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생각나는 슴슴한 맛. 심흥아 작가의 ‘별맛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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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공포 만화를 좋아한다.

겁이 많은 탓에 공포영화를 전혀 못 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내 인생에서 ‘천녀유혼’은 끔직한 공포영화로 기억된다. 물론 나중엔 그럭저럭 볼만했다. 하지만 역시 못 보는 장면이 여전히 있다. )

그래서 2차원의 만화 세계에서 만큼은 못 보는 공포영화에 대한 보상이랄까 더욱 더 자극적인 만화를 찾게 됐다. 나는 공포만화 작가인 이토 준지의 팬이다.

그런 나에게 심흥아 작가의 ‘별맛일기’는 표지 자체가 호기심 보다는 그냥 요새 흔하게 유행하는 음식만화 같이 다가왔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숙제같이 읽은 만화였다.

그리고 당연히 제목에 쓴 것처럼 바로 중독되고 말았다.

나는 다 읽고 나서 이 만화는 아베야로의 ‘심야식당’ 보다 더 한국적이면서도 훌륭한 작품이라는 생각에 흥분하고 말았다.

‘감히(?) 심야식당 에 비교해?’ 라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렇게 다가왔다.

일단 음식이 아베야로의 만화처럼 화려하거나 요란하지 않다.

또 흑백의 연필선 으로 그려진 그림은 아베야로의 무심한 듯 단백한 펜선과 비교가 되어 그렇다. 아니, 오히려 더욱 더 힘을 뺀 듯 연필선 뿐이지만 그 섬세함은 아베야로보다 한 수 위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심흥아 의 ‘별맛일기’ 는 ‘주인공 별이가 느끼는 맛을 개인적으로 기록한 이야기’ 이다.

주요이야기의 무대는 별이 가족의 이야기인데 그 주변과 별이네 가족의 구성이 평범하진 않다.

별맛일기를 보다 보면 이런 식으로 독자에게 짐작하게 해주 는 컷이 있다.

나는 이렇게 독자에게 상상의 여지를 주는 은근 한 연출이 좋다.

별맛일기를 보자면 별이가족도 그렇고. 이웃의 미나와 지나 자매도 그렇다.

별이는 별이엄마가 선택한 비혼모 가족의 아이이다. 엄마가 가장이고 할머니가 별이를 돌보는 흔한 서민가정의 풍경이다.

미나와 지나 자매는 엄마가 동남아 사람이다.

그리고 별이의 단짝친구인 정우역시 그렇게 넉넉한 살림의 아이가 아님을 알게 되는 데 그건 학원을 다니지 않고 늘 별이와 놀고 있기 때문에 짐작이 된다.

심흥아 작가는 이렇듯 대한민국에만 특별히(?) 있는 흔한 풍경을 무심하게 보여준다.

자꾸 아베야로의 심야식당과 비교되는 이유 중 하나 일 것이다.

아베야로의 심야식당의 음식이 그렇듯 심흥아 의 별맛일기도 음식으로 위로를 전달한다. 아베야로의 주인공의 관망하 듯 각 이야기를 제 3자의 입장에서 관찰했다면 심흥아의 할머니는 대부분의 음식을 아이들과 같이 만들거나 세심하게 설명해 준다.

한국인만의 정서를 보여주는 이런 장면역시 참 좋다.

작가는 할머니를 통해 우리주변에 있는 소외된 아이들을 위로해 주고 싶었던 거는 아닐까 짐작해 본다. 타인의 생활에 왈가왈부 안하거나 그저 손가락질이라도 안하면 쿨 하다고 칭찬받는 세상에서 할머니의 적극적인 포옹과 격려는 앞으로 아이들이 살아갈 힘이 될 것이다.

그리고 작가는 한국인의 정서에 깔려있는 비혼모, 조손가족, 다문화 가족, 동성애 에 대한 차별된 시선에 대해 그저 그들도 평범한 요리를 해 먹는 평범한 가족임을 보여주고 싶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작가는 시작 말에서 ‘세상이 좀 더 골고루 행복했으면’ 이라는 마음을 피력하기도 했다.

실제로 동성인 별이를 좋아하는 연우의 이야기 ‘초콜릿’ 편은 만화연재를 하던 당시 피켓시위까지 유발했다 한다. 하지만 작가는 뚝심 있게도 오히려 그 피켓시위로 인해 단발성 에피소드를 늘려 그 후일담까지 만화로 그리게 됐다고 심흥아 작가는 말했다. 작가님의 용기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

별맛일기의 이야기는 담백하지만 자꾸만 생각나는 슴슴한 평양냉면의 맛이 생각난다. 자극적인 식초 맛에 길들인 나에게 굉장히 실망(?)스러운 밋밋한 맛으로 다가왔던 평양냉면이 결국 자꾸 생각나듯이, 별맛일기 역시 뒤돌아서면 자꾸 생각나는 이유가 부드러운 이야기의 속에 감히 다루지 못 할 센(?) 소재를 버무려 넣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한 없이 착한 주인공들의 시선이 답답하게도 느껴질 법 하지만. 사실 또 그렇게 대하는 이야기가 드물다는 게 한국만화의 현실이랄까?

어느샌가 주변의 현실을 다룬 이야기보다는 외계인이나 타임슬립 같은 판타지 같은 이야기를 더 사랑하고 즐겨한다. 그건 요새 히트하는 드라마나 영화를 봐도 그렇다. 엄마들이 보는 막장드라마부터 젊은이들이 보는 미니시리즈 영화의 소재를 둘러보라. 그들은 극단적인 권선징악에 후련함을 느낀다.

그런 세상에서 작가는 이 슴슴한 별맛일기를 슬쩍 내놓았다.

‘나와 내 둘레의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한 번 쯤 사회적 약자가 되는 것 같아요. 별맛일기는 우리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냥 우리들의 이야기입니다.’ – 작가의 말 중

자꾸만 생각나는 만화다. 담담하지만 뚝심 있게 그려낸 만화다.

여백이 보이지만 꽉 차 보이는 그림의 힘을 느낄 수 있다.

별맛일기 가 사람들에게 두루두루 알려지게 되어 드라마 화 될 수 있기를

감히 바라본다.

막장으로 치닫는 사람들의 마음에 한 줄기 휴식 같은 한국인만을 위한, 그러나

세계적으로 모두 겪는 ‘다름’에 대한 이해를 음식으로 따뜻하게 위로해 주는 만화다.

우리 모두 같이 평범하게 음식을 나누어 먹자.

aron73

열심히 걷는걸 좋아합니다. 부천지역신문 콩나물서 "부천댁"을 연재하며 시국부터 사소한 것 일상의 기쁨을 기록하려 합니다. aron73@cartoonfellow.org

박 현숙자꾸 생각나는 슴슴한 맛. 심흥아 작가의 ‘별맛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