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나의 ‘즐거운 산책’-작가도 즐거운 산책이 되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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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산책’

참~ 독특한 책이라 호기심이 갔다. 우선 책 모양이 특이하다.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 할아버지는 읍내에 가서 전지를 한 묶음 사다 공책을 만들어 주셨다. 일일이 가위로 잘라 실로 꿰맨 공책에 나는 선을 긋고 아,야,어,여 받아쓰기를 하고 낙서를 했다. 기묘나 작가의 즐거운 산책이 그때 만들어주신 공책과 비슷하다. 내용은 읽지도 안았는데 책 모양만 보면서도 할아버지가 생각나 가슴이 뭉클해졌다.

내 여동생은 ‘두두’와 같은 개를 기른다. 이름은 ‘땅’이라고 하는데 아주 영리하고 귀엽다. 직장생활로 하루 종일 집을 비워야 하는 동생은 개 우울증 걸리겠다며 걱정이 태산이지만 귓등으로 들었다. (개한테만 푹 빠져 사는 게 보기 싫어서)

가끔 낮에 동생 집에 볼일이 있어도 가기가 꺼려졌다. 왜!!

내 품에 파고들어 난리 블루스를 추다가도 “땅이 잘 있어” 하고 인사하면 뚝 떨어져 나와 오도카니 앉아 나를 바라보는, 그 처량 맞은 눈빛이 자꾸 밟혀 서다. 어느 날부턴가 시간을 내 ‘땅’ 이를 산책시켜주러 가기 시작했다.

개의 산책시간은 의외로 시간이 많이 걸린다. 사람이 운동하는 것처럼 공원 몇 바퀴 돌고 횅하니 돌아오는 게 아니다. 해찰이 심하다. 가는 곳마다 냄새를 맡고, 나무마다 다리 들어 오줌을 뿌린다. 뿌릴 오줌이 없는데도 쥐어짜면서까지 영역을 표시하려 드는 게 재밌기도 하지만 자기 것을 지키려고 악착을 떠는 우리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다.

공원에 가면 개를 산책시키러 나온 사람이 많다. 휴일 저녁쯤이면 공원이 완전 개판이 될 때도 있다.(요즘 싱글들이 외로움을 달래려 애완견을 많이 키운다더니) 그럴 땐 산책 시간이 두 배로 걸린다. 마주치는 동족마다 일일이 확인을 하기 때문이다. 킁킁대며 냄새로 탐색전을 벌이다가 어떤 친구는 붙어 떨어지지 않고, 어떤 종족과는 왈왈거리며 눈에 불을 켜며 기싸움을 한다. 떨어지지 않으면 한참을 지켜줘야 하고 싸우면 뜯어말리느라 시간이 속절없이 흐른다.

때론 개 때문에 주인끼리 친구가 되고 인연을 만나기도 한다. 자주 만나다 보면 주인들도 서로 친분을 쌓기도 하기 때문이다. 개를 산책시키는 것은 힘들기도 하지만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내가 더 기분 좋다.

기묘나 작가의 ‘즐거운 산책’ 여동생의 식구 ‘땅’이와의 산책을 소환하며 재미있게 읽었다.

(애완견을 산책시키는 마음과 과정이 거의 비슷했기에……)

그나저나 작가도 내 여동생처럼 미혼인 것 같은데 개 산책시키며 어디 좋은 사람 없을까나~!!

‘두두’ 만 즐거운 게 아니라 작가도 즐거운 산책이 되기를 바라면서~~~^^

hanregina

겉모습과 달리 빈틈 많고 털털한 사람. 17년째 수필을 공부하면서 수필집 '가시연 빅토리아' 겨우 한권 냈다. 10년동안 부천시청 복사골기자로 활동하다가 이제 시민 만화기자로 첫발을 내디뎠다. 내 주변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카툰으로 표현하고 싶어 '열공' 중이다. hanregina@cartoonfellow.org

한 성희기묘나의 ‘즐거운 산책’-작가도 즐거운 산책이 되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