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 14일 스웨덴의 스톡홀름 인근에서 젊은 재즈 피아니스트 한 명이 스쿠버 다이빙을 하던 중 실종되었다. 결국 의식을 잃은 채 해저에서 발견되었고 헬기를 이용하여 병원으로 긴급 후송하였지만 끝내 소생하지 못하고 숨졌다. 그가 바로 재즈 트리오 E.S.T.의 리더 스웨덴의 피아니스트 에스뵈른 스벤슨(Esbjörn Svensson)이다. 사고 당시 44세, 가장 왕성한 창작과 충만한 연주력을 보여주던, 너무나도 젊은 나이였다.

E.S.T의 음악을 두고 한때 재즈의 미래라 일컬었을 만큼 그들의 음악은 이후 등장하는 거의 모든 재즈 트리오에 깊은 영감과 방향을 제시했다. 특이한 건 대부분의 곡이 리더 에스뵈른 스벤슨이 창작했음에도 멤버들과의 협의를 통해 멤버 공동 작품으로 발표했다.

그는 언젠가 한 인터뷰에서 팝 뮤지션들과 바흐 역시 즉흥 연주자이고 교회 음악 조차 곡이 완성되기 전까진 긴 즉흥 연주 과정을 거쳤다며, 작곡이란 결국 즉흥 연주와 매일반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덧붙이기를 자신들의 음악을 굳이 규정한다면 재즈라 불러야 하지만 과거의 재즈와는 다르다고 했다. 현대 재즈에 대해 내린 매우 간명하면서도 명확한 정의다. 스윙에 기대지 않는 재즈를 재즈라 부를 수 있는 이유는 결국 그가 말한 즉흥성 때문이 아니겠는가.

에스뵈른 스벤슨은 클래식 피아니스트 어머니와 재즈를 즐겨 듣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자연스레 클래식과 재즈 양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었고, 한때는 프로그레시브 록에 심취하기도 했다. 스톡홀름 왕립음악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오랜 지기인 드러머 마그누스 외스트룀((Magnus Öström)과 밴드를 결성했고 1993년 드디어 베이시스트 단 베르글룬트(Dan Berglund)를 영입, 트리오를 결성한다. 록밴드에서 연주하기도 했던 마그누스와 클래식 오케스트라에서 첼로를 연주한 단이었던 것만큼 이들의 음악은 필연적으로 재즈, 록, 클래식이 융합된 독특한 음악일 수밖에 없었다. E.S.T.의 이러한 음악적 스펙트럼의 확장성 때문에 밴드 해체 16년이나 지난 지금까지도 펑키한 리듬과 이펙트를 이용한 일렉트릭 사운드까지 아우르는 혁신적인 밴드라고 일컬어지고 있다.

E.S.T.는 1993년에 결성되자마자 데뷔 앨범을 발표하여 유럽을 대표하는 신예 재즈 트리오라는 지위를, 90년대 후반에 발표한 From Gagarin’s Point View로는 유럽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명성까지 얻었다. 2006년에는 권위 있는 미국 재즈 잡지 Down Beat의 표지에 등장하기도 했다.

소개할 Seven Days Of Falling은 세계 연주 투어 직후인 2003년에 발표되어 그들의 앨범 중에서도 가장 확고하게 명반으로 자리하고 있는 앨범이다. 혁신적이면서도 진보적인 사운드가 16년이나 지난 지금 들어도 전혀 낡아 보이지 않아 들을 때마다 혀를 내두르게 된다. 전통적인 재즈 피아노 트리오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결코 거기에 안주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어쩌면 재즈라는 말 자체가 그들에게는 ‘게토’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그들만의 음악을 애써 재즈라고 규정짓는 것 자체가 형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2008년 사고 직전까지 자신들의 음악 세계를 거침없이 넓혀나가고 있었기에 에스뵈른 스벤슨의 사고 소식은 당시로서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부질없는 가정이지만 그의 사고가 없었다면 현재의 재즈 씬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아마도 앞서 그가 언급한대로 재즈는 더욱 더 풍성한 즉흥성과 개별성, 진보적인 미래 지향성을 가지게 되었으리라.

앨범 Seven Days Of Falling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아끼는 곡은 6번 트랙 Believe Beleft Below다. 가슴을 저리게 하는 아름다운 서정성을 가진 연주이긴 하나, 에스뵈른 스벤슨 그가 살아 있다면 모를까 마냥 감탄하며 즐길 수만은 없는 곡이다. 제목의 은유처럼 그는 한 순간에 남아 있는 자들의 믿음을 버리고 해저 깊은 곳으로 가라 앉아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마치 그가 걸어간 짧은 생애의 여정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