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희의 작가산책-시인 신현림의 ‘희망의 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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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시바알 샐러리맨만 쉬고 싶은 게 아니라구/ 내 고통의 무쏘도 쉬어야겠다구/ 여자로서 당당히 홀로 서기에는 참 더러운 땅이라구/ 이혼녀와 노처녀는 더 스트레스 받는 땅/ 직장 승진도 대우도 버거운 땅/ 어떻게 연애나 하려는 놈들 손만 버들가지처럼 건들거리지/ 그것도 한창때의 얘기지/ 같이 살 놈이 아니면 연애는 소모전이라구/ 남자는 유곽에 가서 몸이라도 풀 수있지/ 우리는 그림자처럼 달라붙는 정염을 터트릴 방법이 없지/ 이를 악물고 참아야 하는 피로감이나/ 음악을 그물침대로 삼고 누워 /젖가슴이나 쓸어내리는 설움이나 과식이나 수다로 풀며/ 소나무처럼 까칠해 지는 얼굴이나/ 좌우지간 여자직장 사표내자구 시발/ 여보게 여성동지, 고통과 고통을 왕복하는데 여자 남자가 어딨나/ 남성동무도 밖에선 눈치보고 갈대처럼 굽신거리다가/ 집에선 클랙슨 뻥뻥 누르듯 호통이나 치니/ 다 불쌍한 동물이지/ 아, 불쌍한 씨발/

신현림의 시 ‘너희는 시발을 아느냐’ 전문이었습니다.
2001년 가을에 만난 그녀는 어느 모로 보나 씩씩하고 화끈해 보였습니다. 그녀의 시도 가식 없이 솔직하고 세상 앞에 당당했습니다. 시인이자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그녀는 세상의 고상한 잣대를 싹 뚝 잘라버리고 자신의 삶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시를 쓰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녀의 시는 통속적이면서도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울림이 있나 봅니다. 시를 쓰고 싶어 하는 예비시인들에게 한마디 조언도 잊지 않습니다. 시를 쓰려면 소설도 많이 보아야 한답니다. 책속에서 영감을 얻기 때문입니다. 뭔가 영감이 떠오르면 얼른 메모를 하랍니다. 순간을 놓치면 사라져버리기 때문이지요. “여자에게 독신은 홀로 광야에서 우는 일이고, 결혼은 홀로 한 평짜리 감옥에서 우는 일이 아닐까” 라고 표현하는 그녀는 이시대의 진정한 돈키호테입니다. 가끔 삶이 고단하고 힘들 때 그녀의 시에서 위안을 얻습니다.

 

hanregina

겉모습과 달리 빈틈 많고 털털한 사람. 17년째 수필을 공부하면서 수필집 '가시연 빅토리아' 겨우 한권 냈다. 10년동안 부천시청 복사골기자로 활동하다가 이제 시민 만화기자로 첫발을 내디뎠다. 내 주변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카툰으로 표현하고 싶어 '열공' 중이다. hanregina@cartoonfellow.org

한 성희한성희의 작가산책-시인 신현림의 ‘희망의 누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