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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희의 작가 산책] 시인 정희성의 『첫 고백』

 

첫 고백 

정희성

 

오십 평생 살아오는 동안
삼십년이 넘게 군사독재 속에 지내오면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을 증오하다보니
사람 꼴도 말이 아니고
이제는 내 자신도 미워져서
무엇보다 그것이 괴로워 견딜 수 없다고
신부님 앞에서 고백했더니
신부님이 집에 가서 주기도문을 열 번을 외우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어린애 같은 마음이 되어
그냥 그대로 했다

 

정희성 시집《詩를 찾아서》에서. 창작과비평사

 

 

 

몇몇 해 전 새해 첫날, 어느 신문 앞면에 선생님의 ‘첫 고백’이란 시가 실렸습니다.

너무 신선하고 마음에 와 닿아 그 시를 스크랩해놓고 언젠가 이분을 만나길 열망했습니다. 결국 그 바람이 이루어졌습니다.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으로 계시던 선생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쾌히 승낙해 주셨습니다.

목요문학나들이에서 ‘첫 고백’이란 시를 쓰게 된 동기도 들었습니다. 자신이 시를 쓰며 살아온 70~80년대의 사회적이나 시대적 배경이 암울하고 공격적이었기에 정말 어린애 같은 순수한 마음으로 살고파 이 시를 쓰셨답니다.

그러고 보니 1945년 경남 창원에서 해방둥이로 태어난 그는 우리의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젊음을 보냈습니다. 당시 기술직 공무원이었던 아버지는 월급도 제 때 나오지 않아 고무신 한 켤레로 몇 년을 버티고 먹을 게 없어 술지게미와 보리를 맷돌에 갈아 죽을 쑤어 먹으며 어린 시절을 보냈답니다.

그 후 서울대 국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뒤 학교에서 교편을 잡았습니다. 197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변신’이 당선되어 등단한 그는 1974년 첫 시집 ‘답청’을 출간하고 1978년엔 두 번째 시집 ‘저문 강에 삽을 씻고’ 1981년 세 번째 시집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를 내셨습니다. 그의 시는 다분히 저항적인 요소가 많아 대학생들의 의식화 용 교재로 사용되기도 하였답니다.

40년 동안 시집 세 권만 낸 시인도 드물 겁니다. 그만큼 그는 시어들을 아끼고 절제했습니다. 이제 나이도 들고 시대도 변하고 그동안 써 왔던 저항적인 시들에서 탈피해 다시 ‘시를 찾아서’란 시집을 낸 그는 이제 자연과 사랑과 삶에 대한 시를 쓰고 싶답니다. ‘그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늙어 죽도록 단돈 5천 원 이면 사볼 수 있는 시집 한 권 안사고 죽는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강의가 끝나자마자 서점으로 달려갔습니다

 

 

 

 

 

한 성희[한성희의 작가 산책] 시인 정희성의 『첫 고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