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닌 웃는 얼굴이 더 행복한 작가 –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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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가는,
세상을 향한 소통의 문을 여는 여성주의 저널 ‘ 일다 ’에서 그래픽 노블 형식의 작품을 격주로 연재하고 있다. 그리고 생태, 여성, 인권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매우 많다.


변산공동체에서의 귀농 생활, 밀양 송전탑 , 인천 인권 영화제, 최근엔 광화문 촛불집회 현장에 이르기까지 그녀는 항상 거기에 있었고 지금도 거기에 있다.

“내가 그림을 그리지 않아도 시시각각. 이곳은 내게 아름다운 그림들을 보여준다.” 2014년 어느 날 변산공동체에서의 서정을 그렇게 SNS에 남기기도 했으나, 그녀는 미치도록 좋아했었던 그림을 다시 그리고 싶어서 도시로 돌아왔다. 현재는 서울의 모 한의원에서 간호조무사로 근무하면서 생계와 예술 모두 열정적으로 잘 꾸려나가고 있다.

지면을 빌어 그녀에 대해서 더욱 자세히 알아보자.
일곱 살 무렵부터 그녀는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부침과 시련이 많았던 삶에서 흔들림 없이 지켜온 그림 그리는 “아주“. 지금 그녀를 지탱하고 있는 든든한 자존감이자 버팀목이라 한다.


서양 회화를 전공했지만 최근의 그녀는 텍스트 다루는 법을 더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글과 그림의 경계를 넘나들다 보니 “만화가”로 불리기도 하지만, 그저 “그림과 글로 표현할 줄 아는 사람” 정도로 평가받고 싶어 한다.

20대 중반까지는 일과 작업의 경계가 애매한 생계형 아티스트로 살았으나, 이젠 생계와 예술작업에 대한 나름의 심리적 가이드라인을 갖고 산다 한다.

현실적인 돈 문제뿐만 아니라, 직장을 다니면서 작업을 하게 되면 그 직업이 무엇이든 작업에 대한 절박함이나 스트레스가 덜해져 안정적으로 하고 싶은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고 결국 작업에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 한다.

또한 쳇바퀴 돌리듯이 생계를 위한 직업 생활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가슴 답답한 통증이 찾아들어, 시간을 할애해서라도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행위를 통해 삶의 의미를 찾는다고도 그녀는 말했다.
그렇다면 그녀에게 있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다는 것은 정말 행복하기만 한 일인 걸까? 넌지시 물어본 질문에 그녀는 웃으며 말로 다 못할 성취감과 쾌락을 동반하긴 하지만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생계와 작업을 심리적으로나마 분리시키면서 안정적으로 작업에 매진할 수 있게 되었고, 지금은 이에 더 나아가 작업하는 시간을 더 늘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데, 결과적으로는 오로지 글과 그림이 자신의 생계를 책임지게 하는 것이 작은 소망이라 한다.

만화 작업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남들보다 세상에서 일찍 사라지고 묻힐 것만 같았다던 그녀였지만 이제는 그림과 글이 오히려 그녀를 위로하고 이끌어가는 듯하여 만족스럽다고 했다.

그럼 그녀는 어떻게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게 된 것일까?
처음에는 한풀이나 살풀이로 시작된 그림이었지만 점점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런 사람들과의 인연들이 맺은 공감과 위로, 그리고 무엇보다 진심된 소통을 통해 많은 것들을 배우면서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그림으로부터 시작한 작업이기에 아직도 글보다는 그림이 편하다는 그녀는, 비록 글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 어렵지만 보다 아름다운 글을 써 내려가기 위해 항상 쓰고, 읽고, 설득하는 방법의 글쓰기를 공부해가고 있다고 했다. 작업도 하나의 공부이다.라고 부연 설명을 하며 그녀는 오히려 공부를 많이 할 수 있기 때문에 작업을 하면서 즐겁다고 했다. 그녀의 얼굴과 몸동작에서 몸에 밴 부지런함이 수시로 드러난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녀의 작품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주로 등장하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가족 이야기를 주된 소재로 삼는 그녀이기에, 처음에는 어렸을 때 정말 누구보다 힘들고 아프게 살아온 이야기를 소재거리로 하는 것에 거부감도 많이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다사다난했던 이야기뿐만 아니라 사소했던 사건들도 모든 것들이 소재가 될 수 있고 가족 한 명 한 명이 너무나 재미난 캐릭터라서 마르지 않는 오아시스처럼 이야기가 가득하다고 했다.

다만 이러한 이야기를 제한 없이 마구 풀어내기에는 자신의 오빠나 부모님들이 눈에 밟혀 지금은 본인의 이야기를 위주로 담는 편이라며 미소로 말을 아꼈다. 그렇다면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다른 이야기들은 어떤지에 대한 물음에 그녀는 확신 있는 목소리로 이야기는 음식을 먹고 모든 걸 소화한 상태, 즉 완전히 받아들여져야 가능한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자신의 이야기는 충분히 소화하여 그려낼 수 있지만, 정확히 알지도 이해하기도 어려운 남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감히 어려운 일일 뿐더러 소화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생각을 해보니 충분히 이해가 가는 답변이다.

그렇다면 그녀가 그려가고 있는 가족이란 무엇인지, 화제를 전환해서 보다 자세히 이야기를 해보기로 했다. “어렸을 때는 되게 이상적으로 생각했고 그렇게 교육을 통해 세뇌가 되어서인지 실망감도 컸던 것 같지만 가족이라는 존재는 아직도 숙제다.” 라며 그녀는 속깊은 답변으로 이야기의 말문을 열었다.


현재 자신에게 있어 가족은 같이 살고 있는 고양이 모리뿐이라며 위트있는 답변으로 순간 웃음이 가득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그녀가 생각하는 그녀 자신은 어떨까. 서로 다른 관점에서 그녀를 바라보기로 하였다.

Q:”가족이 보는 아주”
A: 처음에는 고삐 풀린 강아지였다가 요즘에서야 자리를 잡아가는 막내딸, 여동생, 이모 정도가 되지 않을까요? 아버지 큰언니는 연락을 안 드리니까… (이하 생략).

Q:”자기 자신이 보는 아주
A: 마치 활화산에서 터져 나온 뜨겁지만 거친 용암과 같을 것 같아요. 그 역동적인 용암 안에는 아주 괜찮은 지질 시대의 지층이 될 가능성이 있구요. 물론 이는 제가 하기 나름이겠지요.

Q: “친구가 보는 아주”
A: 친구들이랑 종종 이에 관해서 이야기를 해보는데, 아마 가끔은 불안정하고 기복이 있기도 하지만, 점점 안정시키면서 살아보려고 애쓰는 친구라고 말하죠.

아주 작가가 그려내는 그림과 글은, 즉 텍스트와 그림 그리고 이미지들이 경계 없이 하나로 보인다.

글이기도 하고 그림이기도 한 동시에 글도 그림도 아닌 제 3의 발화체인 이코노텍스트의 문법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그녀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작품을 통해 글과 그림의 만남 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이 함께 만날 수 있는 것을 꿈꾸는 듯하다.

그림에서 묘사되는 손과 발의 놀림은 마치 실제인 것 처럼 아주 자연스럽다. 어릴 때부터 몸에 베어서 나온 듯한 살아있는 움직임을 통해 그녀는 감정을 전달한다고 했다.
글이나 말, 표정으로도 충분히 감정을 전달할 수 있지만 그녀는 이를 살짝 비틀어 손과 발의 미묘한 움직임으로만 이를 전달하려고 한다. 이를 완벽히 그려내기 위해서인지는 몰라도 그녀는 손기술이 참 좋았다. 이를 통해 작품을 그려내는데, 독특하게도 가족을 배경으로 하는데 작품마다 필명과 등장 인물들의 이름이 모두 다른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매 작품마다 그림에 맞는 필명을 사용하고 싶어 의도적으로 작가명을 바꾼다는 그녀의 말이 왠지 신기하고 독특한 시도처럼 느껴졌다. 요즘에는 사이바라 리에코의 우리집, 아다치 미츠루의 h2, 마츠모토 오카자키의 서플리를 좋아한다는 그녀에게서 얼굴에 미소를 가득 띄고 책을 읽고 있는 맑은 아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아주 작가의 작품을 알아보자.
홍연이의 세상이라는 작품을 통해 그녀는 자기 자신의 성장과정을 홍연이라는 인물을 통해 노래하고 있다. 사우디 파견 노동자로 떠나신 아빠, 어디에 가서 아버지 없이 컸다는 말을 듣더라도 부끄럽지 않을 사람으로 자식들을 키우겠다며 온 몸을 다해 가게를 하며 힘들게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 그런 엄마를 보고 세상엔 남자가 우성 인자로 빛춰지지만 아주 작가에게 있어서 남자는 열성인자일뿐이다..


그리고 질풍 노도의 길을 걷는 민정 언니, 개구쟁이 영재 오빠, 그 공간 속에서 홍연에게 유일한 친구는 비어있는 스케치북이였다. 항상 불안하고 부족한 집에서 아무 말 없이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낼 수 있는 스케치북이란 누구보다 가까운 친구이고, 또 하나의 가족이었다. 스케치북을 친구삼아 그림을 그리는 그 자체가 아름다운 세계, 그녀의 세상이었다.

삼수니라는 작품에서는 작가는 힘들고 지친 삶을 죽을 힘을 다해 이겨내는 방법을, 그리고 살아가야만 하는 자신과의 처절한 내적 갈등을 보여준다. ‘꽃들에게 희망을’이란 책에서 나오는 줄무늬 애벌레의 삶처럼 더 나은 삶을 위해 여러 환경들을 접하면서 위에 있는 봉우리만 보고 무작정 올라갔지만, 누군가를 밟고 쓰러뜨리는 경쟁을 거쳐 올라간 꼭대기 기둥은 그냥 하나의 봉우리에 지나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처절한 현실을 두 눈으로 목격하며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지만 ‘괴물로 남지 말고 사람으로 남자!’라는 마음을 먹고 다시 세상에 나와서 만난 것들은 너무나도 다르고 다양한 사람들이었다. 사회 생활을 하면서도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사무치게 일하고, 미치도록 집중해보면서 살아 간다는 것.
그녀는 그렇게 살았다.
그리고 작가로서 살아가면서, 떠날 때에는 미련없이 떠나는 삶의 단편들이 이 작품 안에 아름답게 모여
있었다. 이러한 그녀의 모습을 작품을 통해 접해보면서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한편으로는 그런 치열한 삶을 살아온 그녀가 부러웠다.

2년 후에 다음 작품을 계획하고 있는 그녀는 작업물도 많이 쌓아놓고 이를 통해 적당히 돈을 모아 6개월 정도 자기 자신에게 휴식을 주고 싶다고 하였다. 여유롭게 살면서 전시도 하고, 책도 내고 싶다는 그녀의 굳은 다짐을 들으면서 다음 작품이 더욱 기대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작가들을 취재하면서 항상 궁금했던 점들에 대해 그녀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아주 작가에게 있어 만화란 표현 방식의 하나로서 음식으로 표현하면 친구 같은 막걸리라며 위트있는 멘트를 전했다.
죽을 듯이 하는게 아니라면 하지 말라고 한 누군가의 말을 빌어 본인은 즐겁게 살 것처럼 작품을 하겠다고 했다. 자신이 작업에 흥미를 느끼고 만족하면서 그 결과물이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지고 읽혀지게 되고, 그리고 이를 통해 안정적인 생계 수단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조화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이 소망이라고 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모든 것들을 글과 그림이라는 과정을 통해 하고 싶을 때까지 미친듯이 해보는 것이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라며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그녀를 알게 된지 며칠 되지 않았지만 누구보다 그녀를 오랫동안 옆에서 지켜봐 온 것 처럼 너무나 많은 것들을 알고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1월 16일 “만화저널 세상을봐” 편집국에서 아주 작가를 다시 만났다.
웹툰으로만 소개되었었던 작품의 원화를 보여주기 위해 꽤 무거워보이는 4권의 바인딩북을 다 챙겨오면서도 힘들어하는 표정 하나 없이 맑고 밝은 얼굴로 들어서는 그녀를 반가운 마음에 냉큼 그녀를 껴안았다.
잠깐의 순간이었지만 홍연이, 삼수니, 그리고 지금의 그녀가 함께 안겨왔다.

두시간전부터 미리와서 기다리고 있었던 많은 만화 애호가들로 북적이며 시끌시끌한 가운데 웃으면서 이런저런 많은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었다.
다들 예쁘다라는 말에 수줍음과 함께, 태어나서 예쁘다라는 말을 이렇게 많이 들어 본 적은 처음이라며 부끄러워하면서도 좋아했다.시간이 흐르고 막걸리 몇 잔에 홍조를 띄며 노래까지 불렀다.


시니어 만화창작 동아리인 “누나쓰” 할머니들은 그녀의 캐리커처를 즉석에서 직접 그려주었다. 캐리커쳐를 받아 잘 보관하겠다며 파일에 넣는 아주의 모습에서 잔잔한 행복을 느낀다.
자신의 작품을 알리러 온 것이 아니라 이 기회를 통해 자기 자신을 반성하며 더 열심히 살겠다는 그녀는 어르신들에게 감사하다며 아름다운 재회를 마무리했다. 즐거운 마음으로 거짓 없이 솔직하고 맨몸으로 세상에 뛰어든 듯이 진정성 있는, 아주 작가는 참으로 겸손했다.

야생화같은 삶을 살면서 비록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날들이 있었겠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맑고 밝은 마음을 갖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그녀를 만나 행복이란 무엇이고, 무엇이 우리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드는가? 하는 의문이 잠시 들었다.

행복의 조건에는 정답이 없다. 스스로가 생각하기 나름이며 본인이 정해가는 것이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는 얼굴이 더 행복하다는 것’을 그녀를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녀는 그랬다.

기사에 인용된 모든 작품컷은 아주 작가의 연재 작품중에서 발췌하였습니다.

다음 웹툰: 홍연이 http://webtoon.daum.net/league/view/1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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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 저널 일다: 아주의 지멋대로 http://www.ildaro.com/sub.html?page=1&section=sc82&section2=%5B/vc_column_text%5D%5B/vc_column%5D%5B/vc_row%5D

정 정숙

각자의 출발지와 목적지가 다 다른 세상에서 설렘과 기쁨을 안고 새로움을 찾아 떠나는 나만의 길..감미로운 음악, 따뜻한 커피, 그리고 아름다운 책이 있을 그 곳을 향해서..

정 정숙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닌 웃는 얼굴이 더 행복한 작가 – 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