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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현의 재즈 브루잉 (37) – <Mette Henriette> (Mette Henriette, Trio, Ensemble, ECM)

영화 ‘라라랜드’에서의 한 장면. 세바스찬이 미아를 재즈 클럽에 데려가 한창 재즈에 대해 설명해주는데 듣고 있던 미아가 세바스찬에게 묻는다. “그런데 케니 지는?” 이에 세바스찬은 “재즈는 결코 듣기 편한 음악이 아니야”라고 발끈하며 답해 준다. 급기야는 음 하나가 틀렸다는 이유로 총을 쏴 버린 ‘시드니 베셰’ 의 일화까지 들려주며 재즈는 듣기 편한 음악이 아니 라고 강조한다.

시드니 베셰

재즈에 대한 온당한 정답은 아니지만 재즈에 있어서만큼은 절대 타협이라는 걸 모르는 세바스찬으로서는 당연한 말일지도 모른다. 이는 재즈가 태생적으로 귀에 쏙쏙 들어올 만큼 친절하지만은 않다는 뜻도 된다.

그런 의미에서 자주 손이 가지는 않으나 개인적으로는 정말 아끼는 앨범을 하나 소개한다.

<Mette Henriette> (Mette Henriette, Trio, Ensemble, ECM)는 노르웨이 출신 여성 색소폰 연주자이자 작곡가인 메테 헨리에테의 ECM 데뷔 앨범이다. 메테 헨리에테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진 바가 없는데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이제 겨우 1990년생이고 앞으로의 행보가 더 주목되는 젊은 연주자이기 때문이다.

앨범 Mette Henriette는 두 개의 CD로 되어 있다. 놀랍게도 각각의 CD에 가득 채워진 35개의 트랙 거의 전부가 메테 헨리에테가 작곡한 음악이다. 사실 ECM에서 데뷔 앨범을 더블 CD로 내 주는 건 굉장히 파격적인 사례인데 이 정도면 충분히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앨범 트레일러 영상

CD1은 피아노와 첼로가 합류한 트리오, CD2는 13인조 클래식 앙상블과 함께한 독특한 구성이다. 구성으로만 본다면 언뜻 재즈와 클래식을 넘나드는 예의 고만고만한 서정성을 예상할 수도 있겠으나(실제로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덥석 집어 들었다.) 결코 쉽게 듣고 넘길 수 있는 연주가 아니다. 그의 음악을 딱히 재즈라는 카테고리에만 집어넣는 것도 어색한 일이다. 굳이 말하자면 그저 메테 헨리에테의 음악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앨범은 처음부터 끝까지 정좌하고 듣기에는 만만치 않지만 불협화음 속에서 묻어나오는, 그러나 쉽게 표현하지 못 할 그녀만의 자유로움이 있다. 라라랜드의 세바스찬이 말했던 것처럼

‘재즈는 결코 듣기 편한 음악이 아니다’라는 명제를 충실히 발현하고 있는 앨범이랄까. 마치 레이블 ECM이 추구하는 재즈의 미래를 접하는 느낌이다.

낯섦과 어색함에서 사유가 번득이며 깊어져 철학이 생기듯이 재즈를 들을 때 경험하는 불편하고 생경한 그 ‘무엇’이 있어서 내가 여태 재즈를 들어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첫 음부터 가슴으로 탁 들어오는 앨범이 있는가 하면 들으면 들을수록 가치를 알게 되는 것이 있다. 앨범 Mette Henriette는 당연히 후자다. 내 개인적인 경험으로도 들으면 들을수록 드러나지 않은 매력을 발견하게 되는 앨범이다. 까먹고 있다가 우연히 눈에 들어와 플레이 할 때마다 매번 깜짝깜짝 놀란다. 아쉬운 건 2015년에 이 데뷔 앨범이 발매된 이후 아직 후속 작품이 없다는 것이다. 더뎌지는 이유는 바로 본인이 작곡한 곡들로만 작업하는 스타일이니 그럴 것이라는 추측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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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 성현경성현의 재즈 브루잉 (37) – <Mette Henriette> (Mette Henriette, Trio, Ensemble, E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