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의 만남-사이로 작가의 꿈속으로 가는 고향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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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카투니스트 사이로(본명 이용명) 선생님의 작품 판매전 및 작가와의 만남이 시민 카페 ‘채움’에서 있었습니다.

봄은 여성의 옷차림에서부터 온다고 했던가요. 화신(花信)이 북상하고 있다는 뉴스를 엊그제 접한 것 같은데 카페를 채운 여성들의 옷차림이 경쾌합니다. 덕분에 카페에 봄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봄이 살포시 내려앉은 노란색 벽에 천진하게 걸려있는 작품들…….

비록 집게에 나화(裸畵)로 걸려 있었지만 작품에서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전시된 그림마다 자연과 공상과 여백이 함께 어우러져 있습니다. 작가는 특히 여백을 좋아한답니다. 확 트인 공간이 자신을 편안하게 하기 때문이라네요.

표현하고 남는 빈 공간이 아니라 공간을 먼저 생각하고, 여백의 크기와 모양을 계획하고 재단하면서 작품을 시작한답니다. 그래서인지 사이로 작가의 작품은 참 넉넉하고 편안합니다. 작품을 감상하며 여백의 무한한 상상력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그의 작품 ‘첩첩산중’을 봅니다. 산속에 안겨 세상 밖으로 나오기 싫어지네요.

‘느리게 살기’에선 ‘내가 너무 정신없이 바쁘게 살았구나.’ 반성하게 됩니다. 정말 저 달팽이처럼 욕심, 미움 다 내려놓고 느리게 살고 싶습니다.

‘작은 호수’는 제가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자연을 주제로 작업하셨다는데, 역시 자연을 능가하는 아름다움은 없는 것 같습니다.

‘새싹의 힘’은 엉뚱함을 즐기는 작가의 상상력에서 나왔답니다. 조금 비틀어보고, 섞어보고, 뒤집어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금덩어리를 건져 올리는 횡재를 한답니다. 그 금덩어리가 달도 되고, 새도 되고, 사람도 되니 그의 작품들 대부분이 횡재한 결과물입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카툰캠퍼스 조희윤 대표는

“이렇게 소박한 전시는 처음이지만 소박함을 통해 껍데기를 벗어버리고 작품으로만 승부하고 싶어서” 모험을 했답니다. 또 라벨을 안 한 이유는 작품과 관객의 교감과 느낌을 그대로 전달하고 싶어서랍니다. 가격도 저렴하게 낮춰 일반인들에게 가깝게 다가가기 위함도 있고요. 사실 그림 한 점에 수십, 수백만 원씩 호가한다면 저희 같은 서민은 어디 구경이나 하겠습니까. 더군다나 유명 작가의 작품을요. 전시가 좀 소박하면 어떻습니까. 작가와 관객의 열기가 뜨거웠는데요. 사이로 작가님의 작품세계를 들여다보기 위해 동료 작가이신 조관제 선생님과, 조항리 선생님이 든든한 지원군으로 와주셨습니다.

카툰 40년 지기 조관제 선생님이 전하는 사이로 작가는 1940년 강원도 삼척, 도계에서 알아주는 유지 집 아들로 태어났답니다. 아버지는 내과 산부인과의로 도의원까지 지낸 명의였지요.

법대에 진학했는데 법학보다는 카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답니다. 그때부터 그린 습작이 4톤 트럭 한대분이 넘었다니 어마어마하게 연습을 많이 하셨네요.

신문 독자란에 이고산 이란 이름으로 투고하면서 카툰작가로서의 긴 여정을 시작하셨는데 아이들 같은 순수한 그림이 사이로 작가의 특색이라고 귀띔해 주시네요.

작가는 자신의 직업을 카툰작가 겸 공상가라고 소개하십니다. 늘 엉뚱한 공상을 하고 그것을 작품에 접목시킨다는데요, 하루에 10 작품 정도 꾸준히 그리면 그중 1 작품 정도 건진답니다. 그렇게 50년 정도 그리셨다니… 그 내공이 어떠할지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그렇게 노력하셨기에 여러 차례 카툰 상을 수상을 하시고, 카툰집을 출간하고 개인전과 그룹 전을 70 여회나 하셨겠지요. 현재 한국 카툰협회 회장으로, 대학 교수로, 만화 역사 박물관장으로 카툰계의 대부 역할을 하고 계십니다.

사이로 란 필명을 쓰게 된 이유는 만화와 직장 사이를 고민하다가 ‘사이로’ 란 멋진 필명이 탄생되었답니다.

카툰을 시작한 지 50년이 되었지만 그의 직장생활은 이천에 있는 청강대에서 6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친 게 전부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예술가들은 배고프고 가난하지요.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걸 하니 부자”라고 하십니다. 후배 예술가들에게 돈을 벌려면 다른 일을 하라고 충고하면서도 세계적 만화잡지 (위티 월드) 편집위원으로 위촉되면서 후배 카투니스트들의 해외 활동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앞으로는 예술가들의 삶의 질이 점점 나아지겠지요.

“내가 카툰을 사랑하듯 이제 카툰이 나를 사랑하기 시작하는 모양”이라며 아이처럼 웃으시는 작가와 그림 앞에 섰습니다. 그러고 보니 작품과 작가가 서로 닮았습니다. 오랜 세월 한길을 걸어오셨기에 서로 닮아가나 봅니다.

작품 하나하나의 의도를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작가

오늘 아침 제가 좋아하는 배우 한석규 인터뷰 기사를 봤습니다. 그는 작품을 시작할 때마다 ‘연기(演技)’를 하지 않고, 어려운 수식어를 붙여서 화려하게 꾸미지 말고, 비워내고 덜어내려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고백을 읽으며 사이로 작가의 작품들을 떠올렸습니다. 비워내고 덜어내는 여백의 미를 말입니다. 그 여백 안에서 우리는 꽉 찬 무언의 언어들을 듣게 되지요.

“카툰은 보는 것도 좋지만 느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것을 그려야 하는 어려움도 있지만, 작가의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아이디어를 개발해 다른 장르에 접목시키면 카툰의 세계는 무한할 거다.”라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사이로 작가의 명 강의와 작품에 취한 기분 좋은 하루였습니다. 취미로 쓰기시작 한 한 뼘 소설이 내년쯤 출간 예정이랍니다. 새로운 장르에 접목시킨 그의 소설이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hanregina

겉모습과 달리 빈틈 많고 털털한 사람. 17년째 수필을 공부하면서 수필집 '가시연 빅토리아' 겨우 한권 냈다. 10년동안 부천시청 복사골기자로 활동하다가 이제 시민 만화기자로 첫발을 내디뎠다. 내 주변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카툰으로 표현하고 싶어 '열공' 중이다. hanregina@cartoonfellow.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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