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북방의 장미 치앙마이

삶은 잠시도 머무르지 않은 채 흐르는 물과 같다.

우리는 그 흐름을 따라 늘 여행을 떠나는 존재들이다.

여행하는 것과 사는 것은 다르다. 한 달 살기는 여행과 살기의 중간이라고 할 수 있다. 해외여행의 장벽이 낮아지면서 요즘 떠오르고 있는 ‘지친 마음에 쉼표를 그려주는 한 달 살기’. 올겨울 부부나 가족, 친구들끼리 함께 가면 더욱 좋을 ‘한 달 살기’ 여행지를 소개한다.

한때 태국의 관광지는 방콕뿐이었던 시절도 있었다. 방콕은 누가 뭐라 해도 동방의 보석, 동남아시아의 최고의 도시로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태국을 상징하는 관광지는 많아졌다. 그 중에서도 북부 지역의 치앙마이, 치앙라이가 감추어왔던 태국의 속살을 조금씩 드러내면서 관광객들을 은밀하게 유혹하고 있다.

치앙마이 근교 핑강 유역의 고산족 마을

태국 제2의 도시 치앙마이는 태국어로 치앙(chiang)은 도시, 마이(mai)는 ‘새로운’을 뜻한다. 즉 치앙마이는 ‘새로운 도시’를 의미한다. 화려한 수도 방콕과 차별화된 매력을 갖고 있는 이 도시는 지리적으로는 방콕에서 북쪽으로 약 700km 떨어져 있으며, 해발 300m 이상의 고산지대에 위치해 맑고 청명한 하늘, 선선한 공기로 힐링을 선사한다. 특히 고대유산들의 면면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는 소담스런 풍경과 친근하게 다가오는 정취 때문에 외국인들에게 ‘한 달 살기’ 성지로 각광받고 있다.

치앙마이는 태국 북동부에 세워졌던 란나타이 왕조(1292~1774년)의 멩라이 왕이 1296년에 세운 도시로, 14세기 란나의 수도로 지정된 후 16세기까지 번창했다. 이 때문에 오랜 역사와 풍부한 문화유산 등이 어우러져 태국 북부 문화의 중심지로 이름이 높다. 란나 왕조는 물론, 이웃 나라인 미얀마나 스리랑카의 문화까지 융합된 독특한 사원이 300여 개나 존재해 불교의 성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여기에 1천여 개의 고산족 마을과 소박한 구시가지, 천연 소재를 이용한 수공예품, 화려한 축제 등을 동시에 즐길 수 있어 ‘북방의 장미’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이 지역은 고산 지대의 특성상 태국이나 동남아시아의 다른 도시보다 날씨가 선선하여 밤에는 기온이 다소 서늘하게 느껴질 수 있으므로 얇은 긴 소매 옷을 챙기는 게 좋다.

왓 프라탓 도이수텝은 1383년에 지어진 치앙마이의 대표적인 사원으로 치앙마이 서쪽에 있는 높이 1,677m의 도이수텝 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다. 태국 전역에서 전망이 가장 좋은 사원으로 꼽히는데, 각국에서 불교 성지 순례자들이 꾸준히 찾아온다.

매표소에서 사원까지 300여 개의 긴 계단을 오르거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어느 순간 시야가 확 트이며 치앙마이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계단 양쪽에 있는 꿈틀거리는 모양의 용 조각과 천장이 없는 불전 중앙에 우뚝 솟은 황금탑이 명물이다. 불전 둘레에는 종이 많이 달려 있는데, 이 종을 빼놓지 않고 모두 치면 행복이 온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찬란하게 빛나는 왓 프라탓 도이수텝의 황금탑

기도를 한 후 코끼리상을 들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왓 체디 루앙은 고즈넉하고 소박한 구시가지의 거대한 사원으로 1,411년 건립됐다. 건축 당시에는 높이가 무려 90m에 달하는 거대한 사리탑이었지만 1,545년에 일어난 지진으로 현재는 높이가 60m로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동양 최대의 사리탑으로 알려져 있으며, 본당에 모셔놓은 불상들도 높이가 8~9m에 달해 전체적으로 웅장한 느낌이 강하다.

태국은 인구의 90%가 불교도이다. 치앙마이 구시가지에만 38개의 절이 있고, 시내 전체에 90개 정도의 절이 있다. 이들 절 중 700년이 넘은 것이 여럿 있고, 500년이 넘는 것도 10여개나 된다고 한다.

‘탑이 있는 사원’이라는 뜻의 왓 체디 루앙

멩라이왕 사당에는 왕의 동상이 모셔져 있다. 치앙마이 사람들은 사당에 멩라이왕의 영혼이 머물고 있다고 생각해 이곳을 신성하게 여긴다.

란나 왕조를 강국으로 만든 멩라이왕의 사당

위앙꿈깜이 란나 왕국의 수도가 된 것은 1,294년이다. 이 지역에 건물과 사원이 지어지면서 위앙꿈깜은 수도로서의 조건을 갖추기 시작했다. 그러나 도시가 핑강이 굽이치는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해마다 홍수 피해를 입었다. 그 결과 도시가 1~2m 높이의 토사에 뒤덮이게 되자 멩라이왕은 수도를 땡강 건너편 새로운 도시 치앙마이로 옮기게 된다.

매몰되어 버려진 지하도시 위앙꿈깜이 다시 되살아난 것은 1,984년이다. 폐허가 되었던 42개 건물과 사원의 유적들이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멩라이왕 후궁들의 사리탑

700여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위앙꿈깜

치앙마이 근교의 밀림지역에 있는 ‘매땡 코끼리 학교’에서는 거대한 코끼리와 함께 트레킹, 뗏목 타기, 물소 마차 타기 등의 이색 체험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코끼리에게 바나나와 사탕수수 등의 먹이를 직접 주며 교감할 수 있고, 화가 못지않은 그림 실력이나 뛰어난 축구 실력을 뽐내는 코끼리와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코끼리 등에 올라탄 채 핑강을 건너 산을 오르내리는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다.

대나무 뗏목 타고 원시림 속의 핑강 탐사

오금을 저리게 만드는 코끼리 정글 트레킹

치앙마이 최고봉 도이 인타논은 히말라야 산맥의 끝자락으로 태국에서 가장 높은 해발 2,565m의 산이다. ‘태국의 지붕’이라 불리며, 1954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국립공원 내에 있는 소수 민족인 고산족 마을과 시장, 70m의 위용을 자랑하는 와치라탄 폭포 등을 보기 위해 각국에서 여행객들이 찾아온다.

정상에 서 있는 2개의 ‘장수 기원 탑’은 푸미폰 국왕과 왕비의 장수를 기원하기 위해 이들의 60주년 생일에 맞춰 1987년과 1992년에 각각 세워졌다. 몇 년 전 작고한 푸미폰 국왕을 추모하기 위해 태국 국민들이 많이 들리는 곳이기도 하다.

푸미퐁 국왕의 장수 기원탑

건기 임에도 힘찬 굉음 내품는 와치라탄 폭포

오래된 역사와 문화가 숨 쉬는 도시인 치앙마이, 아름다운 산과 자연으로 둘러싸인 이 도시에는 수준급 맛집과 아기자기한 카페들이 즐비해 있다. 특히 중심가의 님만해민은 감각적인 카페와 맛집, 갤러리, 매장, 클럽 등이 즐비해 쇼핑과 동시에 여유로운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전반적인 분위기가 세련되고 이국적이어서 치앙마이를 방문한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감성적인 여행지로 통한다.

도심에서 가장 핫한 거리 님만해민

태국 여행은 계절과 날씨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동남아시아 여행은 덥지 않은 건기에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태국의 건기는 12월부터 3월까지다. 그래서 여행자들은 우리의 겨울철에 이 지역을 찾게 된다. 그 중에서도 태국 북부 지방은 우리의 초가을 날씨여서 피한과 피염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최적의 여행지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북방의 장미 치앙마이를 뒤로 하고 전통과 종교, 자연, 맛집, 야시장 등 다양한 여행의 새로운 키워드로 부각되는 고대 란나 왕국의 수도 치앙라이를 향해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