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수호

sooho9

시인, 前 부천시인협회장, 前 복사골문학회장 2005년 첫 시집 <우리가 사는 도시의 외로움에 대한 보고>와 2007년 <솔안말 찾아가는 길>, 2013년 <물끄러미>를 출간. 2017년 <목련 비에 젖다> 출간. 시 해설집 <지금은 시를 읽는 시간> 출간.

박수호 시인의 당신을 위한 시한편-“너에게 묻는다’ 안도현

평생 시집 한 권 사서 읽지 않은 사람도 이 시를 모르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시의 제목을 ‘연탄재’라고 기억하는 사람이 더 많지 싶은 이 짧은 시는 시인이 90년대 초 제 스스로 뜨거운 사람이 되고 싶은 꿈을 가슴 깊숙이 넣어 두고 살 당시, 그러니까 전교조 해직교사 시절의 작품이다. 안도현은 그의 시작노트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첫 줄의 명령형과 끝줄의 의문형 어미가 참 당돌해 보이지요? 밥줄을 끊긴 자의 오기 혹은 각오가 이런 시를 만들어 낸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이 시의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따지듯이, 나무라듯이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화자는 무슨 자격으로 이렇게 함부로 말할까 하고 생각해 보지 않으셨습니까? 그래서 저는 이 시를 볼 때마다 제목을 고칩니다. ‘나에게 묻는다’라고요.”

지금은 연탄을 연료로 사용하고 있는 사람은 소수다. 과거에 연탄은 겨울철 난방과 취사를 동시에 해결해 주는 소중한 존재였다. 우리나라에서 석탄을 처음 사용한 시기는 대략 19세기 말쯤으로 추정된다. 1896년 서울에서 석탄을 판매했다는 기록이 있다. 1960년대에는 도시의 거의 모든 가정에서 연탄을 연료로 사용하였고 집집마다 아궁이와 굴뚝이 있었다. 사실상 1970년대부터 들어서기 시작한 대부분 아파트도 연탄으로 보일러가 가동되었다. 연탄불을 꺼뜨리지 않으려고 늘 조바심을 쳤다. 탄이 거의 타고 화력이 약해질 때를 맞추어 갈아줘야 하는데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한밤중에도 잠을 설쳐가며 연탄불을 돌봐야 했으며, 만약 타이밍을 놓쳐 불을 꺼뜨리면 정말 큰일이어서 이웃에 밑불을 구하러 다니거나 착화탄을 사다가 온통 연기를 피우는 수선을 떨어야 했다.

‘너에게 묻는다’는 3행에 불과한 짧은 시행 속에서 인정이 메말라 버린 현대인들에게 반성과 각성을 촉구하는 작품이다. 시의 청자 ‘너’는 특정한 인물이 아닌,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말한다. 그들은 자신을 위해서 한없는 애정을 보였을지언정, 타인을 위해서는 제대로 된 온정의 손길 한 번 보내지 않은 사람들이다. 이에 반해 연탄재는 타인을 위해 자신이 줄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나눈 후에, 재로 변해 버린 존재이다. ‘너에게 묻는다’는 명령문과 의문문의 문장을 통해 나눔을 온몸으로 실천하는 ‘연탄재’와 이기적인 현대인들의 대비를 통해, 인정이 메말라 버린 현대 사회를 비판하고 현대인들에게 각성을 촉구하고 있는 시이다.

“누구든지 죄 없는 사람 이 여인을 돌로 쳐라” 간음한 여인을 앞에 두고 바라새 사람들에게 하신 예수의 어법으로 시인은 우리들 위선의 무리에게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라고 골고루 묻고 있다. 시인의 말마따나 각자 알아서 스스로에 대한 물음으로 고쳐 들으면 된다. 우리 가운데도 마치 의인인 것처럼 ‘연탄재’ 함부로 걷어차는 사람이 있다. 얼핏 용기 있는 자의 강단 있는 행동으로 비쳐지기도 하지만 발길질은 아무것에나 아무렇게나 하는 게 아니다. 시인은 더는 쓸모없는 연탄재에서 단박에 사랑의 극치를 읽어내었다.

차갑게 식어버리고 볼품없이 허옇게 꺼진 연탄재이지만 그래도 한 때 불이 활활 타오를 때는 그 누구에게 뜨거운 불덩이였다. 자신의 몸을 다 태우도록 주위를 따뜻하게 만들었던 연탄이였다. 재는 길거리에 버려져 많은 사람의 발길에 차이기도 하였으나 한겨울에는 눈길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길에 깔리기도 하였고 비가 내린 후에는 물웅덩이를 메꾸어 길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편하게 하였다.

사람들은 자신의 삶 자체가 바뀌기를 바라지만 진짜로 바뀌어야 할 것은 삶에 대한 자신의 태도가 아닐지 살펴보는 자기 성찰의 시간이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이런 물음을 던져 볼 일이다.

‘나는 그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따뜻한 사람이었던 적이 있었는가?’

 

박 수호박수호 시인의 당신을 위한 시한편-“너에게 묻는다’ 안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