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존재들에 대한 깊은 회환 – 기억의 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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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촉감은 8개의 단편 만화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묶은 김한조 작가의 단편집이다. 그리고 각각의 독립된 이야기들이지만 등장 인물들이 묘하게 얽혀 있어 또 다른 생각 거리를 던져주는 만화책이다.

내가 가진 무언가를 다른 이에게 전하려 할 때 알게 모르게 우리는 각자가 지니고 있는 경험치 속에서 그 기억들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등장인물들이 처한 상황처럼 재미없는 부분일 때가 흔히 있다.비슷한 경험, 시간을 보내던 느낌들을 기억해보라면 지극히 따분하고, 일상적이고 잔잔한 기억들은 무의식 속에 깊숙이 깔려있다 어느 순간 등장하는 것 같다. 그것도 긍정적인 기운보다 이 책에서처럼 죄책감, 아쉬움, 후회 같은 기억의 촉감이 살아날 때 한꺼번에 떠오르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느낌은 내가 보기엔 죄책감인 것 같다. 지나 보니 용서를 구할 수도 설명할 수도 없는 이미 내 곁에서 사라진 존재들에 대한 깊은 삶의 회한 같다고나 할까.

먼저 떠나보낸 애인에 대한 죄책감, 죽음에 임박한 자신의 곁을 끝까지 지킨 아내에 대한 미안함(기억의 촉감), 미처 태어나지도 못한 낙태아에 대한 처절한 죄책감(목사의 딸), 종교적 원죄의식 등 그 외 현재의 상황이 아닌 과거의 기억들에 붙잡힌 등장인물들 모두가 공허하고 우울한 모습들이다.

지나가서 놓쳐버린 과거가 지금의 일상을 점령해버려 현재 이 순간을 놓치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만나보면서 나 자신도 돌아보게 된다.
어찌할 수 없는 지난 시간은 억지로 벗어나려 하기 보다 그냥 무심하게 그 상태로 머물다 언젠가 지나가겠지 하면 마음을 자연스레 흘러 보내는 마음챙김 요법처럼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현재에 충실한 일상을 보내고 싶다. 바람직한 일보다 바라고 싶은 일을, 좋은 일보다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할 일보다 하고 싶은 일을 우선 순위에 두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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