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오(頓悟)의 순간

             소평 김문배

 

산사를 향한 오솔길에

한 스님이 발길을 멈춘다

머언 하늘엔 하얀 뜬구름

속세는 발 아래 머물러 있다

온 인류의 고민을 혼자서 짊어진

축 늘어진 어깨

때 묻은 스님의 바랑 속엔

생로병사와 희로애락이 담긴

무거운 전생의 업보가

얽힌 실타래로 뭉쳐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향연 속 목탁 소리에 무릎 꿁고

그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해탈의 순간

황금빛으로 다가오는 피안의 세계

눈가의 잔잔한 미소

엷게 떨리는 입술은

거룩한 돈오의 기쁨이 아닐까

art by 조관제 <생각비우기>

돈오 [頓悟] 점진적인 과정을 거치지 않고 단번에 깨달음을 일컫는 불교의 용어

* 월하고음(月下孤吟)은 달빛 아래 홀로 읊음을 뜻합니다. 월하고음은 시문학파 김현구 시인의 유작중 한편의 제목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