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맛일기’를 읽고, 만난 작가: 심흥아는 누구인가?

2 comments

별맛일기는 ‘고래가 그랬어’라는 어린이 교양지에 2013-2015년까지 3년간 연재했던 음식 만화이다. 그 당시에는 ‘음식’ 이라는 주제가 유행이어서 좀 식상한 것 같았지만 작가 스타일로 편하게 그린 그림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 결국 올 4월에 보리출판사에서 두 권의 단행본으로 나오게 되었다. 음식을 소재로 하여 미혼모, 다문화 가족, 동성애에 관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는 별맛일기는 정을 나누는 우리의 정서로 모든 이에게 공감되는 따뜻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책에 나오는 음식의 종류는 화려하지도 않고 현대인들이 즐겨 먹는 메뉴 또한 아니다.
우리가 어릴 때 엄마가 해 줘서 누구나 쉽게 즐겨 먹었던 음식들, 레시피가 복잡하지도 않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이지만 그로 나오는 최고의 맛은 엄마의 사랑 그 맛이었다.

책에서 나오는 별이의 할머니가 엄마의 사랑과 같은 존재이다. 책을 넘겨가면서 별이와 심흥아 작가가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이가 들수록 유독 맛보고 싶은 음식이 있다는 점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런 음식 곁엔 그 음식과 함께 했던 특정한 사람과 그 때의 특정한 분위기가 있었던 것 같다. 그건 음식이 그리운 것만이 아니라 함께 먹었던 그 사람의 기억과 분위기를 그리워하는건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우리 모두는 사랑하는 엄마, 아빠나 형제자매, 혹은 친구들을 생각하면 생각나는 서로 다른 음식들이 있다.

착하고 배려심이 많아 할머니 말씀을 누구보다 잘 듣고 친구들 마음 또한 잘 헤아릴 줄 아는 착한 별이와 흥아… 그녀는 어릴때부터 누구보다 착한 아이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누구에게나 항상 듣는 말이었기에 언제나 착하게 살려고 더욱 노력했으며, 착하다는 칭찬을 듣던 그 때를 떠올리며 그림을 그렸다고 했다. 어렸을 때의 모습처럼 남들은 그녀를 성실하고 친절한 사람으로만 본다.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그런 모습을 유지하며 살려고 부단히 노력을 하지만, 작가가 보는 본인은 오히려 고집스럽고 눈물이 아주 많은 사람이었다. 항상 착한 사람으로 살려고 애쓰고 있는 그는 앞으로는 나이를 먹을수록 몸은 유연하고 마음은 편안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작가 스스로가 생각하는 만화란 무엇일까? 누구보다 음식과 친숙한 그녀이기에 만화 또한 음식에서 그 답을 찾는다. 종류도 다양하고 숙성 정도에 따라 맛도 다르지만 밥상에 항상 올라오는 친숙한 음식. 또한 만드는 방법도 어렵고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김치에 비유했으며 김치와 만화는 비슷하다고 했다.

그런 작가 자신의 김치는 어떤 김치일까? 아주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고 인기 만화는 즐겨 따라 그렸다던 꿈 많던 어린 아이는 유명한 만화가의 작품이나 만화를 생각보다 많이 보지 못했지만 다양한 스토리를 접할 수 있었다고 했다. 특히나 ‘다니구치 지로’의 ‘열네살’을 너무 좋아하는데, 그 만화를 보면서 스토리의 힘이 얼마나 큰 지 알게 되었다고 한다.


스토리텔링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어느새부터 그림 그리는 일이 자신의 꿈이 되어 있었다는 그녀. 자기만의 특별하고 고유한 스토리를 구상하던 중 열 여덟살 쯤 되었을 때 무렵,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기기 시작하여 구상한 이야기에 그림을 더했더니 만화가 되었다고 했다.

스토리텔링의 목적 뿐만 아니라, 만화를 그리는 과정 자체에서도 작가는 보람을 느끼고 의미를 찾는다고 했다. 그릴 때에는 조금 어렵고 힘들게 느껴질 떄가 있기도 하지만, 구상을 해가는 즐거움과 무엇보다 완성한 후에 느끼는 순간의 즐거움이 바로 그것이다. 구상을 하는 과정에서도, 감정을 구체적으로 길게 표현할 수도 있지만 돌연 반대로 함축적으로 나타낼 수도 있는 만화의 특성상, 표현상의 제약이 없는 그 공간 안에서 작가 자신은 자신이 원하고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자유롭게 담아내고 있었다. 이러한 과정은 그에게 너무나도 훌륭한 마음 치유 방법이 된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그녀는 회사를 다니는 회사원이기 보다는 자기가 하고싶은 이야기를 적은 돈으로도 편하게 하면서 완성시키는 작업을 해오고 있었다. 옛날에는 옷가게도 하고 카페도 운영하면서 (카페 그램) 만화를 그리기도 했는데, 요즘은 만화그리는 일을 전업으로 하고 있다며 “만약에 만화일이 끊기면 또 다시 뭐라도 해 봐야죠!” 라고 웃으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득 분출하는 그였다.

만화를 읽어가면서 드는 궁금증이 하나 있었다. 작가에게 가족이란 무엇일까? 그녀 있어 가족은 가장 특별하고 소중한 것이었다. 본인을 세상에 있게 탄생 시켜준 존재. 그리고 그로 말미암아 작가 또한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킬 수 있게 되었기 떄문이다. 남편과 함께, 살아가면서 같은 일을 하고 있는지라 그녀는 행복한 삶을 보내고 있었다. 스케줄과 다른 일들이 어긋나지 않아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아름다운 인생을 살고 있는 그녀는 얼마전에 웹툰 ‘카페보문’을 마감하고 지난 여름에 동생이 있는 청주로 이사를 가서 남편과 함께 새로운 웹툰을 작업하고 있다고 한다. 새로운 웹툰은 내년 초에는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굳이 웹툰 뿐만이 아니라, 지면에 연재 할 기회가 생기면 출판만화도 틈틈이 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앞으로도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구상해 놓을 생각이라고 했다. 작가는 부지런하다.

만화를 김치와 같다고 했지만, 음식에 비유하지 않고 만화를 설명하자면 종합 예술과 같을 것이라고 그녀는 이야기했다. 예를 들어 인쇄할 수 있는 영화와 같이 종합적인 예술의 여러 면면이 녹아있는 것이 만화가 아닐까? 이러한 종합 예술의 첨점에서 즐겁게 그림을 그려가고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기에 그녀는 만화가 무엇보다 자기에게 찾아온 가장 큰 행운이라고 했다.

미래의 만화는 어떤 모습일지 그녀에게 몹시나 묻고 싶었다. 여리고 약해보이지만 당차고 야무지게 그녀는 자신의 생각을 요모조모 이야기해주었다. 요즘 웹툰의 인기로 만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고, 이는 만화인으로서 기쁜 일이지만 그 관심이 한정되어 있는 점이 그녀는 아쉬운 것 같았다. 출판만화만 보더라도 웹툰과는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관심이 웹툰만큼 높아지지는 않았기에 앞으로 이에 대한 보다 많은 관심과 지원이 늘어나면 좋겠다는 당찬 미래도 그리는 그였다. 그녀와 이야기하며 그려본 미래에는 다양한 작가의 수많은 작품들이 골고루 선보일 수 있고 사랑받을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런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만화를 통해 이루고 싶은 궁극적인 목표를 이야기했다. 오랜 세월 만화를 그려오면서 그녀는 그녀만의 뚜렷하고 특색있는 목표가 생긴 듯 했다. 처음 만화를 시작할 때에는 단지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하였기에 양방향으로 독자들과 소통하기 보다는 일방적으로 스토리텔링을 하는 입장에서 그렸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는 어떻게 독자가 이를 읽어갈지를 염두에 두고 이야기를 구상해가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도 작가와 독자가 서로 어떻게 다가가야 할 지 고민을 하여 전 지구상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만화를 그릴 것이라며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잘 먹고 잘 싸고, 잘 쓰고 잘 그리고 잘 나누고 싶다는 그녀의 핑크빛 미래는 만화가 있기에 가능할 것만 같다.

정 정숙

각자의 출발지와 목적지가 다 다른 세상에서 설렘과 기쁨을 안고 새로움을 찾아 떠나는 나만의 길..감미로운 음악, 따뜻한 커피, 그리고 아름다운 책이 있을 그 곳을 향해서..

정 정숙‘별맛일기’를 읽고, 만난 작가: 심흥아는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