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성희

hanregina

겉모습과 달리 빈틈 많고 털털한 사람. 17년째 수필을 공부하면서 수필집 '가시연 빅토리아' 겨우 한권 냈다. 10년동안 부천시청 복사골기자로 활동하다가 이제 시민 만화기자로 첫발을 내디뎠다. 내 주변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카툰으로 표현하고 싶어 '열공' 중이다. hanregina@cartoonfellow.org

홍임 모(母) 전상서

    813년 8월 다산 정약용이 그린 또다른 매조도. 시집 간 딸에게 결혼선물로 주기 위해 같은 해 7월에 그린 매조도와 구도가 비슷하지만, 이 그림에는 새가 한마리만 있다. 강진에서 얻은 딸 홍임을 위해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이 매조도는 2009년 처음 공개됐다. <한겨레 자료사진> 다산초당   홍임 모(母) 전상서 홍임 모, 안녕하신지라? 갈바람에 나뭇잎이

[한성희의 작가 산책] 시인 김남조의 ‘가난한 이름에게’

나의 밤기도는 길고 한 가지 말만 되풀이한다. 가만히 눈을 뜨는 건 믿을 수 없을 만치의 축원(祝願). 갓 피어난 빛으로만 속속들이 채워 넘친 환한 영혼의 내 사람아. 쓸쓸히 검은 머리 풀고 누워도 이적지 못 가져 본 너그러운 사랑. 너를 위하여 나 살거니 소중한 건 무엇이나 너에게 주마. 이미 준 것은 잊어버리고 못다 준 사랑만을 기억하리라. 나의

고마운 당신에게

그리도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고 무성하던 나뭇잎도 우수수 낙엽으로 내려앉은 가을의 끝자락입니다. 당신이 온전히 가정으로 돌아온 지도 벌써 9개월이 지났네요. 그동안 마음의 준비는 했었지만 막상 퇴직을 하고 보니 적응이 쉽지 않았겠지요. 출근시간만 되면 소파에 앉아 안절부절못하는 당신을 바라보며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궁리만 하다 결국 아무 말도 못 하고 시간만 흘렀어요. 그러고 보니 우리는 하루 종일

[한성희의 작가산책] 시인 허영자의 ‘가슴엔 듯 눈엔 듯’

마음이 어지러운 날은 수를 놓는다. 금실 은실 청홍(靑紅)실 따라서 가면 가슴 속 아우성은 절로 갈앉고 처음 보는 수풀 정갈한 자갈돌의 강변에 이른다. 남향 햇볕 속에 수를 놓고 앉으면 세사 번뇌(世事 煩惱) 무궁한 사랑의 슬픔을 참아내올 듯 머언 극락 정토(極樂淨土) 가는 길도 보일 상 싶다. – 허영자 시 ‘자수’ 전문 70이 훨씬 넘으셨지만 선생님은 그의 시만큼이나

한성희의 작가 산책 – 시인 고형렬의 ‘일편시에 대하여’

모든 세상과 색이 파묻혀 어떤 움직임도 소리도 없었다. 세상은 사진리에서 그 끝까지가 고요, 고요였다. 공룡 청봉이라는 것들이 눈앞에서 잡힐 듯하였다. 후우 세게 입김을 불면 날아가버릴 듯이 작아져서 마치 산은 사진리에서 멀리로 내려다보이는 것 같았다. 나는 그날 오후 이후 이때까지 설악이 그처럼 낮아지고 아름다운 적을 본 적이 없었는데 해가 지고도 한참을 설광 때문에 새벽 같았다. 발간

부천 인문路드에서 만난 양귀자

부천 인문로드를 걸었다. 양귀자 소설가의 ‘원미동사람들’의 주 배경인 원미동을 출발해 원미산 둘레길을 넘어 정지용 시인이 거주했던 소사동으로 넘어가는 코스다. 부천에 살고 있으면서도 7~80년대 문학계를 주름잡던 양귀자의 ‘원미동사람들’을 읽지 않았었다. 그러다 TV 드라마로 방영되고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나서야 책을 사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 후로 그녀가 쓴 소설들을 다 사서 읽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 부천작가회의에서 주최하는

태풍 속을 거닐다

큰일이다. 태풍이 제주도에 상륙한다는 날 친구 몇 명과 여행을 갈 예정이었다. 강원도의 한 휴양림을 예약해 놓은 상태라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가족과 지인들은 상상을 초월할 초유의 태풍이 올라오고 있는데 어딜 가느냐며 야단들이었다. 마음에 갈등이 심해지자 여행을 주선한 친구가 결단을 내렸다. “우리 모험을 한번 해보자. 다들 제정신으로 돌아가기 전에 떠나자.” 강력한 추진력에 허둥허둥 차에

뮤지엄 산 따라 걸어보니

‘느린 걸음으로 마음을 따라 산책하십시오.’라고 쓰여있었지만 느리게 걷진 못했다. 1박 2일로 강릉 커피 투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뮤지엄 산에 대해 입소문을 많이 들었다. 다녀온 지인들마다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라 했다. 아침 일찍 강릉을 출발해 시간을 쪼갰지만 둘러볼 수 있는 시간은 2시간뿐이었다. 산속으로 산속으로 이런 산속에 무슨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있을까 싶었다. 입장료도 비쌌다. 한솔 문화재단에서 운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