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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현의 재즈 브루잉 (31) – 영원한 바흐 스페셜리스트. 자크 루시에

지난 3월 5일(현지시간) 바흐 스페셜리스트라 불리며 평생 바흐의 음악을 재즈로 재해석 했던 프랑스 출신 피아니스트 자크 루시에(Jacques Loussier)가 영면하셨다. 향년 84세.

자크 루시에는 파리 국립음악원에서 정통 클래식 피아노를 전공한 후 클래식을 재즈로 연주하던 모던 재즈 퀄텟(MJQ)의 음악을 접한 이후에 클래식 음악을 재즈로 해석하고 연주하는 작업에 몰두하였다. 특히 바흐 음악에 심취하여 1959년 처음 베이시스트 피에르 미셸로, 드러머 크리스티앙 가로와 함께 ‘플레이 바흐 트리오’를 결성하였다. 곧바로 내놓은 바흐의 앨범들은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며 ‘바흐 스페셜리스트’라는 명성을 얻는다.

그러나 1978년 돌연 팀을 해체한 후 직접 녹음 스튜디오를 만들어 핑크 플로이드, AC/DC, 엘튼 존, 스팅 등 대중음악인들과 협업을 하는가 하면 영화 음악을 작곡하기도 하며 이전의 음악들과는 다소 거리를 두기도 했던 특이한 경력도 가지고 있다.

그러던 중 1985년 새로운 트리오를 결성하여 다시 바흐의 음악을 재즈로 연주하다가 1997년에는 바흐의 음악에서 탈피, 비발디의 사계를 재즈로 연주하여 새로운 음악적 전기를 마련한다.

이후부터는 헨델, 모짜르트, 베토벤, 쇼팽, 슈만, 그리고 인상주의의 대표적 작곡가인 라벨과 드뷔시와 사티의 음악까지 연주하는 등 클래식 음악 전반에 걸쳐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혔다.

개인적으로는 국내에 발매되고 있는 자크 루시에의 거의 모든 앨범을 소장할 정도로 좋아한다. 오래전 앨범 몇 개에 사인을 받으며 잠깐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그날 어찌나 기분이 좋았는지 밤새 앨범들을 어루만지며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

그간 클래식을 재즈로 연주한 연주자들은 무수히 많았으나 이렇듯 적절하게 스윙을 녹여낸 연주자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독보적인 위치에 서 있다. 그의 연주를 듣고 있노라면 재즈와 클래식의 경계를 나눈다는 것이 얼마나 헛된 일인지 금방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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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연주에서는 경쾌함을 유지하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스윙을 구사하기에 클래식의 깊은 해석과 재즈의 자유로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아마도 클래식과 재즈 애호가 모두를 이토록 완벽하게 만족시키는 연주자도 드물 것이다. 음악이라는 밤하늘에 너무나도 아름답게 반짝였던 별 하나를 또 하나 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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