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를 찾아서① –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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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빠,
나는 아빠의 둘째 딸.

아빠는 늘 곁에 있지만 나는 단지 아빠가 ‘아빠’라는 것 밖에 모른다.
나는 종종 아빠에게 꿈이 뭐냐고 물어볼 때도 있고 아빠의 어린 시절을 묻기도 하고 아빠의 회사생활을 묻기도 한다.
근데 아빠의 대답은 나에게 항상 충분하지 않다.
내가 나를 아는 만큼 아빠와 나의 거리도 좁혀질 수 있을 텐데 우리는 그러지 못했다.


(삽화 – 카투니스트 고구마)

최근에 우연한 만남이 있었다.
아빠가 직장 후배들과 함께 있는 자리에 나를 불러서 ‘내 둘째 딸이야’라고 소개했다.
나는 신이 나서 내가 하는 일도 소개하고,새로 시작한 단체 일도 소개했다.
아빠의 직장 후배들은 아빠에게 ‘딸이 잘 컸으니 걱정 안 해도 되겠다.’고 했다.

아빠의 반응은 달랐다.
공직에서 30년 이상을 계셨고
나와는 다른 직업에 종사하고, 성격이나 취향마저도 아주 달라서 우리의 대화는 종종 말싸움으로 변해간다.
하지만 아빠의 직장 후배들처럼 타인이 딸을 인정해줄 때는 아빠의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집에서 보는 ‘아빠’는 종종 답답하다.
담배냄새, TV 독점, 잔심부름..

그런데 그때 후배들과의 만남을 통해 아빠가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아빠의 후배가 한 말.
‘나는 아빠를 10년 넘게 알았어.
내가 직장 생활에서 만난 선배 중 최고였어.‘라는 말.
나는 왠지 뭉클했다.

‘그리고 아빠가 딸들 걱정을 많이 했어.’
난생 처음으로 아빠의 다른 목소리를 들어본다.

나와 아빠는 얼굴 보고 대화할 때 분명 어려운 지점이 있다.
하지만 타인이 우리 아빠에 대해 얘기할 때,
타인이 우리 딸에 대해 얘기할 때,
아빠와 나는 그제야 서로의 마음이 보인다.

나는 그 이후로도 몇 차례 아빠 지인들과 만남을 통해 나에게는 ‘아빠’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좋은 팀장이자, 좋은 멘토이자, 좋은 선생님이자, 좋은 동네 형이라는것을 배웠다.
아빠 또한 자연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기대받는 많은 역할이 있고 그 역할을 위해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그런 아빠를 둘째 딸은 슈퍼맨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문제이지만.

아빠는 분명 딸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을 것이다.
일 때문에 바빠서,
내가 너무 연약해서,
혹은 딸에게는 말하고 싶지 않아서 하고 싶어도 못한 말이 많았을 것이다.

나는 이 기회를 통해 아빠가 나한테 말하지 못한 역할들을 발견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응원하고 싶었다.
아빠 인생 멋있게 사셨구나- 하고.

한 가지 아빠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 둘째 딸의 인생이 마냥 지켜보기에 불안하기 짝이 없지만 그저 응원하고 지켜봐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빠의 딸인 만큼 나는 잘 해낼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가족을 위해 30년간
하고 싶은 일을 잠깐 포기하고 살며 나를 예쁘게 낳아주고 이 자리에 있게 해 준 아빠에게 인터뷰를 통해 감동을 드리고 싶다.

나는 이어지는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 미뤄온, ‘아빠를 샅샅이 살펴보는 일’을 시작해보려 한다.두둥~

tjqhdud1001

글쓰기와 독서, 여행 등 좋아하는 것이 넘쳐나 행복한 사람이다. 지금은 채움에서 내가 사는 지역을 좀 더 행복한 곳으로 만드는 상상력을 실험하고 있다.

서보영아빠를 찾아서① – 프롤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