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낙원을 원한다면 두브로브니크로 가라

지중해와 아드리아 해가 만나는 곳.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는 유럽인들이 동경하는 최고의 휴양지로 자리매김한다.

일찍이 버나드 쇼는 “진정한 낙원을 원한다면 두브로브니크로 가라”는 말을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영국 시인 바이런도 ‘지구상의 낙원’이라 부른 도시로, 1994년 구시가 전역이 유네스코 지정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되었으며, 달마티아 문학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도시는 7세기 무렵에 형성됐고, 해상무역으로 부를 축적하여 지중해에서 그 위상을 떨친다. 13세기에 세워진 철옹성 같은 두터운 성벽 덕분에 옛것을 고스란히 보존하는 차단막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나 아름다운 이 도시는 아픔도 많다. 1667년 대지진 때 스폰자 궁전과 렉터 궁전을 빼놓고 도시가 거의 파괴되었으며, 1808년에는 나폴레옹의 침공을 받았을 뿐 아니라, 1991년 유고 내전 때는 세르비아의 2,000발이 넘는 포탄으로 도시의 80%가 파괴되었다.

항구에는 어마어마하게 큰 두브로브니크 관광 전용 크루즈선이 정박해 있고, 두브로브니크 성곽에는 꽃다발이 걸려있다. 입성하는 여행객에게 바치는 선물인 셈이다.

두브로브니크의 최고 명물은 성벽 투어다. 성벽은 총 길이 1,949m로 부지런히 걸으면 한 바퀴 도는데 2시간 정도 걸린다. 꾸불꾸불한 성벽 길을 걷다보면 구시가와 아드리아 해의 아름다운 풍광을 동시에 볼 수 있다.

보통 서편 필레 게이트에서 성곽 투어를 시작한다. 성곽 투어 입장권은 100쿠나, 우리 돈으로 약 2 만 원 정도이다.

성벽에 올라서면 강렬한 태양 아래 하얀색의 대리석 보도 플라차 거리가 빛을 발한다. 두브로니크의 최고 번화가이자 중심가인 플라차 거리는 동서로 292m이다. 도시가 생긴 7세기경에는 원래 물자를 수송하던 운하였으나 15세기경 바다에서 침입하는 적으로부터 도시를 방어할 목적으로 매립하여 지금의 중심 도로로 만들었다고 한다.

유고 내전 때 요새 앞 바다에 진주한 세르비아 함대가 함포 사격을 하여 성벽을 비롯한 구시가지 곳곳의 문화유산들과 가옥들이 화염에 휩싸이게 되고 인명 피해도 많이 발생한다. 그 아름다움을 지키려고 당시 유럽의 지성들이 모여 인간 방어벽을 형성한 곳이기도 하다.

푸른 빛 사이로 언뜻언뜻 비치는 주황색 태양 빛이 눈을 아프게 한다. 그 날의 아픈 생채기를 감추려는 듯 푸른 아드리아에 내려쬐는 햇살은 유난히 강렬하기만 하다.

성벽을 자세히 보면 보수한 흔적이 역력하다. 모두 유고 내전 때의 상흔이다. 유네스코를 비롯한 여러 단체의 지원으로 전쟁의 흔적들은 지워졌지만 사라진 것은 아니다.

소르지산이 보이는 성벽 길을 따라 걸으면 주황빛 지붕 기와 한 장 한 장마다 지진과 전쟁으로 얼룩진 두브로브니크의 눈물과 아픔이 담겨 있다.

성벽 안의 주택 베란다에 걸린 하얀 빨래와 화분에 담긴 꽃이 벽과 어울려 배색이 절묘하다. 성벽 투어를 하면서 성안에 살고 있는 주민들 일상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다.

한 여인이 해풍에 머리가락을 휘날리며 누드 비치가 있는 로크룸섬을 바라보고 있다. 영국의 사자왕 리처드왕이 십자군 원정 시 표류한 섬으로 유명하다. 성벽에서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거리에 있는 이 섬은 올드 포트에서 배를 타면 10분 거리이다. 나도 그곳에 가고 싶다.​

유고 내전 때 까지 사용되었던 대포는 포열에 녹이 슨 채로 있다. 이제 아드리아 해가 하얀 파도를 일으키며 넘실넘실 웃어준다. 성벽 포도나무 아래서 미풍으로 잠시 땀을 식힌다.

​ 부자 카페는 높은 성벽 안길 중간 지점에 성인 한사람이 간신히 지나갈 정도 작은 틈새 길을 통해 바다 쪽으로 가야만 접근할 수 있는 암벽 카페다. ‘부자’는 크로아티아어로 ‘구멍’이라는 뜻이다. 카페 절벽에는 젊은 청춘들이 눈부신 나신을 드러내고 사랑스럽게 아드리아 해를 즐기고 있다.

성벽에서 내려와 구시가지에서 300m 정도 올라가면 소르지산 정상을 오르내리는 케이블카 승차장이 마을 한 가운데에 있다.

성벽이 구시가를 조망하기 좋은 곳이라면, 스르지산 전망대는 두브로브니크 시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맑은 날에는 60km 밖까지 보인다고 한다. 케이블카 이용료는 약 1만 8000원이다.

소르지산은 높이가 412m로, 정상에 서면 두브로브니크의 경치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뷰 포인트이다.

크로아티아 블루(Croatia blue)! 눈이 시리도록 푸른 바다가 펼쳐진다. 가슴이 뻥 뚫린다.

정상에는 1808년 나폴레옹이 정복 기념으로 세운 십자가가 우뚝 서있다. 지진도, 폭격도 피해갔다는 질긴 운명의 십자가이다.

파노라믹 뷰 전망대에서 캔 맥주를 마시며 두브로브니크 구시가지와 아드리아 해의 풍광을 마음껏 즐긴다. 바다에서 청량한 미풍까지 불어주니 힘든 여정의 피로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소르지산 정상 뒤쪽은 대평원이 펼쳐져있고 하얀 돌산이 이어져 거대한 장벽을 이루고 있는데 차량을 이용해서도 산 정상까지 올라올 수 있다. 1991년 유고 내전 때 산 뒤쪽을 통해 소르지산을 점령한 세르비아군은 무방비 상태에 있는 산 아래 구시가지 쪽을 향해 탱크로 포격을 하여 많은 인명을 살상하고 중세 건축물을 파괴하는 만행을 저지른다. 성벽 앞 바다에서도 세르비아 함정이 함포로 사격하여 성벽을 포함한 전체 시가지의 70%가 파괴되는 참극이 벌어난다.

내전의 아픔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아름다웠기에 유럽인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빠르게 복구된 이 도시는 진정한 낙원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석양에 물들어가는 아드리아 해에서 들려오는 해조음과 온몸을 감싸고도는 소르지산의 달빛에 매혹되어 나그네는 쉽게 산에서 내려오지 못한다.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곳.

가슴에 두고서도 차마 그립다 말하는 것조차 쉽지 않는 곳.

남들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말하는 곳.

반짝이는 돌의 노래가 그칠 줄 모르는 곳.

빨간색과 노란색이 잘 배합되어 만들어진 주황색으로 이루어진 곳.

이 땅의 포근함과 해질 무렵의 아늑함, 그리고 타오르는 촛불의 고요한 이미지가 존재하는 곳.

마음 속 생채기가 있어 진정 삶이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과 닮은 곳.

케이블카를 타고 구시가지로 내려오면서 눈부시고 벅찬 감동을 안겨준 이 도시와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눈다.

 

바디모 세(Vidimo se) 두브로브니크!

나 언제가 이곳에 다시 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