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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현의 재즈 브루잉 (36) – ‘Jazz at Massey Hall’ (The Quintet, debut, 1953)

벨 에포크(Belle Époque)는 황금시대(Golden Age)를 의미하는 말이다. 가령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주인공 ‘길’이 꿈꾸던 벨 에포크는 1920년대 파리이며 그곳에서 만난 연인 아드리아나의 황금시대는 그 이전의 또 다른 과거인 1880년대이다.

예컨대 커피의 벨 에포크를 콕 집어 굳이 말하자면 프랑스 대혁명 직전의 시대, 이른바 구시대라 일컬어지는 ‘앙시앵 레짐’이다. 커피 하우스에 모여 술 대신 커피를 마시며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위대한 사상과 과학, 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었던, 역설적이지만 커피가 사회를 분명하게 각성시킨 시대였기 때문이다.

카페 드 프로코프의 볼테르(손을 들고 있는 사람). 이미지 출처 : wikipedia.org

그렇다면 재즈의 황금시대는 언제일까? 혹자들은 뉴올리언즈, 시키고 시대를 지나 역사상 가장 대중적인 음악이라는 지위를 누린 스윙 시대를 떠올릴 수 있겠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비밥뿐만 아니라 쿨재즈와 하드밥이 거의 동시에 만개한 1950년대를 진정한 재즈의 황금시대라 부르고 싶다.

이 시대 이후 재즈는 록을 위시한 기타 여러 다른 요소가 결합된 형태, 즉 퓨전 재즈(Fusion Jazz)에 들어가게 된다. 퓨전 재즈의 도래야말로 재즈로 하여금 돌이킬 수 없이 침잠하게 했으니 1950년대야말로 재즈가 가장 화려하고도 아름답게 꽃을 피웠던 황금시대, 벨 에포크다. 10년 남짓 짧았던 시기였음에도 재즈가 결코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대중과 함께 했다.

The Quintet 의 ‘Jazz at Massey Hall’은 이 시대를 대표하는 비밥의 명반이다. 디지 길레스피, 찰리 파커, 버드 파웰, 찰스 밍거스, 맥스 로치 등 참여한 뮤지션들의 면면을 들여다봐도 그렇다. 가히 어지간한 비밥의 명수들은 이 퀸텟에 다 모여 있는 듯하다.

실황 녹음이므로 당시 공연장이었던 캐나다 토론토 ‘Massey Hall’의 열기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첫 트랙부터 뿜어져 나오는 비밥의 격렬함이 약간의 부담을 주는 것도 같지만 디지 길레스피와 찰리 파커를 비롯한 각 멤버들의 솔로에서는 격렬함 속에서도 자유로움을 잃지 않는 그들의 호흡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두 번째 트랙 Salt Peanuts 에서의 장난기 가득한 보컬을 듣고 있노라면 지금이라도 곧바로 달려가고 싶을 만큼 기분이 좋아진다. 또한 다섯 번째 트랙 Hot House에서는 색소폰의 찰리 파커와 트럼펫의 디지 길레스피, 베이스의 찰스 밍거스에 의한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에 나오는 유명한 아리아 ‘하바네라’의 멜로디 라인이 깜짝 등장한다. 재즈의 매력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어떤 장르의 음악이든 재즈라는 자유 구역에 들어오기만 하면 서로 어깨동무를 하면서 친구가 된다.

아주 오랜만에 비밥의 감각을 온몸으로 느끼며 되살리고 있다. 하지만 순수한 비밥이 퇴조한 지금 시대에서는 웬만한 재즈 팬이 아니면 선뜻 손이 가는 음반은 아니리라. 나 역시 이 음반을 까맣게 잊고 있다가 아주 오랜만에 듣는다. 왜 여태까지 잊고 있었는지 스스로 원망할 정도로 좋다.

경 성현경성현의 재즈 브루잉 (36) – ‘Jazz at Massey Hall’ (The Quintet, debut, 19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