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를 찾아서-② 내 친구 용석이는 용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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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보영의 “아빠를 찾아서” – 에피소드1

땅콩 아저씨 삼인방.
아빠랑 키가 비슷하셔서 내가 ‘땅콩 아저씨들’이라고 애칭 삼아지어드렸다.
병기 아저씨는 그 땅콩 아저씨 중 한 분이다.

아저씨는 아빠와 같은 스포츠를 즐기고 계셔서
아빠가 가족과 보내는 시간보다 병기 아저씨와 보내는 시간이 더 많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병기 아저씨를 질투하곤 한다.

인터뷰 취지를 말씀드렸더니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아저씨는 ‘기특하다’고 너털웃음을 지으며
인터뷰에 응해주셨다.
아빠의 사회 친구이자 부천에 사는 동네 친구,
병기 아저씨를 집 앞 카페에서 만났다.

아저씨~ 울 아빠를 언제, 어떻게 만나셨나요?

2006년 6월에 만났지? 배드민턴 치다가 동호회에서 만났어.

우리 아빠 첫인상이 어땠어요? 친해지기 쉽지는 않은 인상인데..ㅋㅋ

첫인상이 조금… 차갑게 보이고, 좀 까탈스러워 보이지~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인상을 갖고 있지~

근데 어떻게 지금은 둘도 없는 친한 사이가 되셨어요?

첫인상은 좀 그래서 접근은 잘 못했는데
보영이 엄마의 역할이 컸지~~
엄마가 동호회 총무였는데 엄마는 아빠랑은 좀 다르게 성격이 털털하잖아~~
아빠는 무지하게 꼼꼼하잖아.

아버지랑 넘 잘 지내셔서 질투 나요! 아저씨랑 아빠와의 관계를 한마디로 표현하신다면?

아빠하고 나하고는 어떻게 보면 ‘자석’ 같은 사이야~
S와 N극! 멀어질 것 같으면서도 딱 붙는 사이?!

(푸하하 하하하하하하) 같은 극이 아니고요?

같은 극이면 멀어지잖아~ 서로 거부하잖아~
S와 N에서는 처음에는 조금 첫인상 때문에 머뭇거리다가도 우린 딱 붙는 사이야~~
그래서 지금은 어떻게 보면 둘도 없는 친구가 됐지.

두 분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있으시면 소개해주세요~

턱별히(사투리 발사) 뭐~
사회 나와 만나서. 아! 저기 있지~ 사진 안 봤냐? 여름에 거 강원도 안 봤냐
반바지 차림에 계곡물 들어가서 도토리 아저씨랑 노래하고 헤엄치고 거기.


(삽화 – 카투니스트 현상규)

어디예요 거기?

거기가 강원도… 무슨 계곡이야~ 금낭 계곡인가, 금당 계곡인가.

왜 기억에 남으세요 그게?

그게…. 그게 인쟈 같이 놀기도 하고
계곡에서 어릴적 물장난 !! !
새삼스레 어른이 다 돼서 50살 초반이었지~
근데 10대 때 놀던 것을 거기서 했으니..

이번 여름에도 가세요~
아저씨들은 참 순수하신 것 같아요. 물장난 치던게 가장 기억에 나신다니!!ㅋㅋ
아저씨~ 울 아빠가 비밀 같은걸 가족한테 잘 얘기 안하는데 혹시 두분만의 비밀이 있어요?

허허허…(허공을 보심)

뭔가 있으신데요? 웃으시는거 보니까!!
생각하시는거 보니까 뭔가 있으세요.

이건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돼~
.
.
.
.
.

가끔 둘이서 노래방 가고 그랬어.

왜요? 그게 왜 비밀이에요? 시시하네요.ㅋㅋ

아빠가 업무적으로 힘들 때
“야 술 한잔하자-” 해서
엄마한테 얘기 못하는 일이 있을 때 둘이서 소주 한잔하고
노래방을 가끔 둘이서 갔다… 이거지~~
골프 연습 하고 부터는 안가~

그러게요~ 요즘 두분이서 그렇게 골프 연습을 많이 하신다는 소문이..

너네 아빠는 성격이 아주 집중하는 면이 강해~
뭔가 하나에 빠지면 승부를 봐야돼~
아빠는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고
나는 뭐 좀~
상대에 따라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고 상황에 따라 달라.

모든 면에서요?

그렇지~
나한테는 가끔은 져주기도 하는 것 같애.
근데~ 아빠가 거의 이겨.. 다섯 번치면 한번은 내가 이기고 계속 져..

근데 땅콩아저씨들 카톡방이 있다는걸 얼마전에 알았어요.
그 카톡방 누가 만드셨어요? 뭔가 아저씨들의 카톡방 이라니 재밌다고 생각했어요.ㅋㅋㅋ

제일 땅콩 아저씨가 만들었지.
카톡방 타이틀도 ‘땅콩들’ 해가지고,
보영이가 지어준 ‘땅콩들’ 별명으로 카톡방 하나 만들었지. 허허허허허

카톡방에서 주로 어떤 얘길 나누세요?
뭐 인제~ 운동 가자 그런거.
서로 하는 일들이 틀리다 보니까 업무에 관한 건 그렇게 많지 않지.
경조사라든지, 개인적인 일 같은거~
가족이야기, 딸 얘기도 하고..

앞으로도 좋은 우정 이어가세요.
아빠가 아저씨한테는 어떤 친구인지 궁금하네요~

아빠가 보니까~ 마음이 여려.
마음이 여리면서 정이 많아요.
굉장히 깐깐해보이고 그런 면이 있는데
만나는 사람들 보면, 처음에는 업무적으로 만났겠지만
그 사람들이 다 아빠를 좋아해~ 거의 다. 그래요?
후배 아저씨, 서씨 아저씨, 그 사람들 오랫동안 아빠한테 자문도 많이 구하고~
나이가 아빠보다 어린데도 관계를 오래 유지한다는거는 쉬운 일 아니거든~
업무로 안 만나면 잊게 되고 헤어지게 되는데 계속 유지가 된다는거~~
잘 배려해주고 챙겨주고 그래서 아빠를 좋아하지..

근데 아저씨 너무 좋은 말씀만 하시는거 같아요.
친구로서 이건 좀 아니다~ 싶은거 있으세요?
이 기회에 한마디 하세요.

(깊은 한숨)

하… 아빠가 시간을 잘 안 지켜요~~
토요일날 운동가자, 3시까지 가자, 데리러 올게, 그러면
집앞에 도착해서 3시에 전화하면
그 시간에 화장실에 앉아있대.
이런 씨~~
나는 2시 반에 서둘러서 집에서 나왔구만.

그럴 때 어떻게 하세요?

야 빨리 안내려와? 라고 하지.

그럼 아빠 반응은?

담배나 피우고 있지….

약속을 아예 한시간 늦게 하시는게…..
그러면 이제 오늘의 주제인
“나에게 용석이란 00이다.” 울 아빠를 한마디로 표현해주세요.

뭐.. 비유할 만한 거 있나? 참신한 게 뭐 있을까? (30초 깊은 정적)
.
.
.
.
.

용석이는 나한테 용팔이다.

(웃겨서 기절)
용팔이가 실제 있는 사람이에요? 왜 용팔이에요?

용팔이는 엉뚱하잖아,
의리에 죽고 의리에 사는.
거~ 조폭세계에 용팔이 있잖아. 모르나?

왜 우리 아빠가 용팔이에요?

얼마전에 대리운전 불렀는데
대리 기사가 나랑 용석이보고 손가락질을 하는거야.
누구 차냐고, ‘아저씨여? 아저씨여?’ 도전적으로, 시비조로 말해서
니 아빠 싸움날 뻔 했어~

니 아빠도 성격이 있잖아.
그래서 싸울 뻔 했어. 내가 하지마~하지마~ 했지.
내 차로 운전해서 가야되는데 내 차로 싸움나서 좋을 거 없잖아.. (웃겨죽음)
물불을 안 가릴 때가 있어.

그니까~
용팔이는 의리있고, 할말을 해야된다 그러면 그때 딱 한마디해.
배드민턴 모임에서도 회의를 한다 그럴 때
다 듣고 있다가 이거는 이렇고 이래서 이렇게 해야 한다~
정리를 해주는 스타일.
싸우면 딱 나타나는 정의의 사도.

멋있어~ 느그 아빠.
아저씨는 멋있지 않으면 안 만나.

여기가 객지잖아.
객지에서 만나서 이렇게 친하기 쉽지 않아~
회사에 있는 동료들보다 더 친해~

그래서 아저씨도 보영이 아빠가 호출하면 언제든지 오고
용석이가 아저씨를 부르면 특별한 일 없으면 언제든지 콜이지!

아빠한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내가 보영이 아빠한테 맨날 그래,
담배 끊어라.
오래 친구하려면 담배 좀 끊어라. 만날때마다 해 내가!

딸들이 투쟁을 해야돼!
투쟁을 해서라도 끊게 해야지..

나보다는 도토리가 많이 얘기한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친구하고 싶은데~

네 제가 꼭 투쟁을 해서라도 아부지 끊게 할게요.
마지막으로~ 용팔이한테 전하고 싶은 말 있으시면 하세요.

“지금처럼 건강하게 오래오래 친구하게
담배끊고.. 지금 이나이에.. 따로 특별히 부탁할게 있어?
담배끊고 하여튼 오래오래 서로 손녀들까지 보면서
서로 의지하면서 좀 살아갔으면 좋겠다.“

<인터뷰 후기>

내가 우리 아빠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아빠가 순수해서’이다.
우리 아빠는 가끔 아이처럼 순수할 때가 있다.

예전에 아빠랑 집앞 신호등에서 귀가하던 길이었다.
아빠는 어릴 때 새총을 만들어 놀던 얘기를 신이 나서 했다.
예전에는 새총을 만들어서 나무 위에 참새한테 쐈지,
참새가 맞으면 툭-하고 떨어지면 그걸 불에 구워먹었어.
너 참새고기 얼마나 맛있는 줄 모르지?
나는 이해가 안되는 구석기 시대 발언을
아빠는 새총쏘는 시늉까지 하면서 신이났다.
아빠가 아이처럼 순수하다고 생각했다.

그 밖에도 기억나는 것들.
걸어서 학교 다니던 얘기, 지붕에 올라가서 자다가 아부지께 혼난 얘기,
강가에서 가재를 잡았던 얘기 등 유년시절을 많이 얘기하곤 했었다.
아빠는 어렴풋이 유년시절을 보낸 ‘고향’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병기아저씨를 인터뷰 하면서도 비슷하게 느꼈다.
아저씨도 고향을 떠나와서 그런지 애향심 같은 것이 느껴졌다.

고향친구보다 우리아빠가 더 각별하다고 했다.
그만큼 고향친구만큼 사회에서 맞는 친구를 찾기 어렵다는 뜻 아닐까?
고향을 추억하며
고향에서 보내던 유년시절을 추억하며 사는 아저씨들이 나는 부럽다.

유쾌한 인터뷰였다.
아저씨랑 인터뷰할 때 어색하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그 걱정이 무색할만큼 1시간 30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재밌고 웃음이 끊이지 않는 대화였다.

고향은 다르지만
부천에서 가정을 꾸리고 일을 하면서 만나게 된
‘고향친구보다 더 각별하게 된’ 친구.
마음만은 영원히 그 시절에 머물러있는 순수한 아저씨들이면 좋겠다.

용팔이 아빠와 병기 아저씨의 우정이
오래오래 이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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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와 독서, 여행 등 좋아하는 것이 넘쳐나 행복한 사람이다. 지금은 채움에서 내가 사는 지역을 좀 더 행복한 곳으로 만드는 상상력을 실험하고 있다.

서보영아빠를 찾아서-② 내 친구 용석이는 용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