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도 해치지 않고 살아갈 순 없을까? – ‘해치지 않아‘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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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한

사람보다 동물이 좋거든요. 맹목적으로 사랑하고 꼬는 거 없이 곧이곧대로 표현하고.”

 

이은

나도 사람보다 식물이 좋아요. 솔직하잖아요. 목마르면 파시시해지고, 배부르면 물러지고.”

 

 

처음에는 단순히 연애물인 줄 알았지만 읽을수록 책의 작가가 전달하려고 하는 감정은 사랑의 감정이 아닌 배려의 감정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채식주의자인 이은과 수의사인 수한은 각각 식물,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다. 이은은 직접 채소를 기르며 살아가고, 수한은 버려진 고양이, 강아지들을 구하고 치료하는 역할을 하는 수의사로 살아간다. 이은이 식물을 좋아하는 이유, 수한이 동물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식물과 동물은 솔직하다. 식물은 얼마나 사랑받느냐가 표면적으로 재깍재깍 나타난다. 동물도 마찬가지이다. 목적 없이 사람과 친구가 되고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도 솔직하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현재의 사회와 전혀 반대되는 모습이다. 나의 감정을 최대한 숨겨가며 살아가야 한다. 사람과 사람이 만났을 때 주도권을 잡기 위한 신경전을 벌이고 앞의 사람보다 우위에 서길 원한다. 점점 솔직해 질 수 있는 관계를 맺기에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는 사회에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동물과 식물만큼 맹목적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생물체가 있을까? 내가 사랑을 주면 동물과 식물은 배반하지 않는다. 내가 사랑을 준만큼 나와 유대감을 형성하고 준만큼의 사랑을, 아니 그 보다 더한 사랑을 되돌려 준다. 그에 비해 사람과의 관계는 대부분 사랑을 주는 쪽이 만만히 보인다. 착한 사람, 배려하는 사람은 결국 자신의 잇속을 챙기기 바쁜 사람에게 이용당한다. 오죽했으면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줄 알아요.’라는 영화 대사가 명대사로 뽑히겠는가. 동식물과 사람의 다른 점은 바로 이러한 점에 있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동식물과 사람이 이런 다른 점을 가지게 된 것은 사람들이 더욱 뛰어난 지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뛰어난 지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살아남기 위해서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나의 감정을 숨기고 상대방에게서 필요한 부분을 취하기 위해서 사람들이 이렇게 변화했는지도 모른다. 뛰어난 사람들은 당연히 능력을 인정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뛰어난 사람들이 모두가 옳은 것은 아니다. 모두가 자신이 정의가 되기 위해 경쟁에서 이기려고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뛰어난 사람이 목적을 달성하고 어느 정도 능력을 인정받게 되었을 때, 뛰어난 사람은 아닌 사람들을 이끌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해치지 않아’의 주인공인 이은과 수한이 꿈꾸는 사회는 바로 그런 사회인 것이다.

만화의 중반부에 이은은 “우리는 무사히 생존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한다. ‘해치지 않아’에서 이은과 수한의 고민은 ‘아무도 해치지 않고 살고 싶은데 그게 그렇게 한심한 걸까?’이다. 생존에 있어서 아무도 해치지 않는 것은, 누군가를 해치며 살아가는 사람에 비해 굉장히 리스크가 크다. 이은과 수한도 이를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생존에 대한 고민을 할 때에는 답을 내리지 못한다. 만화가 점점 후반부로 나아가면서 이은과 수한은 생존을 삶의 목적으로 두는 것이 아닌, 공존을 삶의 목적으로 두어야 된다는 것을 점점 깨닫게 된다. 돈을 많이 벌지 않아도, 누군가의 우위에 서지 않아도, 단지 누군가의 기쁨에 같이 기뻐하고 누군가의 아픔에 같이 아파할 수 있는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것이 공존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생존을 목적으로 두었을 때에는 누군가를 해치지 않으며 살아가는 것에 대해 의심을 가질 수도, 다른 사람의 질타를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공존을 목적으로 두게 되면 해치지 않으며 살아가는 것이 내가 선택한 올바른 삶이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게 된다. 뿐만 아니라 해치지 않으며 살아가는 삶에 대한 질타도 나와 다른 목적을 가진 사람의 삶이기 때문에 웃어넘길 수 있게 된다. 공존을 목적으로 할지, 생존을 목적으로 할지는 선택하기 나름이다. 당신은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가?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인삼

책을 읽고 상상하기를 좋아하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 침대 머리맡에는 늘 책이 있어야 안심하고 자는 책 사랑꾼♡

Jihyun Youm무엇도 해치지 않고 살아갈 순 없을까? – ‘해치지 않아‘를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