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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날라리 배낭자를 보고 – 살어리 살어리랏다 제주에 살어리랏다

제주여행 3일 전에 ‘제주 날라리 배낭자’를 보게 됐다. ‘제주 날라리 배낭자’는 제주에 여행가고 싶게 만드는 만화라기보다는 제주에 살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드는 책에 가까웠다. ‘제주 날라리 배낭자’를 보고 나의 버킷리스트에 제주도 스쿠터 장기 여행을 추가하게 됐다.

‘제주 날라리 배낭자’의 작가 배낭자는 제주에서 제일 좋았던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제게 가장 좋고 기억에 남는 건, 제주에서 만난 사람입니다.”라고 답했다. 혼자 하는 여행, 게스트 하우스를 돌며 하는 여행의 특성상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밖에 없다. 이런 여행을 하는 와중에 만나는 사람들은 저마다 꿈꾸는 여행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꿈꾸는 여행이 있는 사람들을 만났을 때 서로의 여행이 더 빛날 수 있다는 것을 만화를 보면서 알게 됐다. 혼자 여행을 하고 있으면서도 혼자인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 여행이 바로 제주도 게스트하우스 여행이다.

항상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자신의 가치관을 서슴없이 나눌 수 있기 때문에 혼자 하는 여행일 지라도 전혀 외롭지 않다. 혼자 1년 가까운 시간을 제주도에서 지내게 된 배낭자 작가도 혼자이고 싶을 때는 혼자일 수 있고,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을 때는 어울릴 수 있는 제주도 게스트하우스의 매력을 작가 본인이 느낀 그대로 솔직하게 묘사하고 있다.

여행에는 항상 변수가 따른다. 물론 철저한 조사로 변수를 최소화 할 수는 있지만 직접 가서 느껴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생각했던 것과 목적지가 주는 감동이 다를 수도 있고 예기치 않은 날씨, 혹은 사람과 같은 변수 때문에 예상보다 훨씬 고단한 여행이 될 수도 있다. 배낭자 작가는 특히 스쿠터로 여행을 하기 때문에 날씨에 굉장히 많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수많은 변수들 가운데 배낭자 작가에게 위로가 되었던 것은 바로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나는 사람들이었다. 변수들 때문에 생기는 고단함은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배낭자 작가의 고단함을 다른 게스트들이 이해해주고 공감해주며, 먼저 그런 변수를 만난 사람들의 조언을 들으면서 어떻게 변수를 해쳐 나가야 하는지 점점 알게 된다. 배낭자 작가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제주에 점점 익숙해지고, 제주가 주는 변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제주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제주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제주는 누구나 아는 관광지가 되었다. 성산일출봉부터 천지연폭포 등 수학여행으로 제주도를 방문할 정도로 제주도는 누구나 오고 싶어 하는 랜드마크를 가진 관광지가 된 제주도의 숨은 매력 포인트를 ‘제주 날라리 배낭자’를 통해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읽은 후, 일주일 뒤에 나도 제주도를 방문하게 되었을 때, 나도 배낭자 작가처럼 유명한 관광지보다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게 되었다.

만화에서 봐왔던 것처럼 제주는 도로위를 달리다 잠시 멈춘 곳도 굉장한 매력을 가진 곳이었다.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다가 나온 작은 항구도, 바닷가를 따라 펼쳐진 해안 절벽과 그와 어우러진 그리스 산토리니풍의 피자집도 우연히 마주친 곳이었지만 발길을 멈추게 하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었다. 이처럼 제주는 구석구석이 굉장한 매력과 감동을 가진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배낭자 작가처럼 오랫동안 머물며 찬찬히 매력을 즐겨야 진정한 제주도를 만날 수 있는 것 같다. 앞에서 말했듯이 나도 버킷리스트에 제주도에 오랫동안 머물며 찬찬히 제주도를 살펴보는 여행을 추가했다. 물론 배낭자 작가처럼 1년이 가까운 시간을 머물 수 있는 상황이 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1달정도는 게스트하우스에서 머무르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 나의 청춘을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기를 꿈꾸며 글을 마무리 한다.

김 택상제주 날라리 배낭자를 보고 – 살어리 살어리랏다 제주에 살어리랏다

그 꿈들

동화작가이자 반전 운동가인 박기범 씨가 이라크 현지에서 전쟁을 직접 겪으면서 몸으로 체화한 일들을 글이라는 형식으로 토해내었고 여기에 김종숙 화가가 그림으로 영혼을 불어넣어 함께 엮은 흔치 않은 그림책이다.


그림에서 삭막한 이라크의 모래바람이 불어옴을 알 수 있듯이 전쟁은 삭막하고 때로는 잔인했다.


축구선수를 꿈꾸는 알라위, 구두닦이로 돈을 모아 작은집을 마련하는 게 꿈인 핫싼, 택시를 몰며 신혼을 꿈꾸는 하이달,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파라, 타고난 손재주로 자동차를 만들고 싶다는 모하메드, 자식과 손자들과 한집에 모여 사는 게 꿈인 아흔 살의 무스타파 등, 가난하지만 누군가를 사랑하고 소박한 꿈을 키우며 사는 평범한 사람들을 다양한 형태로 표현하고 있는 이 책은 이라크 전쟁에 대한 작가와 화가의 심정이 글과 그림에 고스란히 전해진다.

꿈과 자유를 되찾아 주겠다던 군대가 어쩌자고 이 끔찍한 짓을 벌이고 있는지 그대로 두고 볼 수가 없어 가족이며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은 모두 총을 들었다고 했다.
전쟁 중에 그들이 바라고 원하던 진실은 어느새 그 자취를 감추고 남아있는 사람들은 더 이상 착하거나 나쁜 사람도 아닌 너무나도 변해버린 사람들이었다.

쉽게 수그러들지 않은 전쟁에 더 질기게 버티며 맞서는 건 독재자도 군인도 아닌, 평범한 그나라 시민들이었다. 자기 스스로를 지켜야 하는 사람들이었기에 목숨을 내걸고 그들은 자신을 지키고 있었다.

한 청년이 한 청년에게 목숨을 잃는 거,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비극의 현장, 전쟁이 아니었다면 그 둘은 아마도 좋은 친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병사들에게도 한때는 꿈이 있었다.
전쟁은 그랬다.


마침내 전쟁이 끝나고 나라의 자유와 평화를 지켰다고 말했지만 , 전쟁이 그들에게 남긴 건 오로지 차별과 억압, 공포와 두려움, 감시뿐이었다. 중오는 또 다른 증오를 낳기에 지금보다 더욱 질기고 혹독 할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이라크 전쟁 전의 그 땅에는 살아가는 청년들의 수만큼이나 많은 꿈들이 있었다. 전쟁은 그러한 청년들에게 꿈을 지켜주는 착한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을 꾀었고 이내 모두의 꿈을 짓밟았다. 자유와 정의를 위한다는 전쟁은 누구도 더 이상 꿈꿀 수 없는 현실을 잔인하게 남겨둔 채 떠났다.


누군가가 “인류가 존재하는 한 전쟁은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라고 했지만, 책을 보는 내내 비단 이라크에만 한정되지 않을 전쟁의 참혹함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은둔의 독재자와 자칭 초강대국 지도자가 주고받는 “막말 전쟁”만으로도 여태 느껴보지 못한 공포를 만나곤 하는 요즈음의 내가… 우리가… 쓸쓸하기 그지없다.

정 정숙그 꿈들

10번째 작가와의 만남 -똥개 김동범 작가와 떠나는 감성 스케치

매주 수요일만 되면 설렙니다. 왜냐구요?

그건 작가와의 만남이 있기 때문이죠. 지금까지 9명의 작가가 다녀갔습니다. 김동범 작가는 10번째 주인공입니다. 그는 주로 동남아를 여행하며 그림을 그리고 글도 쓰는 카투니스트입니다. 털털한 카툰캠퍼스의 조희윤 대표도 이날만은 의상에 신경을 쓴답니다. 오늘은 파란색 드레스를 입었네요. 파란색은 그녀가 제일 좋아하는 색이랍니다.

그녀뿐 아니라 캠퍼스에 모인 모두가 기분 좋게 긴장하고 있습니다. 작가의 두 번째 책 ‘조금 늦어도 괜찮아’를 미리 사서 읽었기에 더 기대하고 있나 봅니다. 작가와 만나기 전 우리끼리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펜으로 쓱쓱 그린 풍경 속에 골목골목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참 따뜻했습니다. 모두 작가의 책에 푹 빠져있더군요. 글은 그 사람의 얼굴이고 내면입니다. 글 쓰는 스타일을 보면 그 사람이 보인다고도 하지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드디어 작가가 도착했습니다. 시작보다 빨리 도착한 작가를 맞이하느라 분주합니다. 형식적인 스테이지를 만드는 것보다 그냥 빙 둘러 앉아 평소처럼 좌담을 즐겼습니다.

사회는 똥개 김동범 작가의 20년 지기 카툰캠퍼스 사무국장 고구마 이대호 작가가 맡았습니다. 두 분은 대학시절 몇 년 동안 한 방에서 동고동락을 같이해 가장 민감한 부분까지 다 아는 절친 이랍니다.

 

자연히 첫 질문은 호가 왜 똥개냐 였습니다.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그는 날 때부터 약하고 병치레도 많았답니다. 한 번은 숨을 쉬지 않자 죽은 줄 알고 대야에 담아 강에 띄웠는데 다행히 울어서 다시 살아났답니다. 아이의 명을 늘리려면 ‘똥개’란 이름을 지어주라는 스님의 말씀에 ‘똥개’가 그의 호가되었습니다. 흔히 위인전에서 많이 읽던 이야기라는 사회자의 ‘디스’에 모두 웃음바다가 되었지요.

 

 

두 번째 질문, 언제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나요?

 

 

“어릴 때부터 학교 복도와 교과서에 온통 그림을 그려 문제아로 낙인찍히며 자랐습니다. 고등학교도 실업계로 갔지요. 그 후 3년 동안 공장생활을 했어요. 그때 많은 외국인 근로자와 함께 일했어요. 조선족부터 방글라데시, 카자흐스탄, 필리핀 등 나라도 다르고 언어도 달랐지만 그들의 목표와 꿈은 같았습니다. 고국에 있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쉬지 않고 일했어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견뎌내는 동료들을 보며 작가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게 아닐까요? 그림에 대한 꿈을….

 

 

세 번째 질문은 왜 여행을 다니게 되었나요?

 

 

10여 년 전, 대학교 때 만든 애니메이션이 상을 받아 프랑스 “앙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 초대받아 프랑스에 간 것이 그의 첫 여행이었습니다.

 ‘세상은 내가 짐작한 것보다 크고 넓고 다양했다. 순간, 너무 늦은 경험을 후회했다. 더 알고 싶어 졌고 더 많이 보고 싶었다. 그러다 동남아시아를 만났다. “해마다 여행을 떠나자”라는 꿈이 생겼고 그러기 위해 십 년 동안 열심히 일했고 십 년 동안 여행을 다녔다.’ – 「조금 늦어도 괜찮아」 중에서

“첫 번째 배낭여행은 네팔입니다. 네팔의 구석구석을 여행하면서 사람들의 따스한 마음과 친절에 반했습니다.”

작가는 네팔여행이 그 삶의 전환점이 되었답니다. 대학에서 강의도 하고 카툰일러스트와 팝 아트 작가로 유명세를 탔지만, 그동안 꿈꾸고 달려온 성공과 명예는 어디로 사라지고 진실되게 자신을 바라보게 되었답니다. 그들의 소박한 삶과 순수한 눈동자가 작가를 변화시켰는지도 모릅니다.

‘브루나이’ 만 빼고 동남아를 다 돌아다녔다는 그는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의 얼굴을 그려주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여행이 주는 가장 큰 행복이랍니다. 그가 쓴 책 ‘가끔 길을 잃어도 괜찮아’와 ‘조금 늦어도 괜찮아‘ 에는 그가 그려준, 작가와 닮은 많은 얼굴들의 행복한 미소가 독자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가끔은 길을 잃어도 괜찮아 | 예담, 2010

조금 늦어도 괜찮아 | 호미, 2017

 

김동범작가는 여행을 다니며 만나는 사람들에게 얼굴을 그려주며 그림으로 소통을 하였다.

‘만저봐’(만화저널 세상을 봐) 1주년 기념으로 카툰캠퍼스에서 쏜 점심을 먹으며 똥개 작가의 여행 이야기에 푹 빠진 맛있는 하루였습니다.

김동범작가는 높새 청소년 여행학교 여행선생님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출처 높새학교페이스북 

네팔 여행 중에 만난 여행 학교 높새(높이 나는 새)와 인연이 되어 방학 때마다 청소년들을 데리고 여행을 떠나는 그는 올여름 방학도 어김없이 여행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이번엔 또 어떤 여행이 될지~ 여행을 통해 희망의 꿈을 그리며 자신만의 길을 가고 있는 김동범작가의 다음 작품과 책을 기대하며 응원합니다.

한 성희10번째 작가와의 만남 -똥개 김동범 작가와 떠나는 감성 스케치

김동범 작가의 ‘조금 늦어도 괜찮아’-단숨에 나를 홀려버린 이유

책을 받아 들고 첫 장을 펼치는 순간 ‘와! 이게 뭐지’

진중하게 그림을 그리는 작가의 사진과 함께 이어지는 그림들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펜으로 촘촘히 그린 풍경과 사진 사이로 작가를 닮은 얼굴들이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천진스럽고 평화로운 눈망울들…….

이런 눈망울들을 어디서 봤더라! 지난해 인도와 네팔을 여행하면서 본 눈망울들이었다.

울퉁불퉁 먼지투성이의 도로를 꽉 메운 릭샤와 자전거와 소떼들. 지저분하고 불편한 것이 많아 삶이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맑고 순수해 보이는 그들의 눈망울을 보면서 그 눈동자에 비친 우리가 더 불행하다는 걸 깨달았던 여행.

“나무로 된 버스 바닥, 먼지 잔뜩 쌓인 선풍기, 창문틀에도 바닥에도, 온통 먼지와 찌든 때. 그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건 이상한 걸까? 더위도 잠시 머물다 가는 오래된 버스 안.”

 

가난하지만 정이 넘치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그려주는, 김동범의 태국, 라오스 감성스케치여행은 일단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다. 다음엔 어떤 풍경과 이야기가 펼쳐질까?

‘사와디 캅’

작가를 따라서 여행을 떠난다. 카오산로드를 따라 걷다가 탐마삿 대학을 둘러보고 의자 위에서 놀고 있는 천진한 아이도 만난다. 노점에서 바나나 팬케이크를 사 먹고 특별히 마음 가는 이의 얼굴을 그려주며 따뜻한 마음을 나눈다. 썽태우를 타고 치앙마이 골목 곳곳을 누비기도 하고 수린섬에 들어가 할 일 없이 바닷가를 거닐며 열흘쯤 지내고 싶다. 삶은 팍팍하지만 웃음을 잃지 않는 소박한 사람들을 보며 살아갈 힘을 얻는다.

‘하루가 짧다. 불을 끄고 자리에 누우면

한숨처럼 한꺼번에 밀려오는 생각. 여행을 왔다. ‘

슬로 보트를 타고 라오스로 넘어간다. 또다시 많은 사람을 만난다. 비 맞는 나를 위해 우산을 받쳐주는 역무원 아저씨를 만나고 썽태우 타는 곳까지 손을 잡고 데려다주는 노점상 아주머니도 만난다. 모두가 순박하게 정이 넘치는 사람들이다. 아니 그것은 작가의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조금 늦어도 괜찮고, 가끔은 길을 잃어도 괜찮은, 세상을 따뜻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작가의 감성이 책 곳곳에 녹아있기에 한번 책을 들으면 놓을 수가 없나 보다.

앉아서 읽다가 엎드려 읽다가 누워서 읽다가…. 시간은 대책 없이 흘러가고 마지막 책장을 덮었을 땐 새벽이 밝아오고 있었다.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죠.

책상에서도 지하철에서도 심지어 길에서도 그림을 그릴 수 있죠.

근데 이 재능을 이제껏 먹고살기 위해 썼죠.

의미를 찾을 수 없어서 때론 우울했어요.

내 재능과 그림이 가장 돋보일 때가 언제였을까요?

바로 당신을 그릴 때입니다.‘

당신을 그리는 게 아닙니다. 당신의 삶을 맞이하는 거예요.’

김동범 작가와 떠난 태국, 라오스 감성여행, 책을 덮은 뒤에도 오랫동안 그 감동이 내 안에 머물러 있다. 또다시 여행을 떠나고 싶다.

 

한 성희김동범 작가의 ‘조금 늦어도 괜찮아’-단숨에 나를 홀려버린 이유

작가와의 만남 – 박비나 작가의 ‘비나의 봄’

‘비나의 봄’은 시민 카페 채움에서 열린 두번째 전시회이자 박비나 작가의 첫 개인전이다.

지난 4월 26일 채움에서는 박비나 작가와의 만남이 있었다. 박비나 작가는 올해 1월, 전시작 중 하나인 ‘더러운 잠’이 전국적으로 크게 회자되며 논란과 화제를 동시에 불러 일으킨 <곧, 바이 전>에 함께 참여한 프리랜서 일러스트 작가이자 카툰 작가다. 카툰계에서 여성 카투니스트들은 드문 편인데, 박비나 작가는 그 중에서도 꾸준히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일구고 있는 드문 작가다.

이 땅의 워킹맘들의 어깨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짐들이 지워져 있다. 누군가의 엄마와 아내로 규정되는 관계의 타이틀과 함께 많은 이들이 자신의 꿈과 현실 사이 그 어딘가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박비나 작가를 처음 만났을 때 화려한 미모와 젊은 작가의 외모에서 그의 실제 작품 세계를 상상하기는 쉽지 않았다. 다만 국회의원들과 대통령도 읽는다는 82년생 김지영의 주인공, 다른 이름으로는 경단녀라 한다면 작가를 이해하는 한 꼭지 정도는 될 수 있을까?

박비나 작가의 작가명 비나는 만화를 그리고 전문 산악인이기도 한 아버지가 붙여 주신 이름이라 한다. 아들에게는 산을 타는 로프인 ‘자일’로, 딸은 카라비나에서 카라를 빼고 비나로 지었다는 유머러스한 배경을 설명해 주었다. 작가의 아버지는 딸에게 비나라는 이름을 지어주면서 이미 유머와 해학을 담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미래를 보았는지도 모르겠다.

비나 작가의 작품 세계에서 두가지 키워드는 관찰과 감상이라고 한다. 작가의 말처럼 작품 곳곳에 관찰과 감상에서 우러나온 경험의 형상화가 공감을 일으킨다.

이번 전시 작품들은 미혼으로 직장생활을 하던 시절부터 결혼을 하고 직장맘으로 육아와 일을 병행하며 시간에 쫓기던 시기를 거쳐 두 아이의 엄마로 살면서 꿈을 놓지 않고 끊임없이 그리고 또 그려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만들어가는 작가의 치열한 시간들이 오롯이 녹아있다. 카툰을 시처럼 봐달라는 작가의 말처럼 그의 작품들에는 함축적인 의미가 여기저기 번뜩인다. 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하는 그림 속에는 우리 모두 고개를 끄덕이곤 하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이유 ⓒ박비나

아이가 코드를 뽑아서 생각이 나지 않는 상태를 표현한 유쾌한 작품이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아니 어린 아이를 돌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 맞아 맞아 할 수 있으리라.

디데이 ⓒ박비나

Be the Mom ⓒ박비나

첫 그림은 놀랍게도 그녀가 미혼일 때 상상하여 그림이다. 아이를 갖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표현하였다. 한참의 세월이 흐른 후 엄마가 된 작가는 아이와 함께 서서 거울을 바라보는 그림을 그린다. 미지의 상태에 대한 두려움을 가졌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아이와 함께 성장해 가는 모습을 담았다고 한다.  더 많은 시간이 흐르면 또 다른 관점의 아이와 함께 하는 작품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숨은그림찾기 ⓒ박비나

제자리로 놓으라는 잔소리에도 치우지 않는 아이의 가방이 놓인 소파 그림. 이 작품을 보는 아이와 씨름하는 엄마들의 입가에 미소가 떠오를 듯 하다.

괜찮아 ⓒ박비나

슬픔이지만 같이 위로해 주는 마음을 상상하며 그림.

악동 ⓒ박비나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익살스런 그림이 미소를 불러일으킨다. 어릴적 누구나 한번쯤은 동물의 꼬리를 잡고 흔들어 보고픈 때가 있었다.

낚시 ⓒ박비나

미혼시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받았다고 고백한 작가의 작품. 원화는 앞으로 또다른 대상의 꿈이 이뤄지기를 응원한다.

세월호를 주제로 한 다양한 작품들

작가이기에 앞서 엄마이기에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사건이 세월호의 아픔이다. 작가는 함께 공감하고 위로하고픈 간절한 마음을 그림 하나하나에 담았다.

그리는 행위와 과정이 치유가 된다고 말하는 박비나 작가의 얼굴 표정은 유난히 밝고 확신에 차 있었다. 직장과 가정사이에서 고군분투 끝에 프리랜서의 길을 택하게 되었지만,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열심히 달리는 모습이 이 땅의 또다른 김지영들에게 위로가 되길 바란다.

후니작가와의 만남 – 박비나 작가의 ‘비나의 봄’

만화계의 허브를 꿈꾸던 ‘계간 만화’를 찾아서

어릴 적 만화에 푹 빠져 살았다. 학교가 파하면 만화방에서 살다시피 했는데 그것도 모자라 한 보따리씩 빌려와 밤새 읽었다. 불 끄라는 부모님의 성화에 이불을 뒤집어쓴 채 손전등을 비추며 읽다가 이불속에서 나오면 날이 훤히 밝아 있었다. 그런 열정이 중학교까지 계속되었다. 만화가가 되고 싶어 스케치북에 열심히 삽화를 그리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만화를 졸업했다. 이유가 뭔지는 모르겠다. 아마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소설책에 푹 빠져 그랬던 것 같다. 그 후로 30여 년을 만화를 잊고 살았다. 아이들이 어릴 때 TV에 방영되던 ‘들장미 소녀 캔디’나 ‘우주소년 아톰’ ‘은하철도 999’ 같은 애니메이션을 넋 놓고 본 기억만 있다.
‘만저봐’에 들어오면서 새로운 만화 세상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다양한 만화들이 숨은 보석처럼 곳곳에 박혀있었다.
지난가을 언리미티드 에디션(독립출판 제작자들이 모여 자신의 창작물을 판매하는 행사)에 갔다가 눈이 번쩍 뜨였다. 듣기도 생소해서 별 기대 없이 갔었는데 그렇게 사람이 많이 몰릴 줄 몰랐다. 마니아층이 두텁게 형성되어 있었다. 길게 늘어 선 줄 사이에서 ‘독립만화’의 시발점은 어디일까 생각해봤다. 그러다 ‘계간 만화’ 이야기를 들었다.


‘계간 만화’는 상업만화 즉 주류에 대한 대안으로 만든 잡지다. 만화의 침체기를 헤쳐 나가는 방법으로 서울산업진흥재단 서울애니메이션센터가가 제작비의 상당 부분을 지원했다.


마침 ‘계간 만화’ 발행인이었던 이재식 대표가 부천 만화영상진흥원 사무실을 두고 있다기에 찾아가 보았다. 어려서부터 만화에 관심이 많았고 20대까지 만화가를 꿈꾸다가 꿈을 접고 만화 편집의 길로 뛰어들었단다. 현재 ‘씨엔씨 레볼루션’이라는 만화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상업만화 발행인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었다. ‘이미테이션’ ‘허니 블러드’ 등 몇몇 만화들이 히트를 치면서 우리나라 상업만화의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 (계간만화 시절 씨엔시 레볼루션을 그대로 회사명으로 쓰고 있다.)
그렇다면 2000년 초반에 만든 ‘계간 만화’는 어땠을까?

400쪽 분량의 두꺼운 책에 많은 작가들의 작품이 실렸는데, 생각지 못했던 기발한 생각과 창의력이 지면 곳곳에 숨어있다. 마치 여러 장르의 책을 한 번에 보는 종합지 느낌이 들었다.
창간 글 첫 줄에는 이렇게 쓰여있다.
‘이 지면이 창작과 비평의 치열한 장이자 만화의 꿈, 만화를 사랑하는 모든 독자의 꿈이 함께 영그는, 새로운 감성과 상상력의 인큐베이터가 되기를…’ 하지만 제작을 맡았던 새만화책은 2003년 봄, 여름 호를 내는 것으로 그쳤다. 제작비 지원자인 서울산업진흥재단과 편집 방향이 맞지 않아서였다.
잠시 틈을 둔 뒤 2004년 봄 호부터 이재식 대표가 출판을 맡았다. 당시 30대의 나이로 젊음과 열정으로 똘똘 뭉쳐있던 그는 계간 만화 출간에 온 힘을 다 쏟았단다.
“서울산업진흥재단의 요구와 절충하며 서울시에서 정해준 룰대로 했지요. 텍스트, 정보, 평론을 싣고 대안만화의 목소리도 내기로 했어요. 연재는 물론이고 단편과, 콩트, 유명 작가와 평론가의 대담으로 우리 만화가 가야 할 길에 대해 폭넓고 진지하게 의논했습니다.” 그 결과 창의력 넘치는 작가, 기발한 아이디어를 담은 작가, 참신한 작가들을 많이 발굴해 냈다는 평을 들었다. 계간 만화는 상업과 대안의 절충이었다. 서울시의 지원을 받았지만 작가들에게 고루 기회를 주기 위해 여러 작가를 싣다 보니 제작비도 모자랐다. 나머지는 책 판 수입으로 대체했다.


그러나 너무 앞서 갔던 것인지, 정부의 정책이 바뀌어서인지 2005년 여름 호를 끝으로 계간만화는 폐간을 하게 된다. 만화계의 허브 역할을 다짐하며 희망차게 출발했던 계간 만화는 그 후로 현재까지 더 이상 출간하지 못하고 있다.
온 마음을 다해 열정을 쏟았던 이재식 대표는 지원사업이 끝난 이후에도 사업의 연속성을 위해 서울시에 조금이라도 추가 지원해 주면 어떻게든 출간해 보겠다고 호소했지만 아쉽게도 그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어느 장르나 그렇겠지만 예술가들은 가난합니다. 90년대까지만 해도 활성화되었던 만화시장이 축소되어 점점 시장이 줄어들었지요. 만화를 그리지만 실어줄 곳이 없고, 원고료가 없으면 생계를 유지하기가 힘듭니다. 책은 팔렸지만 시장이 워낙 좁다 보니 지원이 없으면 끌고 가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겁니다.”
대안만화라고만 생각했던 ‘계간 만화’가 상업성도 있었다는 이 대표의 말이 좀 충격이었다.
하지만 그는 상업과 대안의 절충이었던 계간 만화가 많은 신인 작가 발굴에 기여하고 상업적인 만화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고 자부했다.


종이책 ‘계간 만화’가 폐간된 지 10년이 훌쩍 넘었다. 그 뒤로 새만화책이나 몇몇 종이책이 출간되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요즈음엔 네이버나 카카오를 통해 웹툰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있다. 한국식 웹툰을 선호하는 중국시장은 공략할 만하다는 그에게 독립만화의 시장 가능성에 대해 묻자.
“인디나 독립만화를 디지털에 접목시켜 유통 통로를 넓히면 시장의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했다.
굳이 그가 독립만화의 가능성을 점치지 않더라고 2016년 언리미티드 에디션에서 독립만화의 가능성을 확실히 느꼈다.
이제 정부기관의 지원에 기대지 않고도, 참신한 작가를 발굴해 그들이 빛을 볼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매체 ‘만저봐’의 ‘독립만화세상’이 ‘계간 만화’ 취지처럼 만화계의 다양성을 구축하는 허브 역할을 하길 기대해본다.

한 성희만화계의 허브를 꿈꾸던 ‘계간 만화’를 찾아서

출판만화 씬에서 1차로 선정한 젊은 작가 신지수(수신지)!!

출판만화 씬에서 1차로 선정한 젊은 작가 신지수(수신지)!!

제9회 대한민국창작만화공모전에서 <반장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라는 만화로 대상을 받은 작가 신지수, 그는 누구일까? 독립만화세상에서 신지수 작품의 <반장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라는 2011년 작품을 리뷰하기로 했다.
1980년생으로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뒤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며 주로 그림책 일러스트레이션을 그렸다.

2011년 대한민국창작만화공모전에서 단편 <반장으로서의 책임과 의무>가 대상을 수상하며 만화작품을 시작한다. 단편인 이 작품의 만화는 수업시간 선생님의 부재 시에 일어나는 상황을 전개한 만화로 반 친구들의 여러 모습을 상세하게 그린 작품으로 일상의 일들을 그대로 담아내었다.


반장은 어떤 마음의 자세를 가질까?

학교생활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책임감과 의무감의 역할을 해야 하고 떠드는 자의 이름을 적어내야 하는 불편함도 있겠지만, 반대로 각자 떠드는 이야기 속에 직통 sos를 받아 만화로의 작품으로 담을 수 있었던 것은 나름 재미도 있었을 거란 느낌도 든다. 마치 강력 안테나를 이용해 이웃의 전파를 몽땅 당겨와 자연스레 엿듣는 즐김도 은근 있었을 것 같다.

이처럼 부정적인 면에서 떠드는 친구의 이름을 적어 보고하는 것은 반 친구들에게 적이 되어 버린다는 생각과 경쟁자의 열공 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작가의 편치 않는 마음도 전해진다..

결국 떠든 사람 이름을 묻지 않는 선생님, 자신이 반장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 했다는 만족감보다는 시간 내내 허비한 시간이 아까워서일까 ‘아… 공부하고 싶다’라는 외마디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기회가 되면 들어보고 싶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2012년 <3그램>이 있다. 3그램은 떼어낸 난소의 무게라고 한다. 불과 3그램에 불과하지만, 20대 여성이 난소암 선고와 수술과 치료를 통해 겪어야 하는 마음의 무게는 그 보다도 훨씬 더 무겁다는 걸 은유적으로 알려주는 내용이다. 형식도 실험도 과하면 부담스럽지만 수위 적절하게 담아 독자에게 감동을 준다고 하니 갑자기 궁금증이 생겨서 기회가 되면 이 책도 읽어봐야겠다. 또한 2016년 발간한 저자의 미대 시절이 고스란히 반영된 작품인 <스트리트 페인터>도 읽어봐야겠다. 미메시스라는 출판사에서 나온 두권의 책도 의미가 있을듯 하지만 저자가 처음 독립출판으로 출판한 <반장으로써의 책임과 의무는> 의미있고 가치있는 책이 아닐까 생각을 했다. 독립출판 책은 시간이 지나면 구하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에 지금은 구할 수 없다는 점이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3그램(미메시스 2012년 발행 178page) / 스트리트 페인터(미메시스 2016년 발행 532page)

신 용택출판만화 씬에서 1차로 선정한 젊은 작가 신지수(수신지)!!

방람푸에서 여섯날

여행하지 않은 사람에겐 이 세상은 한 페이지만 읽은 책과 같다.
-아우구스티누스

여행과 병에는 자기 자신을 반성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케우치 히토시

참 좋은 말들이지만 쉽게 실행하기 어려운것 처럼, 살아내는 것 그 자체에 지치고 힘들어도 누구든 잠시 일상을 멈추고 어디든지 잠시 다녀오기란 결코 쉽지 않다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특히 홀몸이 아닌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는 주부들의 입장에서 이는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요즘은 예전 같지 않아 많은 이들이 각자의 삶을 돌보기 위해 투자를 많이 하고 산다는걸 주위에서 흔히 보고 듣곤 한다.
그것도 개인의 취향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누어지는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을 두루기도 하고, 좋은 차를 타고 좋은 집에 살기도 하며, 온 세계를 여행하는 사람도 있다.
어떻게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계획이든 꿈꾸는대로 나의 삶을 개척 할 수 있다는 것은 그 무엇에도 비유할 수 없이 행복한 일이다.

북적거리는 주위의 시선과 환경에서 벗어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는 것!
살면서 수백번 넘게 생각해본 일이지만 부끄럽게도 나는 지금까지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 항상 아이들과 가족이 함께였고 시간이 지나면서 후회만이 나를 슬프게 했다. 이제는 예전과는 다르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떠날 수도 있으나, 추억은 지금 만들 수 있는게 아니다.

‘방람푸에서 여섯날’ 은 작가가 어느날 무력한 삶에 실종되어있는 중요한 무언가를 찾기 위해, 잠시 일상을 멈추고 무계획이 주는 막연한 기대감을 바탕으로 두 번 가 본 적이 있는 방콕의 서쪽 구시가지인 방람푸로 일주일을 다녀오면서 써내린 여행기이다. 나도 종종 맛있는 음식을 만들면서 나만의 레시피로 책을 내거나, 이곳 저곳으로 여행을 다니면서 담는 아름다운 사진으로 책을 내고싶다. 라고 생각을 가끔씩 해 본 적이 있어 더욱 반갑게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여행을 하다 보면 여행지에서 여러 커플들을 만나게 된다. 그 사람들을 보다 보면 일상 생활에서 종종 잊기도 하는 아름다움이 가득 묻어 난다.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다니는 부부, 예쁜연인들, 무엇보다 인상적인건 노부부의 모습이다. 몸도 마음도 건강한 노년은 우리가 꿈꾸는 아름다운 인생 그 자체가 아닐까?

글쓰기에 거창한 의미를 두지 않고 생각을 정리하는 수단으로 글을 택했다는 작가는 ‘글을 쓰는 시간’ 이란 ‘생각을 정리하고 기록 해 두는 시간’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번 여행을 통해 해야할 유일한 일이라고 작가는 역설한다.
직업이 작가인 이유로 여행을 가서도 하루에 글을 쓰기로 한 시간은 상당 부분을 차지하지만, 그런 자기만의 독립된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도 여럿이 아닌 혼자만의 여행이 주는 특권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룸피니 공원’은 별 기대없이 우연히 조우하게 된 공원이다.
엿새동안 틈나는대로 방문한 곳, 사람들이 많았지만 이상하리만치 조용한것이 신기했고 사람들은 그저 벤치에서 신문을 읽거나 벤치에 기대어 졸거나 아주 작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고 어떤 사람은 멍하니 강가를 바라보며 앉아서 휴식을 취하는 곳이었다.
사람들로 북적되는 서울에서는 보기 드문 풍경들이었다. 그리고 시끄러운 음악소리 보다는 공원의 맑은 공기와,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이 내는 소리가 더욱 아름다운 곳. 그런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은 건 내 자신은 물론이고 대부분 사람들의 로망일 것이다.

아이들을 키울 땐 아이들 속에서, 아이들과 함께 지지고 볶으며 때론 안달복달하며 그것이 여행인 양 정신없이 살아 왔다. 정신적 위안을 떠나 육체적인 도리로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계속되는 여정 중에 더위가 지독한 어느날 탐마삿 대학교와 예술대학인 씰파곤 대학교를 탐방했다. 캠퍼스 곳곳의 예쁘고 눈에 띄는 곳들과 그리고 삼삼오오 앉아서 얘기하고 있는 풋풋한 대학생들을 보고 작가는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띄며 잠시 생각한다. 마치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처럼,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는 것들이 있었다.
작가는, 이제 대학생의 모습을 통해 현재의 모습보다는 바야흐로 과거의 모습을 비추어보게 된 나이가 되었음을 새삼 신기하게 느낀다.
나로서도 너무나 공감이 가는 대목이었다.

수요일에 들렀던 ‘사란롬 공원’
공원이라고 하면 누구나 휴식과 편안함을 목적으로 방문하여 생각의 보따리를 채우러 찾는 곳이다. 화려하고 예쁘지 않아도 자연이 주는 자연스러운 아름다움과 자유로움에 빠져 들어 시간의 개념을 잊어버리는 곳.
그런 곳이 공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나라에도 아직 때묻지 않은 자연이 가득한 그런 곳 들이 많이 있어 가끔 들르곤 한다. 마지막 날 그녀가 찾은 ‘짐 톰슨 하우스’ 도 마찬가지였다.
입구의 열대식물이 가득한 정원의 아름다움은 인위적이면서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고 설렌 마음을 안고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어떤 곳을 처음 방문할때는 화려한 곳이나 널리 알려진 곳, 혹은 누구나 가보고 싶었던 곳을 지나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이들을 둘러 보게 된다. 여행에서 좋은 체험은 화려한 유적지나 명소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라고 작가가 말하듯이, 두 번, 세 번 방문하게 되면 기존 여행과는 다르게 골목골목 잘 알려지지 않은 장소들을 둘러보고 탐험해 볼 여유가 생기는것은 여행의 또 다른 장점이다.

목요일 날의 아침, 작가는 게스트하우스에서 호텔로 숙소를 옮겼다. 투숙하게 된 호텔은 누구나 희망하는 휴가의 전형적인 풍경을 그려내고 있었다. 강이 보이는 전망 아래 테라스에는 숲이 우거져 있고 바람이 불어 나무들이 내는 소리는 마치 그녀의 지친 마음을 어루어 만져주는 듯 했다. 테라스에 앉아 나무가 들려주는 자장가는 그 옛날 엄마의 달콤한 속삼임이었다.

마침내 여행의 마지막 날이 밝고 호텔에서 조식을 먹고 있던 작가는 서양인 노부부의 아름다운 풍경을 본다. 할아버지는 다리 한 쪽에 목발을 짚고 다녀야 할 정도로 불편한 상태로 보였지만, 그 부부의 표정에서 어떤 신체적 불편함도 그 아름다움을 이길 수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과 노부부와 같은 그림을 그리고 싶듯이, 부부의 아름다운 표정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아름다운 언어로 이를 말하고 있었다.

마지막 목적지로 그녀는 짐 톰슨 하우스근처에 있는 방콕아트센터를 방문하기로 정했다.
갤러리에서 강한 인상을 주는 작품들을 보면서 그녀는 이틀 전에 예술학교 갤러리에서 본 학생들의 그림이 떠 올랐다. 그들도 졸업을 하고 전문적인 작가가 된 후에는 본격적으로 전시도 하고 좋은 그림들을 그리게 될 것이기에, 마치 예술학교와 아트센터가 같은 연장선상에 있는 장소로서 느껴졌다. 특히나, 9층 갤러리에서 전시되고 있었던 어느 원로 작가의 회고전을 보면서 그림도 한 사람의 인생을 아름답게 연속적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들을 보고 그녀는 작품 자체의 아름다움이 선사하는 순수한 감동을 느끼면서 어느새 갤러리의 작품들과 자기 자신의 그림을 비교해보며 자신의 작품을 시시하게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자기 자신과 자신의 작품에 대한 부끄러움을 깨닫는 순간, 앞으로는 보다 괜찮은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 같다는 묘한 희망과 자신감을 얻는다. 그것은 갤러리의 전시가 작가에게 영감을 준 무엇보다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한다.
여행을 통해 자기 자신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하고 영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일까!

여행을 마치면서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오는 길에서 그녀는 방콕의 거리, 방콕의 진짜 모습들을 말하고 있다. ‘공항’! 비행기들과 여행자들이 가득 차있는 표준화 된 공간이지만, 공항과 여행은 닮은꼴이다.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출발지와 목적지가 다른 새로운 세상을 연결하는 곳이자, 설렘과 기쁨이 있고 그로 인한 새로움으로 부터 자극 받는 곳! 여행은 공항에서 시작되고 공항에서 끝난다.

이곳에서 작가는 시간의 소중함에 대해 깊이 생각한다. 천천히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인내심을 갖고 시간을 들여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들이 세상에는 너무나 많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서울로 돌아가서도 소소한 시간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살 수 있을까?” 하고 자신에게 반문한다.
마침내 서울로 돌아오는 공항에 도착한 작가는 수많은 공항안의 사람들을 마주하지만, 예전과는 다르게 한사람 한사람들이 세세히 눈에 들어 오고 자세하게 보게 된다. 조바심이 난 사람, 지쳐 보이는 사람, 권태로워 보이는 사람, 평안해 보이는 사람, 어디로부터 떠나 온 것만 같은 사람, 떠나갈 준비를 하는 사람이 공존하는 공항은 그곳의 특별한 공기가 사람들을 타고 전해진다.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있지만, 그들 모두 이 여정의 끝에 제자리로 무사히 돌아 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만큼은 똑같을 것이다.

밤에서 아침으로 향하는 경계를 시간이 아닌 공간으로 넘어가는 순간, 방콕으로 오면서 빚진 두 시간을 서울로 돌아가며 갚는 것만 같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짐을 느낀다. 어느새 방콕의 밤은 두 시간의 거리만큼 멀어져 갔고 서울의 아침은 여섯날이 하루인냥 그 익숙한 표정으로 작가를 반겨 주었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 지름길을 안내하는 표지판처럼 여행도 삶의 또 다른 시작을 암시하듯 ‘이것은 끝이 아닙니다’ 란 문구를 맞이하고 나니 마치 나도 작가를 따라 방람푸에서 여섯날을 보내고 돌아온 것처럼 뭉클한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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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정숙방람푸에서 여섯날

작가와의 만남 여섯번째> “방람푸에서의 여섯날” 이경희 작가

작가와의 만남 여섯번째> 이경희 작가

일시 : 2017년 5월 31일(수요일) 오후 2시
장소 : 카툰캠퍼스(경기도 부천시 지봉로 34번길 33 4층)
문의 : 032-345-5365


이번 만남의 주인공은 “방람푸에서의 여섯날”을 독립출판한 이경희 작가입니다. “방람푸에서의 여섯날”은 방콕의 서쪽 방람푸 지역에서 보낸 6일간의 여행을 기록한 그래픽 노블입니다. 붓펜으로 그린 생동감있는 그림들과 글을 읽으면 어느새인가 방람푸 한복판에 서서 여행을 하고 있는 느낌을 주는 작품입니다.

높은 완성도의 독립출판 만화를 제작한 이경희 작가와 즐거운 만남을 하고 싶은 분은 누구든 환영합니다. 5월의 마지막 수요일을 이경희작가님과 즐거운 시간으로 채우시기 바랍니다.

아무래도 중요한 ‘무엇’ 인가 놓치면서 하루하루를 흘려 보내는 것만 같았다. 내게는 그 중요한 ‘무엇’ 인가가 무엇인지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게 나는 온전히 혼자 생각만 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기 위해 일상을 잠시 멈추고 어디든지 잠시 다녀오기로 마음 먹었다. – 방람푸의 여섯날 중에서 –

Jihyun Youm작가와의 만남 여섯번째> “방람푸에서의 여섯날” 이경희 작가

가내수공만화’ 최진요, 그의 철학이 궁금하다

인디영화, 인디밴드는 익숙하게 접해본 영역이지만 ‘독립만화’ 내겐 낯설다. 그런데 그 독립만화가 이미 1930년대부터 활동했으며 시류에 편승하지 않는 독창적인 스타일과 내용을 다루면서 새로운 만화 생태계를 만드는데 기여해왔다니 독립만화에 대한 관심이 급상승했다. 만저봐 기자단의 야심프로젝트 중의 하나인 독립만화세상에서 작품리뷰와 작가취재 등을 연재하기로 했다. 수 십 권의 독립만화 책 중 나는 ‘가내수공만화’라는 3권의 책에 손이 갔다.

B6 크기로 얇고 작은 책자 안에 어떤 것들을 담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컸다. 첫 번째 책은 ‘예언자와 아들’을 비롯 총 4편의 만화가 실려 있다. 일상의 마디들을 만화로 빚어낸 것 같으면서도 무한한 철학인 담긴 듯한데 쉽게 와 닿진 않는다. 그러면서도 독자에게는 숱한 생각에 생각들을 꼬리 물게 했다.


‘은행아이’는 읽는 순간 학교폭력, 왕따 등을 연상케 했다. ‘영구작동인형’은 인형도 인형제작자도 다 멈춰버리는 비극으로 끝났다. 무엇이 태엽을 멈추게 했을까? 결과적으로 작가는 독자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안쪽인 줄 알았던 것이 바깥이었던 거지. 모두 그걸 잊어버려서 철창 안의 그 사람만 미치광이로 남았더라’라는 ‘미치광이 감옥’은 많은 것을 시사했다.

부처님 말씀 중에 ‘똑같이 굴뚝 청소를 하고 나왔는데 한 사람은 숯검뎅이 얼굴을 하고 한 사람은 얼굴이 비교적 깨끗했다. 누가 세수를 할 것인가?’라고 묻는다. 당연 숯검뎅이 얼굴이 세수를 한다고 하겠지만 깨끗한 얼굴을 한 사람이 당장 세수를 한다. 같이 굴뚝을 청소했기에 숯검뎅이의 상대얼굴을 본 깨끗한 얼굴은 당장 세수를 하ㄴ는 이야기와 ‘미치광이 감옥’은 일맥상통한다는 느낌이었다.

세 번째 책 중 ‘장군과 이발사’는 전쟁 통에 부모자식도 알아보지 못할 만큼 혼란스런 상황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어 순간 가슴이 아팠다. 최진요 작가를 만난다면 궁극적인 주제와 함께 세 권의 책에서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깊이 있게 물어봐야겠다. 독립만화작가인 만큼 아직 작가에 대한 상세한 프로파일을 알 수 없어 만화를 보는 내내 나만의 상상에 빠졌다. 자신만의 세계를 자신만의 색깔로 거침없이 드러낼 수 있는 독립만화, 새로운 관심거리이다.

이 주희가내수공만화’ 최진요, 그의 철학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