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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현의 재즈 브루잉 (35) – malo 3 벚꽃지다

4월. 남도에서의 꽃소식이 엊그제 같더니 어느새 온 세상이 꽃으로 지천이다. 하지만 피는가 싶으면 곧바로 지는 게 꽃이다. 특히 봄꽃은 더 그렇다. 그 중에서도 피었다 지는 속도가 으뜸인 건 벚꽃이다. 비할 데 없이 화려하지만 가벼운 빗방울에도, 살랑살랑 부는 봄바람에도 여지없이 흩날린다. 찰나에 피었다 찰나에 지는 꽃이다.

그 꽃잎들이 바람에 날리며 떨어지는 모습은 비장함을 느끼다 못해 차라리 처연하다. 벚꽃의 매력은 어쩌면 그 화려함에 대한 찬사보다도 흩날리며 지는 것에 있는지도 모른다. 마치 해가 넘어가기 직전에 발하는 노을의 그 빛이 아름다운 것처럼 말이다.

​벚꽃이 피기 시작할 무렵인 이맘때면 습관처럼 당연하다는 듯 집어 드는 음반이 하나 있다. ‘malo 3 벚꽃지다’는 한국의 대표적인 재즈 보컬 ‘말로’가 2003년에 발표한 그의 3집 앨범이다. 우선 재킷 사진부터가 사뭇 아름답다. 맨발 주위에 벚꽃 잎들이 떨어져 있다. 이 앨범의 정서를 이끌고 있다는 느낌이다.

재즈 보컬 ‘말로’는 한국적인 재즈를 표방하고 있는 대표적인 보컬이다. 꾸준한 활동에 걸맞은 대중적 인기와 함께 한국적 정서를 그녀만큼 노래 속에 잘 버무려 내놓는 싱어도 없다. 특히 가사의 전달력, 섬세함은 가히 타의 주종을 불허할 만큼 독보적이다. 특히나 그가 구사하는 화려한 스캣은 세상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다. 오죽하면 한국의 엘라 피츠제럴드(Ella Fitzgerald)라고 부르겠는가. 자작곡 ‘그루터기’로 1993년 제5회 ‘유재하 음악 경연 대회에서 은상을 차지하며 화려하게 데뷔하는가 싶더니만 1995년 돌연 미국 보스턴의 버클리 음대에 입학해 공부한 수재이기도 하다.

그의 3집 앨범 ‘malo 3 벚꽃지다’는 순전히 한국적이다. 여기에서 한국적이라는 뜻은 여태까지 한국의 많은 재즈 싱어들이 그래온 것처럼 재즈 스탠더드를 단순히 영어 가사로 내놓은 음반과는 격이 다르다는 뜻이다. 특히 앨범에 수록된 전곡을 작곡, 편곡, 노래, 프로듀싱까지 도맡아 이끌어 낸 것은 굉장히 획기적인 사건이다. 그러면서도 앨범 전체를 다분히 한국적이면서도 수채화 같은 감성들로 가득 채워냈다. 재즈 분야에서 한국적인 정서를 드러낸다는 것은 자칫 재즈를 어설프게 흉내 낸 것으로 치부될 수 있다. 그런 분위기가 팽배해 있기에 그의 감칠맛 나는 보컬은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할 만큼 성공적으로 평가된다. 단순히 한국어로 재즈를 잘 불렀다는 칭찬이 아니라 이 앨범이 한국적인 재즈가 나아갈 새로운 길잡이가 되었다는 뜻이다.

3번 트랙이자 타이특 곡인 ‘벚꽃지다’는 말로의 음악적인 감각과 보컬로서의 재능이 어떤 수준인가를 명징하게 들려주고 있다. 보사노바의 리듬과 더불어 인트로 부분의 가슴 떨리듯 애절하게 들리는 ‘전제덕’의 하모니카는 정말 최고다. 전제덕의 하모니카는 이 앨범에서 말로에게 수여된 최고의 선물이다.

전제덕 하모니카 버전 벚꽃지다

아코디언 버전 말로 벚꽃지다

꽃잎 날리네 햇살 속으로 한 세상 지네 슬픔 날리네 눈부신 날들 가네

꽃그늘 아래 맑은 웃음들 모두 어디로 갔나 바람 손잡고 꽃잎 날리네

오지 못할 날들이 가네 바람길 따라 꽃잎 날리네 눈부신 슬픔들이 지네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자연스레 바람에 날리며 떨어지는 꽃잎을 상상을 하게 된다. 말로의 스캣은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인 듯하고 가사는 마치 ‘말.로.’는 다 하지 못할 사랑을 ‘노.래.’로 하고 있는 듯하다. 반복해서 들으면 감정에 취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밤을 새울지도 모른다. 어디 날리는 꽃잎 같은 허무한 사랑 한번 안 해 본 사람이 있으랴. 노래를 들을 때 가슴속에서 꽃잎이 떨어지는가? 만약 그렇다면 당신은 아직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경 성현경성현의 재즈 브루잉 (35) – malo 3 벚꽃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