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를 읽고 – 진심은 언제나 통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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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는 연수와 유리가 주인공이지만 연수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된다. 말풍선을 제외하고 연수의 입장에서 연수가 직접 상황 설명을 하는 지문으로 만화를 전개해 나간다. 지문을 통해 연수의 속마음을 속속들이 읽다보면 사랑에 빠진 사람의 솔직하고 진솔한 마음을 보며 공감할 수 있게 된다. 사람이 사랑을 하면 알게 모르게 찌질해지고, 어리버리한 모습이 나오게 마련이다. 연수에 이런 모습은 지문을 통해, 또는 작화를 통해 직접 확인을 할 수 있다. 사람이 사랑을 하게 되면 표면적으로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눈에 멋있게 보이고 싶고, 완벽한 사람처럼 보이고 싶지만 결국 사랑에 빠진 사람은 질투를 하고, 내 처지와 상대방의 처지를 비교하고, 상대방의 행동 하나에 일희일비하게 된다.

‘사이’를 보고 있으면 연수가 주인공인 모노드라마를 보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연수의 감정 기복이 지문과 표정 등을 통해 여실히 들어나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내게 만든다. 더불어 4컷의 정형화되어있는 카툰의 규격은 정형화되어있는 앵글을 통해 다양한 구도를 만들어내는 TV드라마와 비슷한 효과를 가져 온다. 똑같은 크기의 앵글에 얼굴만 걸리기도, 상반신이 걸리기도, 전신이 걸리기도 하면서 상황묘사와 심리묘사를 적절하게 그려낸다. 앵글안에 인물을 제외한 다른 공간에 배경을 묘사하기도, 묘사하지 않기도 하고, 채색을 단색으로 하기도, 여러 가지 색으로 하기도 하면서 주인공의 심리에 따라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한 작화방식도 모노드라마같은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렇게 모노드라마 같은 느낌을 통해 연수의 심리 변화와 묘사를 효과적으로 표현하여 연수의 입장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우리는 사랑에 빠졌을 때 나오는 이런 행동들이 찌질한 모습처럼 느껴질 수 있는 사회에 살고 있다. 좋아하는 상대에게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계산하고, 흔히 말하는 ‘밀당’을 위해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기도 숨기기도 해야 한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은 어리니까 가능한 감정 소비처럼 느껴진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투명하게 자신의 마음을 보여주기만 하는 것은 왜 어리숙한 모습이 되었고, 때문에 우리는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숨겨야만 한다. 왜 우리는 좋아할 때 당기기만 하면 미련하게 연애를 한다고 비판당하는 사회에 살게 되었을까?

유리가 어학연수를 가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연수는 유리에게 전력투구를 한다. 남들이 보기에는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연수는 개의치 않고 유리에게 원피스를 선물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다. 비록 이뤄지지 않을 관계라고 해도 연수는 마음을 접지 않고 표현한다. 앞으로 만나지 못하게 된다고 하더라고 지금까지 유리와 연수가 지내온 시간들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연수는 유리에게 표현을 한다. 연수에게 이제 만나지 못하게 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그 동안 만나왔던 유리의 모습은 너무 예뻤고 그런 유리를 좋아해왔기 때문에 남들이 보기에 멍청해 보일 수도 있는 선물을 하게 된다. 비가 오는 날, 유리의 가게 앞에 심어져 있던 조화 나무에 우산을 씌워준 연수의 모습이 멍청하게 보여도 낭만적으로 느껴지는 것처럼.

연수의 진심은 고스란히 유리에게 전달되었다. 유리가 오랜만에 출근한 어느 날, 자신의 가게 앞에 꽃들에 우산이 씌워져 있는 모습을 보고, 감기에 걸려 카페에는 출근하지 못했지만 유리의 가게에서 가장 예쁜 원피스를 유리를 위해 선물한 모습을 보고 유리는 연수의 진심을 전달받는다. 진심은 언제나 통하는 법이다. 연수는 이를 가장 잘 표현해주는 캐릭터이다. 조금은 멍청해 보이고, 어리숙해 보이고, 찌질해 보일지라도 투명하게 그저 유리를 좋아하는 연수의 마음은 유리로 하여금 먼저 어학연수가 끝나고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하게끔 만들었다. 투명하고 솔직한 진심은 언제나 통한다.

 

김 택상‘사이’를 읽고 – 진심은 언제나 통하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