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의 그림일기

No comments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UCLA의 진화생물학자 제레드 다이아몬드가 말한 일명 안나 카레리나의 법칙이다.

일견 수긍이 가면서도 이것이 소소한 사적 영역이 아닌 사회적,역사적 환경을 전제로 논의된다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일제의 식민 지배, 625 전쟁, 이승만의 친일 세력 연대, 박정희의 독재, 5-18 민주화 항쟁, 도시화로 무너진 농촌.

제각각의 불행한 이유? 가 아닌 우리 모두에게 깊은 상처와 트라우마를 안겨준 엇비슷한 이유들이 아닐까?

오세영의 단편집 부자의 그림일기에는 고샅을 지키는 아이,나라가 없어져 미관 말직 권세를 잃어버린 안초시,서참의 심지어 용도 폐기된 채 북에서 내려온 군마와 518 진압군까지 깊은 내상을 입은채 살고있는 우리 이웃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나아가 그들은 빛바랜 흑백 사진속에서 막 뛰쳐 나온 듯 숨소리,땀냄새,술냄새 풍기며 우리 앞에서 상처받은 사회적 자아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열세편의 단편들 곳곳에는 분열된 자본주적 폭력성의 서사화(고샅을 지키는 아이),자아와 개인의 자각(쏴쏴쏴 탕),자아 찾기와 절망(탈출),일상적 자아의 패배와 거리 두기(목론),무능력한 지식인의 일상적 갈등(복덕방) 등을 대변하는 문학적 캐릭터들이 정교한 수사와 복선,치밀한 플롯과 이야기 전개를 통해 입체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만화와 문학의 경계를 목도하고 싶다거나,스낵 푸드가 아닌 숙성된 홍어 삼합같은 만화의 맛을 경험해보고 싶다면, 지금 바로 오세영 작가를 만나보시길 권하고싶다.

coreacartoonist

이코노텍스트에 무지 관심이 많습니다.

이 원영부자의 그림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