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를 찾아서-⑥ 아빠와 둘째딸의 일본여행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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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인터뷰 대신!!

언젠가는 꼭 글로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던

아빠와 나의 일본여행 이야기를 적는다.

아빠와 나는!

2015년 2월에 3박 4일간 오사카~교토 일대를 여행하고 돌아왔다. 그 때 당시 여행할 기회가 굴러들어왔는데 항공사에서 인턴근무를 했던 나에게 항공권 2장이 주어진 것이다. 나는 일말의 고민도 하지 않고 아빠랑 여행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왜냐고?

평소에 내가 여행을 다닐 때 아빠는 본인만 고생하며 일하고 나만 혼자 신나게 여행을 다닌다고 핀잔과 구시렁을 줬기 때문이다. 그런 불만도 덜어드릴겸 여행에 가서 평소 못했던 얘기도 하고싶었기 때문이다.

“아빠 그 티켓으로 여행가자!” 했더니 아빠, 조금의 고민도 없이 “그래!”라고 했다.

그러더니 아빠가 바로 휴가를 냈다!

야호!

아빠랑 여행간다!

이렇게 아빠와 둘째딸의 첫 해외여행 도전!!이 시작되었다.

아빠에게는 첫 번째 일본 여행~

나에게는 세 번째 일본 여행~

아빠와 나는 공항가는 길부터 신이 나서 비행기에서도 내내 흥얼거렸다. 그렇게 약 3시간의 비행 후 오사카 간사이 공항에 도착한 우리가 맨 처음 한 일은 교토에 있는 우리 숙소를 찾아가는 것이었다. 내가 늘 예약하던 숙소 사이트(호스텔월드)에서 한사람당 25,000원 정도되는 민박수준의 숙소였다. 숙소가 있던 곳은 낮은 집들이 드문드문있어 자동차 소리 마저 고요한 작은 동네였다.

구름마저 낮게 깔렸던 날, 숙소를 찾아가던 첫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더듬더듬 지도를 보고 찾아가니 민박같은 우리 숙소가 나온다. 주인 할머니가 다리가 불편하신지 미닫이 방문을 스르륵 기어서 나오신다.

우리 외할머니가 생각났다.

숙소는 조금 낡았지만 나무로 지은 오래된 일본식 다다미 집.

오래된 계단, 화장실, 주방 등.

세련된 것은 하나도 없었지만 흑백 일본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곳.

족히 30~40년은 되어보이는 곳.

바로 앞에 정원이 있어서 고즈넉하고 낭만적인 곳이였다.

방에 가스 스토브가 있던 그 곳.

하지만 오래된 집이라 밤엔 너무 춥고 프라이버시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등!!

아빠는 왜 이런 숙소를 예약했냐고 투덜거렸다.

아빠랑 다닐때는 앞으로 숙소에 신경써야겠다^^..

숙소 때문에 약간 불편하신 것 빼곤 아빠는 내가 짠 여정에 잘 따라오셨다.

나는 여행만 가면 힘이 솟는 스타일이라, 오전 10시부터 저녁 10시까지 빡센 일정을 준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박 4일의 강행군 동안 아빠는 기대 이상으로 잘 따라주셨다.

‘오~ 내 친구들보다 체력이 더 나은데?’

오사카성, 도톤보리, 기온거리, 청수사, 금각사..

부지런히 따라오신 아빠 덕분에

오사카를 2번 여행하면서도 못해 본 교토타워 올라가기,

현지인들만 아는 동네 이자카야에서 생맥주 마시기,

생맥주 4종 섭렵(산토리, 기린, 아사히, 삿포로),

비싼~~ 회 먹기 등을 할 수 있었다.

아빠 땡큐~^^

돌아와서 기억을 더듬어보니 방문했던 명소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그 곳을 찾아가던 여정이었다.

아빠는 이동할때마다 담배피울 곳을 찾았고 나는 그 주변이나 벤치에 걸터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혹시나 금연구역에서 아빠가 담배피워서 엔화로 벌금내게 될까봐 조마조마했던 내 마음을 아빠는 알까! 유독 장 트러블이 많은 아빠와 녹차를 손에서 놓지 않았던 나는 화장실을 많이 찾았는데 화장실 찾아 삼만리, 지하철역 주변을 뛰어다니던 기억도 난다. 깨끗하던 일본 화장실에는 몇 번 감동을 받기도 하고.. 아빠는 담배가 고플 때, 장에서 신호가 왔을 때 혈색이 안좋아지면서 짜증을 냈었다.

아빠가 약간 기분이 언짢을때는 담배를 피우도록 허락하거나 화장실 근처로 가도록 하자.

아빠의 이러한 반응은 여행후에 아빠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20여년을 함께 살아도 모르던 것을 여행와서야 한방에 깨닫다니!

여행하면서 아빠와 나눈 대화를 기억해보고 싶었는데 나눈 대화들이 잘 기억안난다. 일본은 참 깨끗하다고 했던 것도 같고 절이 많은 동네를 보고 일본의 종교 얘기를 했던 것도 같고.. 다만 나는 일본어를 조금 할 줄 알고 아빠는 한자를 무지 잘 읽을 수 있어서 길을 찾아다니는데는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신기하다. 이게 바로 딸과 아빠의 시너지랄까?

아, 재밌는 에피소드가 한 개 있다! 아빠가 요즘도 훈장처럼 자랑하는 에피소드다.

아빠가 입에 맞지 않는 음식으로 고생하던 셋째날, 우리는 결국 숙소 근처의 한국식당을 찾았다.

가서 비빔밥과 된장찌개를 먹었다.

아빠는 “아~ 이제야 살겠다”고 말했다. 그 때 아빠는 둘째딸의 마음을 알까?

‘아빠, 나는 일본까지 와서 왜 한국음식을 먹고 있는지 모르겠어. 한끼도 아까워……………’

근데 주인 아주머니가 우리가 식사를 마칠때쯤 슬슬 말을 걸어오셨다.

아주머니는 20년전 결혼하면서부터 일본에 사셨다고 한다.

한국에 간지 너무 오래되셨다며.

그러더니 슬그머니 물어보셨다.

‘혹시 두분 관계가 어떻게 되세요?’

황당했던 나는

‘우리 아빠고요, 제가 딸이에요.’ 대답했다.

그랬더니 ‘아~ 그래요? 나는 두분이 많이 닮았는데….

둘이 여행오셨다기에 부녀 같기도 하고……

부녀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서 아빠랑 딸이 여행도 오는구나’ 라고 말씀하신다.

아빠랑 나는 눈이 마주치자 마자

빵!!!!!!! 터졌다.

 

빵! 터진 이유를 짚어보면..

나는 우선 황당했다.

밥을 먹으면서 아빠와 내가 나눈 대화가

누가 봐도 아빠와 딸이 나누는 대화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주머니가 무슨 관계냐고 물어보신 것!

속으로 내가 나이가 많아보이나?

혹은 우리가 이상한 사람처럼 보이나? 싶었다.

 

아빠는 왜 빵 터졌을까?

아빠는 본인이 동안이란 소리나 다름없지 않냐,

니가 늙어보인단 소리 아니냐,

그래서 빵터졌다고 한다.

 

하..아주머니께 다시 물어볼 순 없지만 아빠한테 이 사실을 말해드리고 싶다.

 

‘아빠..

아주머니는 외모 때문에 물어본게 아니야..

부녀가 같이 여행 다니는 경우가 많이 없어서 물어본거야..

부녀지간으로 보일 확률 90%야….

어디가서 자랑처럼 얘기하지마….‘

3박 4일 아빠랑 부지런히 여행을 다니다보니

새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아빠는 여행다닐 때 생각보다 부지런한 사람이라는 것,

편안한 숙소를 무엇보다 중요시한다는 것,

생각보다 무릎이 성하다는 것,

그러니까 앞으로 한 20년간은 여행메이트를 삼아도 되겠다는 것,

한자를 잘 한다는 것,

사진을 찍어주는 것도, 찍히는 것도 좋아한다는 것,

일본음식이 입에 잘 안맞는다는 것,

하지만 맛있는 음식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는 걸,

나보다 입이 짧다는 걸,

갔던 여행지 중에 청수사를 제일 마음에 들어했던 것. 등등.

 

아빠도 처음으로 딸과 함께한 여행에서

내가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알아주길 바란다!

남자친구가 본인과 써야한다는 티켓을 아빠에게 양보했다는 걸,

아빠의 꿈이 지리학자 였다는 걸 들은 이후부터

여행다닐땐 아빠를 꼭! 모시고 가야겠다고 다짐했다는걸!

그러니 담배 조금만 태우고

건강한 몸으로 가보지 못한 여행지를 하나 하나 같이 다니고 싶은

딸의 소망을 좀 알아주시기 바란다.

친구같고 멘토같은 아빠와의 일본여행은 절~대 잊을 수가 없다.

“아빠~ 무릎 성할 때 더 다니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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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와 독서, 여행 등 좋아하는 것이 넘쳐나 행복한 사람이다. 지금은 채움에서 내가 사는 지역을 좀 더 행복한 곳으로 만드는 상상력을 실험하고 있다.

서보영아빠를 찾아서-⑥ 아빠와 둘째딸의 일본여행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