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샤오미를 선택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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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미약했다.

2015년 여름의 늦자락에 나는 저렴하고 가성비 높은 스마트폰을 찾고 있었다.

이곳 저곳을 검색하던 중 보조배터리의 대명사로만 알던 샤오미에서 제조한 스마트폰 리뷰글이 자주 눈에 들어왔다.

구독하는 여러 IT 블로그에서 개봉기가 자주 소개된 것은 홍미노트2라는 초저가 가성비 스마트폰이었다.

자급제폰과 직구폰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던 차에 솔깃하게 느껴졌다. 여기에 한번 호기심이 발동하면 어느 정도 사라질 때까지 파고 들고 보는 몹쓸 병이 도져버렸다.

자석에 이끌린 것처럼 검색하고 한달 남짓 지났을 때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구매를 마치게 되었다.

직구폰이 활성화되던 시점이기는 했다. 그러나 스마트폰 분야에서 세계에 그 존재감을 자랑하는 화웨이조차 맥을 못 쓰는 한국에서 사용하려고 듣보잡 폰을 사버린 것이다.

일단 지르고 나서 뒤늦게 정신을 차려보니 아뿔싸. 안드로이드 기반이기는 하나 MIUI라는 샤오미 자체 운영체제가 탑재되었을 뿐이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조차 없는 말 그대로 중국폰이 내 손에 들어와 있었다.

 

 

이 낯선 폰은 오픈과 동시에 대략 한달 반에 걸쳐 난생 처음으로 스마트폰 루팅하기, 커스텀 롬 설치하기, 실패하여 밀고 다시 설치하기, 또 그 와중에 약 한 주간 벽돌 만들기 등 다채롭고 흥미로우면서 공포를 수반한 경험을 선사했다.

사용이 불가능한 200불짜리 쓰레기를 샀다고 여기기로 하고 거의 포기한 순간이었다.  온 우주의 기운이 도운 까닭인지 협조가 안되던 집 컴퓨터의 반성(?) 내지는 각성(!)으로 무사히 롬 설치라는 것에 성공했다.

 

ㅎㅜㄴㅣ님의 스마트폰 레벨이 드디어 초급을 벗어났습니다.

 

그리고 지난 2년 간 홍미노트2는 내 곁에서 꽤 충실한 동반자로 열일을 해주었다.

아, 물론 수족냉증에 손난로를 대체할 만한 어마어마한 발열, 배터리 광탈, 매우 떨어지는 통화품질 등과 같은 가벼운(?) 문제들로 자신의 값싼 존재감을 각인시켜주긴 했다.

그래도 고장만 나지 않으면 광탈 배터리쯤이야 보조배터리 달고 그까이꺼 3년은 써주겠다는 굳은 결심으로 버텼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구매 두돌 기념을 앞둔 지난 여름이었다.

오호 통재라.. 통화할 때 때때로 나는 들리는데 상대방이 내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슬슬 하나 둘씩 눈에 들어왔던 마음에 안 드는 점들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게 이번에야말로 새로 나오는 아이폰으로 기변해야 할 거부할 수 없는 기회가 온 듯 했다. 그러니 매년 9월에 있는 애플의 새 아이폰 발표가 이번만큼은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그런데 두둥.. 우리의 팀 쿡 아찌는 나의 작은 바람에 찬물을 소방차 펌프처럼 부어버렸다. 아이폰8은 가장 저렴한 모델이 99만 원부터 시작했다. 뒤이어 나올 아이폰X은  140만 원대에서 시작할거라 예상할 수 있었다.

아 왜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을까. 예상대로의 가격이 애플의 공홈에 새롭게 업데이트 되는 걸 확인했을 때 갈등과 번민의 밤이 시작되었다.

신형 맥북을 이미 들였고, 아이패드 프로까지 새로 들이려 생각하는 차였다. 둘 다 사기에는 부담이 너무 커 둘 중 하나로 결정을 해야했다.

 

 

난감… 아니 슬픔이…

 

이러한 상황은 자연스럽게 또다시 나를 샤오미로 눈을 돌리게 만들었다.

샤오미로의 선택이 슈퍼 그뤠잇이냐 슈퍼 스투핏이냐 저울질하고 고민했다. 내 머릿속에서 팀 쿡은 돈은 쓰는 것이라고 속삭이고 레이쥔은 돈은 적게 쓰는 것이라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김생민이라면 둘다 수퍼 두퍼 스투핏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폰을 바꿔야 하는 사실은 분명했으니까.

 

슈퍼 스투핏? 아님 슈퍼 그뤠잇?

 

그런데 웬열? 샤오미가  구글과 합작해 폰을 내놓은 것이다!!

예전에 한번쯤 사용해 보고 싶었던 바로 그 순정 안드로이드폰이었다.

엘지와 화웨이에서도 내놓았던 구글의 레퍼런스 폰들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그런데 샤오미가 구글 안드로이드 폰을 내놓았다니 놀라움에 앞서 믿겨지지가 않을 정도였다.

 

또다시 주판알을 튕기기 시작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계산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모델명은 샤오미 Mi A1(androidone)이었다. 얼핏 잘못 들으면 미원을 연상케 하는 이름이 왜인지 마음에 더 들었다.

구매하고 2년간 시스템 업데이트를 보장한다는 것도 솔깃했다.

거기에  안드로이드의 새로운 운영체제 오레오를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먼저 경험할 수 있다고 하니 이것은 바로 지리고요 오지고요 아리아리 아리랑 고개를 넘어가는 그런 구매인 것 같았다.

블랙 프라이데이 찬스에 샤오미 폰과 아이패드 프로를 함께 기분좋게 구매했다.(다시 한번 말하자면 나는 약정의 노예가 되는 데 대한 거부감이 심해 자급제 단말 사용만을 고집한다.)

신형 아이폰을 포기하고 아이패드와 샤오미 폰으로 과감히 돌리니 왜 이리 마음에 평화가 오는지.

 

결정하니 마음의 평화와 행복이 강처럼 흘렀다.

 

갓오미의 레이쥔 회장에게 깊은 감사를 표하며 홍콩에서 날아올 내 미원 아니 에이원 폰을 기다렸다.

그리고 또다시 2년전처럼 박스 하나가 우체국 택배로 도착했다.

두근거리는 손길로 열어본 박스 속은 아.. 내가 바랐던 바로 그 폰이었다.

홍미노트2를 오픈했을 때 마음속에 들었던 실망감 따위는 이번에는 없었다.

두 폰을 모두 다 거의 비슷한 가격으로 구매했건만 2년 전의 플라스틱 싸구려 바디로 된 홍미노트2와 달리 Mi A1은 고운 알루미늄 일체형 바디 속에 정식 퀄컴 스냅드래곤과 듀얼 카메라를 탑재하고 지문인식까지 지원하는 상당히 준수한 폰이었다.

만족감과 짜증을 동시에 선사했던 MIUI 운영체제도 없고 대신 순정 안드로이드 7.0 누가가 설치되어 있었다. 통신사나 제조사 앱이 깔려 있지 않은 순정 안드로이드폰의 첫 경험이었다.

 

이렇게 생긴 폰입니다. 사과폰과 비슷하쥬?

 

12월 초에 국내 모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알뜰폰 회사에 가입까지 완료했다. 직구폰은 IMEI 번호도 등록하고 VOLTE도 따로 신청해야 하는 등 손이 많이 간다. 그렇지만 한번 세팅하면 그만큼 뿌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샤오미는 이번 폰으로 또다른 의미에서 놀라움을 안겼다. 해외 진출을 시도하면서 발목을 붙들던 각종 특허 문제들을 해결하려던 것은 알고 있었다. 퀄컴에 특허료를 지불하기로 했다는 뉴스도 들은 바 있었다. 그런데 이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본산인 구글과 합작해 폰을 내놓은 것이다.

지난 세월 삼성에서 자체 개발한 운영체제는 실패를 거듭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외면받고 있었을 때 이 신생 기업은 단순히 남의 기술을 훔쳐 극강의 가성비로 박리다매만 한 것이 아니었다. 잡스를 존경해 그를 닮고 싶어한 레이쥔 회장은 확실히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의 꿈대로 샤오미 생태계를 만들면서 열렬한 팬덤을 구축하는데까지 성공했다.

 

많은 중국 기업들이 그러하듯 샤오미는 초반에 닮고 싶은 회사의 디자이너와 기술자를 초빙해 비슷한 제품을 어마어마한 가격에 내놓는 방식을 채택했다.

그렇게 해서 보조배터리와 더불어 국내 인기 직구 상품 중 하나인 공기청정기 미에어 시리즈를 내놓았다. 외형만으로는 얼핏 보면 일본의 명품 공기청정기 발뮤다 에어엔진을 꼭 닮은 미에어는 성능도 준수하다. 가격은 거의 깡패 수준이다.

샤오미에서 나온 폰들도 역시 애플과 삼성의 폰들을 적당히 섞은 듯한 외형을 가지고 있다. 디자인과 기술적인 부분에서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2,3년 전의 샤오미폰은 눈높이를 아주 낮추고 손수 여러가지를 직접 설정하는 경우의 저렴한 가성비 폰 위주로 받아들여졌다.

아직까지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지만 샤오미 플래그십 스마트폰은 이제는 상당한 수준의 고사양을 자랑한다. 고급 폰의 가격은 제법 만만치 않게 올라와 있다.

하드웨어쪽은 스마트폰과 컴퓨터와 관련된 제품이 주인 애플과 달리 샤오미는 만물상이 목표라도 되는 것 같다. 정말 별걸 다 판매하고 있다.  정수기, 밥솥, 백팩, 기내용 캐리어와 수화물용 캐리어에 로봇청소기는 물론이고 심지어 라텍스 매트리스에 휴대용 안마기까지 판다. 옷도 판다. 이 밖에도 판매하는 제품은 셀 수가 없다.

레이쥔 회장은 샤오미 팬들이 샤오미에서 나오는 제품만으로 생활하는 것을 꿈꾼다고 한다.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

 

샤오미가 파는 다양한 상품들 중 일부.. 만물상 차려도 될것 같다.

 

어쨌거나, 한번 샤오미의 세계에 발을 들이고 나도 곧 스마트밴드, 보조배터리, 독서등, 체중계, 블루투스 스피커, 공기청정기로 이어지는 가성비 구매 대열에 합류했으니까.

이 모든 제품들이 샤오미폰과 궁합이 좋았고 홍미노트2를 제외하면 모두 다 비교적 만족스러운 품질을 자랑했다.

하여 앞으로도 우리집에는 샤오미 제품들이 더 늘어날 것 같은 예감이다.

이러한 경험을 하면서 문득 생각은 아무래도 삼성과 엘지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두 대표 기업의 미래가 과연 밝은가였다.  사실 중국에는 샤오미 말고도 수많은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있다. 샤오미를 구매하면서 몰랐던 화웨이와 ZTE, 오포와 같은 큰 기업들도 접하게 되었다. 그들이 불법이든 합법이든 어마어마한 인구수와 시장 규모를 바탕으로 거침없는 행보와 성장세를 보이는 동안 국내 기업들은 그저 더 멋지고 훌륭한 ‘기계’를 만들뿐이었다.

샤오미의 스마트폰에서 진정으로 놀라운 것은 안드로이드 기반에 애플의 ios를 절묘하게 녹여낸 운영체제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두 체제의 장점을 멋지게 녹여낸 점에서 박수를 주지 않을 수 없었다.

백도어 논란 속에서 착실히 사용자 정보를 수집하여 자신들의 제품 개발에 사용한다.또 사용자와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그들의 피드백을 담아 발전시키려 노력한다.

삼성은 사용자의 피드백을 수시로 겸허히 받아들여 바로 바로 제품에 적용할 생각이 있을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비록 시장이 작지만 테스트베드로서 능력을 인정받는 것이 한국이라 한다.

 

외산 스마트폰의 무덤이라는 한국에서 둑에 뚫린 작은 구멍을 보인다.

그 구멍이 급격히 커질 것 같지는 않지만 절대 줄어들지도 않을 것 같다.

벌써 두 번째 구매로 내 주변의 가족들이 변화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들을 위한 폰으로 또는 효도폰으로 적당하겠다는 반응이 나온다. 공기청정기와 보조배터리는 물론이고 나를 따라 스마트밴드도 구매했다.

 

매해 스타트업 제조사와 협업으로 샤오미 브랜드라는 타이틀 아래 신박한 물건들이 쏟아져 나온다. 샤오미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있어 이보다 더 효율적인 방식이 있을까 싶다.

그런 가운데 안드로이드원 스마트폰을 개통하고 몇주 지나지 않은 지난 12월 31일에는 작은 신년 선물을 받았다.

구글에서 오레오 8.0으로 운영체제 업데이트를 진행해 폰에 곧바로 설치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구글에서 2017년 마무리 선물을 뙇!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책임지는 애플의 아이폰과 달리 삼성과 엘지를 비롯한 일반 안드로이드폰 제조사들은 구글에서 배포하는 운영체제나 각종 보안 업데이트를 바로 적용하지 못한다. 적어도 보안이라는 면에서 시간적으로 누구보다 빠른 안정성을 최소 2년간 보장받을 수 있게 된 첫 걸음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샤오미와 구글이라는 공룡의 합작품 안드로이드원 스마트폰은 내 마음을 많이 흔들었다. 스티브 잡스 사후 실망감을 자꾸만 안겨 준 애플과 달리 새로운 애착관계를 형성할 것 같은 기업이다. 샤오미가 중국 기업이라는 점, 국내 정식 진출하지 않아 사후 서비스와 같은 여러 불편 사항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뭔가 다르다.

내가 키운 아이돌 컨셉의 프로듀스 101처럼 샤오미는 마치 수많은 팬들의 사랑으로 조금씩 성장시켜 나가는 게임같기도 하다.

한국 기업 제품에도 이런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까? 아쉽게도 나는 지금껏 그런 제품을 만나지 못했다.

bearlady

만화와 IT 소식 읽기를 즐기고 글쓰기와 피겨 스케이트를 좋아하는 라 라 랜드 거주자. 만화저널 세상을 봐에 제2의 둥지를 틀어 활동하고 있다.

후니내가 샤오미를 선택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