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가 언제나 옵니까 

변영로

 

그대와 내 사이에

모든 가리움 없어지고

넓은 햇빛 가운데

옷으로 가리우지 아니한

발가벗은 맨몸으로

얼굴과 얼굴을 대할

그때가 언제나 옵니까

 

‘사랑’과 ‘믿음’의 불꽃이

낡은 ‘말’을 사루어

그대와 내 사이에

말없이 서로 알아듣고,

채침없이 서로 껴안을

그때가 언제나 옵니까

 

오, 그대! 나의 영혼(靈魂)의 벗인 그대

우리가 그리우는 ‘그때’가 오면은,

‘우리 세기(世紀)의 아침’이 오면은

그때는 그대와 내가

부끄러워 눈을 피하지 않을 터이지요,

두려워 몸을 움츠러뜨리지 않겠지요,

오, 그대! 언제나 그때가 옵니까?

<조선의 마음>(1924)

 

<조선의 마음>은 수주의 마음입니다.

님이시여! 그때가 언제나 옵니까?

우리나라의 해방은 언제나 올까요?

어두운 암흑 속, 빛 한 줄기 없는 긴 터널을

지나기 위해

제가 이렇게 매일 술을 마시고 있습니다.

님이시여! 저도 술 마시는 일이 지긋지긋합니다.

술 마신 다음날은 몸도 축나고 건강도 안 좋아지고

숙취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거기다 술주정까지 더해 내 친구나 가족, 이웃에게도 못할 짓 많이 합니다.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압니다. 다 압니다.

하지만 마시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세상이, 사회가 이 암흑이 하루도 술을 안마시게

그냥 놔두질 않습니다.

언제 세상이 밝아지면

우리가 그리우는 그때가 오면은,

우리 세기(世紀)의 아침이 오면은

그때는 그대와 내가

부끄러워 눈을 피하지 않을 터이지요,

두려워 몸을 움츠러뜨리지 않겠지요,

, 님이시여! 언제나 그때가 옵니까?’

 

하염없이 하염없이 술잔을 들고 그때를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