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다가오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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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하얀 눈이 내 키 만큼 높이 쌓인 적이 있었다면 그때 내 나이는 몇 살쯤 되었을까?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의 어린 시절이었다.

 

명절이라~ 특히 설날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이날은 으례 목욕과 단정하게 머리 자르기. 세배, 그리고 길다란 가래떡 만들어 온 방에 채 썬 떡들이 즐비하게 늘어져 있다.

 

날이 어둑어둑해지고 이웃집 굴뚝에선 하이얀 연기가 뭉개 구름마냥 모락모락 날아오를 때

유독 바빠지는 엄마의 손길, 붉은 팥죽색의 둥그런 다라이도 여러 개가 보인다.

얕으막한 통에는 가래떡을 만들, 쌀을 씻어 불려놓을 통이요, 또 다른 높다란 통은 우리 오남매 중 세 명이 함께 들어갈 목간통이었다. 나와 내동생.

 

높이가 제법 높았던 목간통은 가마솥에 군불을 때서 준비한 약간 뜨거웠던 물로, 추울까봐 방 한가운데 들여다 놓고는 세숫대야로 여러 번 들락날락 부었다. 그리고 나와 내 동생은 한통에 들어가 엄마의 손길, 차례를 기다리며 온몸을 맡겨야 했다.

아파도 참아야 하는, 아프다고 소리칠 땐 참으라는 엄마의 엄포에 우린 끽소리 못하고 대기하며 차례를 기다려야 했다.

 

또한 엄마의 이발 솜씨는 동네에서 인정한 손재주 능한 한 사람이었다.

이웃집 이발사 할아버지의 이발 기술을 기웃하며 배운 기술로, 우리는 엄마의 아바타로 비뚤기는 하지만 단발과 상고머리는 엄마의 작품.

 

세월이 흘러 가끔 흉내라도 내려고 내 자식에게 가위질을 해 봤으나, 아니 이렇게 어려울 수가 미끌미끌, 미끄러워 자르기가 힘들었다. 재능 많은 울 엄마는 어찌 오남매를 이리 키우셨을까~

 

그래서 울 엄마는 목욕비와 이발비는 무일푼, 그래서 부자가 되었는가보다. 알뜰살뜰 맘부자.

 

반면에 울 아부지, 마찬가지 어둑어둑 할 때,

옥수수 말린 긴 푸대 자루를 들고 동네 어귀 아랫마을로 가신다.

마당이 있고 한쪽에는 둥그런, 길죽하고 길다란 통 바로 아래에 불을 때듯 살살 지핀다.

그 옆에는 촘촘한 그물망이 뻥소리와 함께 할 대기 망도 있고.

 

 

얼마간 불을 지폈을까~ 잠깐 옆으로 불을 빼더니 갑자기 뻥이요~ 툭! 하며 소리치는 아저씨!!

그러자 새하얀 연기가 하늘 향해 한웅큼 올라간다.

마치 선녀님, 도사님이 뻥하고 나타나듯 안개 자욱한 주변으로 순식간에 변해 버린다.

 

이 모든 사전 행사가 끝나고 나면 명절날, 우리 오남매는 나란히 세배를 다닌다.

윗마을 아랫마을 지정해주는 집이면 빠짐없이 모조리 다녀야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웃어른을 공경하고 인성을 중시하는 교육열이 높았던 우리 부모님

지금은 우리가 대를 이어 그 일을 이어가고 있지만 보고 싶다~

아~~ 울 엄마 아부지~여

shinyt53

노년의 인생이야기를 만화로, 세상 아름다운 마음으로 다양한 가치들과 함께 펼쳐가고 있습니다. 미담, 경험, 생명의 가치 등 올바른 인성이 함께하는 안전한 세상으로... shinyt53@cartoonfellow.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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