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로의 한 뼘 소설

No comments

오이

그날의 산행도 늘 만나는 회사 동료들과 함께 서울 근교의 북한산이었다. 적당히 힘들고 적당히 땀 흘리며 적당한 시간에 하산하는 평범한 일정이었다.
산 중턱에 있는 깔딱 고개를 오르면 숨이 차서 모두들 쉬어가는 장소가 있다.
그곳에서는 물을 마시는 친구, 오이를 씹거나 과일을 먹는 친구 등 모두 체력을 조정하고 다시 올라가는 과정이 언제나 반복 되고 있다.
나는 그날 얇게 저민 오이를 가져갔다. 쉬는 장소에서 나는 그 오이를 아삭아삭 씹어 넘겼다.
옆에 있던 친구들이 한 번씩 먹어 보자며 손을 내밀었다. 나는 몇 조각씩 나누어 줬는데 맛을 본 친구마다 특별한 맛이라고 감탄을 했다.
하산을 해서는 단골집에서 막걸리 몇 잔씩 하고 헤어지는 평범한 산행이었다.
모두 다음에 만날 날을 약속하며 헤어졌고 나는 버스를 탔다. 동네 정류장에서 내려 칠 팔분 거리에 있는 우리 집 대문을 들어서며 아내를 불렀다.

“오늘 가져간 얇은 오이가 인기 만점이었어!”

아내는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어제 밤에 얼굴에 오이 마사지 하고 접시에 떼어 놓은 거 당신이 가져갔군요! 버리려고 찾으니 없어져서 이상하다 생각 했어요”

ⓒ사이로

사이로

1965년 아리랑지 신인 만화상 당선|1987년 일본 요미우리 국제 만화전 특별상 수상|2000년~2005년 청강문화산업대 교수
개인전 5회 개최|목원대학교 대우 교수|2009년 제 9회 고바우만화상 특별상 수상|청강카툰걸작선 [01. 꿈꾸는 선] 출간
카툰 및 일러스트 작품 활동 중

© 만저봐 & 카툰캠퍼스

인삼

책을 읽고 상상하기를 좋아하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 침대 머리맡에는 늘 책이 있어야 안심하고 자는 책 사랑꾼♡

Jihyun Youm사이로의 한 뼘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