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을‘끙끙’거리며 지내다’ -전지 작가의 단편 만화 수필집 ‘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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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제목이 ‘끙’ 이라니?처음에 의아했다.

카툰캠퍼스에서 전지 작가님을 알게 된 건 만저봐(만화저널 세상을 봐) 시민기자단에게 마련된 작가와의 만남에서였다. 다른 책 역시 디자인이나 제목이 특이했다.

‘있을 재 구슬옥’ ‘오팔 하우스’

‘있을 재 구슬옥’은 엄마의 이야기였고. 오팔 하우스는 문래동 작업실 환경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책이었다.

작가와의 만남이었으니 마음은 급하고 책은 읽어야 대화를 나누겠지 싶었다.

‘있을 재 구슬옥’은 그림 못지않게 글도 많아서 힘들었지만, 엄마의 인생에 대한 담백한 이야기였다.

손바닥에 쏙 들어오는 다른 책 ‘오팔하우스’는 정말 정신없이 깔깔거리며 본 책이었다.

(사실 내가 생각했던 건 오팔하우스에 대한 기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렇게 이름도 짧고 심지어 단편만화 수필집이라고 엉뚱한(?!) 분류를 한 이 책으로 기사를 써야지 하고 마음먹은 이유는 따로 있었다.

사인회 당일 책은 일단 샀기 때문에 사인을 받았는데

라고 쓰여 있어서 당황했다.

 

그리고 이 책은 왠지 깊고 은밀하게 음미해야겠다는 직감이 들었다.

 

더 하자면 사실 부끄럽지만 전지 작가님의 ‘끙’을 받아서 후루룩 훑어봤는데 앙꼬작가의 냄새가 폴폴 났었다.

하지만 그 건방진 예상은 속표지를 보고 단번에 깨졌다.

 

일단 생기발랄했다. 화장실을 못 갈 만큼 잡아주겠다는 저 자신감을 보라!

‘오팔하우스’를 먼저 보면서 유머감각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기는 했지만. 끙은 대충 책을 펼쳐봤을 때 빗금과 먹그림이 많아서 어두울 거라 짐작했다. 하지만 전지 작가는 앙꼬작가와는 달랐다. 심지어 더 내 취향이기도 했다.

 

 (앙꼬작가에서 전지 작가로 갈아탐 –내멋대로 그림 ^^;)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따왔을 예명처럼 전지작가의 작품은 굉장히 담담한 느낌이다.

자신의 삶에 대해서 주관적이기도 했지만 냉정하기도 했다.

주인공이 겪는 그 당시의 상황과 심정은 일기라도 쓰나? 싶을 정도로 사소하고 구체적이다.

 

[팔십팔만원세대 축에도 안끼는 세대]

 

난 말풍선에서 벗어난 작은 저런 말들을 사랑한다.

만화적 장치에서 안 봐도 그만인 저 작은 글들은 사실 작가가 의도한 어떤 것을 심어둘 때가 많아서 나는 잘 살펴보고 그 센스에 감탄한다.

‘작작해 술값도 없으면서’ 라는 저 작은 말에 얼마나 많은 의미가 담겼는지 작가는 의도한 걸까? 나는 아무튼 감탄했고 서글퍼졌다.

 

개인적으론 만화가 문하생으로 월 20만원도 안 되는 돈으로 살면서 외삼촌 집에서 기거하던 시절이 생각도 났고. 여러 가지로 만감이 교차했다.

김 한 장을 나눠먹으며 나누는 친구와의 대화도 슬프기도 했지만. 열심히 일해서 돈 벌기 싫다는 저 말에 나는 뭔가 감탄하기도 했다.

청춘들은 돈만 없었을 뿐이지 가오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공공미술 프로젝트 팀에서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했고. 나름 진지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끊임없이 자기 확인 하는 주인공의 심리는 읽는 이로 하여금 조마조마한 긴장감마저 준다.

[아니거든]

자세히 읽지 않았을 때는 뭔가 심각한 이야기인줄 알았다.

그냥 제목이 모든 것을 설명한다. 그저 머리를 밀고 싶었을 뿐이고 주인공은 과감하게 실행한다. 그리고 겪게 되는 가족의 반응은 엄청났다!

담담한 주인공과는 다르게 격한 반응의 주변사람의 반응은(특히 가족) 심각할 수 록 그것을 제 3의 눈으로 읽는 나에게는 즐거움이었다.

때로는 심각하게 생각하는 그 무엇이 사실은 아주 사소하고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주인공을 통해 작가는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다시 갈등이 폭발하다 너무나 쉽게 풀어지는 것 또한 가족임을 이 에피소드를 통해 얘기하고 싶었던 건 가 생각이 들었다.

[이건 연애도 아니다]

유난히 먹칠이 많은 이야기이다.(아. 먹칠이라면 이상할까? 난 아무래도 그림을 그리다보니 이렇게 표현이 된다. 검은색이 많이 들어간 이야기라는 뜻이다.)

밤 이야기가 많았기도 하지만. 주인공의 암담함이 느껴지는 에피소드여서 일까 생각했다.

 

놀랍도록 솔직하지만 역시 담담했다. 다큐멘터리처럼 나열된 이야기에는 상대방을 욕하지만 사실은 주인공 자신을 자책하는 이야기였다. 누구나 겪었을 서투른 연애. 그 적나라한 연애를 작가는 그렇게 풀어버린다.

스스로를 자책하다 그 남자를 도마뱀으로 그려버림으로서 비로소 주인공은 해방되는 듯 했다.

그리고 마지막 컷을 보면서 나는 안심이 됐다.


[빨갱이라 굽쇼?]

프로젝트 공공미술팀에서의 일상을 좀 더 디테일하게 표현한다.

많은 대사 대신 이런 근사하나 컷으로 표현되어지는 연출이 감탄을 자아낸다.

 



그리고 역시 풀어지지 않는 가족과의 갈등과 대화 .

놀라울 정도로 나 역시 겪었고 공감이 되는 이야기였다.

팀장은 좋은 멘토 같은 느낌이었다.

문을 철컥 닫아버리고 이야기가 끝났지만.

그리고 이야기는 다시 시작된다.

 

근사한 이야기의 전개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처음 발행됐던 표지가 바뀌면서 몇 년 뒤의 밝아진(?) 표지그림으로 에피소드를 전한다.

 

모 아니면 도를 가르치는 대한민국의 사회에서 작가는 자기만의 영역을 확보했다.

(작가의 의문에도 불구하고 나는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한다.)

 

나름 성공적인 안착에서 작가는 역시 물음표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지만.

작가는 흑과 백이 아닌 회색의 영역이 있음을 실천하며 보여주길 바라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감히 해 보았다.

책을 열면서 , 닫으면서 작가는 자신의 상태가 여전히 ing 중임을 설명한다.

 

전지작가의 글 과 그림은 매우 솔직하다. 그리고 담백하다.

자신의 감정에 너무 깊이 이입되지도 않고 무심한 듯 친절하게 독자로 하여금 내 생각을 들어보라며 보여줄 뿐이다.

그리고 그 안내는 생각보다 흥미롭고 재미있어서 앞으로의 작가의 행보가 더 기대된다.

누구나 겪었을, 하지만 특별한 ‘끙끙’ 거림 의 청춘을 보낸 작가에게 깊은 존경과 박수를 바치며 글을 마무리 한다.

 

내 생각엔 끙끙거림은 인생에서 ‘죽을 때 까지 계속’ 이 아닐까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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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on73

열심히 걷는걸 좋아합니다. 부천지역신문 콩나물서 "부천댁"을 연재하며 시국부터 사소한 것 일상의 기쁨을 기록하려 합니다. aron73@cartoonfellow.org

박 현숙‘청춘을‘끙끙’거리며 지내다’ -전지 작가의 단편 만화 수필집 ‘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