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희의 작가산책-소설가 현기영의 ‘지상에 숟가락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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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1월 29일, 우리 문학나들이의 요청에 그는 멀리 제주도에서 날아오셨습니다. 처음 뵐 때의 곱게 생기신 외모에서 그가 한국 현대사의 고통과 질곡을 짊어진 날선 소설을 쓰신 분이라고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왜 그의 소설에는 제주도가 빠지지 않는지, 현대사의 어두운 부문을 부각시키는 소설을 쓰시는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유년기(8살)에 그의 고향 제주도를 초토화 시킨 4.3항쟁의 대참사를 겪었답니다. 그 끔찍한 기억으로 실어증과 우울증을 앓았습니다. 내면의 억압으로 말도 더듬었습니다. 혼자 있으면 우울해지기 일쑤여서, 늘 친구들 가운데 끼이기를 좋아했습니다. 말더듬이의 답답함 때문인지 그의 행동은 과격했습니다. 충동적이고 난폭한 몸놀림 때문에 목숨을 잃을 번한 적도 있었습니다. 평소에는 얌전하다가도 간질 발작처럼 문득문득 고개를 쳐드는 사나운 격정을 다스리지 못해 두 번이나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답니다. 그가 술을 좋아하게 된 것도, 이제는 빼도 박도 못할 모주꾼이 된 것도 그런 격정을 이기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의 성장 배경이 권위주의를 싫어하고 예속을 싫어하다보니 자연히 자신의 기질에 맞는 문학을 택하게 되었습니다. 제주도민 대다수가 앓고 있는 집단 콤플렉스인 4.3 항쟁의 억압을 풀어주지 않고서는 한 발짝도 문학에 다가 갈 수 없을 것 같아 ‘순이 삼촌’ ‘지상에 숟가락 하나’ ‘바람 타는 섬’등의 소설을 썼습니다. 자신의 삶 외에도 다른 여러 사람의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 소설가의 특권이고 그러한 특권을 누릴 수 있어 행복하다는 그를 민족문학작가회의가 제주에서 열릴 때 찾아뵈었습니다. 그는 해맑은 어린이 같은 미소로 제주의 파도를 배경삼아 술을 한 잔을 권했습니다.

 

hanregina

겉모습과 달리 빈틈 많고 털털한 사람. 17년째 수필을 공부하면서 수필집 '가시연 빅토리아' 겨우 한권 냈다. 10년동안 부천시청 복사골기자로 활동하다가 이제 시민 만화기자로 첫발을 내디뎠다. 내 주변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카툰으로 표현하고 싶어 '열공' 중이다. hanregina@cartoonfellow.org

한 성희한성희의 작가산책-소설가 현기영의 ‘지상에 숟가락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