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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개항장에서 근대 문학을 만나 ‘근대건축전시관’을 다녀오다!

 인천! 우리에게 공항으로 더 잘 알려져있는 인천은 강화도 조약으로 인하여 개항한 부산, 인천, 원산 중 서울과 가장 가까워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개항한 곳이다. 그래서인지 1893년부터 일제강점기에 이르기까지 인천 개항장에는 은행, 교회, 상점 등 각국의 양식에 따라 다양한 건축 양식들이 세워지게 되고, 그것이 그대로 정착되어 근대 건축물이 밀집되게 되었다고 한다.

그 역사적인 현장에서 일제강점기의 풍경을 만나볼 수 있는 ‘인천 개항장 문화거리’를 가기 위하여 인천행 전철을 탔다. 전철을 가끔 타지만, 직접 전철을 타고 인천역까지 가보는 건 처음이었다. 인천역에 도착한 후에는 차이나타운을 따라 걸어 올라갔다. 차이나타운은 명절 연휴나 주말이 되면 이를 구경하기 위해 나들이 나온 엄청난 인파로 붐빈다고 한다. 평일이라 다소 한산한 분위기 에 차이나타운을 구경할 수 있었는데, 건물에서부터 가득한 울긋불긋한 색들이 마치 현지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계속 걷다 보니 중국풍의 건물 뿐만 아니라 일제 강점기의 건물들을 볼 수가 있었다. 100여 년 전 개항장의 느낌을 주는 색 바랜 붉은 벽돌 건물들은 일본을 연상케 했고 이러한 일제시대의 건축물이 현대 한국에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건물들은 그 시대의 보관 기능에 충실한 창고건물이라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인천 개항장으로 온 가장 첫번째 이유는 이곳에 근대 문학관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근대문학관은 문학 자료 3만 여점을 소장하고 있는데, 어린 아이들부터 학생, 성인들 모두에게 많은 자료들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많은 자료가 전시되어 있기에 공간은 상설전시실, 기획전시실, 수장고와 사무실로 다양하게 나눠져 있었다. 창고를 개조해서 만들었다는 근대문학관은 창고의 투박한 외벽과 내부의 목조천장에서 아련하게 옛 개항장의 분위기가 묻어나고 있었다. 그렇다고 구식 건물 양식을 갖추었다는 것은 더욱 아니다. 넓은 공간을 차지한 현대식 인테리어가 어색하지 않는 편안한 느낌을 선사해주었다. 나의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공간 자체에 설치되어 있는 내용들보다 개조된 내부의 건축물들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

건물을 샅샅이 훑어보자면 1층에서는 1890년대 근대계몽기부터 1948년 분단에 이르기까지 한국근대문학의 역사를 만나볼 수 있었고, 2층은 ‘인천의 근대문학’과 ‘근대 대중문학’ 이라는 제목의 특집 코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평소에 우리가 얕게 알고 있던 근대 문화와 문학의 전반적인 것들 외에도 새로운 내용이 군데군데 가득하여 세계 한국근대문학의 대략적인 흐름을 살필 수 있었던 소중하고도 귀중한 시간이었다.

문학뿐만 아니라 건축물에 관심이 많은 나는, 한국근대문학관을 나와 곧장 근대건축전시관로 향했다.

인천 개항장에 위치한 근대건축전시관은 1890년 10월에 준공된 건축물로 준공 당시 일본 제18은행 인천 지점으로 사용되었으며 일본인 건축가 다케스토니 키아츠가가 설계를 맡았다고 한다. 그 당시 일본 나가사키(長錡)에 본점을 둔 은행이었는데, 나가사키 상인들이 상해에 수입되어 있던 영국의 면직물을 수입하여 한국시장에 다시 수출하는 중개무역으로 큰 이익을 거둔 뒤 그 이익을 바탕으로 1890년에 인천 지점을 개설했다고 한다. 이후 1936년 조선식산은행 인천 지점, 1954년에 한국흥업은행 지점으로 사용된 이후, 1992년까지는 카페로 사용되다가 현재는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이라는 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하니 격동하던 한국사의 산 증인과도 같은 건물이 되겠다.

입장료500원을 주고 조선개항기에서부터 일제강점기까지 망라한 건물들을 보러 근대건축전시관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바닥에 항공 사진으로 내 위치가 표시되어 있어서 신기했다. 그렇게 시작해서 둘러본 건축전시관은 아담한 공간이지만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근대 건축물들이 모형으로 만들어져서 전시되고 있었다. 더욱 특별했던 점은, 현존하는 근대 건축물 뿐만 아니라 이미 소실되어 그 모습을 볼 수 없는 건축물들의 모형도 함께 전시되어 있던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비록 모형들이 전시되어 있지만,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었고 당시 건축물의 양식들을 볼 수 있는 여러 자료들이 있어서 전반적인 역사적 흐름을 이해하는데에 있어 이보다 좋은 곳은 없지 않을까 싶었다.

마찬가지로 건물을 훑어보면, 총 3개의 존 (zone) 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1존에서는 박물관 관람객을 개항 초기로 안내하여, 이어지는 2존에서는 개항기 당시의 국제정세 및 역사 상황을 설명하는 영상 자료와 당시의 이미지 안내 패널을 제공하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3존은 현존 또는 소멸된 주요 근대 건축물의 모형 13점과 영상자료, 그리고 개항기 당시 중구의 모습을 담은 대형 디오라마를 전시 하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방문을 기념할 수 있는 탁본체험코너도 자리하고 있으며, 건물 뿐만 아니라 개항기 당시의 엽서, 사진, 건축 자재 등의 다양한 자료도 전시하고 있는 한국 근대 역사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겠다.

수많은 자료들과 건물들 중에서 기억에남는 것들이 있다. 인천항과 제물포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1920년대 제물포의 전경, 6.25때 무너져 내렸지만 비교적 보존된 몇 안되는 건물 중 하나인 답동성당, 아르데코 양식의 화강암석재를 사용한 구 인천 청사, 현재는 인천개항박물관으로 활용하고 있는 인천 제1은행 인천지점, 한국전쟁 때 소실되어 현재는 실물을 볼 수 없는, 일본의 뒤를 이어 한국에 영사관을 설치한 나라, 영국영사관,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천에서 가장 큰 서양식저택으로 유명했다는 존스턴별장이 바로 그것이다.  직접 방문해서 확인해보면 좋을 것 같다.

근대 문학관과 건축 전시관이 있는 문화 거리를 거닐다 보니 여기가 한국인지 일본인지 헷갈릴 정도로 많은 건물들이 일본풍으로 세워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치 그 당시로 시간 여행을 한 것 같은 기분에 설레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이 한국의 금융계를 지배하고자 하는 목적에 세워진 은행이라는 점은 복잡 미묘한 기분을 들게 한다. 하지만 슬프고 잊고 싶은 역사라고 해서 이를 망각해버려서는 안된다. 역사를 모르는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도 있듯이, 인천 개항장은 과거 우리 나라에게 찾아온 비극일 수도 있지만, 이를 통해 역사 의식을 고취시킬 수 있는 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역사 의식 고취라고 해서 거창한 것이 아니다. 가까운 친구들이나 가족들과 함께 한국근대문학과 일제강점기의 건축물들을 보고 그 시대를 살아보는 기분을 느끼는 첫 걸음이 가장 간단하면서도 중요한 법이다. 봄 나들이 하기 좋은 요즈음,  꽃구경도 좋지만 역사와 예술의 정취를 느끼며 문화 산책을 즐기는 것은 어떨까?

정 정숙인천 개항장에서 근대 문학을 만나 ‘근대건축전시관’을 다녀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