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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숙의 씨네뮤직(15)아름다운 삶이란 그 삶 자체에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사람!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1939년에 처음 영화화된 소설로, 소설의 원제 또한 영화의 제목인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과 같다. 오늘은 2013년에 두 번째로 영화화 된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당신은 상상을 하는가? 한다면 어떤 상상을 하는가? 개인 마다의 차이가 있겠지만 대부분 소심하고 내향적인 사람들이 딱히 움직이지 않고 대신 생각하고 상상하며 많은 시간을 보내기 마련이다. 그래서 외향적이며 활동적인 사람들에게 부러움을 느낄 때도 있다. 나도 가끔은 상상을 하곤 한다. 현실에서 가능하지 못한 일들을 가끔씩 상상 속에서 해결하기도 하는기쁨을 즐기기도 한다. 상상이 현실로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 상상에서 다시 현실로 돌아오면 맥없이 슬퍼지게 된다.

월터는 라이프 잡지사의 사진 현상가로 10년 넘게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성실한 직원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집안의 가장의 역할을 하면서 그 흔한 여행 한 번 떠나보지 못한 소심한 성격의 그에게 있어 유일한 취미는 현실과 전혀 동떨어진 상상을 하는 것이다. 혼자 상상의 세계에 빠져있는 것이 특징인 그는, 오히려 상상 속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그에게 있어 상상력은 답답한 현실을 잊기 위해 몽상에 빠지는 도구로서 존재한다.

잡지사에서 그가 하는 일은 사진 작가가 보내온 필름을 현상하는 것이다. 후배 직원 한 명과 어두운 필름 편집실에서 일한 지 어느덧 16년째, 라이프는 온라인 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구조조정에 들어가고 오프라인 잡지를 폐간하기로 한다. 회사는 마지막 호의 표지 사진을 ‘전설의 사진작가’ 숀 오코넬(숀 펜 분)의 사진으로 장식하기로 결정한다.

사진작가 숀은 자기의 사진을 10년 넘게 현상해준 월터에게 고맙다는 메시지와 함께 지갑을 선물한다. 그런데 월터에게 보낸 그의 25번째에 있어야 할 마지막 사진이 사라진다. 사진을 찾지 못하면 회사에서 해고를 당하게 될 것이 당연한 그는 사진을 찾기 위해 한 번도 가본 적 없고, 한 번도 겪지 않은 일에 부딪히며 험난한 모험을 하게 된다. 국외를 한 번도 나가 보지 못했던 그가 사진을 찾기 위해 숀을 찾아 나서는 여행, 월터는 과연 숀을 만날 수 있을까?

숀을 만나러 가는 과정에서 월터는 너무도 다양한 일들을 겪게 된다. 이륙하는 헬기에 뛰어오르기, 차가운 바다에서 상어와 싸우기, 스케이트보드로 수십 km를 활주하기, 해발 5400m에 달하는 히말라야 고봉에 오르기 등 평범한 직장인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일들을 겪는 월터는 여러 일들에 부딪치면서 낯선 곳에서의 모험과 경이로운 자연 풍경에서 자신도 모르게 성숙해간다.

수많은 모험을 한 그지만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헬리콥터를 타고 바다에 뛰어들어 상어와 만나고, 화산 폭발 직전의 마을로 가기 위하여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가는 장면이다. 얼마나 신나게 달리던지 그를 보고 있자니 내가 마치 월터가 된 것만 같아 가슴이 뻥 뚫린 기분이었다. 월터가 보드를 타고 지나가면서 보여지는 풍광들은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장면들이 아니었기에, 보는 것만으로도 난 힐링이 되었다. 정말 영화를 보고 있던 내가 벌떡 일어나서 보드를 타고 달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 장면은 지금도 생생하여 눈만 감아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여러 일들에 휘말리며 고생하는 그는 숀에게 다가갈수록 더욱더 험난한 일들만 생긴다. 생전에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일들 사이에서 월터는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된다. 비록 뚜렷한 목적이있어서 시작하게 된 모험이지만, 평소에 소심한 성격으로 사회 생활을 해온 월터에게는 이 기회를 통해 자신의 삶을 바라보고 기존에 하지 못했던 여러 생각들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았다. 그렇게 방황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그를 보는 순간, 나는 그에게 강렬하게 파이팅을 외쳐주고 싶었다.

결국 월터는 숀을 찾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게 되고, 회사에서는 이미 해고가 되어 자리가 정리되어 있다. 월터가 좋아했던 세릴 또한 해고 되어 빈 자리만 남아 있다.

그 모습을 보고 모든 것을 포기한 월터는 집으로 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어머니로부터 숀이 집에 다녀갔다는 얘기를 듣는다. 놀랍게 숀이 히말라야에 있다는 이야기를 어머니한테 들은 그는 완전 무장한 채 다시 히말라야로 숀을 찾아 나선다. 결과적으로 숀을 만난 그! 만나고 나서야 그가 선물한 지갑 안에 그렇게 찾던 마지막 사진 필름이 들어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월터는 자기가 좋아했던 추억 가득한 고무 인형을 아이슬란드에서 만난 아이들의 스케이트보드와 교환한다. 미국으로 돌아간 그는, 이 스케이트보드를 셰릴 멜호프(크리스틴 위그 분)의 아들에게 선물한다. 아들은 선물을 무척 마음에 들어 한다. 사실 그에게 셰릴은 직장 동료 이상의 존재였다. 같은 회사에 다니는 셰릴을 좋아하는 그지만, 그녀에게 좋아한다는 말도 데이트 신청도 제대로 못했다. 자신도 없었고 용기도 부족했던 그는 이번 기회로 인하여 셰릴에게 정식으로 고백하게 된다. 모험과 시련을 거치면서 소심함을 벗어버린 그의 더욱 남자다워진 모습에서 그만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세상을 보고 무수한 장애물을 넘어 벽을 허물고

더 가까이 서로를 알아가고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목적이다.’

유명 잡지 ‘라이프(LIFE)’의 모토인 이 말은 지갑에 적혀 있었다. 월터에게 있어서만 와닿는 말이 아니라, 영화를 보는 우리에게 있어서도 교훈을 주는 참 좋은 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영화 속 ‘숀’이 했던 명대사도 잊히지 않는다!

“The Beautiful things don’t ask for attention.”

“아름다운 것은 관심을 바라지 않는다.”

잡지사의 암실에서만 꼬박 16년을 보냈던 월터가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 그리고 히말라야를 거치며 온갖 역경을 헤쳐나가면서 우리에게 묵직한 따스함을 던져주는 것은 그가 단순히 오지에서 이색적인 체험을 했기 때문이 아닐 것이다. 오히려 16년 동안 자기 삶에 충실했던 주인공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사진 작가를 찾아야 한다는, 너무나도 단순한 목적을 위해 소심하고 내성적인 자기 자신으로부터 벗어나서 어떤 어려움과 고통이라도 감내한 자기 자신을 위한 모험이어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눈 표범을 찍기 위해 히말라야 깊은 산 속까지 들어갔던 사진 작가 숀은, 그곳까지 찾아온 월터에게 이렇게 말한다. “아름다운 것을 보면, 사진을 찍는 것보다는 그저 그 안의 한 부분이 되고싶다”라고. 그리고 그 순간만큼은 누구에게도 방해 받지 않고 그 상황과 동화되고 싶다고. 그가 월터에게 남겼던 히말라야의 눈 표범보다도 아름답다고 자평했던 25번째 사진은, 다름 아닌 월터의 삶 그 자체였다.

삶이 재미없고 지루하다고 하면 많은 이들이 ‘삶’을 내려놓으라고 장난스럽게 말하곤 한다. 하지만 그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안다. 늘 한결같기만 한 일상이 따분해서 떠나고 싶지만, 훌쩍 떠날 용기를 내는 것조차도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통해서 내 삶을 조금 더 풍부하고 윤택하게 만들 수 있다면, 월터처럼 거창한 여행은 아닐지라도 작은 여행이라도 참 좋을 것 같다. 혼자 여행을 떠나 일상의 삶을 내려놓고 내 자신을 만나보자. 그곳이 자연이라면 자연에 내 자신을 투영시켜 바라볼 수 있어 더욱 좋지 않을까?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각박한 세상살이에 얼어붙은 우리들의 마음을 녹여주는 한 편의 따뜻한 핫 초콜렛과 같은 영화가 아닐까 한다.

 

주연 배우이자 감독이기도 한 벤 스틸러(월터 미티 역)는 이 영화를 통해 감독으로써의 재능을 새삼 인정받기도 했다. 영화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나 ‘박물관이 살아있다’ 등에서 주로 코미디 연기를 해온 그는 어릴 때부터 꾸준히 영화 감독의 꿈을 키워왔다고 한다. 미국의 전설적인 코미디언 부부 제리 스틸러와 앤 메라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연기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어릴 적부터 꿈이 감독이었다.”며  “나에게 감독은 언제나 가장 큰 꿈이고, 가능한 한 오랫동안 계속하고 싶다”고 밝혔는데, 이 영화를 통해 그의 자질을 충분히 보여주지 않았나 생각한다.

벤 스틸러 뿐만 아니라 할리우드 최고의 명배우로 꼽히는 숀 펜과 주목받는 할리우드의 젊은 피 아담 스콧 등 동료 배우들의 매력이 카메라 안에 가득 담겨있는 영화이다. 특히 히말라야고지대에서 만난 숀이 눈 표범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 장면은, 정말이지 숀 펜만이 보여줄 수 있는 표정이었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는 아날로그에 대해 말한다. 아날로그에 대한 막연한 향수가 영화 전반을 뚫고 있다. 덕분에 관객은 필름에 담긴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게 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나오는 자연의 아름다움은, 영화의 스토리만큼이나, 말로 표현 못 할 만큼 인상에 남는다. 그린란드·아이슬란드·히말라야 등 평소에 영상으로도 접하기 힘든 풍광은 물론, 멸종위기종인 히말라야 눈표범의 모습도 눈앞에서 생생히 볼 수 있으니 영화와 다큐멘터리 두 편을 본 느낌이다.

영화 속에 담긴 노래와 음악도 아날로그다. 셰릴이 부르는 노래 ‘우주비행사 톰’의 실제 제목은 ‘Space Oddity’(우주의 괴짜)다. 이 곡은 영국 록가수 데이비드 보위 (David Bowie)가 1969년발표한 노래로, 우주비행사 톰 소령과 지구 지상통제실 사이의 교신 내용을 가사에 담았다. 또한, 헬기 조종사가 그린란드 술집에서 부르는 ‘Don’t You Want Me Baby‘는 벤 스틸러가 고등학교 재학 시절 유행했던 노래라서, 추억을 담기 위해 영화에 실었다고 하니 오늘 한번쯤 들어보고 과거의 향수를 느끼며  앞으로 다가올 모험을 준비하는 것은 어떨까?

 

정 정숙정정숙의 씨네뮤직(15)아름다운 삶이란 그 삶 자체에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사람!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