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속의 술병들

                            소평 김문배

키재기를 하며 서있던 술병들이

하나 둘 드러눕는다

물이 들어있던 자리를

바람이 차지하고

술은 뱃속으로 들어갔는데

하늘이 노랗다

반 쯤 드러누운 의자에

버티고 앉아 술잔을 기우린다

사람이 쓰러지면

술병들도 따라 쓰러진다

빈 지갑 속을

쓰러진 술병들이 채워간다

 

art by 고구마 <두꺼비군의 사랑>

* 월하고음(月下孤吟)은 달빛 아래 홀로 읊음을 뜻합니다. 월하고음은 시문학파 김현구 시인의 유작중 한편의 제목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