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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계봉의 산정천리-(3)순백의 황산(黃山)에서 구름바다(雲海)를 건너다 2

배운정은 시야가 확 특여 황산의 기암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명당이다. 구름과 안개가 서해의 골짜기들을 휘감아 솟아오르다가 이곳에 이르면 저절로 갇혀져서 물리칠 배(排)에 구름 운(雲)을 써서 배운정이라 부른다. 배운정에서 바라본 서해대협곡은 맺고 이어진 주변 산세가 마치 용의 모습, 흐르는 듯 멈춘 듯 솟은 듯 숨죽인 듯 쉬는 듯 꿈틀대는 운무…이를 내려다보니 걷지 아니면 갈 수 없고 보지 아니면 맛볼 수 없는 환희심이 사방에 걸쳐 있는 듯하다. 서해대협곡에 솟아 있는 기암괴석들을 보면 금강산 만물상을 몇 십 개 포개 놓은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작은 정자 지행정(知行亭)에서 ‘아는 것을 행해야 참지식이다.’를 되뇐다. 정자 지붕에 얹힌 눈을 문득 쓸어가는 바람결이 예사롭지 않다. 나그네의 헛 욕심도 바람결에 씻기고 있다.

두번이나 황산에 오른 명나라 지리학자 서하객은 “5악인 태산(泰山), 화산(華山), 형산(衡山), 항산(恒山), 숭산(嵩山)을 보면 다른 산이 생각나지 않는데, 황산을 보고 나면 5악도 생각나지 않는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광명정에 서면 황산의 일출과 일몰, 서해대협곡과 정상인 연화봉까지 모두 조망할 수 있으나 오늘따라 운무에 잠긴 기상대 건물만 어렴풋이 보인다.

재선충병 때문에 죽어가던 황산 소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황산 주변 10km 근방에 있는 소나무를 모두 제거하였더니 그 자리에 자연스럽게 대나무들이 자라게 되었고, 항균성이 강한 대나무 덕분으로 재선충병이 황산에 접근하지 못해 황산 소나무들이 안전해졌다고 한다.

고도 1,500m가 넘는 이곳에는 북해빈관을 비롯하여 서해빈관, 사림빈관, 백운빈관 등 네 곳의 호텔이 있다. 북해빈관 수 백석 대형 식당 내부는 손님들로 가득하다. 산정까지 일일이 식재료를 짊어서 나르는 짐꾼들 정성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깨끗이 그릇을 비운다.

나무도 숲도 계곡도 하늘도 일체가 묵언에 들어 있다. 백아령 가는 잔도를 걸으면 세속에 찌들었던 몸과 마음이 설국에서 깨끗이 헹구어지는 기분이다.

불구부정(不垢不淨). 사실 우리의 생각이 변덕을 부릴 뿐 본래 더러운 것도 깨끗한 것도 없는 것이 아니던가.

문득 솔향기도 유난히 코끝을 스친다. 깊은 산중에 숨어 있어도 골짜기를 타고 흐르는 자신의 향기는 숨길 수 없는 것처럼…

오늘 하루 황산 너른 품 가슴께에 살포시 안겨 잔도를 함께 걸은 나그네들은 기운이 싱싱하고 다사롭다.

백아령에서 운곡 케이블카를 타고 하산한다. 운해를 뚫고 발 아래로 펼쳐지는 비경은 그야말로 선경이다. 황산의 바위틈에서 천년을 살아온 소나무를 보면 자연의 위대함에 보잘것없는 나를 되돌아보게 되고, 이들로부터 인고의 지혜를 배운다.

오늘 우리가 걸었던 황산의 잔도는 뱀처럼 구불구불한 원만한 곡선이다.

덜컹거리는 사각이 번뇌라면 원만한 원은 해탈이다.

오늘 하루 번뇌에서 해탈한 신선이 되어 선계(仙界)의 꿈결 같은 구름바다를 거닐었던 신선노름도 케이블카가 운곡 승강장에 도착하면서 끝이 난다.

굽이굽이 산길을 돌아 황산 대문에 도착하니 이제 서야 꿈과 이상의 판타지 구운몽(九雲夢)에서 깨어난 것 같았는데 시간은 겨우 두 나절만 지났다.

여 계봉여계봉의 산정천리-(3)순백의 황산(黃山)에서 구름바다(雲海)를 건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