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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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가이자 반전 운동가인 박기범 씨가 이라크 현지에서 전쟁을 직접 겪으면서 몸으로 체화한 일들을 글이라는 형식으로 토해내었고 여기에 김종숙 화가가 그림으로 영혼을 불어넣어 함께 엮은 흔치 않은 그림책이다.


그림에서 삭막한 이라크의 모래바람이 불어옴을 알 수 있듯이 전쟁은 삭막하고 때로는 잔인했다.


축구선수를 꿈꾸는 알라위, 구두닦이로 돈을 모아 작은집을 마련하는 게 꿈인 핫싼, 택시를 몰며 신혼을 꿈꾸는 하이달,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파라, 타고난 손재주로 자동차를 만들고 싶다는 모하메드, 자식과 손자들과 한집에 모여 사는 게 꿈인 아흔 살의 무스타파 등, 가난하지만 누군가를 사랑하고 소박한 꿈을 키우며 사는 평범한 사람들을 다양한 형태로 표현하고 있는 이 책은 이라크 전쟁에 대한 작가와 화가의 심정이 글과 그림에 고스란히 전해진다.

꿈과 자유를 되찾아 주겠다던 군대가 어쩌자고 이 끔찍한 짓을 벌이고 있는지 그대로 두고 볼 수가 없어 가족이며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은 모두 총을 들었다고 했다.
전쟁 중에 그들이 바라고 원하던 진실은 어느새 그 자취를 감추고 남아있는 사람들은 더 이상 착하거나 나쁜 사람도 아닌 너무나도 변해버린 사람들이었다.

쉽게 수그러들지 않은 전쟁에 더 질기게 버티며 맞서는 건 독재자도 군인도 아닌, 평범한 그나라 시민들이었다. 자기 스스로를 지켜야 하는 사람들이었기에 목숨을 내걸고 그들은 자신을 지키고 있었다.

한 청년이 한 청년에게 목숨을 잃는 거,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비극의 현장, 전쟁이 아니었다면 그 둘은 아마도 좋은 친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병사들에게도 한때는 꿈이 있었다.
전쟁은 그랬다.


마침내 전쟁이 끝나고 나라의 자유와 평화를 지켰다고 말했지만 , 전쟁이 그들에게 남긴 건 오로지 차별과 억압, 공포와 두려움, 감시뿐이었다. 중오는 또 다른 증오를 낳기에 지금보다 더욱 질기고 혹독 할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이라크 전쟁 전의 그 땅에는 살아가는 청년들의 수만큼이나 많은 꿈들이 있었다. 전쟁은 그러한 청년들에게 꿈을 지켜주는 착한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을 꾀었고 이내 모두의 꿈을 짓밟았다. 자유와 정의를 위한다는 전쟁은 누구도 더 이상 꿈꿀 수 없는 현실을 잔인하게 남겨둔 채 떠났다.


누군가가 “인류가 존재하는 한 전쟁은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라고 했지만, 책을 보는 내내 비단 이라크에만 한정되지 않을 전쟁의 참혹함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은둔의 독재자와 자칭 초강대국 지도자가 주고받는 “막말 전쟁”만으로도 여태 느껴보지 못한 공포를 만나곤 하는 요즈음의 내가… 우리가… 쓸쓸하기 그지없다.

정 정숙

각자의 출발지와 목적지가 다 다른 세상에서 설렘과 기쁨을 안고 새로움을 찾아 떠나는 나만의 길..감미로운 음악, 따뜻한 커피, 그리고 아름다운 책이 있을 그 곳을 향해서..

정 정숙그 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