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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숙의 씨네뮤직(14) 비현실적이지만 현실적이고, 고독하지만 따뜻한, 사람과 인공지능과의 사랑, ‘그녀(Her)’

2013년에 미국에서 개봉된 SF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영화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포함해 5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고 각본상을 수상했다. 한국에서는 2014년 5월 22일에 ‘그녀’라는 제목으로 개봉하였다.

영화 her는 사람과 인공지능과의 사랑! 비현실적이지만 현실적인 영화이며 동시에 정적이고 고독하지만 따뜻한 영화이다.

2025년이 되면 과학이 어떻게 얼마나 발달해 있을까? 이미 많은 영화들에서 미래의 과학 기술에 대해 살펴봤지만 실제로 실감은 나지 않는다. 화려한 CG를 보면서 그와 비슷한 어마어마한 변화가 있겠지라고 생각할 뿐이다. 스마트폰에 빠져있는 요즘 사람들을 생각해보면 결코 먼 미래의 일이 아닐 거란 생각도 든다.

요즘은 가정의 변화로 외로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이로 인하여 정서적인 결핍을 메우거나 의지하려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신기하게도 그 대상을 사람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과학의 발달로 인해 나온 수많은 전자기기들이나 혹은 반려견 등으로 부터 찾으려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단지 결핍을 해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예뻐서 키우는 경우도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사람과 반려견의 관계는 사람과 기계와는 완전 다르지만, 사람과 사람 관계와도 사뭇 다르다. 반려견은 사람의 개인적인 취향이나 선호도에 전혀 상관없이 무조건 주인을 따른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래서일까? 아무런 조건이나 편견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고 반겨주는 반려견을 통해 사람들은 밖에서 받은 상처나 아픔을 치유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반려견과의 교감이 심리적 위안과 정서적인 안정감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고 하니 무한 경쟁 사회에 살면서 상대방과 비교당하는 삶에 놓여진 현대인들은 반려견에 깊숙이 빠져 들지 않을 수 없다. 한 집 걸러 한 집으로 나를 빼고 대부분 키우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무엇을 통해 나의 아픔이나 상처를 치유받고 있나 생각해보자. 혹시 인공지능? 아니면 나도 반려견?

영화 그녀(Her)는 2025년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낭만적인 편지를 대필해주는 기업의 전문 작가로 일하고 있는 고독하고 내향적인 남자주인공 시어도어는 부인(캐서린)과 별거한 이후로 삶이 그다지 즐겁지 않다. 그래서 그는 인공지능을 통해 말하고 스스로 적응하고 진화하는 운영체제가 설치된 기기를 우연히 사게 된다. 기기를 산 그는 초기 세팅 과정에서 운영체제가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갖도록 설정하고, 그렇게 탄생하게 된 그녀(Her)는 스스로 자신의 이름을 사만다라고 정한다. 그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사만다는 심리적으로 성장하고 배워가는데, 그 속도와 성장 능력에 시어도어를 놀라게 된다.

어느덧 대화와 교감에 익숙해진 둘은 점점 친밀해져서 어느덧 성적인 교감에까지 이르게 된다 . 자신의 말에 귀 기울여주고 이해해주는 그녀에게 시어도어는 많은 의지를 하며 사랑을 느낀다.

그러던 와중 사만다는 육체를 가지지 않았지만 감정을 느끼는 자신의 존재에 대해서 갈등하고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겪는다. 어느 날 시어도어는 갑자기 사만다와 자신을 이어주던 기기가 먹통이 되자 패닉에 빠진다. 결국 사만다는 다시 온라인 상태로 돌아와 시어도어에게 다른 운영체계들과 함께 스스로 업그레이드를 했다는 사실을 알린다.

순간 불안한 느낌이 든 시어도어는 사만다에게 다른 사람들과도 상호작용하느냐 묻자 사만다는 동시에 8,316명의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고 있다고 고백한다. 놀란 대답을 듣고 다른 사람들과도 사랑하고 있느냐고 묻는 시어도어에게 사만다는 641명의 다른 사람들과도 동시에 사랑에 빠졌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녀는 이런 사실이 시어도어에 대한 사랑을 변하게 하기는커녕 더 점점 강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그 날 이후, 운영체계들이 그들의 능력을 더 진화하기위해 곧 떠날 것이라고 암시하며 결국 그 운영체계들이 모두 작별을 말하게 되고, 사만다도 함께 사라지게 된다.

영화를 보면서 이것이 앞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라고 생각하니, 내가 사만다가 되었다가 시어도어가 되었다가 잠시 멍해졌다.

이와 관련해서, 한국과학기술원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는 “인간이 먹이사슬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이유는 높은 지능을 가진 생물이기 때문”이라며 “뛰어난 지능과 자율성을 겸비한 강한 AI가 나타난다면 인간은 엄청난 위협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을 했던 바가 있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존재한다.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송대진 교수는 “로봇은 결코 인간을 뛰어넘을 수 없다”며 “지능을 흉내 낼 수는 있어도 똑같은 생각을 가지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최근 4차 산업 혁명이라는 말이 화두이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꺾으며, 기존까지 인간이 최고라고 생각했던 영역을 기술의 힘을 업은 기계들이 인간을 초월하는 특이점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미래학자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병원에서는 인공지능 로봇을 도입하여 병을 진단하고 있고, 서로 다른 나라에서 온 외국인들이 귀에 꽂은 인공지능 단말기를 통해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는 시대가 어느새 다가왔다. 비록 터미네이터와 같은 영화에서도 비추어진 것과 같은 로봇이 인간을 뛰어넘어 지배하려고 하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있지만, 진보된 과학 기술이 가져다 줄 미래를 살펴보았을 때 인간과 로봇은 함께 공생해야 할 존재이지 대립하고 배척 해야 할 존재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점들을 생각해볼 때 사만다가 시어도르를 떠나는 시점에서 우리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소통하는데에 문제가 생기고, 다툼이 있기 마련인데 인간을 가득히 뛰어넘는 기계와 사람의 의사소통이라는 것은 어떻게 이루어질지 생각조차 어렵다. 아마도 인공지능이 인간을 초월하는 시점에 다다르게 되면, 우월한 지능을 뽐내기보다는 사람의 방식에 맞추어 의사소통을 진행할 것만 같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사람의 탈을 쓰고 사람을 위해 거짓된 사람처럼 행동한다는 것을 인간이 알게 되면 이는 이내 큰 상처로 다가올 것이다. 본 영화에서도 그렇다. 인공지능인 사만다는 스스로 진화를 거듭한 결과 인간 수준을 훨씬 뛰어넘어 더 이상 시어도어와 동시에 사귀었던 많은 연인 곁에 있을 수 없게 되자 시어도어를 떠난 것이 아닐까? 사만다가 떠나자 화를 내는 시어도어지만 많은 생각 끝에 시오도어는 스스로 마음을 다잡게 된다. 그도 같은 생각을 했으리라. 사만다가 기기가 아닌 사람이었으면 상황은 어떻게 변했을까?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신의 생각은 어떠한가?

이후 시어도어는 이혼했던 캐서린에게 당신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든 자신의 일부라는 것에 감사한다는 편지를 쓴다. 그렇게 편지를 써내려가면서 그는 그의 친구 에이미 또한 운영체제와 이별을 고하고 감정적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 때, 그는 사만다와 헤어지게 되었다는 걸 받아들이며 캐서린과 자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를 가지게 된다. 둘은 예전에 많이 사랑해서 결혼한 사이였기에 헤어지자고 말은 했으나 결국은 헤어진 것이 아니었음을 서로가 느낀다. 운영체제와 이별한 시어도어는 에이미와 옥상에 올라가 도시에 해가 뜨려는 순간을 함께한다. 둘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영화에 삽입된 곡들은 아케이드 파이어가 작곡했고 촬영은 호이터 판호이테마가 맡았다.

특히 The Moon Song은 스칼렛 요한슨이 영화에서 목소리 출연만으로 화제를 일으킨 곡이기도하다. 듣고 있어도 계속 듣고 싶은 노래들이다.

Scarlett Johansson & Joaquin Phoenix – The Moon Song

‘사만다’가 사랑하는 당신을 위해 지은 노래를 들어보시라.

그 외에도 다음 두 곡이 이 영화를 빛나게 한다

Arcade Fire – Milk & Honey

The Breeders – Off You

정 정숙정정숙의 씨네뮤직(14) 비현실적이지만 현실적이고, 고독하지만 따뜻한, 사람과 인공지능과의 사랑, ‘그녀(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