존하고 있는 적산가옥도 있고, 끼니 걱정하며 살던 시절의 주택도 개발이 안 된채 버티고 있다. 누군가의 수고 덕분으로 골목길을 꾸미는 그림도 있고 예쁜 화분들도 많다. 그러나 늘 그래왔듯이 돈의 논리로는 이곳을 이대로 둘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곳에 터를 지어 살고 있는 사람들의 등을 떠밀어 떠나게 할지도 모른다.

기회가 되어 다음에 이곳을 찾았을 때 몰라보게 달라지지만 않길 바랄 뿐이다.

 

글 / 김현국 (만화 콘텐츠 기획자, 스튜디오달 대표)

 

 

현국 김방앗간에 참새가 없고 다방에 커피가 없지만 동네엔 사람이 있다

카페인 강릉 #12 책,음악,커피 그리고 사람이 있는 느낌이 있는 문화공간,’웨이브라운지’

사실 첫 눈에 반했었다.
SNS에서 본 한 장의 사진.
통유리로 된 큰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길게 드리워진 블라인드 사이사이를 뚫고는
웨이브 라운지의 잿빛 바닥으로 쑥 들어와 만들어내는 음영이
마치 한 장의 멋진 드로잉 작품을 보는 듯했다.
그 멋진 광경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어서
인스타에서 본 다음날 오후쯤엔가 가보았을 땐
이미 사진 속 음영을 만날 수가 없는 시간이었다.
여쭤보니 카페가 오픈 하기도 전인 오전시간에
그렇게 카페 안을 뚫고 길게 햇살이 들어온다 했다.
오픈 전이지만 그 시간에 와봐도 되요? 라는 말이 입속에서 근질근질했지만…
막무가내 진상손님이 될 듯하여 꾹 참았다.

비록 그 햇살은 못만났으나 이 카페의 첫인상은 내겐 온통 호기심 천국 같은 곳이었다.
카페 한쪽 벽면에 묵직하게 자리잡고 있는 원목책장에
서점에 잘 보이는 곳에 자리 잔뜩 차지하며 눕혀서 진열되어있을법한 요즘 트렌디한 책들이
꽤 여럿 꽂혀있었다.
처음엔 판매하시는 건가 했다.
읽어봐도 되냐고 했더니 오시는 손님들이 마음껏 읽으시라고 놔둔거라고 하셨다.
아직 펼쳐본 느낌도 채 안남겨진 새책들도 많았는데 너무 신났다.
이게 왠떡인가 싶었다.
서점에서 한번쯤 들었다놨다했던 읽어보고 싶었던 책들.
디자인이나 내용이 꽤나 흥미로운 책들.
대표님의 취향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는 각종 매거진들.
훑어보는 재미가 넘 쏠쏠해서 자리에서 일어나기가 싫을만큼 이곳에서의 시간이 좋았다.

-웨이브라운지는
책,음악,그리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커피와 맥주를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입니다.-

라고 이 카페의 정체성을 누구라도 쉽게 알 수 있게끔
잘 보이는 곳에 활자로 드러내놓고 있었는데도
종이위에 적혀진 활자가 막상 이렇게 내게 실현되어 누리고 있으니,
뜻하지 않은 선물에 기분 좋으면서도 슬쩍 미안해지는 것처럼
커피 한잔에 너무 과분한 혜택을 누리고 있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아무래도 그냥 문화공간라고 하기엔 보다 많은 함의를 담고 시작한 곳 같았었는데,
알고보니…역시나.
로컬 문화 프로젝트와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웨이브컴퍼니라는 회사가
오프라인 사업체의 하나로 만들어 운영중인 카페였다.

미국 젊은이들이 가장 살고 싶어한다는
슬로우라이프와 트렌디한 문화코드가 공존하는
미국의 포틀랜드처럼..
강릉이라는 이 도시를 브랜딩화하는 큰 그림을 그리고,
크레이티브한 컬쳐 프로젝트와 비즈니스 모델로 지역사회에 문화적인 파동을 만들어내고
주민들과 그 문화의 흐름을 공유하고자
네 명의 젊은 청년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웨이브 컴퍼니.

이 회사의 김지우 대표는
겉모습은 사회초년생 비쥬얼인데 이미 창업과 엑싯도 여러번 경험한 벌써 레퍼런스가 꽤나 쌓인 멋진 청년이었다.
어떻게 강릉에서 이런 일을 시작했냐고 했더니
강릉이 고향이라고.
물론 서울에서 일하다가 이곳으로 다시 컴백한 까닭이 단순히 강릉이 고향이라는 이유보다는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 봐도 아이템이 풍부하다는 판단이 더 중요하게 작용했을 듯 싶지만,
어디서나 능력자로 살아갈법한 이런 부류의 사람들의 고향에 대한 회귀본능은 이럴 때 참 반갑게 느껴진다.

알고보니 나와은 서로 일면식도 없던 때부터 이미
모처에 사무실 입주 신청을 같이 내면서 경쟁자로 만난 사이였었다.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이 팀의 이력을 슬쩍 담당자로부터 건내듣고는 나의 탈락을 매우 쉽게 예상했지만
나와 잠시나마 경쟁했던 분들이 이 정도로 멋진 분들이란 게 내심 뿌듯할만큼
신선한 컨텐츠들로 강릉의 문화지형에 조금씩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웨이브 컴퍼니의 웨이브 라운지.

오픈한지 몇 달 되지 않았지만
이미 팬덤이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어
이 공간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웨.라. 라는 애칭으로 불리운다.
웨라에서는 책도 마음껏 볼 수 있지만
음료 한 잔만 시켜놓고도 하루 종일 앉아서 일해도 되는
강릉 유일의 코워킹스페이스 카페이다.
그 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셜클럽들도 운영중인데
심도있는 다양한 북클럽들과 영어클래스 등 자생적인 모임들을 통해
이곳이 강릉의 문화 컨텐츠와 흐름을 양산해내는 진원지로 만들어나가려고
꾸준히 다양한 시도들을 모색중이다.

네 명의 팀원중 한 분은 디자이너로 참여중이서 세 분이 주로 카페에 계시는데
그동안 평일 낮에만 주로 가서 세분이 함께 하시는 주말의 모습은 아직 뵌 적이 없지만
평일에 만난 풋풋하고 훈훈한 젊은 두 남자가 이 카페에서 만들어내는 특별한 아우라는
꽤 신선하게 느껴진다.
이 카페는 전체적으로 미니멀하고 깔끔한 디자인으로 되어있는데
내부 비주얼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시멘트 느낌이 만들어내는 시크한 분위기와
두 분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멘트로 마감한 카페 내부에 한쪽 벽면은 톤다운된 짙은 청록빛으로 페인팅되어있다.
내가 좋아하는 컬러인데,
이렇게나 큰 면적으로 만나게 되니 더 멋져 보인다.
그리고 청록빛 벽색깔과 극명한 색상대비를 이루며 존재감 있게 놓여진 심플한 다홍빛 스탠드가 눈에 확 들어오고 바로 그 옆으로는 프로젝터로 벽면에 뮤직비디오가 상영되고 있다.
일반적인 흰 벽이 아니라 청록색 벽에서 상영되니
어떤 뮤비라도 그림처럼 보여질만큼
비쥬얼의 예술성을 증폭시키는 느낌이다.

이곳에선 항상 비슷한 분위기의
들으면 마음이 일순간에 촥 가라앉는 듯한 음악들이 흘러나온다.
잿빛 공간에서의 잿빛 음악을 들으며 커피 한잔과 함께 책을 넘기는
그 느낌이 나는 너무 좋다.
혼자이거나 아니면 주로 조용조용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는 손님들이 계실때가 많아서
그 고요한 느낌이 쉽게 깨어지진 않는데,
공간이 넓고 천장도 높다 보니
손님들의 대화의 톤이 높아지거나 원두를 갈 때 들려지는 소음아닌 소음이
거슬릴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만의 이 멋진 아우라를 나는 너무 사랑한다.

이곳에 올 때마다 코워킹스페이스니까 맘놓고 그림작업하려고 노트북에 아이패드에 짐을 잔뜩 싸들고 오긴 하는데
의도와는 달리 아직까지 이곳에 와서 그림을 제대로 그려본적은 없는 듯하다.
일단 이곳에 들어서면
평균적인 입맛에 맞게 잘 블랜딩된 이곳의 커피를 한잔 주문한 후에
바로 책장 앞부터 기웃거리게 되고
미미해보이나 금새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업데이트된 책의 목록들부터 먼저 살피게 되고
흥미를 끄는 책을 발견하면 그 자리에 서서 한참을 넘겨보거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런저런 인쇄물들을 들춰보거나
아니면 대표님과 이런저런 공통의 관심사들로 이야기를 나누느라
일은 우선순위에서 항상 밀린다.

공간이 주는 힘.
이 공간의 특별한 아우라덕분에
집에도 책이 있고 커피가 있고 음악이 있지만
이 곳에서 누리는 그 모든 것들은
한층 더 짙은 의미가 부여되는 듯하고
참 강렬해서
그림 작업이라는 내 최고의 우선순위조차
뒤로 밀리기 십상이다.

가끔씩
일에 지칠때 훌쩍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듯이
이 카페로 떠나고 싶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건 아무래도 이곳에 올때마다
여행지에서나 얻을 법한 쉼과 여유와 사람과의 만남을 내가 이 곳에서 누렸기 때문인 듯 싶다.

코워킹스페이스 공간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쉼이 있는 이 공간.
강릉에 문화지수를 한층 높여주는 듯한
이런 곳이 있다는게 내심 뿌듯해지는 이 카페.
일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쉬고 싶은 사람에게도
모두 다 만족감을 줄수 있는 이곳.
이 카페만의 특별한 아우라 한번 경험해보시길.

이 현정카페인 강릉 #12 책,음악,커피 그리고 사람이 있는 느낌이 있는 문화공간,’웨이브라운지’

카페인 강릉 #11 작은 사치를 누릴 수 있는 곳, 카페 ‘플로리안’

이름에서 꽃향기가 느껴지는 듯하다.
카페 ‘플로리안’.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를 그대로 따라서 이름지었다.
어찌보면 참 무심하게 네이밍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으나,
자식 이름을 생각없이 짓는 부모는 드문 것처럼
퇴직 후, 제2의 삶을 시작하는 터전이 되는 이 곳을
가볍게 지었을 리는 없을터였다.
카페 이름엔 창업자의 마인드가 다분히 담겨있기 마련인데
1720년대부터 지금까지 오래도록 같은 자리에서 운영하고 있는 그 카페의 이름을
그대로 따라 지은 것은
이 카페가 유행따라서 창업해본 잠깐의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
오래도록 이곳에서 사랑받으며 운영되길 원하는
소박하면서도
한편으론 원대할 수도 있는 사장님의 바람이
슬며시 담겨있는 것도 같다.
평창동계올림픽 경기장 인근이다 보니 도로가 새로 나면서
예전보다 접근성도 훨씬 좋아진 까닭에
사장님 그 원대한 바람에도 어쩌면 순풍이 불 듯하다.

일부러 알고 찾아가지 않으면 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있어서
나도 다른 이의 소개로 갔었다.
펜션인가 싶을 정도로 예쁘게 지어진 건물.
외관을 봤을 때는 그저 예쁘다 싶었는데,
들어가자마자 시선을 사로잡는
카페 내부에 가득찬 엔틱그릇들과 가구들, 손뜨개, 그리고 아기자기한 예쁜 소품들을 보며
정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릇장마다 가득한 그릇들 소품들…
어디서부터 봐야해야할지 모를만큼 너무나 많은 그릇들로 장식이 되어있어서…
한참이나 자리에 앉지 못하고 서서 구경만 했다.
정말 그릇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로망을 대리만족 시켜주는 이 곳.
이런 곳을 왜 진작 몰랐을까 아쉬울 정도로 정말 예쁜 아이템들이 많았는데,
사장님이 직장생활 할 때 해외출장다니며 벼룩시장에서 사오시거나
한국에 있을때에도 해외사이트 등을 뒤져서 일일이 구매한…
하나하나마다 애정이 담뿍 담긴… 꽤 오랜 시간 모아온 것들이라 했다.
귀한 그릇들도 너무나 많고 내가 탐내오던 그릇들도 꽤 있어서
정말 눈이 호강하는 기분이었는데.
무엇보다 커피맛도 그곳의 진열된 그릇들 만큼이나 꽤나 고급스러운 맛이었다.

예술가의 아우라가 느껴지는 은발의 꽁지머리를 한
이 곳 사장님은
손님이 오면 카페 입구까지 나와서
강릉에서 정말 만나기 쉽지 않은 세련된 매너로 손님을 맞이해주신다.
바리스타로 일하고 계신 분은 사장님의 따님인데,
조용하고 차분해 보이는 모습이 서로 참 닮은 부녀지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따님이 커피로스팅도 하고 커피도 내리고
이곳에서 판매하는 쿠키나 빵도 모두 직접 구워낸다.

추천해주시고 싶은 원두가 있냐고 여쭤봤더니,
로스팅한지 얼마 되지 않아 딱 좋을 거라며 권해주신 걸로 마셨는데,
너무 오래전이라 원두 이름은 잊어버렸지만,
지금 생각해도 정말 괜찮았었던 맛으로 기억될 만큼
상당히 고급스럽고 산미나는 다채로운 맛이 인상적이었던 커피였다.

그 날은 커피를 아이스로 주문하는 바람에 글라스에 마셨지만,
조만간 다시 찾아가 내가 갖고 싶었던 고급스러운 엔틱 커피잔에다 진한 커피향을 느끼며
따뜻하게 마셔봐야겠다.

몇천원의 비용으로 그만한 힐링시간을 누릴 곳이 있다는 것이
그저 행복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플로리안.
이 아름다운 카페에는
누군가의 오랜 취미 생활 덕분에…
그것을 자신만의 만족으로 제한하지 않고,
애장품들을 함께 공유하는 그 배려 덕분에..
함께 행복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마도…한번 오면 발길을 쉽게 끊지는 못할 듯 하다.
이곳에 오면
평소에 누리지 못했던
아름다운 엔틱가구에 둘러싸여…
엔틱 커피잔에 커피를 마시며..
작은 사치를 누려볼 수 있으니 말이다.

이 현정카페인 강릉 #11 작은 사치를 누릴 수 있는 곳, 카페 ‘플로리안’

카페인 강릉 #10 커피향만큼 진한 정이 머무는 곳, ‘커피벨트’

라임색 지붕위로 내리쬐는 햇살이 눈부시다.
보는 순간, ‘와! 예쁘다!’ 하는 탄성이 저절로 나오는 싱그러운 라임색의 기와로 된 이 카페는
조금만 더 가면 내로라하는 카페들로 즐비한 안목항을 코앞에 둔
바로 그 길목에 위치해있다.
나지막한 기와집을 리모델링한 카페다 보니 라임색지붕이 아니었으면 눈에도 잘 띄기 힘들었을 것같은데, 라임색 지붕은 정말이지 감각있는 사장님의 탁월한 선택인 듯하다.

이곳에 처음 오게 된 건,
카페인데 특이하게 런치에만 운영되는 가정식 세미 뷔페가 넘 괜찮다고 소문이 나서 식사를 목적으로 왔었다.
신선한 식재료들로 재료의 맛을 살려 양념을 과하게 하지 않고,
맛깔나게 요리한 이곳의 음식들.
다이어트에도 너무 좋은 식단이어서 사장님도 실제로 본인이 식사하시는 스타일대로
요리들을 내놓으시는데 이 식단으로 체중감량 효과를 꽤 보셨다고.
먹으러왔는데 다이어트까지 된다니 뭔가 아이러니하면서도 생각지도 못한 소득까지 있는,
이 특별한 카페.

그리고 그 프레시하고 건강한 식사 후 마시는 더 프레시한 핸드드립 커피.
이 모든 것의 가격이 만원도 되지않는 저렴한 가격이어서
거스름돈 받기가 미안할 정도다.
핸드드립 커피 한잔 가격만 해도 얼마인데
식사까지 해서 팔천원이라니.
입소문이 안날래야 안날수가 없어서
런치뷔페를 시작하시던 초창기와 달리
지금은 점심시간엔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빈다.

포남동에서 다양하고 퀄리티있는 원두로 이름을 날리던 커피밸트 창업자가 군산으로 터전을 옮기시고
지금의 사장님이 커피벨트를 인수받아
이곳으로 이전한 게 작년 1월이다.
처음 한 두달은 도닦는 심정으로 가게를 꾸려나갔었다고 말씀하시는데
맘고생이 심하셨던지 이내 눈시울이 붉어지신다.
그러실만하다.
기라성같은 카페들이 바다를 끼고 근처에서 성업중인데
그 목전에서 이 작은 카페가 살아남기가 녹록할 리 없었다.
살아남기 위한 치열했던 발버둥 중의 하나가 런치뷔페였던 듯 하고
다행히 그 발버둥은 제대로 통한 것 같다.

사장님이 워낙 감각이 있으신 분이시라
이전에 하시던 가게들은 간판부터 시작해서 모든 비주얼적인 부분은
일관성과 통일감있게 하나하나 신경쓰셨다고 하는데
지금 이 카페는 아직 본인의 성에 찰만큼 꾸며놓칠 못해 아쉬움이 많다 하시지만,
내 눈엔 구석구석 참 예쁘고 감각이 돋보이는 인테리어들이 많이 있다.
기와집을 개조한 카페이다보니
기와집 자체가 주는 그 특별한 운치가 있고,
천장에 그대로 살려놓은 서까래들도 고풍스럽고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무엇보다 지붕의 라임색과 그라데이션되어 너무나 잘 어울리는
널찍한 앞마당의 초록초록한 잔디들.
시선을 저절로 머물게 만드는 담장 한 켠에 피어있는 한 아름의 세이지.
카페 뒤쪽으로 가는 길에 아른아른 유약한 가는 줄기에서 무슨 힘으로 서있는지
볼때마다 늘 대견한 소담한 얼굴의 마가렛.
뒤쪽 담벼락 한 켠에 내츄럴한 선반에 무심한듯, 그러나 꽤나 신경써서 올려놓은,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제라늄.
딱 있어야 할 곳에 걸린 손뜨개 소품들…
그리고, 예쁜 조명들….
참 예뻐서 사진찍고 싶은 곳이 너무 많다.

그리고 무엇보다 카페의 본질인 커피.
커피가 맛있다.
신선하다.
후식으로 나오는 커피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퀄리티이다.
커피를 맛본 후에야
아…이곳이 식당이 아니라, 카페가 맞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식사뿐 아니라 커피맛만 가지고도 충분히 올만한 곳이구나 싶다.
매일매일 로스팅해서 커피맛이 깔끔하다.
그래서인지 이곳 커피 맛을 본 손님들 중엔 원두도 사가시는 분들이 많고,
일부러 원두만 따로 사러오시는 분들도 많다고 한다.

나도 첫 방문때 마셨던 커피가 너무나 인상적이어서
원두만 사러 다시 갔었는데,
그 때의 짧은 방문이 내게 더 기억에 남는 것은
점심시간에 왔다고 밥먹고 가라고 몇 번이고 내게 권유하시던 사장님의 그 훈훈한 정이
내겐 너무 특별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친절도에 예민한 편이라
아무리 맛집이라하더라도, 혹은 유명하다하더라도…
불친절하다 싶으면
다신 가지 않는 편인데,
친절함을 넘어선 ‘정’이 느껴지는 곳을 만나는 건 참 드문 일이었다.
이곳 사장님은 고작 두 번 본 내게도 그 정을 나눠주셨다.
당시를 생각해보면 사장님도 카페 운영상 어려움이 많은 시기였을텐데도
어디서 그런 여유가 나왔는지 모를 일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본디 갖고 있는 품성은 그렇게 오롯이 드러나 빛이 나는가보다.
그래서인지 업종변경을 여러번 하셨는데
이 분이 뭘 하시든 가시는 곳마다 따라다니는 단골손님들도 꽤 많으시다한다.
그럴만하다 싶다.

라임색 지붕아래 넓고 푸른 잔디밭에서
품격있는 가든파티를 열어주는 서비스도 하신다고 하는데,
이 역시도 기대가 된다.
이런 곳에서 작은 결혼식이나 특별한 모임을 갖는 다면 아마도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듯하다.

안와본 사람은 많아도
한 번 오면 누구라도 금새 입소문 내는 팬이 되는 이 곳.
부디 잘 되시길 바란다.
너무너무 잘되서, 갔는데 앉을 자리 없어 되돌아오더라도
흐뭇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만큼…
사장님이 내게 나눠준 정만큼이나
나도 이곳에 이젠 정이 들었다.
팬이 되었다.
친구가 되었다.

 

이 현정카페인 강릉 #10 커피향만큼 진한 정이 머무는 곳, ‘커피벨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