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희 작가의 그림책–‘라이카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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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없이 맑고 높은 푸른 하늘과, 알록달록 예쁘게 물든 낙엽이 사방에서 뒹구르던 날,그 아름다운 가을과 함께 이민희 작가를 만나러 파주로 갔다.

우연히 접하게 된 작품 ‘라이카는 말했다’ 는 고요하게 내 마음속 깊숙하게 내재해있던 옛 추억을 휘저어 이내 꺼내들게 하였다. 그 추억에서는 그 옛날에 즐겨 보던 은하철도 999가 스쳐 지나갔다.

그 때에는 상상이었지만 자주 우주여행을 하곤 했었다. 세상 그 어떤 것들도 부럽지 않았다. 책을 읽다보니 그 때의 잊혀진 그 느낌이 다시금 돌아오는 것 같았다. 그 느낌을 느껴보고자 작가의 책을 몇 번씩 보다보니 내 자신은 라이카가 되기도, 뿌그인 친구가 되기도 하였다. 그 찰나의 재미는 생각했던 것 보다 큰 감동을 주었고 어느새 곁에 두고 틈날 때마다 가끔씩 보게 되었다. 책을 읽고 날 때마다 어디에선가 라이카의 목소리가 짠하게 들려오는 것 만 같은 것은 왜일까?

책의 제목 ’라이카는 말했다’에 나오는 라이카는 지구에 살고 있는 생명체 중 처음으로 우주 여행을 한 러시아의 강아지이다. 우리에게는 더 익숙할지도 모를 세계 최초의 우주 비행사인 유리 가가린보다도 먼저 우주로 날아간 최초의 우주견인 것이다. 참고로, 유리 가가린은 군인이자 우주비행사로서 1961년 4월 12일에 인류로서는 최초로 지구 궤도를 도는 우주 비행을 하였으며 그 이후로도 6번이나 우주 비행에 성공하였다.

첫 장을 펼치면 왼편에는 라이카가. 오른편에는 유리가가린이 나란히 등장한다. 모스크바 거리의 떠돌이가 어느새 우주의 떠돌이 강아지가 되어 유리 가가린과 함께 우주 여행을 하며 서로가 보고 느낀 점들을 작가의 위트있는 생각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이러한 책을 펴낸 이민희 작가는 어떤 사람일까 – ‘라이카를 말했다’를 펴낸 2006년을 기점으로 그 이후로 해마다 ‘옛날에는 돼지들이 아주 똑똑했어요’, ‘ 새 사냥’, ’별이 되고 싶어’와 같은 책들을 내었다. 물론 그녀도 슬럼프가 없던 것은 아니다. 책에서는 느끼기 힘들었지만 5살과 9살 두 아들을 키우며 육아에 전념하다보니 몇 년의 슬럼프도 있었다고 했다. 슬럼프를 이겨낸 후로는 ‘돌시계가 쿵!’과 ‘아슬아슬 여치가 걸어갑니다’라는 두 편을 책을 더 내고 지금은 두 아들을 키우며 느낀 아이들의 사랑스러움을 담아낼 아이들의 이야기를 주제로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다.

가을 햇살이 예쁘게 비치는 카페의 창가에, 미소가 너무나도 예쁜 작가랑 마주 앉았다.

제일 먼저 그녀에게 묻고 싶었던 질문이 있었다: 어떻게 그림을 그리게 되었을까?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그녀는 어릴 때부터 과학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고 했다. 과학자에 대한 동경을 품고 대학에서 천문우주학을 전공하게 되었는데 막상 공부를 하다보니 재미가 없었다고 했다. 졸업을 했지만 취직을 하지 못하고, 우연히 컴퓨터 그래픽을 배우게 되었다고 한다. 막연히 마음속에 그려놓은 꿈이었던 컴퓨터 그래픽을 시작하게되면서 다니던 만화학원의 선생님이었던 남편도 만나게 되었으니 만화를 통해 제 2의 삶을 살아가게 된 셈이 아닐까?

그녀의 남편도 그녀와 같은 일을 하는 작가이다. 같은 일을 하기 때문에 서로가 일에 대해 같이 구상할 수 있고,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 건설적인 피드백을 주고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했다. 낙천적인 성격으로 어린 아이같은 본인의 가치관을 중시하며 함께 살아가는 그녀의 삶은 그녀가 꿈꾸어왔던 목표라고 하였다. 자신이 꿈꾸던 목표를 살아가고 있는 작가를 보면서 그녀의 미소에서 행복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런 그녀의 작품에는 왜 동물이 책마다 등장할까? 어릴 때 시골에서 자랐던 그녀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쉽게 동물들을 접할 수가 있었고, 친근한 그 동물들은 쉽게 뇌리에 박혀 들곤 했다고 한다. 그러한 순수한 마음을 갖고 자연을 더욱 더 표현하고 싶은 마음에서 모든 글에 동물이 등장한다고 했다.

이러한 그녀의 순수한 마음은 ‘왜 별이 되고 싶어’라는 이름의 책에서 더욱 뚜렷하고 분명하게 나타난다. 반짝반짝 빛나는 별이 되고 싶어서 “나는 별이 좋아”라고 자신의 꿈을 자신있게 이야기하는 작가의 모습과 먼 훗날 반짝반짝 빛나는 별이 되어 우주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작가의 마음이 가득 담겨 있는 이 책은 제목만 보더라도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독자들에게 생생히 전해져 온다.

이렇게 작가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표현하기 위한 도구로 그림을 사용해서 여러 그림책을 써오고 있다. 그녀에게 있어서 그림책은 자신만의 개성이 가득한 세계이다. 그녀는 종종 편하게 잘 놀기 위해서는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춤과 노동을 즐겨라”라고 말한다. 그러한 그녀만의 개성을 담아 시대에 맞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이야기를 그려갈 계획이다. 이에 안주하지 않고,작품 활동을 계속하며 늘어가는 나이와 변해가는 환경에 맞추어 평정심을 유지하여 자신만의 이야기를 자신을 통해 표현하고 싶다고 했다. 그녀에게 있어서 작업은 일 뿐만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놀면서 할 수 있는 춤이자 노동이다. 그 둘을 동시에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그녀.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키우는 작가의 얼굴에는 행복한 사랑이 춤추고 있었다.

정 정숙

각자의 출발지와 목적지가 다 다른 세상에서 설렘과 기쁨을 안고 새로움을 찾아 떠나는 나만의 길..감미로운 음악, 따뜻한 커피, 그리고 아름다운 책이 있을 그 곳을 향해서..

정 정숙이민희 작가의 그림책–‘라이카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