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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현의 재즈 브루잉 (38) – <Humair Ultreger Michelot> (Sketch)

<Humair Ultreger Michelot> (Sketch)는 국내 발매 당시 CD가 세 개나 들어있는 합본반이라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그럼에도 쉽게 구하지 못하는 트리오 HUM의 앨범인데다가 앨범 자켓 디자인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프랑스의 신흥 레이블 Sketch의 첫 앨범이기에 주저 없이 구입했던 기억이 있다.

<HUM>은 드러머 Daniel Humair, 비밥 피아니스트 Rene Ultreger와 자크 루시에 트리오 초기 베이시스트 멤버였던 Pierre Michelot등 프랑스 재즈 1세대들이 만든 트리오다. 트리오라고는 하나 고정적인 활동을 한 건 아니다. HUM이라는 이름이 존재했던 40년 동안 고작 앨범 세 개만을 발표했다.

첫 번째 앨범은 1960년 클럽 생제르맹에서의 실황 녹음반이고 두 번째는 약 20년이 지난 후인 1979년에 녹음, 발매 되었다. 그리고 또 20년 후 즉, 소개하는 앨범 <Humair Ultreger Michelot>이 발매된 1999년 세 번째 녹음이 이루어졌다. 그러니까 앨범 <Humair Ultreger Michelot>는 1999년에 Sketch 레이블로 녹음한 새 앨범과 1960년, 1979년에 각각 발표된 두 앨범을 묶어 발매한 것이다.

앨범에 담겨 있는 연주들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밥 재즈 그 자체다. 밥 스타일 재즈 트리오의 군더더기 없는 미학을 접할 수 있다는 뜻이다. 국내에는 비교적 덜 알려져 낯선 이름들일지 모르나 그렇다고 이들이 그저 그런 B급 연주자들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이들 멤버 모두 당시의 거장들이었던 덱스터 고든, 에릭 돌피, 마일즈 데이비스, 레스터 영, 콜멘 호킨스, 쳇 베이커 등과 협연할 정도로 유럽 재즈의 황금기를 활짝 열었던, 그야말로 관록의 아티스트들이기 때문이다.

1960년 녹음된 첫 번째 음반은 대부분의 트랙이 당시에 유행하던 밥 스타일의 스탠더드로 채워져 있다. 아직은 풋풋한 기운이 느껴지는 연주와 함께 간간히 들리는 청중 소리가 클럽 라이브 녹음다운 현장감을 물씬 풍긴다.

1979년 녹음된 두 번째 음반에서는 비록 이들 멤버들이 트리오 HUM이라는 이름으로 정기적인 활동을 한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HUM이라는 정체성만큼은 유지하고 있었고, 앞으로도 그러리라는 의지가 느껴진다. 이는 3번 트랙 ‘Ballade Au Musehum’ 4번 트랙 ‘Blueshum’ 8번 트랙 ‘Hum Calshum’과 같이 ‘HUM’이라는 이름을 각인시키는 곡들에서 확실히 알 수 있다. 연주 자체는 60년 첫 음반의 풋내기 시절 연주와는 달리 중견 연주자의 품격을 느낄 만큼 여유롭다. 마치 오랜만에 만난 중년 친구들의 유쾌한 모임을 보는 듯하다.

세 번째 음반은 1999년에 녹음되어 그야말로 이들의 40여년 연주 여정을 정리하는 완결판이라 할만하다. 40년의 세월이라면 음악은 물론 인생 자체로서도 각자의 변화가 뚜렷해질 기간이다. 멤버들의 나이도 어느덧 노년이다. 그럼에도 연주는 활기가 넘친다. 더욱이 트리오 HUM이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았다는 듯 각 멤버간의 유기적인 인터플레이는 한결 더 원숙하다. 이번에도 역시 1번 트랙 ‘Humeurs’, 6번 트랙 ‘Le Troisième Hum’, 9번 트랙 ‘Hum-Oiseau’와 같이 ‘HUM’을 강조하는 곡들을 배치 시켰다. 그런가 하면 세 앨범 모두에 ‘Airegin’이라는 곡이 들어가 있다는 것도 재미있는 사실이다. 이 점 또한 기존의 60년, 79년 앨범과의 음악적 연속성이 일치한다는 것을 상징한다. 40여 년 동안 ‘HUM’이라는 이름으로는 단 세 장의 앨범만을 내 놓았으면서도 결코 그 정통성과 정체성을 잃지 않았다는 뜻이다.

앨범의 자켓 디자인으로만 평가해도 대단히 가치 있는 아름다운 음반이다. 특히 인상적인 건 풍부한 자료와 함께 40여 년 동안 변화한 트리오 멤버들의 모습을 담은 라이너 노트다. 이미 작고하신 분이 계신데다 생존해 있는 분들 역시 더 이상 연주활동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인지 사진 속 젊은 시절 한창 때의 모습을 보는데도 그저 뭉클하기만 하다.

영원히 후세에 남을 이런 연주를 남긴 삶이란 얼마나 아름답고 경이로운가. 쉽게 가늠할 수가 없다. 늙는다는 것이 단지 세월만 흘려보내는 것만은 아니구나 싶다. 이 앨범들을 차례로 듣고 있노라면 따뜻하기도 하고 감동스럽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때론 울컥하기도 하다. 단 세 장의 앨범에 Humair, Ultreger, Michelot 세 멤버의 모든 삶과 시간들이 담겨 있다.

 

 

 

경 성현경성현의 재즈 브루잉 (38) – <Humair Ultreger Michelot> (Ske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