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의 명절을 소개합니다 – “명절에는 신과 함께”

2 comments

 

해외봉사 5개월,

인턴 6개월, 수많은 여행.

그렇게 1년 가까운 시간을 말레이시아에서 보냈고

얼마전 나의 추억들을 책으로 모으기 위해 떠난 취재여행까지,

말레이시아는 나에게 ‘제2의 집’이다.

 

한 살 더 나이먹는

우리 명절 설날이 다가온다.

나는 말레이시아에서

한번의 설날을 보냈다.

 

말레이시아는 다민족 국가이기 때문에

종교별로,

민족별로,

지역별로 아주 많은 명절이 존재한다.

국가 공휴일만 10일이 넘을 정도다.

 

▲짜잔! 

작년, 2017년 말레이시아의 공휴일.

(출처: KOTRA 홈페이지)

 

 

중국계 말레이시안들은 우리와 같은 설날

(음력으로 1월 1일, New year lunar)을 기념하고

 

 

인도계 말레이시안들은 종교적 전설의 설날인 디파발리와

속죄와 고행의 의미인 타이푸삼을 성대하게 기념한다.

 

 

말레이시아를 이루는 주류 민족인

말레이계 사람들은 과연 명절을 어떻게 보낼까?

 

 

말레이의 큰 명절은

하리 라야 아이딜피트리(HARI RAYA AIDILFITRI)와

하리 라야 아이딜 아다 (HARI RAYA AIDIL ADHA), 이 두가지다.

하리 라야는 축제날,

즉 명절이라는 뜻이다.

 

이슬람의 최대 명절인 하리 라야 아이딜피트리는

1개월간의 금식, 라마단이 끝나는 날이다.

 

출처: 네이버블로그 에이미와 피터의 이야기

 

(나는 금식하는 초등학생 아이를 만났었는데

고행을 통해 겸손한 마음에 도달하고자 하는 취지는 감동적이었지만

아이가 배고파하면서 고개를 푹 숙였는데,

그렇게 안쓰러울 수가 없었다.

등을 어루만졌는데 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운게 아닌가!

이러다가 큰일 나는거 아냐……!!!

헉, 했던 기억이 난다.)

 

(출처: 네이버블로그 에이미와 피터의 이야기)

 

 

하리 라야 날에는 아침 기도에 참여한 교인들과 함께

고인들의 무덤을 찾고

집을 깨끗이 하고

전통 복장으로 갈아입는다.

우리가 명절에 한복을 꺼내입듯이!

 

 

이슬람 명절이지만 말레이계가 아닌 다른 민족도,

말레이시아를 찾는 외국인들까지도 함께 즐긴다.

축제날이 된다.^^

 

출처: 네이버블로그 에이미와 피터의 이야기

 

또 ‘오픈 하우스’를 열어

친구와 친척, 그리고 외국인 친구까지도 초대해

홈메이드!

집에서 만든 음식도 함께 나눈다.

 

▲명절에 먹는 찰밥!

 

(말레이시아 명절에 오픈하우스에 초대받는 것은 매우 기쁘지만!

먹방을 꿈꾸는 여행자들에겐 이 명절 기간은 꼭 피하라고 말하고 싶다.

말레이계가 운영하는 모든 식당, 샵들이 문을 닫기 때문에.)

 

또 하나의 큰 명절,

하리 라야 아이딜 아다 (HARI RAYA AIDIL ADHA)다.

 

 

하리라야 아이딜 아다는

이슬람 경전에 나오는 이스마엘(Ishamic)의 희생을 기리는 날이다.

할랄(Halal)식으로 도축된 염소 또는 양을 제물로 바치기도 하며

이것을 축제날 나누어먹기도 한다.

 

 

또한 나처럼 무슬림(이슬람, 회교도)이 아닌 사람들은

이 날 역시 open house가 열리면 초대받아서

신나게 함께 그 희생에 감사하면 된다.

이 때 신나게 외쳐보는!

 

Selamat Hari Raya!

즐거운 명절 되세요!

 

.

출처: 네이버블로그 에이미와 피터의 이야기

.

.

.

.

.

설날이 다가오면 나는 어김없이 여행계획을 짠다.

노트에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며 나는 행복한 연휴를 상상한다.

단!!

설날 당일은 빼고.

설날 당일에는 항상 제사를 지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여행일정은 설날 앞뒤로 뚝, 뚝, 가래떡 끊어지듯 끊어진다.

 

언젠가 엄마한테 투정을 부렸다.

“엄마, 우리 제사 대신 놀러가면 안되는거야?”

엄마는 “항상 지내오던 제사를 안지내면 기분이 이상해.”라고 대답하셨다.

나는 엄마가 시어머니(우리 할머니)와 한지붕에서 지낸지 오래되어

‘엄마도 시어머니 눈치를 보겠지’ 생각했었다.

 

그런데 엄마는

시어머니와 함께 산 세월 20년,

그리고 시어머니를 떠나보내고도 10년,

30년 동안 설날에는 제사를 준비해오고 계신다.

그리고 어김없이 이번 설날에도 제사를 준비하실 것이다.

.

.

.

.

.

사는 곳이 어디든간에

사는 모습이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교와 민족이 달라도

1년에 2번정도는 누군가를 기념하는 시간을 꼭 가져야만 직성이 풀리니까.

 

그것이 인류의 도리일까?

 

말레이계(Malay)들은 명절에도 신과 함께,

우리 가족은 조상과 함께!

 

가끔은 설날, 차례(제사) 뒤에 남겨진

1주일간 먹어도 다 먹지못할 양의 제사 음식들을 보면서

한숨이 절로 나오지만..

 

 

우리 세자매와 엄마는

장보고 음식하느라 힘든데

아빠와 강아지는 거실과 TV를 차지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한숨이 절로 나오기도 하지만..

 

‘차라리 할머니, 할부지 생각하면서 묵념하고

재밌게 여행이나 가지.

이런 엄숙한 제사는 정말 싫어.

제사 날짜를 지키느라고 여행도 제대로 못가잖아!‘ 라고 생각한 때가

한두번 아니었지만..

 

 

근데 이 글을 쓰다보니

마음이 바뀌었다.

 

 

누군가를 기념하며

가족이 함께 모여

현재를 다지고 미래를 소망하는 일.

그리고 기도하고 묵념하고 감사하는 일.

인류가 지켜온 ‘그’ 일.

내가 깨닫지 못한 것을 지켜온 이들에게

크게 감사하게 된다.

 

나는 여전히 제사보다

말레이시아 친구들의 open house에 초대받는 것이 더 재미있고

그 날은 여행가는 날이다! 하고

제사대신 묵념으로 대체하고 싶은

못난 후손(?)이지만

 

새삼 그 일들을 지켜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텐데

지켜온 부모님의 노고,

그리고 부모님의 부모님..

모두의 노고에 감사한 마음이 든건 분명하다.

 

그리하여……..

원래 계획했던 제목은

‘제사대신 파티어때?’ 였는데

아, 차마 제사대신 파티하자고 외칠수는 없게 되었다.

지금은 제목이 “명절에는 신과 함께”로 바뀌었다.

경솔한 기자 본인의 작은 반성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그리고 가족과 친구와

행복한 설날 되시기를..

tjqhdud1001

글쓰기와 독서, 여행 등 좋아하는 것이 넘쳐나 행복한 사람이다. 지금은 채움에서 내가 사는 지역을 좀 더 행복한 곳으로 만드는 상상력을 실험하고 있다.

서보영말레이시아의 명절을 소개합니다 – “명절에는 신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