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놓고간 그림자

                            소평 김문배

시시각각으로 물들어가는 가을 잎들은

갈길 잃어 서성이는 나의 마음 속으로

추억의 날개가 되어 하늘하늘 내려앉는다

산비탈을 타고내려와 넓은 들판을 지나고

불빛 어지러운 도심의 빌딩숲을 헤매다

낙엽은 바람을 몰고 길모퉁이를 돌아선다

시공을 놓친 낯선 그림자는

빛 바랜 가로등 아래서 떨고

슬프도록 아름다운 눈빛으로

발가벗은 내몸에 던져진 눈길이 따가워

한잎 두잎 포개어 새우잠을 청한다

꽃이 피고 열매를 맺던 그푸른 날들은

꿈 속으로 사라지고

오늘은 노랗게 빨갛게 단장하고

이른 새벽잠에서 깨어나 찬이슬을 맞는다

art by 조관제 <무제>

* 월하고음(月下孤吟)은 달빛 아래 홀로 읊음을 뜻합니다. 월하고음은 시문학파 김현구 시인의 유작중 한편의 제목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