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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현의 재즈 브루잉 (33) – Love Songs(Anne Sofie Von Otter & Brad Mehldau, naive)

지난 2월 바르셀로나 어딘가에서 있었던 브레드 멜다우와 이안 보스트리지의 공연 소식을 들었다. 재즈 피아노와 테너라니… 멋진 콜라보에 감탄하고 공연장에 있었던 사람들이 한없이 부럽지만 나는 그저 유사 앨범이나 하나 듣는 수밖에 없다. ‬

<Love Songs>(Anne Sofie Von Otter & Brad Mehldau, naive)은 브래드 멜다우와 안네 소피 폰 오터의 듀오 앨범이다. 브래드 멜다우는 90년대에 데뷔, 이제는 엄연히 재즈 피아노의 거장이라고 불러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한마디로 작곡과 편곡과 같은 예술적 감각과 연주 실력을 모두 갖추었다. 빌 에반스와 키스 자렛의 계보를 잇는다는 찬사가 늘 뒤따른다. 또한 활동 기간에 비해 놀라우리만치 많고 다양한 스펙트럼의 앨범들을 때마다 쏟아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스웨덴의 나이팅게일이라 칭송 받는 메조 소프라노 안네 소피 폰 오터는 또 어떤가. 화려한 기교의 소프라노가 아니라서 무대의 스포트라이트는 조금 덜 받는 낮은 음역대의 메조 소프라노이지만 그녀의 목소리에는 뭔지 모를 품위가 넘친다. 자신의 외모에서 풍기는 우아함과 지적인 아름다움마저 노래에 온전히 담겨 내는 듯하다.

안네 소피 폰 오터는 이전에 이미 엘비스 코스텔로와 For The Stars라는 앨범을 발표한 바 있다. 그래서 재즈 피아노와 정통 클래식 메조소프라노의 듀오 구성이 매우 독특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녀의 경력으로 보면 그리 낯설지만은 않다. 브래드 멜다우 역시 예상치 못한 연주자들과의 협업으로도 유명하다. 다만 For The Stars의 무게 중심이 엘비스 코스텔로의 리드에 의존한 좀 더 파퓰러한 시도였다면 브래드 멜다우와 안네 소피 폰 오터의 Love Songs은 특별히 어느 한 쪽으로만 치우쳐 있지 않지만 다분히 폰 오터에 대한 멜다우의 차분한 배려가 느껴진다. 그러면서 재즈도 클래식도 아닌 장르의 모호성이 오히려 매력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멜다우가 폰 오터의 그림자만으로 존재하는 건 결코 아니다. 특히나 두 개의 Disc 중 Disc1은 전적으로 멜다우의 음악적 능동성이 돋보인다. 멜다우가 시인 커밍스, 필립 라킨, 사라 티즈데일의 시에 영감을 받아 Love Songs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작곡한 7개의 가곡으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멜다우가 의도한 바인지는 모르겠으나 경우에 따라서는 다소 현대 가곡을 들을 때의 불편함과 난해함을 감수해야 한다. 게다가 멜다우 피아노의 임프로비제이션은 생각만큼 도드라지지 않아서 멜다우가 추구하는 피아니즘을 특별히 기대했다면 조금은 실망할 수도 있다.‬

반면에 Disc2는 익히 알고 있을 레오 페레, 쟈니 미셀, 미셀 르그랑, 비틀즈, 번스타인 등의 친근한 곡으로 구성되어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좋은 건 1번 트랙 Avec Le Temps과 11번째 트랙으로 듣는 바그다드 카페의 Calling You 두 곡이다. 특히 Avec Le Temps을 듣고 나서는 당분간 다른 버전이 귀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프랑스 샹송을 미국 재즈 피아니스트의 반주에 스웨덴의 메조소프라노가 노래하는 격이니 이것만으로도 특정할 수는 없는 의미가 있다. 태생지를 초월한 음악의 근원적인 기능이자 모습이랄까?‬

​’시간이 흐르면 모두 사라지겠지’로 시작하는 가사. 차마 다음 트랙으로 넘기지 못해 몇 번을 반복해서 들었는지 모른다.

 

경 성현경성현의 재즈 브루잉 (33) – Love Songs(Anne Sofie Von Otter & Brad Mehldau, na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