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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근대문학관 투어

인천 근대문학관 투어

인천 근대문학관을 다녀왔다.

인천과 경계를 이루고 있는 부천에 살면서도 인천을 너무 몰랐다. 아이들이 어렸을 적엔 자유공원이나 월미도는 자주 갔었다. 놀이기구를 타고, 유람선을 타고, 회를 먹고… 그 후론 인천이 뜸해졌다. 어쩌다 차이나타운에 자장면을 먹으러 간 기억밖에 없다. 차이나타운에 가서도 자장면만 먹고 왔지 바로 옆에 역사적인 근대의 거리와 건축물이 있는 줄 몰랐다. 허 참.

전철로 인천역까지는 30분 남짓 걸렸다. 몇 번 가본 적 있는 동인천역에서 한 정거장 사인인데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뭐랄까!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의 주인공들이 등장할 것 같은 서구식 건물들이 곳곳에 서있었다. 항구에서 인천역으로 이어지는 철로와 허름한 창고들과 문화지구 골목길로 접어들면 옛 일본 가옥에 들어선 찻집도 보이고 개항시기에 은행에서 박물관으로 변신한 건축물도 눈에 띈다. 짜장면 박물관, 개항박물관, 이민사 박물관, 근대 건축 전시관, 제물포 구락부, 미두 취인소(쌀 선물거래소) 등, 서양과 일본 냄새가 묘하게 풍기는 건물들을 지나다 보니 중앙에 근대문학관이 보였다. 일제 강점기에 만든 물류창고를 개조해 문학관으로 활용하고 있단다.

1883년 개항 이후 서구 근대문화가 인천항을 통해 들어오고 우리 물산이 나가면서 개항장 주변에는 물건을 보관하는 창고들이 많았다. 백 년 가까운 세월을 버티면서 우리 민초들의 삶을 지켜보던 건물들이었다. 그중 한 곳에 근대문학관을 만들었다. 한국의 근대문학을 총망라한 문학관은 이곳이 유일하단다.

입구에 들어서자 한국문학사 중 근대 계몽기(1894~191년)부터 한국전쟁 이전까지 한국 근대 문학의 형성과 역사적 흐름이 시대 순으로 나열되어 있었다. 옛 문인들의 희귀본 작품도 전시되어 있고 최남선, 한용운, 나도향, 염상섭 등 우리나라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기라성 같은 문인들의 작품도 만날 수 있었다.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슬라이드도 감상하고 내가 좋아하는 김소월 작품을 노래로 들어보기도 했다. 진달래꽃, 개여울, 엄마야 누나야, 못 잊어, 초혼, 산유화, 먼 후일,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등. 이별과 슬픔의 정서가 가득한 그의 시 대부분이 노래로 만들어져 울적할 때마다 흥얼거리게 된다.

쭉 둘러보다가 문인들의 얼굴을 벽 전체에 모아놓은 곳에서 저절로 발길이 멎었다. 실제 작가의 얼굴과 똑 같은 캐리커처도 신기했지만 별도의 앱을 다운로드하면 작가와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어서 그곳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2층에는 인천 문학의 역사를 자세히 알 수 있는 데다 옛 물류창고의 세월과 투박함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외벽이 그대로 보존되어 세월의 더께를 실감할 수 있었다. 체험공간에서는 아래층에서 만났던 시대별 주요 작가의 모습이 새겨진 스탬프가 있어 작가마다의 스탬프를 찍으며 추억을 되돌리는 시간여행도 떠나봤다.

그러고 보니 나는 오늘 100년 전 인천으로 시간여행을 온 여행자였다. 인천의 근대사가 그대로 숨 쉬고 있는 개항장 인천을 이제야 찾아와 감탄하는 시간여행자.

나는 거기서 근대문학사에 길이 남을 작가들과 조우하는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한 성희인천 근대문학관 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